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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73화 (73/517)

— 4권 3화

78 화

카구야의 거울에 들어가 시험을 치르는 동안 혹은 이후에, 서준에 게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알 수가 없는 만큼 강석호는 본인이 알고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안내를 따라 협회의 지하를 거닌 지 10분 정도 흘렀을 때 안채형이 자그마한 철문을 가리키며 입을 연 다.

“이곳입니다.”

말을 내뱉은 안채형이 문 앞에서서 무언가를 조작하자 바람 소리 가 쐐액 들이닥치고는 문이 열린다.

휘우웅…….

안채형이 좌우로 활짝 열린 철문 내부를 가리켰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감사를 표한서준은 발걸음을 옮기어 곧장 방 안으로 들어섰다.

자그마했던 바깥의 입구에 비하여 방 내부는 어느 체육관과도 그

규모를 비교할 수 없는 아주 넓은 수련실이 있었다.

“협회장님께서 특별 엄선한 협회 최정예 각성자들이 건물 내부를 철 저히 경계하고 있으니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할 겁니다. 편하게 시 험에 몰두하시면 될 겁니다.”

시험 과제 자체가 호위는 없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서준다면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 워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었다.

서준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피어 난다.

“협회장님께도 감사하다고 말씀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꼭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한 채로 짧 은 인사를 주고받은 안채형은 고개 를 숙인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 겠습니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문이 닫히고 안채형의 신형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뒤이어, 서준은 수련실의 중심에 비치된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방의 정중앙에 도달한 서준은 곧장 품 안에 넣어 둔 카구야 의 거울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시작해 볼까.”

시험을 받는 방법에 대해서는 크 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일본으로부터 카구야의 거울을 받아 올 때, 사용 방법에 대해 들 었고, 그 방법 또한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카구야의 거울을 손에 꽈 악- 쥔 채로 입술을 달싹였다.

“카구야의 거울이여, 너의 주인 될 자의 능력을 증명하겠다.”

그러자, 거울에서 환한 빛이 새 어 나오며,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 른다.

[카구야의 시험을 받으시겠습니 까?]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 른다.

“그래도 최소한의 염치는 있었나 보네.”

카구야의 거울에 관한 정보들은 일본이 넘겨준 것들인 만큼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신뢰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근데 눈앞에 떠오른 초록빛 홀로 그램 창이 받아 온 정보가 진실임 을 알려 주고 있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일본이 거짓말을 했나 안 했나가 아니었다.

서준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 이 사라지기 전 황급히 입을 열었다.

“시험을 받겠다.”

고개를 끄덕여 승낙하기 무섭게, 거울에서 새어 나오던 빛이 강해져 서준의 신형을 뒤덮는다.

한차례의 섬광이 휩쓴 자리, 수 련실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카구야의 거울 속 내부.

난데없이 회색빛 황무지로 이동 이 되었지만, 서준의 얼굴에는 당 황하는 기색이 존재치 않았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도

일본으로부터 들었던 시험에 관한 이야기와 완벽히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었지만, 그 렇기에서준은 호홉을 가다듬어 가 며 긴장의 끈을 더욱더 조여 간다.

“ 후우......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달 의 뒷면, 분신술을 사용하기 위하여 치러야 하는 시험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 세간에서는 도플갱어라 고 칭하는 분신과의 싸움이었기 때 문이었다.

‘그것도 삼 할의 전력이 아닌, 온

전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

거울을 쥐고 있던 사람을 완벽하게 복사해 낸, 100퍼센트의 자신과 싸움을 벌여야 했다.

처음 분신술급의 도술을 물건으로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거울이 내는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곧장 납득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무리 거울 내면이라지만 한 명의 인격체를 완전히 복제해 낼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서준이 생각을 갈무리하고 있던 찰나, 회색빛밖에 보이지 않던 황 무지의 모래가 한자리에 모여 든다.

모여든 모래가 뭉치고 커지더니 어느덧 인간, 한서준의 형상을 갖 춘다.

정신을 차리자 자기 자신이기에 볼 수 없었던 인간, 한서준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서 있었다.

본인과 똑 닮은 분신의 모습에서준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감탄 섞인 말이 홀러나온다.

“진짜 괴물이긴 하네.”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격(格)과,

몸에서 피어나는 검은 아지랑이, 천마신공의 힘이 합쳐지며 위축될 만큼의 위엄을 뿜어낸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서준이 자세를 다잡으며 전투태세를 갖춘다.

분신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다잡는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 이 발을 앞으로 내뻗었다.

분신이 뿜어내는 천마신공의 기 운이 만들어 내는 위엄, 공포가 치 솟으며 전신에 닭살이 돋아난다.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존재의 힘

에서준의 입꼬리가 하늘로 치솟는 다.

‘그래, 이런 게 진짜 싸움이고 대 련이지.’

가족들과의 생활이 행복하고 즐 거웠지만, 무(武)를 나누고, 가진 힘을 확인해 보는 무인으로서의 즐 거움과 행복을 완전히 잊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즐거움과 행복을 느껴 본 적이 정말 손에 꼽 을 정도로 적었다.

지구에서 제법 날고뛴다 하는 강 자들을 만나 보았지만, 압도적인

경험과 지식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 너졌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쉬운 전투, 일 방적인 승리로 얻어 낼 수 있는 감 정은 지루함과 무료함뿐이었다.

중원 대륙에서 생사를 걸고 펼쳤 던 싸움의 즐거움과 흥분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었다.

싸움, 대련과 같은 투쟁에서 오 는 홍분은 천 년간 서준을 지탱했 던 삶의 낙이었고 즐거움이었다.

그것을 느끼지 못했으니 얼마나 무료한 생활이었겠는가?

‘정말, 따분해서 죽을 뗀했지.’

그러나 눈앞의 그럴싸한 강자, 자신의 분신은 다르다고 확언할 수 있었다.

분명, 가슴이 엄청나게 두근거릴 정도로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 틀 림 없었다.

쿵! 쿵!

뻗은 발이 땅을 밟는 순간, 미치 도록 날뛰던 심장이 가라앉는다.

홍분을 느끼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만끽하고 취해 버리면 본래의 재미 를 느낄 수 없었다.

긴장과 홍분. 그 중간 지점을 적 절히 줄타기하며 적당한 선을 찾아

낸다.

타닥-!

다섯 번째 걸음이 땅에 닿는 순 간, 팔경성보 음풍농월(o今風寺月)。] 펼쳐진다.

강기로 빚어진 바람을 조종해 가 며 이동한 두 사람은 삽시간에서 로의 지근거리에 도달한다.

서준은 망설임 없이 허리를 감아 오른쪽 주먹을 전력을 다해 내뻗는 다.

후웅-!

분신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신강 기를 두른 손바닥을 펼쳐 서준의

주먹을 받아 낼 준비를 한다.

서준은 손이 맞닿기 전 주먹을 거두어 내 왼쪽 방향으로 허리를 감아 땅에 붙이고 있던 다리를 내 뻗는다.

변칙적인 공격이었지만 분신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허리를 살 짝 젖히는 것만으로 가볍게 공격을 흘려 낸다.

서준이 내뻗은 발을 황급히 회수 하며 허리를 숙였다.

의도적으로 몸으로 가리고 있는, 가슴 앞에 가져다 대고 있는 주먹 으로 거대한 내공이 삽시간에 응집

된다. 서준은 그 주먹을 과감하게 앞으로 내뻗는다.

많은 s급 각성자들을 일격에 무 너뜨린 천마원, 흑성이 펼쳐진 것 이었다.

하지만 분신도 기다렸다는 듯이 팔을 내뻗는다. 그 주먹에는 서준이 펼친 흑성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쿠구구궁-!

같은 힘, 운용 방식으로 만들어 진 혹성이 맞부딪친다.

결과는 완벽한 무승부였다.

당연한 것이었다.

완벽히 똑같이 펼쳐진 만큼 승자, 패자 어느 쪽도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쁜 쪽은 존재했 다.

“막혔네?”

본래 자신, 서준의 것이었던 것 을 저 만들어진 분신이 완벽히 흉 내 내고 있었다.

심지어 단순히 흉내 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었다.

휘날리는 홁먼지 너머에서 있는 분신의 입가에서 비릿한 미소가 흐 른다.

-고작 이게 끝이야?

생김새나 능력뿐만이 아니었다.

오만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있는 성격마저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분신의 도발에서준의 입꼬리가 비틀린다.

“재미있네.”

더 강력하고 파괴적인 무공, 변 수를 섞어 낸 초식, 전투 방식을 보일 수 있었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눈앞의 분신은 단순히 육체, 몸 뚱이만 재현해 낸 것이 아니었다.

기억과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서준, 괴물과 같은 존재라는 것 이었다.

아무리 맞부딪쳐 봤자 결과는 달 라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아니, 오히려 최악의 상황만 만 들어지게 될 것이다.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인 분신과 달리, 사고하고 움직이는 인간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무의미한 소모전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인간인 서준의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것이었다.

“웬일로 일본 놈들이 정직하더라 니.”

최소한의 염치가 있는 것이 아니 었다.

역사적으로도 거짓과 음해를 일 삼던 국가가 정직하게 말해 준 데 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애초에 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 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겉으론 정직한 척 정보를 내어 준 것이었다.

제법 허를 찔린 꾀를 부린 것이 지만, 일본은 그 와중에 명백한 실 수를 한 가지 범하고야 말았다.

‘사람을 한참 잘못 봤어.’

과거 한서준의 기억과 경험을 전 부 가지고 있는 저 분신은 분명,

위협적인 적이었다.

달리 생각하자면 저 한서준은 과 거, 거울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기 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그것은 즉, 명백한 파훼법이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저 분신 놈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내면 그만이었다.

당연하지만, 그냥 무공이 아닌 기존에 천마, 마선 한서준이 사용 하던 것들보다 파괴적이고 강력한 신공절학(神功絶學)을 만들어 내야

했다.

어렵지 않냐고?

당연히, 나름 재능을 가졌다는 이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 반적인 무공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닌 과거 고금제일(古今第一)의 재능을 가진 천마라고 칭송받았던 자기 자신이 만들어 냈던 신공절학 의 무공보다 더 뛰어난 것을, 그것 도 이 자리에서 곧장 만들어 내는 일인데 쉬울 리 만무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머리가 조

금 아플 수밖에 없지.’

그러나 딱 그 거기까지, 머리가 조금 아픈 수준에 불과했다.

아니, 이미 그 과정도 지나온 지 오래전이 었다.

서준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피 어난다.

“짝퉁, 어디 이것도 한번 따라 해 봐.”

-네가 사용하는 걸 내가 못할 것 같아?

“내가 장담하는데 못할걸.”

방금 전, 말했다시피 일반적인

무공이 아닌 만큼 머리를 쓰고, 조 금 아파야지만 생각해 낼 수 있는 무공이 었다.

바로 즉석에서 떠올린 무공이 아 니라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서준은 분신과 합을 겨 루고, 완벽히 똑같은 몸, 경험과 지 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때부터 준비하고 생각해 두었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있던 분 신이 펼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는 것이었다.

때문에, 서준은 자신 있게 발을 앞으로 내뻗을 수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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