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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57화 (57/517)

- 3권 12화

62화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크라운즈 나이트인 뇌황, 엔라이 를 상대할 때도 이 정도의 벽을 느 끼지는 않았었다.

거대한 벽, 한서준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짧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에도 힘들게 키워 낸 암부들이 쓰 러져 나갔고, 처음 열에 달하던 암 부들은 이제는 단 셋밖에 남아 있

지 않았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이제는 적 응할 법도 한데 비루한 눈동자는 아직도 한서준의 움직임을 좇아가 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 하하......

히로아키가 넋두리와 같은 헛웃 음을 홀리고 있던 찰나였다.

“뭐 해? 정신 안 차려?”

서준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황급 히 정신을 차린 히로아키가 팔을 엑스 자로 교차시킨 후 마나를 덧 씌우며 방어에 나섰다.

허나, 서준이 내지르는 주먹은

권강, 강기가 담긴 주먹이었다.

강기는 오롯이 강기로만 막아 낼 수 있었다.

지금 히로아키의 행동은 전부 부 질없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히로아키가 팔에 불어 넣은 마나 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간다.

“끄윽-!”

생애 처음 느껴 보는 아찔한 고 통과 함께 두 팔의 감각이 사라진 다.

전투라고는 단 한 번의 공방을 주고받은 것이 전부였지만, 히로아 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절대 이길 수 없어.’

지금 한서준은 크라운즈 나이트, 아니 그 이상의 존재였다.

절대 좁힐 수 없는 격차가 벌어 져 있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한서준의 무위를 목도 하고 나자 알 수 있었다.

‘잘못 건드렸어.’

일본 정부와 협회는 과욕에 눈이 멀어서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를 건드려 버렸다.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후회가 밀 물처럼 밀려왔지만 너무 때늦은 후

회였다.

어느새, 회색빛 기운이 둘러진 서준의 손이 그의 아랫배를 향해 쇄도해 오고 있었다.

팔을 움직여 발악이라도 하고 싶 었지만 감각이 사라진 몸뚱이는 주 인의 말을 따라 주지 않았다.

“끄으읍!!”

아랫배에서 밀려오는 아득한 고 통, 그것이 히로아키가 맨정신으로 느낄 수 있었던 마지막 감각이었다.

*

흰자위를 드러낸 채로 바닥에 고 꾸라지고 있는 히로아키의 모습에 세 명의 암부들의 동공이 지진이라 도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말도 안 돼.”

“괴, 괴물……

암부는 일본 각성자 협회장 직할 부서인 탓에 그와 관련한 교육은 전부 히로아키의 휘하에서 이루어 졌다.

그렇기에 암부들은 히로아키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러너라는 별칭에 가려 그 강함이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 교 육과정에서 직접 히로아키와 맞붙 은 자들은 그가 어떻게 크라운즈 나이트라는 천외천의 존재에 이름 을 올릴 수 있었는지 체감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 다.

그런 히로아키가 제대로 된 반 격, 아니 발악조차 해 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만큼, 굳이 싸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히로아키조차 감당하지 못했던 자신들이 한서준을 상대로 승리를 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준을 바라보는 암부들의 눈동 자에 공포심이 차오르며 전투 의지 가 완전히 상실되었다.

‘절대 못 이겨.’

‘승산이 없다.’

마음속에서 자리를 벗어나야 한 다고, 도망쳐야 한다고 본능이 소 리치고 있었지만 암부들 중 그 누 구도 발을 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서 어디로 도 망을 친단 말인가?

한서준을 잡기 위해 펼친 퍼펙트 큐브라는 덫이 제 목을 조여 오고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이곳에 남아 있자니 서준의 공격을 맞고 아직까지도 괴로 움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히로아키, 암부들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히고 있었다.

암부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내리깔린다.

‘끝이다.’

도망을 치지도 그렇다고 이곳에 남아 있지도 못하는 상황에 암부들 이 어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절망 에 빠져 있던 찰나였다.

치지직-!

갑작스레 흘러나오는 귀를 찢는 듯한 소리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렸 다.

그 시선의 끝에는 찢어진 결계 사이로, 찬란한 금발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스 칼렛 아이비슨의 모습이 비친다.

“ 뭐야?”

평소라면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황하거나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 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저 괴물 같은 한서준에게서 도망 칠 방도가 생긴 것이었다.

암부들의 눈에 희망이 깃들었다.

‘스칼렛이라면 활로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물론, 스칼렛 혼자서 한서준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 전 보여 주었던 능 력으로 결계만 해제해 준다면, 적 어도 도망을 칠 수 있는 여건이 만

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한서준 각성자가 협회장님을 공 격하고 저희를 위협하고 있습니 다.”

아주 뻔뻔한 거짓말이었지만, 바 닥에 널브러져 있는 히로아키의 모 습 덕분에 충분히 스칼렛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무슨 소리야?”

고개를 젖히는 스칼렛의 모습에 암부들은 목숨을 건 혼신의 연기를 펼쳐 내었다.

“저희는 그저 대화를 하러 왔을

뿐인데 한서준 각성자가 다짜고짜 저희를 결계에 가두고 공격을 해 왔습니다.”

“이 친구 말대로입니다! 갑자기 한서준 각성자가 저희를 공격해 왔 습니다!”

목숨을 걸고 펼치는 혼신의 연 기, 주변의 상황까지 암부들은 당 연히 스칼렛이 홀라당 속아 넘어올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스칼렛은 암부들이 예상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 이고 있었다.

“아까부터 자꾸 뭔 개소리야? 퍼

펙트 큐브 내에서 벌어진 일을 내 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암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직접 입으로 듣고 나자 기억의 편린이 머릿속에 번뜩- 스 쳐 지나갔다.

일전에 일본에 퍼펙트 큐브를 판 매했던 이가 스칼렛이었다.

퍼펙트 큐브 내의 공간은 스칼렛 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연하지만, 자신이 만들어 낸 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스칼렛이 모 를 리가 만무했다.

히로아키가 호텔에 투숙 중인 S

급 각성자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기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 기에 벌인 실수였다.

스칼렛이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로 암부들을 한껏 째려본다.

“하아…… 모자란 것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스칼렛 의 눈동자에 진한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원래 위기의 순간에 멋지게 등 장하려 했는데.’

퍼펙트 큐브 내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만큼 본래 서준이 위기에 빠 진 순간 멋지게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 환심을 사기 위하여 바깥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론상으로는 실로 완벽한 계획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서준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거였다.

‘아니, 강한 수준이 아니라 정말 말도 안 될 정도의 괴물이야.’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제대로 된 전투준비를 마치기도 전 에 히로아키와 그를 따르는 각성자 들을 모두 제압해 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아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서 허겁지겁 나타나긴 했다만……

평소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 갔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런 수확 없이 물러날 수는 없었다.

‘일단은 최대한 밝.게.’

스칼렛은 환한 미소와 함께 서준 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헤실, 웃으며 인사를 건네 오는 스칼렛과, 고개를 젖히고 있는 서준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다.

대답은커녕 굳은 표정으로 바라 만 보고 있는 한서준의 모습에 스 칼렛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초면이라도 인사 정도는 받아 줄 줄 알았는데, 낯을 많이 가리나 보네.”

최대한 밝은 분위기로 인사를 건 넸으나, 애석하게도 서준의 반응은 겨울장의 얼음만큼 시리고 차가웠 다.

“용건이 뭐야?”

인사 대신 날아온 서준의 날이 선 질문에, 스칼렛은 검지로 머리 카락을 배배 꼬아 가며 잠시 고민 을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으음…… 일단은 도와주려고?”

“누구를?”

“당연히 너를.”

대답을 마친 스칼렛의 입가에 씨 익- 미소가 흐른다.

“물론, 상황을 보아하니 도움은 크게 안 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는 게 좋잖

아? 내가 저것들 다 치워 놓을 테 니 뒤에서 편히 쉬고 있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은 채 로, 가슴을 두어 번 두드린 스칼렛 은 당당한 걸음으로 암부들을 향해 걸어갔다.

말뿐인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스칼렛의 기의 순환과 운용법은 제법 훌륭한 경지의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오브젝트.”

평평했던 바닥이 갑자기 치솟아 암부들을 덮쳤고, 바닥에서부터 일 어난 바람이 모래 폭풍을 만들어

낸다.

잔잔했던 황무지가 순식간에 지 옥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며 남은 세 명의 암부들을 휩쓸었다.

“ 어때?”

스칼렛은 입가에 방금까지 엄청 난 일을 저지른 것치곤 상큼한 미 소를 떠올린 채로 은근 기대하듯 묻고 있었지만, 서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도와줄 필요는 없었는데.”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일곱 명의 암부와 히로아키를 제압해 낸

위용을 본 만큼 차마 부정을 할 수 없었다.

“그, 그래도 한국엔 백지장도 맞 들면 낫다는 속담도 있잖아.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 상세하게 증인을 해 줄 사람 하나 있으면 좋 지 않을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굳이 손을 쓰지 않고 일을 해결 할 수 있으면 좋았고, 특히나 이후 에 벌어질 여파들을 생각하면 스칼 렛이라는 S급 각성자, 영국을 등에 업는다면 조금 더 편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준이 이유 없이 스칼렛 을 매정하게 대한 것이 아니었다.

스칼렛을 응시하고 있는 서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너무 의심스러워.’

처음 스칼렛이 등장했을 때 일본 인들의 반응으로 보아서 그녀가 히 로아키와 한패가 아니라는 것은 충 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완전한 우군이냐고 물어 본다면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자고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었다.

“난 이유 없는 호의는 믿지 않 아.”

중원 대륙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간 군상을 상대해 오며 얻은 삶의 지혜, 진리와도 같 은 말이었다.

무조건적인 호의는 세상에 존재 치 않았고 그 정의나 협을 수호한 다던 문파, 무림맹조차도 집단 혹 은 개인적인 이득과 야심이 있기에 정의를 외치는 것이었다.

하물며 S둥급 각성자들은 대부분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인 스칼렛이 아

무런 이유 없이 이런 호의를 보여 줄 리가 없었다.

스칼렛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피 어난다.

“당연히 이유 없는 호의는 아니 지.”

“그럼 뭘 바라는 건데?”

가늘어진 서준의 눈동자를 응시 하던 스칼렛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친구 하자.”

“뭐라고?”

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갑작스레 등장해서 도움을 주고 요청한다는 것이 고작 ‘친구’를 하 자는 것이었다.

순간, 귀를 의심하며 반문을 내 뱉었지만 스칼렛은 그 질문에 쐐기 를 박아 넣고 있었다.

“나랑 친구 하자고.”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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