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59화 (59/517)

- 3권 14화

64화

현재까지 밝혀진 시련의 산의 과 제는 총 후각, 촉각, 청각, 시각의 네 가지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진 행 방식은 감각들을 교란, 제한받 은 상태로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를 처치해 가며 산을 등반하는 것으로 굉장히 단순했다.

그러나 그 난도는 전혀 단순하다 고 볼 수 없었다.

“으읍.”

단순한 후각의 교란이 아니었다.

콧속 깊이 지독하고 끔찍한 악취 가 파고 들어왔다.

어찌나 역겨운지 냄새만으로도 머리는 곧 쓰러질 듯 어지러웠고, 속이 뒤집어졌다.

심지어 시련의 산이 내주는 과제 는 이 악취를 견디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 지독한 냄새를 참아 가며 몬 스터를 처치해 등반해야 하는 것이 었다.

꾸룩, 꾸루룩.

애써 코를 파고드는 지독한 냄새 를 무시해 가며, 소리가 들려온 곳 으로 고개를 돌리자 B급 몬스터 고 블린 라이더들이 먼지구름을 만들 며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 어왔다.

“괜히 시련의 산이 아니네.”

계속해서 코를 찌르는 이 지독한 악취는 전투에서 크나큰 제약을 만 들어 낼 것이다.

호흡,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미 세하지만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들은 상대방 의 호흡을 읽고 그 조그만 틈을 파

고들어 종국에는 적의 목숨을 앗아 낸다.

지금처럼 지독한 악취가 계속 코 를 찌르게 되면 숨을 제대로 쉬는 것이 힘들었고, 당연히 호흡과 호 흡 사이의 간극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그마한 틈에서 그치지 않고 충 분히 적에게 기회를 내줄 수 있을 만큼 길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치명적인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 된다는 것과도 같았지만, 서준의 입가에 피어난 여유로운 미소는 가 시질 않고 있었다.

‘숨이야 조금 참으면 그만이지.’

중원 대륙의 패권(額權)을 쥐고 벌어진 싸움에서 천마신교, 아니 서준은 수십, 아니 수백에 달하는 문파와 무림맹의 인산인해(人山人 海)를 이루는 무인들을 상대로 전 쟁을 벌였었다.

압도적인 수적 열세 때문에서준 은 항시 전투를 벌일 때마다 적게 는 수십, 많게는 수백에 달하는 고 수들의 공세를 견뎌 내야만 했다.

말 그대로 숨 한 번 내쉬기 힘들 정도로 고된 전장을 헤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고

종국에는 승리를 쟁취해 내었다. 고작 몇 숨 못 내쉰다고 흐트러지 거나 약점을 보일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굳이 호흡을 고를 필요도 없어 보였다.

서준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 가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쓱 훑어본다.

고블린 라이더들의 체형, 속도, 움직임을 세세하게 파악한서준이 고개를 주억인다.

“한 방이면 족하겠네.”

자세를 다잡은 서준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뻗는다. 어느새 그의 손

바닥 위에는 시커먼 검은 강기가 회전해 가며 구체의 모양을 잡아 가고 있었다.

처음 좁쌀만 했던 강기의 구슬은 서서히 규모를 키워 가더니 끝내는 성인 남성의 손바닥만 한 크기가 되었다.

서준이 강기가 어린 손바닥을 어 깨 위로 들어 올리자 강기의 구슬 이 출렁거리면서 공중으로 높게 떠 오른다.

강기의 구슬이 하늘 높이 떠오르 는 순간, 서준이 주먹을 꽉 쥐었다.

“파천수라공, 절초, 묵륜창파(墨

命滑波)

띵-!

[SSS급 무공, 파천수라공을 익혔 습니다!]

파바밧-!

구체로 뭉쳐 있던 힘, 강기의 칼 날들이 사방으로 뿜어진다.

그 크기는 그야말로 바늘, 얇고 가는 하나의 침(針)에 불과했으나 그 파괴력까지 별 볼 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강기의 바늘은 닿는 것을 모조리 꿰뚫고 파괴해 내는 막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내공을 다루는 서준의 능 력은 어떤 고수도 혀를 내두를 정 도로 정교했다.

정교한 강기의 소나기가 정확하게 몬스터들의 심장 혹은 머리와 같은 급소들을 꿰뚫어 내고 있었다.

쉬식- 쉭.

맹렬히 달려오던 고블린 라이더 무리가 머리를 바닥에 처박으며 고 꾸라진다.

[B등급 몬스터 고블린 라이더 무 리를 성공적으로 처치해 내셨습니 다.]

[축하드립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77로 상승하 였습니다.]

“쉽네.”

여유로운 미소를 흘린 서준은 산 의 정상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디뎠 다.

중간중간 숨을 들이쉴 때마다 지 독한 악취가 속을 뒤집어 놓는 것 이 흠이었지만 앞길을 막는 몬스터

가 존재치 않았다.

그렇게 서준은 아무런 방해를 받 지 않고 고작 30분에 달하는 시간 만에 무사히 첫 번째 시련을 극복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련 정복을 완료했습 니다. 정복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 니다.]

[하산 시, 대량의 경험치를 보상 으로 얻어 갈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시련을 받으시겠습니 까?]

서준이 고개를 주억이자 기다렸 다는 듯이 초록빛 홀로그램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가이사의 두 번째 시련이 시작 됩니다!]

[대상 ‘한서준’의 후각이 교란, 촉각이 제한됩니다.]

메시지 창이 눈앞에 떠오르는 순 간, 앞으로 내딛는 발에 아무런 느 낌이 들지 않았다.

동시에 산에서 전보다 많은 몬스

터들이 쇄도해 오기 시작했다.

첫 시련보다 눈에 띄게 많아진 몬스터, 그리고 여전히 코를 찌르 는 악취와 사라져 버린 촉각까지.

어째서 세계 각성자 협회가 시련 의 산에 대한 입장 제한을 S급 각 성자로 정해 뒀는지 알 수 있는 순 간이었다.

서준이 뒷머리를 긁적인다.

“확실히 어색하긴 하네.”

지금이야 어색함에서 그칠 수 있 을 것이다.

하지만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들 과 전투를 시작하게 된다면 이야기

가 달라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촉각이 제한될 경우 몬스터를 상대할 때 발이 엉켜 쓰 러지거나 과도하게 힘을 주어 균형 을 잃게 되거나 혹은 너무 약하게 가격하여 몬스터가 죽지 않는 등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었다.

물론, 서준은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천 년에 달하는 오랜 시간 동안 수련을 해 오고, 전투를 해 온 만 큼 굳이 촉각으로 느끼지 않더라도 몸이 완벽히 기억하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다만.”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흘렀 다.

“너무 쉽잖아.”

어느새 서준의 신형은 쇄도해 오 는 몬스터 무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깔린 밤, 골목길.

검은 정장을 입은 성인 남성들이 골목길에 우두커니 섰다.

“서로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습니까?”

경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눈앞에서 진득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경찬과 경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네가 우리 밥줄을 끊었으 니 원인은 너한테 있는 거지.”

“한성 그룹의 경영권을 쥐고 있 는 네가 우리가 맡은 물류 계열의 대부분이 일본 기업과 밀접했다는 걸 몰랐다고 할 셈이냐?”

솔직히 말하자면 경호는 정말 몰 랐다.

하지만 알았다 할지라도 거래를 지속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기존에도 일본을 그리 좋은 파트 너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감히 형님을 해코지하기 까지 하다니……

경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물론, 단순히 감정에 치우친 판 단이 아니라 사업가로서도 숙고하 고 내린 결정이었다.

‘형님과 척을 지고 살아남을 리 없지.’

어떠한 형태로든 일본은 파멸을 맞이할 것이었다.

서준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경 찬과 경훈이 크나큰 벽처럼 느껴졌 었는데, 이제 와 보니 흐름도 읽지 못하는 쭉정이들이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현실에 경호 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 라서야……. 이러니 형님들께서 한 참 먼저 기반을 다져 놓고도 저에 게 계승권을 뺏겨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거 아닙니까?”

노골적인 비난을 넘어 역린을 건 드린 경호의 말에 경찬과 경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주변에서 오냐오냐해 주니까 세 상이 다 내 편 같고 뭐든 뜻대로 될 것 같은가 본데, 그거 크나큰 착각이야.”

경찬과 경훈, 두 형제도 경호가 제법 실력이 좋은 각성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아무런 대책 없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비상금이든, 비자금이든 차출할 수 있는 돈은 모조리 털어 B급 각

성자, 빌런 여덟을 고용해 내어 만 반의 준비를 갖춰 왔다.

아무리 경호가 강해졌다 할지라 도 B급 각성자 여덟을 모두 감당해 내기는 버거울 것이었다.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싶으면 말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경찬의 날이 선 협박에, 경호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혈육인 나를 죽이려고?”

“지금처럼 계속 땟뻣하게 나온다 면 못할 것도 없지.”

경찬이 손짓을 하자 여덟의 빌런 이 노골적인 살기를 뿌리며 거리를

좁혀 왔다.

그들을 바라보는 경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흘렀다.

“천륜을 먼저 등진 것은 너희들 이야.”

경호의 발이 땅을 박차며 움직이 자, 경찬이 황급히 소리를 내질렀 다.

“죽여!”

여덟에 달하는 빌런이 시야를 가 득 메우며 기세 좋게 달려들었지만, 그 어떠한 공격도 경호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마권경.”

그에 비해서 경호는 주먹을 한 번씩 내뻗을 때마다 빌런들이 횐자 위를 드러내며 기절하고 있었다.

경호의 공격에 추풍낙엽처럼 쓰 러져 가는 빌런들의 모습에 형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형제가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경호는 그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도 서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꾸 준히 수련, 사냥을 해 왔다.

덕분에 준수한 A급 각성자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 었다.

고작 B급으로 구성된 파티가 그 를 당해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경호는 형들이 지금처 럼 간사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 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버려 둔 것 이었다.

“앞부분에 저를 협박하던 영상은 잘 찍어 두셨죠?”

경호가 허공을 보며 말한 것 같 았지만, 어둠 속에서 경호의 비서 이자 한성 그룹이 운영하는 길드의

부길드장인 문하림이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하게 녹화해 두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길드장님. 이로써 완 벽하게 한성 그룹을 계승하시게 되 겠군요.”

경호가 수련으로 A급을 달성한 상당한 강자였기에 쉽게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지 널브러진 B급 빌런 들도 제법 이름이 있는 놈들이었다.

이런 빌런들의 손을 빌렸으니 형 제의 운명은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형제도 그 사실을 아는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었다.

“내, 내가 정신이 나갔다. 어? 경 호야 한 번만 이 형 좀 살려 줘 라……! 우리 형제잖냐!”

“경호야, 나, 나는 맏형이 하라는 대로 따른 거밖에 없다, 응?”

당연하지만 경호는 형들에게 자 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이 비극을 자초한 건 형들이야.’

대화나 협상과 같은 평화로운 방 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아니, 셋째 누나인 효선처럼 그 간 쌓아 놓은 재산으로도 조용하고

평화로이 지내는 길도 있었을 것이 다.

그저 과거의 영광, 욕심에 눈이 멀어 선을 넘어 버린 것이며 이제 는 스스로가 벌인 일에 대한 대가 를 받아야 할 때일 뿐이었다.

경호는 차가운 눈을 유지한 채 고개를 돌렸다.

“그럼 뒤처리 좀 부탁드릴게요.”

꿈에 그리던 한성 그룹의 계승이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기쁨이나 환호와 같은 감 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무미건조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허망할 것이라 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토록 바라던 왕좌와도 같은 자 리였으나, 희열도, 피가 끓어오르는 감정도 없었다.

도대체 이 무슨 허망한 과정이란 말인가.

‘차라리 어제 서연이랑 게이트를 공략하던 게 훨씬 재미있고 즐거웠 어.’

피는 속일 수 없는지 서준의 동 생인 서연도 게이트 공략에 있어서 는 상식을 벗어난 속도로 공략을 진행했다.

물론, 서준에 비한다면 한참이나 부족한 수준이었다.

“하아......

생각이 닿자 오늘따라 서준과 사 냥했을 때 느꼈던 성취가, 고됨 속 에 피어나는 참된 행복들이 사무치 게 그리워졌다.

자연스레 경호의 고개가 서준이 있을 방향인 일본 쪽으로 돌아갔다.

‘형님…… 보고 싶습니다.’

시야 너머를 바라보는 경호의 얼굴에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