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9화
84화
각성자 협회, 한국 정부는 갖가 지 수를 사용하여 로브 라이너의 뒤를 추적했다.
부단한 노력이 계속되었고, 그 덕분에 빠르게 로브 라이너의 정확 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위치를 파악한 강석호와 스칼렛이 부리나케 달려온 덕에 목 표, 로브 라이너가 있는 지점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로브 라이너가 있는 곳에서는 엄 청난 마력의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 기 때문이었다.
스칼렛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 었다.
“아시겠지만 AAO 소속의 요원 인 만큼 쉽사리 제압할 수는 없을 겁니다.”
미국 각성자 협회 소속의 AAO 가 괜히 세계 제일의 각성자 팀이 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스칼렛은 과거, 영국과 미국의 친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AAO 소속의 요원들과 직접 맞
붙어 봤기에 그들의 실력이 엄청나 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AAO의 요원들은 세간에서 칭송 을 받고 있는 크라운즈 나이트들과 맞붙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 난 실력자들이었다.
강석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에 무겁게 고개를 주억이며, 앞주 머니에 차고 있던 무전기에 대고 입을 열었다.
“목표물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니 최대한 빠른 지원을 바란다.”
지원 요청을 끝내는 순간, 마침내
로브 라이너의 위치가 파악된 곳이 시야의 끝자락에 보이고 있었다.
마침내 육안으로 로브 라이너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 강석호와 스칼 렛은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헉!”
“말도 안 돼……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 공에 초점이 존재치 않는 로브 라 이너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물론, 단순히 기절한 것이라면 강석호와 스칼렛이 이리 놀라지 않 았을 것이다.
로브 라이너의 온몸의 뼈, 근육
들이 모두 부서지고 찢어져 육신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 가져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그 안에서 흘러나 오는 피가 전신을 붉게 물들이며, 한층 그로테스크함을 더하고 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는 대 한민국에 단 한 명뿐이었다.
실제로도 넝마가 되어 널브러져 있는 로브 라이너 앞에서준이 서 있었다.
주변의 광경과 서준의 모습을 확 인한, 강석호와 스칼렛의 눈이 휘 둥그레졌다.
“맙소사.”
특히나 스칼렛은 눈이 보름달처 럼 동그래져 놀람을 표하고 있었다.
‘로브 라이너를 제압해 냈다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아 보일 정 도로 끔찍했지만, 로브 라이너는 죽은 것은 아니었다.
아주 미세하지만, 숨결이 붙어 있었다.
이 정도의 상황은 절대 우연으로
만들어졌을 장면은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죽이는 것보다 제압해 내는 것이 몇 배는 힘든 일이었다.
‘한서준, 진짜 엄청난 괴물이네.’
친선 경기라지만 AAO 요원들과 맞붙어 본 만큼, 그 AAO의 소속인 로브 라이너를 이렇게 단기간에, 아무런 잡음도 내지 않고서 제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스칼렛의 입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역시 줄을 잘 잡았어.’
한서준이 있는 이 한국이라는 나
라가 머지않아 세계 최강국 타이틀 을 거머쥘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확 신이 더욱더 확고해졌다.
‘연구 데이터들이 엄청나게 쌓이 겠지.’
어떤 위협이 찾아올지 모르는 대 격변의 시대, 몬스터의 침공으로부 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 가 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작금의 시민들이 가장 바 라는 나라가 바로 몬스터의 침공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나라였다.
세계인들이 갈망하던 사항을 머 잖아 한국이 이룰 것이었기에, 한
국으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 테고 그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각성 자의 수 또한 많아지는 법이었다.
자연스레 각성자들의 능력, 스킬 의 정보 따위가 쌓이게 된다는 말 이었다.
정보, 데이터들이 쌓이게 되는 것은 연구와 개발에 아주 진취적인 일이었고 마법사로서 이보다 기뻐 할 일은 없었다.
스칼렛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르고는 강석호를 바라보며 입 을 열었다.
“이럴 때가 아니라, 협회 쪽에 보
고를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강석호가 황급히 무전기를 들었다.
“상황이 종료되었다. 현 시간부 로 비상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알린 다.”
각성자 협회 최상층, 협회장실.
사건이 사건인 만큼 서준은 곧장 귀가를 하지 못하고 각성자 협회, 협회장실에 들르게 되었다.
그렇게 협회장실 내부에 비치된 소파에 몸을 뉘며, 강석호의 앞자 리에 마주 앉게 된 서준이 입을 열 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사과를 하지 않을 겁니다.”
서준은 방금 전, 협회에 라이너 의 신원을 인도하는 과정에서 그가 디아볼로스가 아니라 미국 각성자 협회의 AAO라는 팀의 소속인 것 을 알게 되었다.
로브 라이너가 빌런이 아닌 정식 각성자, 그것도 협회 소속의 각성 자인 만큼 협회 소속으로 있는 강 석호가 사과를 바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먼저 이야 기를 꺼낸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의 이런 예상과 달리 강석호 반응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사과라니요? 라이너 건을 이야 기하시는 거라면 오랜만에 정말 통 쾌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소란을 피웠으면 당연히 그만한 대가를 치 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입가에 호선을 그릴 정도로 좋아 하는 강석호의 모습을 보아 사과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의문점이 한 가지 피어났다.
“그럼…… 지금 보자고 하신 이 유가 뭐죠?”
강석호가 시간을 허투루 낭비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무언가 목적이 있기에 만남을 요 청했을 것이었다.
이러한서준의 생각은 정확했다.
“다름이 아니라, 세계 각성자 협 회에서 주최하는 각성자 콘퍼런스
에 한서준 각성자님을 초청하고 싶 다고 합니다.”
각성자 콘퍼런스.
그것은 세계 각성자 협회에서 매 년마다 주최하는 세미나의 일종으로 S등급 혹은 각국의 대표 각성자 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게이트에 관 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향후 진로에 대하여 협의하는 모임이었다.
물론, 표면으론 모임이었기에 본 래라면 그 국제적인 행사라는 이름 에 걸맞게 짧으면 몇 개월, 길면 연 단위로 그 명단이 정해지는 수 준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근래 이례 없을 업적을 세우고 하이 리치 사냥에 아주 큰 공을 세웠기에 그 자격을 인정받아 세계 각성자 협회에서 급 히 초대한 것이었다.
그 자리는 사실, 각성자에게 있 어선 가장 명예로운 것 중 하나였 지만, 서준은 오히려 맘에 들지 않 았다.
“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거 꼭 참석해야 하는 건가요?”
하필 금년 각성자 콘퍼런스가 열 리는 곳은 미국의 누욕이었다.
방금 AAO 요원인 로브 라이너
를 불구와 다를 바 없는 몸, 반폐 인으로 만들어 낸 만큼 미국과의 관계가 오묘해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으로 가게 된 다는 것은, 백 퍼센트 안전을 보장 할 수도 없었고 사실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강요는 아닙니다만, 참 석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 정도 는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어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말씀드린 겁 니다.”
강석호도 서준이 불편해할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고, 오직 서준 편인 강석호가 이런 제의를 한
데는 물론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말을 마친 강석호가 품에서 종이 뭉텅이를 건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콘퍼런스는 그 규모도 있 고, 세계 각지에서 모든 각성자를 불러 모아야 하는 탓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 따로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그 목록이지요.”
모든 부와 명예를 쥐고 있다 해 도 과언이 아닌 s급 각성자들이 괜 히 매년마다 시간을 내고,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세계 각성자 협회는, s급 각성자 들도 탐이 날 수밖에 없는 물건인 아티팩트를 내어 주고 있던 것이다.
“한번 검토해 보신 후에 필요하 신 것이 있다면 고민 정도는 해 보 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준이 고개를 위아래로 주억였 다.
애초에 지금 정도의 힘이라면 딱 히 위험이 될 만한 적이 없다고 말 할 수 있었다.
그저 만에 하나의 확률을 배제하 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좋은 보상을 얻을 기회 가 주어진다면 이야기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확실히 확인 정도는 해 봐서 나 쁠 게 없겠네요.”
말을 내뱉은 서준이 시선을 옮기 어 종이 뭉치를 훑기 시작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지금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최소 드급, 정말로 맘에 드는 물건이려면 카구야의 거울과 같은 국보급 아티 팩트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참여 보상으로 카구 야의 거울 수준인 국보급 아티팩트
를 내어 줄 리가 없었다.
실제로도 참여 보상들도 평균적 으로 A급 정도의 아티팩트들을 내 어 주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가다가 S급들을 주었 다는 소문도 있었기에 확인해 봐서 나쁠 것은 없다고 한 것이었다.
사락-
종이를 넘기던 서준의 눈이 휘둥 그레진다.
‘이건?’
처음 생각하고 바랐던, S급의 아 티팩트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평균적으로 주어지는 A등급에 속하지도 않았다.
S급 각성자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최저 등급인 도급이었다.
그러나 서준에게는 그 무엇보다 도 탐이 나는 아티팩트였다.
‘정복왕의 파편!’
문서에 기입된 아티팩트의 정보 들과 쪽빛의 보석은 틀림없는 정복 왕의 파편이었다.
방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 이 모두 철회되는 순간이었다.
앞서 파편을 흡수할 때 보였던
수투의 성장세를 생각한다면.
‘S급 아티팩트 이상의 가치를 가 진 물건이야.’
이 정도 아티팩트라면 만에 하나 의 확률로 벌어질 위험 정도는 충 분히 감수할 만했다.
‘아니지, 그 변수도 막아 내면 그 만이지.’
콘퍼런스까지 남은 시간은 자그 마치 일주일.
남들에게는 성장을 도모하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준에게 일주일이란 시
간은 성장을 도모하기에 충분한 시 간이었다.
그리고 이번 미국행은 달리 보자 면 둘도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AAO…… 우리 가족을 건드렸으 니 제대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겠 지.’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래 도 제법 강한 힘을 가진 조직이라 는 점은 확실했기에 완전히 피해 없이 처리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전투를 벌이게 된다면 크고작은 여파가 주변에 생길 것이었다.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상당히 난처하겠지만, 외지, 미국 땅에서는 상관이 없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마음껏 힘을 분출해도 된다는 말이었다.
‘개꿀이라는 거지.’
본인이 안전지대인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AAO 나 디아볼로스의 시선도 자신에게 쏠리게 될 테니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 일도 현저히 줄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의 확률로 설사 가족들을 위협하려 한다고 할지라
도 분신과 경호 각성자 협회의 사 람들까지 가족들을 지켜 줄 사람도 있었다.
고민을 마친 서준이 고개를 주억 인다.
“콘퍼런스에 참석할 테니 이야기 를 전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로브 라이너를 공격하고 미국을 적으로 돌린 지금 뉴욕으로 간다는 것은 적진 한복판, 호랑이의 입속 으로 걸어가는 행위였다.
‘하지만, 한서준 각성자라면 이야 기가 달라지지.’
괜히 참여 보상 목록을 보여 준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부터 걱정해야 할 것 은 한서준 각성자가 아니었다.
‘AAO 놈들도 이제 명을 다했 군.’
물론, 한서준 각성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대처를 보인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콧대 높은 AAO가 그 런 태도를 보일 리가 만무했다.
지금 AAO는 끝을 향해 다가가 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석호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억
눌러 가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세계 각성자 협회에 공문을 보내고, 입출국 준 비를 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