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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72화 (72/517)

- 4권 2화

77 화

어두운 방 안.

유일하게 밝게 빛을 내는 스크린 속에서는 한서준과 요자쿠라 길드 원들의 싸움이 펼쳐진다.

아니, 그것은 싸움이라고 볼 수 없었다.

켄이치의 의미 없는 발악이 계속 되고 종국에는 한서준이 펼친 공격 으로 막을 내릴 뿐인 영상.

그 영상을 지켜보던, 상석 하나

를 중심으로 일자로 길게 뻗은 탁 상에 앉아 있던 이들 중 한 명인 A급 빌런으로 수배 중인 도르친이 영상을 끄고는 조심스레 입을 연다.

“켄이치의 몸에 이식해 둔 눈에서 회수한 겁니다.”

디아볼로스는 빌런이 모여 만들 어진 집단이었기에 부하 혹은 동료 들을 완벽히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켄이치와 같은 S급 빌 런, 각성자의 경우에는 감시자의 각인이라는 스킬, 통칭 ‘눈’이라고 불리는 것을 붙여 항시 감시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눈’의 존재 이유, 유무 따위가 아니었다.

상석에 앉아 있는, 피처럼 붉은 빛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 엘 레오노르의 반응이 중요한 것이었다.

“ 흐음.

다행히도 엘레오노르는 콧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주억이고 있었다.

“하이 리치를 조종할 수 있던 켄 이치가 왜 실패했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영상을 보고 나니 이해가 되네.”

다소 온순한 듯 보이는 엘레오노

르의 반응에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디아볼로스의 간부들은 안도의 한 숨을 쓸어 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엘 레오노르는 디아볼로스의 부의장, 세간에서는 피의 여왕이라 불릴 정 도로 많은 살인을 저지른 인물이었다.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

브라질 상파울루를 침공해 홀로 피바다를 이룩했던 괴물.

세계 각성자 협회는 한 명의 빌 런, 엘레오노르에게 ‘재앙’이라는 등급을 손수 붙여 뒀을 정도였다.

쉽게 말하자면, 엘레오노르는 강 한 힘을 가진 미치광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엘레오노르의 기분이 나쁘 지 않다는 것은 내려온 임무를 실 패한 디아볼로스의 간부들에게 상 당한 호재일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어, 아니 아주 멋졌어.”

말을 내뱉는 엘레오노르의 눈에 흥미가 반짝인다.

‘소문을 듣긴 했다만 상상 이상 이네.’

엘레오노르는 방금 느낀 그 감정 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하여, 보았

던 스크린 속 영상을 머릿속으로 상기해 본다.

초월자에 도달한 만큼 그 실력은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평범한 초월자였다면 이 렇게까지 엘레오노르의 흥미를 끌 지 못했을 것이다.

‘한서준이 보여 준 세상을 내려 다보는 듯한 오만한 말투와 눈빛.’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근본, 격(格)에 새겨져 있 는 것이었다.

현 디아볼로스의 의회장에 앉아 있는 그 남자조차도 그런 말투와

눈빛을 보이지는 못했었다.

머릿속에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닭살이 돋고 몸서리가 쳐진다.

‘정말 짜릿한 모습이었어.’

모든 것이 디아볼로스가 계획했 던 대로 돌아가서 따분했던 생활을 이어 가던 찰나, 오랜만에 엄청 재 미있을 것 같은 일이 생겼다.

‘저렇게 오만한 이가 절망에 빠 진 채로 죽어 갈 때 얼마나 짜릿할 까.’

오랜만에 느끼는 홍분에 엘레오 노르의 두 눈동자에 광기가 차오른 다.

“좋아, 너무 좋아.”

엘레오노르의 입이 귀에 찢어지 듯 걸렸다.

“상대가 상대였던 만큼 너희들한 테 책임은 묻지 않을게. 근데 저 남자는 내가 가질 거니까, 아무도 손대지 마. 알겠지?”

돌발적인 발언에 디아볼로스의 간부들은 서로 바쁘게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방금 영상을 손수 종료했던 A급 빌런, 이즈미가 조심 스레 입을 연다.

“그, 그렇지만 의회장님께서 더

성장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처리 하라고……

쉬익-!

말을 내뱉고 있던 이즈미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회의장에 모여 있는 빌런들 중 그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은 누구나 유추할 수 있었다.

엘레오노르가 피를 머금고 더욱 더 붉어진 실을 휘날리며 묻는다.

“혹시 또 불만이 있는 사람 있 어?”

동료였던 이즈미의 허무한 죽음 을 마주한 이 상황에서, 불만 있는 자가 나올 리 만무했다.

그러나 엘레오노르를 날뛰게 해 두었다가는 의회장에게 무거운 처 분이 내려올 것이었다.

“감히 누구의 명인데 불만이 있 겠습니까. 하지만 한국에 들어가시 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피의 여왕이라 불리는 엘레오노 르는, 재앙급으로 지정된 고위험군 의 빌런인 만큼 세계 각성자 협회 공공의 적이었다.

한국처럼 디아볼로스의 수중에

떨어지지 않은 나라에 입국했다가 는 곧장 정체가 들통나 세계 각성 자 협회의 추격대가 따라붙는다는 말이었다.

나름 그럴싸한 핑계를 대 보았지 만, 엘레오노르의 터져 버린 광기 를 억누를 수는 없었다.

“충고는 고마운데, 그건 내가 알 아서 할게.”

들어가지 못하면 나오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때마침 적합한 무대도 있었다.

지금까지 한서준의 행보를 본다 면 분명히 그 무대에 참석할 것이

었다.

‘너무 기대되는걸.’

엘레오노르의 입가에 광기가 넘 치는 미소가 흐른다.

“분명 아주 즐거울 거야!”

한국, 각성자 협회.

최상층에 있는 협회장실에 비치

된 의자에 앉아 있는 강석호의 입 가에는 여태 보인 적 없던 환한 미 소가 걸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오랜 역사 를, 진실을 두고도 발뺌하고 항시 부정만을 해 왔던 일본 정부와 각 성자 협회가 이번 요자쿠라 길드의 만행을 인정한 것도 모자라, 공식 적인 사과를 건네 왔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한국의 위상과 국가로 서의 영향력이 매우 높아진 것이었다.

각성자 협회장이기 이전에 한국 을 아끼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국 민으로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

겠는가?

“감히 한국을 대표해 고개 숙입 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허리를 기역 자로 꺾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강석호의 모 습에, 서준은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에요, 부탁받은 것도 아니 고 제가 원해서 한 일인데요.”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면 개입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서준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전 투는 그저 가족과의 작은 행복이 깨지는 것이 싫어 나섰을 뿐이었다.

하지만 강석호의 입장에서는 그 것을 알 수 없었으니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서준 각성자님께서 한국의 위 상을 높여 주었는데, 한국의 고위 공직자의 입장에서 어찌 감사를 드 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듭되는 감사의 인사에서준이 손사래를 친다.

“아니에요, 제가 공짜로 일한 것 도 아니잖아요.”

요자쿠라 길드와의 싸움은 전쟁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투였던 만큼 말뿐인 사과를 받아 내는 것

으로 그치지 않았다.

한국은 세계 각성자 협회 및 세 계 기구에 요자쿠라와 일본으로부 터 입은 피해와 일본의 행동이 전 시 행위에 준하는 것임을 입증했고 그중 대다수를 인정받았다.

오늘을 기점으로 일본으로부터 전쟁 배상금에 대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모자라 요자쿠라 길드의 모 든 자금과 자산을 양도받아 냈다.

당장에 요자쿠라 길드가 가지고 있던 자금과 자산 중, 현금으로 만 들어 낼 수 있는 액수만도 무려 400억 엔, 한화 약 4천억에 달하는 돈이었다.

그리고 가장 혁혁한 공적을 쌓은 서준에게 떨어진 몫은 5할, 자그마 치 2천억이었다.

‘2천억이라니!’

그렇지 않아도 현금으로 운용할 수 있는 액수만 수백억에 달했던 서준이었기에 가지고 있던 재산만 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 은 법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힘이니 까.’

지금과 같이 각성자, 마력이 발

달한 현재의 지구에서는 정말로 큰 힘이 된다.

물론, 가장 혁혁한 공적을 쌓은 서준의 기준으로 보자면 2천억이라 는 금액은 푼돈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었다.

애초에서준도 보수로 받은 것이 2천억이 전부였다면 다소 불만을 표시했을 것이다.

흡족한 표정을 지은, 서준의 시 선이 오른손에 쥐고 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거울로 향한다.

“카구야의 거울이라는 귀한 물건 도 얻었잖아요.”

일본의 국보(國寶)급이라 칭해지 는 아티팩트.

이를 부르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 능력 또한 상당히 특 이하면서도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카구야의 거울]

등급 : B(봉인 상태)

분류 : 반영구 아이템

달에서 왔다는 공주, 카구야의 거울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설 적인 아티팩트입니다.

그러나 아직 봉인이 완전히 풀리 지 않아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 하는 상태입니다.

특수 효과

1. B급, 올곧은 의지 : 소지자의 모든 스테이터스(힘, 민, 체, 내)가 15씩 상승합니다.

2. SSS급, 달의 뒷면 : 사용자의 30%의 능력치를 가진 분신을 만들 어 낼 수 있게 됩니다. (봉인 상태 입니다. 거울 안으로 들어가 본인 의 능력을 증명해 내면 본래의 힘 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구야의 거울의 능력을 바라보 고 있는 서준의 눈에 이채가 어린 다.

‘분신술이라니.’

도술을 부리는 선인들이 주로 사 용하는 능력 중 하나였다.

비록 본체와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똑 닮은 분 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전 투에서 상당한 이점을 취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서준도 마선으로서 선계 를 첫 등반했을 당시 이 분신술이 라는 것 때문에 상당한 골치를 앓

았었다.

‘분명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해서 튀어나왔었지.’

이외로도 정찰, 매복과 호위와 같은 각종 특수 상황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

활용도가 다양한 만큼 너무나도 탐이 나는 능력이었지만 도술, 주 술과 같은 계통에 재능이 없어서 익히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었는 데 카구야의 거울을 이용하는 것으로 해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 거울이 내리는 시 험을 통과하긴 해야 했지만 크게

괘념치 않았다.

‘어떠한 과제가 주어진다 할지라 도 무사히 통과할 자신이 있으니 까.’

때문에, 이 카구야의 거울 하나 만으로도 이번 전투로 얻은 보상은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전 합당한 보수를 받고 일한 것 이니 너무 신경 쓸 거 없단 말이 죠.”

“그렇지만……

계속해서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 는 강석호의 모습에서준이 단호한 말투로 쐐기를 박아 넣는다.

“이러시는 게 더 불편해요. 혹시 달리 필요한 게 생긴다면 그때 부 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언제든지 편히 말 씀해 주십시오.”

어느 정도 강석호의 표정이 조금 풀리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서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이만 일어나 보도 록 하겠습니다.”

“저녁이라도 한 끼 대접해 드리 려 했는데, 벌써 가시는 겁니까?”

강석호의 얼굴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오늘

은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길들여야 할 녀석이 있잖아요.”

검지로 손에 쥐고 있는 거울을 가리키는 서준의 모습에, 강석호가 고개를 주억인다.

“식사 일정도 편하실 때 말씀 주 시면 맞춰 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소와 함께 화답을 한, 서준은 곧장 협회장실의 문을 열고 자리를 벗어났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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