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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51화 (51/517)

— 3권 6화

56화

딸칵-

차량에서 내리는 서준의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아주 뻔한 함정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네.’

선인(善人)은 될 수 없지만 해결 할 수 있는 눈앞의 불행을 그냥 두 고 넘어갈 악인(惡人)도 되지 못했

다.

그나마 다행히 과거, 아니 불과 몇 주 전이라면 하나하나 직접 손 을 써야 했겠지만 지금의 서준이라 면 이야기가 달랐다.

‘천마군림보, 천마여래.’

본디 천마군림보는 존재감, 위압 감을 키워 내고 그를 활용하는 무 공인 만큼 힘의 차가 크면 클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서준과 늪지대 트 롤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 (天地差異) 였다.

체내의 내공이 발끝으로 응집되

며, 모든 것을 굴복시킨 천마, 패왕 의 기운이 어렸다.

쾅-!

일본, 나리타시의 도로 위에서 천마의 군림이 이루어졌다.

서준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모 든 것을 발아래 두었던 위압감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 걸음에 담긴 위압감은 늪지대 트롤들의 전신을 짓누른다.

혼란을 만들어 내던 트롤들은 숨 죽은 것처럼 고개를 조아렸다.

크어억-!

트롤들이 발악하며 억지로 몸을 치켜세우려 했지만 헛된 발버둥에 불과했다.

“죽어.”

마지막 발걸음이 완성된 순간,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 나가며 가장 선두에서 있는 트롤들의 육체가 터져 나가며 곤죽이 되었다.

삽시간에 일대에 있던 모든 트롤 들이 형태를 잃고 으스러졌다.

[축하드립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기로 상승하 였습니다.]

[성장 재능이 초월적인 존재입니 다. 모든 스테이터스 +3]

기분 좋은 알림 창이었지만, 아 쉽게도 지금 서준의 화는 이러한 메시지로 진압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준의 날카로운 눈매가 조수석 에 정신을 잃은 채로 기절해 있는 미치오에게로 향했다.

거듭 말하지만 서준은 눈앞의 불 행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있는 악인 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놓고 흉계를 꾸미고 염

탐을 하려는 적에게 용서와 자비를 베풀 선인도 아니었다.

아니, 과거 중원을 발아래 두었 던 천마시절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 려 적들에게는 악마, 야차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서준은 손을 뻗어 조수석에 죽은 듯이 기절해 있는 미치오의 멱살을 낚아챈다.

쨍그랑-!

유리 파편들과 함께 미치오의 신 형이 도로 위를 나뒹굴었다.

“ o o 으.”

---—I .

그래도 미치오는 제법 고등급의

각성자인지 제대로 힘을 싣지 않았 다지만 정면에서 주먹을 맞고도 금 세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직접 깨울 필요는 없어서 편하 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미치오는 방금 전,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지 서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 자 황급히 엉덩이를 끌며 몸을 뒤 로 내빼고 있었다.

“너, 너 이러고도 무사할 수 있 을 것 같아?!”

이곳은 한국이 아닌 일본의 땅이 었고 자고로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이었다. 외국인, 한서준보다는 내국 인, 미치오를 더 보호해 줄 것이었다.

하물며 미치오는 일본 협회 소속 의 A급 각성자, 고위 공무원이었다.

아무리 S급 각성자라 할지라도 함부로 손찌검을 할 수 없는 사람 이라는 말이었다.

“네놈 때문에 한국은 공식적으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거다!”

미치오가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 르며 위협을 가했지만, 서준은 전

혀 움츠러드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월월, 개소리는 끝났지?”

서준은 천마에 오르기 전까지 수 많은 암투를 벌여 온 존재였다.

당연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미치오를 공격한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 어떠한 목적으로 이러한 행각을 벌이고 있을지 이미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 아니지 각성자 협회 에서 시킨 일이려나?”

세계 어느 나라든 게이트 입구에 는 뛰쳐나온 몬스터를 처리하거나 최소한 발을 묶을 수 있는 군인, 각성자들을 항시 배치해야 하는 것 이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백주 대낮의 도로 위에 B 급 몬스터, 늪지대 트롤이 넘어오 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리가 없 었다.

하물며, 시련의 산 초청장으로 인하여 S급 각성자들이 모여드는 이 시점에 말이다.

이건 정부, 혹은 그에 준하는 협 회와 같은 정부 기관의 협조 없이

는 벌일 수 없는 일이었다.

정곡을 찔렀는지 미치오의 몸이 일순간 들썩거렸지만, 이내 전처럼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무슨 헛소리를!”

서준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내 힘을 알아보기 위해 온 거 알고 있으니 시치미 떼지 마.”

“말도 안 되는 헛소리……

미치오가 전처럼 소리를 내지르 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말을 끝맺 지 못했다.

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 은 아우라, 위압감이 전신을 옭아 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서준의 눈동자가 미치오 를 응시한다.

“이다음은 없을 거다. 마지막으로 묻지. 일본 정부, 협회 어느 쪽 이지?”

미치오는 써드 아이라는 정보 수 집과 주변 탐색에 능한 스킬을 가 진 만큼 일본 정부, 협회 밑에서 갖가지 더러운 일을 도맡아서 처리 해 왔고, 더러운 일을 한 만큼 빌 런들과도 수없이 접촉을 했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서준과 같은 눈동자를 가진 이가 내 뱉는 말은 허세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다음번에는 죽는다.’

미치오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 진실을 터놓는 것뿐이었다.

“저, 저는 그저 일본 정부와 협 회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 다.”

“정말? 그 말 책임질 수 있는 거 겠지?”

서준의 서슬 퍼런 말에, 미치오 는 황급히 뒷말을 이어 갔다.

“당, 당연합니다! 한서준 님께서 근래 차현성을 일격에 쓰러뜨린 후 우리 일본 정부와 협회에서 위협을 느낀 겁니다. 그래서 시련의 산의 마지막 시험에서 확실하게 떨어뜨 리기 위하여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써드 아이를 가진 저를 안내인으로 배정하여 게 이트를 고의적으로 방치하여 트롤 들을 도로 위에 풀어놓아 정보를 캐내려 한 것도 전부 정부와 협회 의 짓입니다!”

표정과 말투, 무엇보다도 천마신 공의 기운을 뿜어내며 압박을 하고 있는 만큼 지금 미치오가 내뱉는

이야기가 거짓말일 리는 없었다.

실제로도 미치오는 공포에 사로 잡혀서 묻지도 않은 것까지 전부 술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 다! 이 계획에 관여한 자는 전부 외무대신과 일본 각성자 협회장을 주축으로 한 보수파의..

본능적인 생존 갈구, 살기 위한 발악을 하는 것인지 미치오의 입은 한시도 멈추질 않았다.

물론, 내뱉는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정보들뿐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한 가지는 확실

해졌어.’

방금 전, 미치오가 왜 그렇게까 지 노골적으로 선을 넘었는지 알 수 있었다.

S급 각성자는 정말 상식 밖의 힘 을 가졌고,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이 들인 만큼 모두가 조심스럽게 대해 야 하는 존재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 하물며 눈앞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을 넘는다면 S급 각 성자의 화를 피하기가 힘들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 협회라는 뒷배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아무리 괴팍한 성격을 가진 S 급 각성자라 할지라도 정부와 협회 를 뒷배로 둔 본인을 쉽사리 건드 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확실히 상대가 상대인 만큼 지 금 미치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S 급 각성자라 할지라도 잠시 화를 가라앉히고 정부와 협회를 상대로 정식적으로 항의하는 수순을 밟았 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대상이 좋지 못 했다.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홀

렀다.

‘사람 잘못 봤어.’

넓디넓은 중원 전체를 발아래 두 었던 적이 있는 서준에게 고작 이 따위 섬나라가 무서울 리가 만무했 다.

서준의 손이 빛살과 같이 움직인 다.

“우선 이건 너의 하찮은 욕망 때 문에 일생일대의 공포를 느껴야 했 던 사람들의 몫이다.”

콰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미치 오의 팔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였다.

“끄아악!”

꺾인 팔에서부터 생애 처음 겪어 보는 아찔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건 눈앞에서 자식을 잃을 뻔 했던 어머니의 마음의 대가다.”

서준은 어느새 높게 치켜들어 올 린 다리를 강하게 아래로 내려찍었다.

콰직-!

“끄아악!!”

다리뼈가 조각조각 부서지며 근 육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온다.

유리 조각들이 다리를 찌르는 듯

한,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죽음을 목도하고 있는 듯한 기분 이 들었지만, 가장 절망적인 것은 아직 서준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았 다는 것이었다.

서준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네가 나에게 보인 무례에 대한 형벌이다.”

회색빛 기운이 일렁거리는 손 너 머에서준의 비릿한 미소가 비친다.

‘괴, 괴물……

일본은 지금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를 건드려 버렸다.

당장이라도 정부와 협회에 이 사 실을 알려야 했지만 애석하게도 이 를 알릴 방법이 없었다.

서준의 오른손이 미치오의 아랫 배를 향해 내뻗어졌다.

“끄으읍!”

미치오의 입에서는 새하얀 거품 이 솟구치며, 몸이 경련을 일으켰 다.

이내, 눈이 새하얗게 뒤집어진 미치오가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렸 다.

일본 각성자 협회, 협회장실.

내부에서는 외무대신, 시게미치 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었다.

“자그마치 A급 각성자가 전치 30주의 상처를 입었다고? 이건 우 리 일본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이 자 외교 결례입니다!”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미치오는

평범한 A급 각성자도 아니었다.

미치오는 써드 아이 스킬로 정보 수집, 첩보 활동뿐만 아니라 기밀 감청, 납치 등 갖가지 더러운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본 정부와 협회 의 아주 귀중한 인적자원이었다.

“맞습니다, 세계적으로 이 파렴 치한 이야기를 알려서 정식적으로 한국에 사과와 배상을 받아 내야 합니다!”

다른 관료들도 얼굴이 시뻘게져 서 의견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각성자 협회장, 히 로아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

며 부정을 표했다.

“저도 외무대신님처럼 피가 거꾸 로 솟는 것 같고 화가 치밀어 오르 고 있지만 사과와 배상을 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한껏 고양된 분위기에 초를 치는 말에 시선이 일제히 히로아키에게 로 쏠렸다.

이렇게 시선이 쏟아지기를 기다 렸다는 듯이 히로아키가 곧장 입을 열었다.

“협회 측에서 조사해 본 결과 미 치오 그 녀석이 우리에 관련된 정 보들을 모두 얘기한 것 같더군요.”

관료들의 표정에 살짝 그늘이 졌 지만, 의견을 꺾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너무 과한 처사이지 않습니까.”

“A급 각성자가 마나를 완전히 못 쓰게 되지 않았습니까. 아니 완 전히 정신이 나가 버려서는 하루 종일 혼잣말을 내뱉으며 넋을 놓고 있단 말입니다!”

관료들이 현 상황에 대해서 낱낱 이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협회장은 여전히 고개를 내젓는다.

“증거가 있습니까? 한서준이라는 이가 미치오의 마나를 없애고 반폐

인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증거 말입 니다.”

각성자 중에 죽거나 불구가 된 이가 있어도 이렇게 마나가 완전히 사라지고 정신이 무너진 것은 처음 있는 상황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한서준이 미치오 의 마나를 제거해 버렸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본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재판 이라면 모를까, s급 각성자가 연관 된 만큼 분명, 세계 각성자 협회에서도 개입을 해 올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귀빈이라 볼 수 있는 타국의 S 급 각성자를 초청해 놓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도로 한복판 위에 트롤을 풀어놓았다, 그것도 자국민 들이 위험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에 불쾌감을 느낀 한서준과 미치오가 싸움을 벌 이게 된 것으로 이야기가 나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당연하지만, 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내에서도 비난들이 쏟아 질 것이었다.

서준을 압박하기는커녕 도리어 역풍을 맞게 된다는 말이었다.

정곡을 찌르는 히로아키의 말에 관료들은 표정을 굳힌 채 입을 꾹-다물 수밖에 없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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