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18화
68 화
“이건 기초 중 기초예요. 이제부 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에요, 힘들 수도 있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앞 으로의 수련에 잘 따라와 주셔야 해요.”
두 부모님 모두 각성자가 되고, 내공심법을 습득한 만큼 전보다 훨 씬 건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서준은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없었다.
‘불로장생을 도모한다.’
인간에게는 보상 심리라는 것이 존재했고, 서준은 천 년에 달하는 고생을 한 만큼 천 년에 달하는 행 복을 누릴 것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게이트로 달려 갈 생각은 없었다.
‘뭐든 급하면 탈 나기 마련이지.’
부모 모두 내공심법을 수련하고 익히는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되었 고, 변화된 몸에 적응할 시간도 필 요할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서준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나중에 시간 괜찮으실 때 가족
다 같이 게이트로 사냥을 가 봐요.” 부모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그래, 다 같이 가 보자꾸나.”
“엄마도 지금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구나. 편할 때 얘기해 주렴.”
“그러면 적절한 때에 말씀드릴게 요.”
서준이 흡족한 듯 웃으며 대화를 끝맺으려던 찰나, 서연이 눈치를 살피며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혹시…… 지금 당장 갈 생각은 없고?”
“너, 내일 모의고사 아니야?”
“알았어……
단번에 제압된 서연은 고개를 푸 욱- 숙인 채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준도 피식 웃은 후, 제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 었다.
끽 _
방에 들어온 서준은 침대 끝자락 에 걸터앉았다.
“자, 그러면 시작을 해 볼까
시련의 산에서 획득한 공청석유
로 환단을 제조하느라 일본에서 귀 국하는 비행에 안에서까지도 상당 히 분주하게 일을 했던 서준이었다.
때문에 일본에서 얻었던 보상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었다.
이미 획득한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잘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이 야기 였다.
‘자고로 무인은 스스로를 알O}야 지.’
스스로가 얼마나,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춰서 전투에 임할 수 있는
법이었다.
그렇기에서준은 곧장 성장을 확 인해야만 했고 이내 수투의 정보를 두 눈으로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정복왕(征服王)의 수투(手«)]
등급 : SS(3차 해제)
분류 : 반영구 아이템
정복왕 가이사가 임종 직전 남기 고 간 파편을 습득하여 과거의 힘 을 일부 되찾았습니다.
정복왕의 수투가 하이 리치의 지 식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하이 리
치의 금단서로 봉인을 해제할 수 있을 듯합니다.
특수 효과
1. 으급, 정복자의 패기 : 모든 스 테이터스(힘, 민, 체, 내)가 45씩 상승합니다.
2. S급, 정복자의 지배 : 모든 스 테이터스의 합이 700 이하인 적을 상대 시 사용자의 스테이터스가 30 씩 증가합니다.
3. S급, 정복자의 광폭 : 모든 스 테이터스의 합이 700 이상인 적을 상대 시 사용자의 스테이터스가 30 씩 증가합니다.
4. S급, 가이사의 축복 : 모든 스 테이터스가 30씩 상승합니다.
SS급으로 성장한 수투의 정보를 확인한서준의 입꼬리가 하늘로 치 솟았다.
‘예상보다 더 대단하네.’
봉인이 풀린 것이 아니라 파편을 흡수한 것이었으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특수 효과가 강화된 것은 아 니었지만 그를 대체하고도 남을 만 한 아주 유용한 효과가 생겼다.
자그마치 모든 스테이터스 30 상 승, 레벨 업으로 치면 10계단이나
올려야 도달 가능한 수치였다.
점점 더 요구 경험치가 많아져 가는 레벨 업의 특성상, 스텟이 상 승되는 효과는 항상 옳았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였지 만, 일본에서 얻은 성과들은 수투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스테이터스]
이름 : 한서준
레벨 : 84
보유 내공 : 821
힘 : 348, 민첩 : 347, 체력 :
348
눈앞에 띄워진 초록빛 홀로그램 창을 바라보는 서준의 입가에 흐뭇 한 미소가 흘렀다.
‘미쳤어.’
히로아키와 그를 따르던 각성자, 암부들 그리고 시련의 산의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경험치와 공청석유 로 만든 환단의 섭취, 정복왕의 수 투 진화와 같은 과실들이 다 더해 지니, 엄청난 스텟의 상승이 이루 어졌다.
특히나 내공 수치는 엄청난 성장
을 보이고 있었다.
‘조화경 상급 수준에 달할 정도 로 강해졌어.’
이제부터가 진정한 천마, 한서준 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각성자들 사이에서 천 외천이라고 불리는 크라운즈 나이 트들도 이제는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물론, 아무런 근거 없는 허세 따 위가 아니었다.
‘나의 무공을 펼칠 수 있어.’
오랜 시간 계승되느라 훼손되고 본래의 힘을 잃은 천마의 무공이
아닌, 마선 한서준이 만든 무공들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의 숫 자가 극히 적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직접 창안해 낸 무공의 위력은 선대 천마들의 것과 비교를 불허했 기 때문이다.
괄목할 성장을 이뤄 냈다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천 년의 시간 동안 쌓아 온 지식과 경험들이 있 어.’
천 년에 달하는 많은 경험, 훌륭 한 무공들을 알고 있는 만큼 조화 경의 경지에 있었지만, 중원 대륙 때의 조화경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같은 조화경의 경지와 싸운다면 승리를 논하는 수준이 아니라, 절 대로 지지 않을 거야.’
당장도 엄청났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눈여겨볼 점은 이 성장이 일 주일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이뤄 낸 성과라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미친 듯한 성장 속도 였다.
‘이 정도의 성장세라면 아마 한 달 안에……
화경에서도 정상, 혹은 현경의 초입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였 다.
서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 났다.
쿠 쿵!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가파른 성 장세에 설렘과 벅참이 밀려와 심장 박동이 가빠진다.
무인으로서 상식을 초월할 정도 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서준은 개인의 성장만으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생활도 이뤄 낼 거야.’
욕심쟁이라고 헐뜯어도 좋았다.
천 년에 달하는 고생을 해 온 만 큼 그 대가를 얻고자 하는 건 당연 한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확인해 봐야 할 것이 있었다.
서준은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다음 날, 강남에 위치한 60층에 달하는 한성 그룹 사옥.
그 빌딩의 최상층에 도착하자 경 호가 웃는 얼굴로 마중 나왔다.
“형님 여깁니다!”
“오랜만이다.”
평소처럼 가벼이 손을 흔들며 인 사를 나누려 했는데, 경호가 들어 올린 손을 덥석 잡는다.
“형님!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징그럽게 왜 이래.”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치는 서준 의 모습에 경호가 풀이 죽은 반려 견처럼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보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했을 뿐인데 너무하십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경호는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고된 훈련을 시켰으니 나를 싫어할 법도 한데.’
성장과 수련을 위해서라지만 정 말로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대부분 학을 떼거나 수련을 시켜
주는 이를 싫어하거나 심할 경우 증오하는 이도 존재했다.
교관, 스승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게 사람 마음이었고, 서준도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호는 오히려 찐득하게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부정적인 것보단 좋았기 에 딱히 싫지는 않았다.
“그래, 나도 보고 싶었다.”
“빈말인 거는 티가 조금 나지만 말뿐이라도 감사합니다!”
항시 무언가에 쫓기고 초조해하
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어느 정도 생겼는지, 농담 을 내뱉는다.
경호의 긍정적인 변화에서준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흐른다.
“그것보다 서연이는 얼마나 성장 했어?”
비록 겉으로 표현을 하지는 못했 지만 사실, 어제 가족들의 불로장 생을 계획했을 때부터 계속 궁금했 던 것이었다.
직접 물어보는 가장 타른 방.법이 있긴 했지만, 서연이 환단 섭취 이 후 어제는 공부하느라 방에서 나오
지 않았고, 아침에는 곧장 학원에 시험 보러 간 상태였기에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모의고사 날 문자로 얼 마만큼 각성자, 무인으로서 성장했 는지 물어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히 일본으로 가기 전 부터 서연의 수련을 부탁했기에 경 호가 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흘 전까진 제가 제자리에서 상대할 수 있었습니다만, 이틀 전 부터는 양손 양발을 전부 사용해 움직여야 했으니 아마 B급에서도 중위권 이상으로 유추됩니다.”
“B급 수준이라고?”
“직접 스텟을 물어보거나 측정기 로 확인한 것이 아닌지라 정확하다 고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정말 낮 게 잡아도 최소 B급은 될 겁니다.”
“맙소사.”
경호가 말하는 기준도 심지어 이 틀 전의 이야기였다.
어제 공청 석유를 섭취하여 스텟 이 상승한 만큼 더욱더 강력해졌을 것이었다.
휘둥그레진 서준의 눈동자를 바 라보던 경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 말이 영 신뢰가 안 가신다 면…… 이따가 서연이랑 같이 게이 트 하나 공략하기로 했는데 혹시 형님께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같 이 가시겠습니까?”
경호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이유가 없 었다.
최대의 목표, 가족의 불로장생을 위해서라도 집안의 무골 내력, 재 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아볼 필요 가 있었다.
“그래, 같이 가 보자.”
흔쾌히 고개를 주억이며 동의하
는 서준의 모습에, 경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냥할 게이 트 하나와 이동 수단을 준비해 두 겠습니다!”
은평구에 위치한 B급 게이트.
붉은 빛을 토해내던 입구가 일그 러지는가 싶더니, 안에서 세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서연의 모의고사가 끝나는 대로 곧장 게이 트 공략을 했고, 게이트가 소멸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클리어하 고 나온 것이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덕분에 오 랜만에 정말 즐겁게 사냥했습니 다!”
“완전 재미있었어!”
경호와 서연이 함박웃음을 지은 채로 보람차 했지만, 서준의 입가 에 걸린 미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이야!’
입장 전부터 서연의 몸에서 뿜어 져 나오는 기세가 있던 탓에 과연 경호가 했던 말이 완벽한 진실임을 단박에 알아챘고 그것만으로도 상 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실제로 서연이 사냥하는 모습은 기세의 활약을 보여 주었다.
‘집안의 재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나.’
한석훈, 양정화 두 부모님도 쉽 게 무공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꿈에 그리던 목표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레 서준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둘 다 정말 고생 많았어.”
이렇게 단기간에 재능의 정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만큼 눈에 띄 는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은 상당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옆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경 호와 서연, 두 사람 다 일본에 가 있던 동안 둘이 제법 피나는 사냥 과 수련을 해 왔을 것임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서준은 두 사람의
노고를 단순히 말로만 치하하지 않 았다.
“경호는 내가 가르쳐 준 보법과 권법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수련하 다 보면 더 높은 경지로 갈 수 있 을 거야.”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서연이 너는……
말끝을 흐리는 서준의 모습에서 연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이제부터는 혼자 게이트 다녀도 되는 거 맞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C급 이상 으로는 가지 마.”
“알겠어! 그건 약속할게!”
혼자서 게이트를 갈 수 있게 됐 다는 것이 그렇게도 좋은지, 서연 이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좋아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서준이나 경호가 장난 섞인 농담이라도 던졌을 법했지만, 지금은 둘 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물론, 경쾌한 반응을 보이지 못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경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불 쾌감이 잔뜩 배어 있는 말을 홀렸 다.
“너무 노골적이네요.”
아까부터 끈적끈적한 시선을 대 놓고 보내오며 계속 주변을 미행하 고 있었지만, 딱히 위협적이지 않 아서 그냥 무시해 주니 점점 더 거 리를 좁혀 오며 노골적으로 접근을 해 오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사생활을 감시당하는 것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나한테 용건이 있는 거면 그냥 나와서 말해.”
말을 끝맺기 무섭게, 하얀색 무 복을 입은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
다.
그 중심에서 있던, 흰 수염이 길게 늘어진 노인이 입을 열었다.
“각성자, 한서준 맞나?”
대답을 해 주지 않았지만, 아까 전부터 계속 뒤를 밟아 왔던 이들 인 만큼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반갑군. 나는 구룡문(九龍門)의 백룡(白龍), 구옹(九쓰)이라고 한 다.”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건네 오 는 노인, 구옹의 모습에 경호의 눈 이 휘둥그레졌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