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13화
63화
도쿄 한복판에서 벌어진 야습 사 건, 평범한 시민이 당했어도 대문 짝만 하게 뉴스와 기사에 실릴 법 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대상이 현재 제일 뜨 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서준이기까지 했다.
쉴 새 없이 기사들이 쏟아져 나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각성자 한서준, 히로아키가 이끈 각성자 집단에게 야간 습격을 당하 다!]
[‘은혜는 복수’로? 도를 넘어선 일본 각성자 협회장의 파렴치한 행 각]
[한국 각성자 총협회, 이번 사건 에 대해 강한 유감…… 차마 좌시 할 수 없는 범국가 반인류적 행위]
S급 각성자, 그것도 일본 각성자 협회장이라는 히로아키가 전치 20 주가 넘는 부상을 입어 병원 신세 를 지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와 협
회 측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침묵에서 그칠 수 없어 외 무대신, 시게미치와 각성자 협회장 인 히로아키를 축출하는 것으로 꼬 리 자르기에 급급했다.
[일본 정부, 강한 사죄 의사 표 명, ‘세계 각성자 협회에 신병을 인 도해 강력히 처벌하고 한국과 한서준 각성자에게 피해 수준에 맞는 배상을 하겠다’고 약속]
일본 정부가 보일 수 있는 가장 신속한 처신을 보였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맹렬한 비판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크나큰 비판을 받으 며 국가 이미지, 신뢰도에 지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L 스피드 런에서 세계기록 탈환 당했다고 죽이려 든 거야? 정말 역 하네.
느그러면 그렇지. 음흉한 속내를 드디어 드러냈구만. 저런 국가에 이제 뭘 더 바라겠어?
L 히로아키, 그에게 제일 실망했 어. 그는 나의 롤 모델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그런데 뭐? 습격 같은 비겁한 행동을 해?
L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름 있 는 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오너가 이번 일에 정말 실망한 거 같더군. 이제부터 일본과의 모든 거래를 끊 겠다고 한 걸 보면 말이야.
'내가 다니는 회사도 일본 쪽 각성자들에게 경비를 맡기고 있었 는데 이번에 사장님이 많이 화나셨 는지 계약을 모두 파기하겠다더라.
L그 정도는 약과지. 한성 그룹 은 아예 일본과의 모든 거래를 중 단 한다던데.
L뭐, 지금은 너도나도 그런 추 세지.
L 이번 사건으로 일본이 경제적 으로 타격 좀 입겠는데.
L자업자득이지 뭐.
스마트폰으로 기사와 그 댓글들을 확인하던 스칼렛은 고개를 들어 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쓸 만한 사람, 아니 친구지?”
지금 당장 쏟아지고 있는 기사들 과 참담한 반응의 댓글은 부정할
수 없었기에, 서준도 고개를 주억 였다.
“그렇긴 하네.”
일이 이토록 쉽게 소식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스칼렛의 덕이 컸 다.
그녀는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히로 아키가 서준을 기습한 이후부터 영 상을 녹화해 두었다.
덕분에 앞서 보았다시피 일본은 곧장 꼬리를 내리고 항복을 선언하 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친구가 되는 게 끝이야?”
스칼렛은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 며 서준의 눈치를 살폈다.
계속해서 의문을 표하고 있었지만 스칼렛의 입장에서는 서준과의 친분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다.
‘친구 사이가 되면 자주 만날 수 있는 명분이 생기지.’
자연스레 서준에 대한 정보를 수 집하고, 스칼렛이 바라던 마나 운 용법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이것이 그녀가 바라는 전 부는 아니었다.
눈치를 살피고 있던 스칼렛이 조 심스레 입술을 달싹였다.
“……사실 조금 더 있긴 한데 들 어 줄 수 있을까?”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 다.
‘그럼 그렇지.’
스칼렛의 증언과 증거 덕분에서준이 일본으로부터 얻은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서약과 500억의 배상 금이었다.
돈이 곧 행복은 아니었지만 많으 면 많을수록 편리하고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일본 정부로부터 받아
낸 500억이라는 금액이면 가족들과 평온한 삶이 아닌, 부유하고 풍족 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물론, 도를 넘어선 행위, 위협이 었던 만큼 말뿐인 서약과 이런 푼 돈을 받고서 합의를 해 준 것이 아 니었다.
마지막으로 서준은 일본이 시련 의 산을 영토에 가지고 있다는 이 유로 세계 각성자 협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3년에 한 번씩 누릴 수 있는 혜택, 시련의 산 특별 입 장 권한을 양도받았다.
‘더 이상 귀찮은 시험들을 치르
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거지.’
일본으로부터 받아 낸 맹약, 배 상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래 목표 였던 시련의 산의 입장 권한까지 이토록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고는 추가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것 이 더 이상했다.
결단을 내린 서준이 고개를 주억 이며 입을 열었다.
“뭔데? 무리한 거 아니라면 들어 줄게.”
스칼렛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말?”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말해.”
스칼렛은 황급히 마나를 흩뿌려 아공간을 불러오더니, 그 안에서 종이를 한 뭉치 꺼내 왔다.
“나랑 거래해 주라.”
“거래?”
“미리 말하지만 절대 강요는 아 니야. 그냥 고려해 줬으면…… 하 는 바람이지 뭐.”
서준의 고개가 갸우뚱 젖혀져 가 는 모습에 스칼렛은 손에 쥐고 있 는 종이 뭉치를 앞뒤로 혼들며 설 명을 시작했다.
“네가 시련의 산을 보다 편안하게 등반할 수 있도록 그동안 내가 모아 놓은 시련의 산에서 주어지는 과제, 시련에 대한 정보들을 제공 해 줄게.”
당연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시련을 받는 것과 사전에 알고 대 비를 하며 받는 것은 당연히 두 차 이가 극명할 것이었다.
사전에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시련의 산을 등반해야 하는 서준의 입장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 한 이야기였지만, 한 가지 의문점 이 존재했다.
스칼렛이 취해 가는 이득이 존재 치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이유 없는 호의 는 없는 법이었다.
자연스레 서준의 눈매가 가늘어 졌다.
“그렇게 해서 네가 얻는 건 뭔 데?”
“시련의 산의 마지막 시험, 게이 트의 핵에 대한 정보를 나에게 제 공해 줘.”
마법사란 족속들은 그 누구보다 도 지식을 탐하고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시련의 산은 보 물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게이트로 분류되었지만 시련의 산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현재 세계 제일이라 불리는 카일 크리스토퍼를 포함하여 아직 그 누 구도 시련의 산의 마지막 시험, 과 제를 클리어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 었다.
달리 말하자면 시련의 산의 마지 막 시험 그리고 게이트의 핵을 마 주하게 될 자는 단 한 명이라는 것 이었다.
그리고 스칼렛은 어젯밤, 서준의 무위를 봄으로써 확신을 가지게 되 었다.
‘한서준이라면 마지막 시련의 산 을 전부 등반해 낼 거야.’
기존의 황홀할 정도의 마나 운용 은 말할 것도 없었고, 히로아키를 가볍게 압도해 버릴 파괴력마저 갖 추고 있었다.
스칼렛의 숙원이자 베일에 가려 져 있던 시련의 산의 비밀을 풀어 헤쳐 줄 수 있는, 둘도 없는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물론, 마법사가 아닌 서준에게
지식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봤자 납득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 했다.
“그게 끝이야?”
서준은 여전히 날카로운 눈매로 스칼렛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녀 는 그 시선을 응시하며 차분히 이 야기를 시작했다.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마 법사들은 지식을 탐하며 연구하는 자고 지금 나는 수련법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야. 그리고 시련의 산에서 나온 애들은 하나같이 다 강해 졌어.”
시련의 산을 등반했던 각성자는 단순한 스테이터스 상승, 즉 레벨, 영약의 섭취가 아닌 사람이 한층 더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 자체가 강해졌다는 말이었다.
“한계점이 존재하는 레벨과 스테 이터스가 아닌, 인간 자체가 강해 질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이건 각성자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한 거 지.”
그러나 시련의 산에 입장할 수 있는 각성자는 극히 적은 소수의 인원뿐이었다.
탐이 난다고 해서 시련의 산을 등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인간 자체가 강해질 수 있는 시련의 산과 같은 과제가 주 어지는 수련 공간을 내가 직접 만 들어 내려고 하거든.”
고개를 주억여 가며 경청하고 있 는 서준의 모습을 흘끗 쳐다본 스 칼렛은 계속해서 뒷말을 이어 갔다.
“문제는 이게 아직 가설에 불과 한 이야기라는 거야. 안전 문제니 뭐니 하는 걸로 높은 분들이 허락 을 안 해 주고, 그리고 솔직히 말 하자면 나도 불안한 게 사실이거든.
이걸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시련의 산을 정복하고 산, 핵이 가지고 있 는 비밀을 알아내서 이론적으로 연 구, 검증을 해낼 생각이야.”
그렇기에 스칼렛에게 시련의 산 을 클리어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한서준이라는 존재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가늘고 날카로웠던 서준의 눈매 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확실히 스칼렛의 입장에서도 거 래를 제안할 만한 가치가 있네.’
경험치, 영약과 같은 특별한 보 상은 없다지만 정말로 감각이 날카
로워지며 인간 자체가 강해질 수 있다면 거액의 돈을 지불하더라도 스칼렛이 만든 시련의 산에 입장하 려는 각성자들이 줄을 설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세계적으로 내로라하 는 유명 길드뿐만 아니라 미국, 중 국과 같은 강대국들도 스칼렛을 스 카우트하기 위해서 혈안이 될 것이 었다.
부와 명성, 그리고 권력까지도 단박에 쥘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스칼렛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모 든 의문점이 해소되었다.
서준이 고개를 주억이며 손을 내 밀었다.
“좋아, 거래할게.”
스칼렛은 입가에 피식 미소 흘리 며 서준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친구.”
다음 날, 시련의 산 입구.
시련의 산은 특이한 공략 방식만 큼이나 입구도 특이했다.
여태 붉은 빛을 내뿜던 게이트들 과는 달리, 회색 빛을 내뿜으면서 그 음산함을 풍기고 있었다.
서준이 그 입구를 바라본 채로 서 있은 지 1분쯤 되자, 일본 각성 자 협회의 직원이 부리나케 달려와 말을 건네 왔다.
“한서준 각성자님 신원 확인 완 료됐습니다. 지금 바로 입장하셔도 됩니다.”
직원의 말을 확인하기 무섭게 옆
에서 있던 스칼렛과 안채형이 마 중해 주었다.
“응원할게, 잘 갔다 와.”
“저번보다 더 귀한 샴페인을 구 해 놓겠습니다.”
협회 직원이 신원을 체크하는 사 이,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 가며 모든 준비를 끝마친 서준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갔다 올게.”
서준이 격려하는 두 사람의 눈동 자를 옹시하고는 피식- 미소를 홀 린 후 시련의 산 내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곧 주변의 기운이 크게 엉켜지기 를 반복하다 이내, 공간이 변하였 다.
자욱한 안개가 서준의 시야에 가 득 찼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 개였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아니, 어제 스칼렛이 제공해 주 었던 정보와 완벽히 일치하고 있었 기에 오히려 서준의 입가에는 여유 로운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되겠네.’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에 초 록빛 홀로그램의 메시지 창이 떠올
랐다.
[가이사의 첫 번째 시련이 시작 됩니다!]
[대상 ‘한서준’의 후각이 교란됩 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