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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86화 (86/517)

- 4권 16화

91화

폐공장.

그곳에서서 퍼펙트 배리어의 능 력을 실험하던 서준의 입가에 미소 가 만개했다.

“완전 좋은데?”

서준이 펼친 퍼펙트 배리어는 극 강기의 공격도 한 번 정도는 막아 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방어 능 력을 갖추고 있었다.

현경의 끝자락, 극강기로 펼치는

실드인 만큼 당연한 성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라면 극강기로 호 신강기를 펼칠 수 있는 서준이 이 리 고평가를 내려 주지 않았을 것 이다.

‘술사들이 펼치는 보호, 방어막과 같은 개념으로 펼쳐지고 있어.’

몸에 두르는 것이 아닌 공간에 펼친다는 개념.

이 말은 즉, 기존에 방어책으로 쓸 수 있는 호신강기와 더불어 퍼 펙트 배리어를 덧대 이중 보호 방 어막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펼친다는 개념으로 이루어 진 만큼 그 타이밍과 위치를 잘 맞 춰야 하는 수련이 필요했지만, 마선 으로서 천 년에 달하는 경험을 쌓아 온 서준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동안 활용하지 못한 것은 그 저, 술법의 재능이 없어서 포기해 야 한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극강기를 막아 낼 실드를 만들 어 내려면 최상급 술사는 되어야 하니까.’

제법 뛰어난 술사들도 수십 년, 과거 서준의 수준으로 치자면 평생

을 가도 익히지 못했을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스템의 보조 덕 에 쉽게 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재능, 한계라는 벽에 가로막혀 포기해야만 했던 것을 얻게 된 것 이었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 폐공장에서 이룬 큰 성장들 에,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만개하 고 있던 찰나였다.

삐이이익-!

갑작스레 귀에 울리는 이명에, 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이건?”

결계로 가려져 있긴 했지만 기 (氣)를 완벽히 이해하고 다루고 있 는 경지에 오른 서준의 기감을 속 일 수는 없었다.

초월자에 오른 이와 S급 각성자 중에서도 제법 준수한 편에 속하는 각성자가, 짧은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물론, 단순히 결계 내부에서 공 방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라면, 서준이 날카롭게 반응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마공 (魔功)

분명, 결계 내부에서 새어 나오 는 초월자의 힘은 마공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탈마(脫魔)의 경지에 오르지 못 한 자가 마공을 다루게 되면 광인, 미치광이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초월자의 경지에 오른 미치광이.

조금만 생각해 보더라도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이 마공의 기운은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다.

서준 자신이 처리했었던 서강석, 그리고 켄이치와 같은 디아볼로스

무리와 비슷한 성질의 기운을 띠고 있었다.

결단을 내린 서준이 고개를 주억 인다.

“역시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겠 어.”

괜한 참견일 수도 있었다.

저렇게 결계를 펼친 것을 보면 비밀, 대련 혹은 훈련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작 그런 눈치 때문에, 이 찜찜함을 남겨 둘 필요는 없었다.

‘일단은 확인만. 디아볼로스가 아

니라면 그냥 모른 척하고 돌아가면 되는 거니까.’

생각을 정리한서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곧장 결계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결계 내부.

어둠만이 존재했던 세상의 색은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새빨간, 붉은 피로 세상이 물들 어 있었다.

당연하지만, 세상을 덧칠할 정도 로 다량의 피를 흘려 낸 강석호의 몸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엘레오노르의 실이 살갗을 한 겹, 한 겹 벗겨 내 붉은 근육이 훤 히 드러났다.

쉬이익-!

실이 다시 한 번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자, 강석호의 몸에서 붉은 피가 다시금 튀어 올랐다.

밀려오는 고통에 강석호의 두 눈 은 충혈되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끄으읍-!”

제아무리 비위가 좋은 이가 본다 고 할지라도, 구역질이 올라올 만 큼 끔찍한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져 있었지만, 엘레오노르는 즐거운 듯 웃었다.

아니, 입이 찢어지듯 박장대소하 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 표정이야. 계속 지금처럼 고통스러워하면서 나를 즐겁게 해 줘.”

광기가 차오르고 있는 엘레오노 르의 눈동자.

고문의 강도가 어떤지 여태 뼈저

리게 느꼈기에 또 어떤 고통이 다 가올지 예상이 갔다.

쓸려 나간 살갗, 근육 위에 불을 지지든지, 소금을 뿌리든지 아무튼 간에 끔찍한 고통이 찾아올 것이었다.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 찾아오겠 지만, 강석호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엘레오노르…… 한서준 각성자 님에 관한 것을 잊고 있다.’

고문에 열중한 탓에 그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됐는지 엘레오노르 는 어느 순간부터 한서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거면 된 것이었다.

비록 몸은 넝마가 되었지만, 강 석호의 입가에는 어느 때보다도 의 연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아주 좋아, 지금처럼 계속 입을 다물고 신념을 지키면서 부서져 가 는 거야!”

광기가 차오르다 못해 이제는 완 벽한 광인(狂人)이 되어 버린 엘레 오노르의 모습이 눈동자에 비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본능적 으로 알 수 있었다.

‘끝이겠군……

온전한 상태였다면 모를까, 넝마 가 된 지금의 몸 상태로 저 엘레오 노르의 고문을 당한다면 결과는 뻔 한 것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불씨가, 이제는 꺼질 것이다.

그러나 여한은 없었다.

한서준 각성자를 제 한 몸 바쳐 지켜 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의미가 있었다.

‘분명, 할멈도 그렇게 말해 주겠 지.’

강석호가 곧 다가올 죽음에 초연 해지며 먼저 떠나간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 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귓전에 울려 퍼지고는 갑작스레 몸이 붕-뜨는 감각이 느껴진다.

최후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던, 강석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타샤가 만든 결계가 간파당한 것만으로도 놀랄 일이긴 했다.

그러나 단순히 그 때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 었다.

“하, 한서준 각성자님?”

삶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 낸 헛 것이 아니었다.

허리춤을 부여잡고 있는 한서준 각성자의 손길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엘레오노르도 마찬가지로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한서준?”

그러나, 엘레오노르의 놀람은 잠

시뿐이었다.

“제 발로 찾아와 줬구나!”

엘레오노르의 입가에 피어나는 광기 어린 미소에 강석호가 황급히 정신을 다잡고서 소리를 내지른다.

“한서준, 각성자님, 도…… 도망 치셔야 합……니다!”

마지막 영혼을 짜내 간절히 외쳤 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자리를 떠 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전 괜찮아요.”

애초에서준은 이곳에 있는 이 가, 디아볼로스의 인원이었다면 처 리하려고 온 것이었다.

도망칠 수 없었다.

엘레오노르와 거리를 벌려 낸 서준은 강석호의 상태를 자세히 살핀 다.

인간의 몸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모습, 근육을 덮고 있어야 하는 피부는 단 1cm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누구라도 치료를 포기하고 손을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겠지만, 다행히도 서준에게는 육도혈환술이 존재했다.

“제 걱정보다는 협회장님의 상태 가 너무 좋지 않으셔서 응급조치를

해야 하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계셔 주세요.”

서준의 손이 바삐 움직이며 육도 혈환술을 펼친다.

그러자 근육 위로 다시금 새살이 눈 깜짝할 사이에 돋아났고, 희미했 던 의식과 가빴던 숨이 되돌아오고 몸은 급격하게 안정을 되찾아 갔다.

“이, 이게 대체?”

“응급처치만 한 것이니 일단은 안정을 취하고 계세요.”

웃고 있던 서준의 표정이 굳어진 다.

어느새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

을 짓게 된 서준이 고개를 돌리어, 엘레오노르를 바라본다.

“네가 이런 거냐?”

서준은 사람을 아꼈다.

자신을 위해 주는 사람을, 동료 를 소중히 여겼다.

갑작스럽게 홀로 중원 대륙과 선 계에서 수많은 일을 겪는 동안에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할 수 있 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

만에 하나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등을 맡길 수 있는 두터운 신 뢰를 지닌 아군, 동료가 필요하다

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석호는 서준에 게 훌륭한 동료였다.

단순히 개인 한서준에게 도움을 준 것이 아닌 그의 가족, 한국이라 는 전체를 지킬 울타리가 되어 주 었던 적이 있었다.

눈앞의 빌런은 그런 소중한 동료 를 건드린 것이었다.

감히 용서를 해 줄 수 없는 일을 벌인 것이었다.

서준의 눈동자에 분노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지만, 엘레오노르는 여 전히 광기 넘실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답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내 작품이지. 엄청 예쁘 지 않아? 질투하지 마, 너는 더 예 쁘게 해 줄 테니까. 꺄하하!”

서준을 향하는 엘레오노르의 광 기에 강석호가 다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앞으로 나선다.

“저 괴물과 싸우셔서는 안 됩니 다. 제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볼 테 니, 한서준 각성자님께서는 각성자 협회에 엘레오노르의 출현을 알리고 신변 보호를 요청하셔야 합니다.”

입으로 내뱉는 말과 달리, 몸과 마음에 각인된 공포 때문에 땅을

딛고 있는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평소에 크게 듬직했던 강석호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이 갔다.

‘엘레오노르, 저놈도 초월자다.’

그것도 벽을 넘어선 초월자였다.

강석호의 걱정이 충분히 납득 가 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아무리 서준이라 할지라 도 초월자 내의 벽을 넘어서지 못 했다면 엘레오노르는 상당히 곤란 하고 위험했을 만한 상대였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자면 지 금은 전혀 위험할 것 없다는 말이

었다.

“전혀 걱정할 거 없어요.”

다른 이였다면 기를 쓰고 말리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서준 각성자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불안하 고 두려웠던 마음이 빠르게 안정되 어 간다.

두 눈을 마주하고 있던 만큼, 강 석호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던 서준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저를 믿 어 주세요.”

서준이 보여 주는 자신감, 그리

고 마음속에 피어나는 믿음에 강석 호가 조심스레 고개를 주억인다.

“죽지 마십시오. 위험할 것 같으 면 저에게 맡기시고 바로 도망치셔 야 합니다.”

“그렇게 할게요.”

고개를 주억인 강석호가 서준의 등 뒤로 물러선다.

환하게 열린 시야를 통하여 엘레 오노르의 광기 어린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고통을 줘야 너의 표정이 일그러질까?”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었다.

타닥-

서준은 땅을 박차며 엘레오노르 와의 거리를 좁힌다.

“성격이 많이 급한가 보네.”

엘레오노르가 여유로운 미소를 흘리며, 몸을 움직인다.

넘치는 여유에서도 알 수 있다시 피 엘레오노르는 당황해서 마구잡 이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서준의 공격 궤적을 정 확하게 읽고 받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공격이 읽히고 있었지

만, 서준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애초에 이 공격은 읽힌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지금 펼치고 있는 무공은 오직 한 점, 파괴력에만 집중한 것이었 으니 말이다.

피해 내야 하는 것이지, 막아 낼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었다.

“천마원(天魔源), 극(極), 제일식 (—式), 대암혹성(大暗黑星).”

쿠구궁-!

말아 쥔 주먹에 천마신공의 기운 이 모여들고 응축된다.

순수한 기운의 응집체, 극강기라 고 불리는 내공이 격동하며 천지를 뒤흔드는 순간, 서준은 주먹을 과 감하게 앞으로 내뻗는다.

응축되어 있던 극강기가 앞으로 쏘아지며, 초월적인 마(魔)의 힘이 펼쳐진다.

콰과광-!

대암흑성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짓이기고 허물었다.

이윽고, 엘레오노르의 방어가 무 너져 내리며 길이 활짝 열린다.

콰직-!

서준의 손끝으로 둔탁한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 엘레오노르의 신형 이 허공을 활공하고 끝내는 벽면에 처박힌다.

“크홉-!”

내장이 뒤틀린 듯한 고통이 느껴 지며 입에서 피 분수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육체적인 고통 따위가 아니었다.

“어, 어떻게……

분명 한서준은 벽을 넘어서지 못 했던, 초월자였다.

실제로 영상에서 본 한서준은 극

강기를 다루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찾아왔고, 싸움을 건 것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 극강기로 펼친 방어가 무너졌다.

상황을 정리해 나가던 엘레오노 르의 는이 휘둥그레지며, 내뱉는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서, 설마……?”

부정하려 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극강기를 부술 수 있는 것은 같 은 극강기뿐이었다.

방금 전, 한서준은 극강기를 사 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 짧은 시간에 벽을 넘어서고 특성을 개화했다고?’

한서준과 켄이치가 맞붙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엘레오노르는 직접 벽을 마주해 봤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초월자의 벽은 그 짧은 시간 안 에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초월자 내의 벽은 말하자 면 부술 수 없는 벽과도 같아 정상

적인 방법으로 부숴 낼 수 없었다.

엘레오노르, 본인도 디아볼로스 에 내려지는 은총, 마기(魔氣)의 힘 이 아니었다면 평생 넘어서지 못했 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서준은 마기의 도움도 없이, 심지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그 벽을 가벼이 넘어선 것 이었다.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는, 믿기 힘든 현실에 엘레오노르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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