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4화
54화
일심본각은 절초라 불리는 만큼 앞서 사용했던 천마의 무공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위력을 가진 무공 이었다.
당연하지만 뛰어난 무공일수록 그를 펼쳐 내기 위한 많은 조건을 갖춰야 했다.
우선 뛰어난 육체 그리고 막대한 양의 내공 소모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은 내공, 천마의 기운들을 자유자 재로 다뤄 내야 했다.
난폭하기 그지없는 패왕의 힘을 완벽하게 다뤄 낸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천마에 즉위한 이들 중 절초를 펼칠 수 있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 도의 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선의 자리에까지 올랐 던 서준에게는 문제가 되지 못했 다.
실제로도 한계점에 임박할 정도 로 많은 내공이 손바닥에 모여 있
었지만 평화로운 호숫가처럼 잔잔 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의도한 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여 주는 천마의 기운에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띵-!
[SS급 스킬, 파천수라장의 성취 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달했습니 다!]
[SS급 무공 파천수라장이 진화합 니다.]
[축하합니다! 파천수라장이 SSS 급 무공으로 등급 향상되었습니다!]
[SSS급 무공, 파천수라장을 익혔 습니다!]
‘파천수라장 절초, 일심본각(一心 本覺).’
어느덧 손바닥에 모여 있던 잔잔 한 물결과도 같던 기운들이 전부 차현성의 갑주 속으로 홀러 들어갔 다.
“이따위 공격 간지럽지도 않다!”
차현성이 귀가 아릴 정도로 소리 를 치며 발을 앞으로 내뻗으려 했 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서 차현성 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선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멈춰지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차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내리깔 더니, 시선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옮겼다.
외관상 아무런 피해도 없는 듯했 다.
그러나 차현성의 두 눈은 지진이 라도 난 것처럼 동요하고 있었다.
“그래도 감은 제법 있네.”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 른다.
애초에 일심본각의 진의는 본질 을 꿰뚫고, 내면을 파괴하는 힘으로서 내가중수법의 결정체였다.
쉽게 말하자면, 제아무리 외공을 연마하고, 내장을 보호할 방법을 연구했다 할지라도 막아 낼 수 없 는 무공이라는 말이었다.
잔잔한 물결이라고 생각했던 기 운들은 갑주를 파고들기 무섭게 매 섭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쩌저적-!
서준이 흘려 낸 잔잔한 물결과도
같은 기운의 본질은 천지를 집어삼 키는 마(魔), 천마의 힘이었다.
그저 서준이 자유자재로 기운을 통제하고 있었기에 잔잔한 물결과 도 같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기운은 방금 전 서준 의 손을 떠남으로써 제어를 벗어났 고, 이제는 본질에 충실하게 되었다.
“조금 많이 아플 건데, 잘 참아 봐.”
서준이 말을 끝맺는 순간,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천마의 기운은 그간 억눌러 두었던 본능을 마음껏
표출해 가며 미친 듯이 날뛰고 파 괴를 시작한다.
잔잔한 물결이라고 느껴졌던 힘 이 어느새 파도, 아니 거대한 해일 이 되어 몰아쳤다.
제아무리 용린금어개갑이라 해도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해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서준의 손이 닿았던 가슴팍, 용 린금어개갑의 중심에 소용돌이가 그려지며 거대한 회오리의 형상이 일어난다.
콰지직-!
견고했던 용린금어개갑이 서서히
형체를 잃어 가며 일그러진다.
“아…… 안 돼!”
차현성이 다급히 손을 내뻗으며 제지하려 했지만 늦은 발악에 불과 했다.
콰과광-!
회오리를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 이 몰려온다.
차현성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며, 종국에는 결계가 쳐진 경기장의 끝 까지 밀려났다.
자랑하던 용린금어개갑은 이미 넝마가 되어 형태를 알아볼 수도 없었다.
갑주의 파손은 빙산의 일각에 불 과한 것이었다.
본디 일심본각은 내부를 파괴하 는 기술. 내장 기관들이 완전히 제 기능을 잃고 파괴되었다.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며, 입으로 는 검은 피가 핏물이 개방된 수도 꼭지처럼 터져 나왔다.
“커홉......
넝마와 다를 바 없는 차현성을 향해 서준이 천천히 다가왔다.
서준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차 현성의 마음속에 있는 공포감이 서 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위, 위험하다.’
생각해 보면 팔이나 다리를 분지 르겠다는 겁박을 줄 때도 한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당시에는 주제를 모르는 놈의 오 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돌 이켜 보니 그런 허세 따위가 아니 었다.
‘괴…… 괴물.’
한서준은 정말로 괴물 같은 힘을 가진 존재였다.
흔하게 널린 말뿐인 각성자들 따 위가 아니었다.
현실, 한서준이라는 각성자를 제 대로 직시하게 되자 욕심에 눈이 멀었던 어두컴컴했던 시야가 트인 다.
자연스레 지금 자신을 직시하고 다가오고 있는 한서준의 눈빛이 차 갑기 그지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맹수, 그것도 먹이사슬의 정점, 왕이라 불릴 존재가 그에게 다가오 고 있었다.
‘죽, 죽는다.’
본능이 알려 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었다.
“오…… 오지 마! 다가오지 말라 고!”
실색한 차현성이 황급히 마나를 전개하며 금린용어개갑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큰 내상을 입어 엉망진창이 된 몸은 의지대로 마나 를 전개하지 못하게 했다.
오히려 반작용의 여파로 입에서 피 분수가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
“커헙......!”
그사이 어느새 서준이 지척에 닿 았다.
이제 차현성이 고를 수 있는 선 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잘,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 은 살려 주세요!”
차현성은 남은 자존심마저 내팽 개쳤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이 발이 되도 록 빌면서 그저 살기를 바랄 뿐이 었다.
그러나 서준의 눈에서린 냉기는 가시지 않았다.
“제…… 제발.”
서준은 자비를 구하고 있는 차현 성의 귓가에 대고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이지, 너도 알고 있던 거잖아.”
입꼬리가 비틀린 서준의 모습이 차현성에게는 지옥의 야차(夜:义)로 느껴졌다.
본능적인 공포심이 전신을 옭아 맸다.
‘죽는다.’
생존 본능이 일어난 차현성이 황
급히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서준의 손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퍼억-!
회색빛 기운이 서린 서준의 팔이 차현성의 아랫배를 가격했다.
극도의 무력감과 함께, 생애 처 음 겪어 보는 강렬한 고통이 전신 을 휘감았다.
“끄아악-!”
비명을 토하던 차현성은 얼마 가 지 못하고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렸 다.
세계가 주목했던 S급 각성자, 한서준과 차현성의 승부가 끝이 났 다.
대결 자체는 정말 허무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여태 있었던 s급 각성자들의 대 결이 물과 불이 춤을 추고 각기 화 려한 스킬이 난무했던 파괴의 현장
이었던 것을 비교하면 허무하단 말 이 정말 알맞았다.
단 두 번의 손짓.
아니, 한 번은 그저 손가락을 대 고 툭 건드렸올 뿐이니 사실상 일 격에 승부가 결판이 난 셈이었다.
그 일격에 금강(金剛)이라고 불 린 차현성이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L라이브 봤냐? 와...... 말이 안 나오더라. 진짜 압도적으로 차현성 을 발라 버리던데?
L그거 봐준 거 아니냐? 같은 한 국인 체면 챙겨 준 거 아냐? 그렇
지 않고서야 이 결과는 납득이 안 간다니까 글쎄.
L야이 씨, 너는 그 마지막에 무 릎을 꿇고 빌 때의 표정이 연기로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냐? 애 초에 차현성이 시련의 산 입장권으로 오브젝션을 건 건데 봐줄 이유 가 전혀 없지.
L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단 두 방, 아니 한 방에 s급 각성자가 무 너져? 그게 말이 되냐?
L나도 아직도 안 믿겨
모두들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두 눈으로 각인한 탓에 더 이상 서준 의 실력에 대해서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L나는 아직 꿈을 꾸는 거 같다 니깐. 결과만 놓고 보면 한서준 걔 는 진짜 S급이지. S급 중의 드급.
L리얼. 그냥 S급이란 말도 부족 하지.
L화면으로 보는데도 포스가 장 난 아니던데 어우 씨, 잘못 건드렸 다간 리얼로 주옥 되겠더라.
서준이 처음 바랐던 대로 압도적 능력을 보여 줌으로써 무뢰배들에 게 확실히 경고를 준 효과를 봤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나도 확실해 서 본인이 의도했던 것 이상의 효 과가 나타날 정도였다.
[돌연 나타난 혜성, s급 각성자 한서준의 등장…… 크라운즈 나이 트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까?]
크라운즈 나이트XCrowns Knight). 세계 제일이라는 카일 크리스토
퍼를 제외하고 정점이라 불리는 s 급 각성자 중에서도 딱 아홉만 선 발된다는 랭커들을 일컬었다.
쉽게 말하자면, 하늘 위의 하늘 이라 불리는 천외천(天外天)의 존재들이 었다.
그 존재의 명단에 한서준이 언급 되고 있었다.
같은 s급인 차현성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 준 만큼 서준이 언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도 했다.
물론, 언급이 되었다고 그 명단 에 올랐다는 것은 아니었다.
L에이, 차현성이 아무리 X밥처 럼 발렸어도 크라운즈 나이트는 선 넘은 거지.
Lox, 크라운즈 나이트랑 비빌 건 아니지.
L뭔 X소리임, 한서준이면 쌉 가 능하지.
L얘는 크라운즈 나이트가 무슨 동네 향우회인 줄 아네.
L너야말로 한서준이 2개월 만에 지금 위치에 오른 건 알고 있는 거 지?
L2개월 만에 S급에?
L정확히는 한 달 조금 넘은 수 준이지.
2개월은 세계 제일이라 불리는 카일 크리스토퍼의 기록조차 압도 적으로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뒤로 더 이상 서준의 자격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댓글 이 존재할 수는 없었다.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탓이었다.
정말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서
준이 성장을 마치게 될 때는 크라 운즈 나이트가 아니라 세계 전체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고 말이다.
서준은 차현성과의 대결을 압도 적인 차이로 승리해 크라운즈 나이 트라는 직위가 언급될 정도로 엄청 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서준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자그마치 100억, 이번 스포츠 배 팅을 통해 얻은 돈이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던 서준 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었다.
100억에 달하는 거금을 어떻게 운용할까 잠시 고민을 했었지만 그 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자고로 집이 든든해야 삶의 질도 따라서 높아지는 법이었다.
그렇기에서준은 과감하게 방향 을 부동산 쪽으로 틀었다.
“진짜 여기가 우리 집이야?”
서연은 는.이 휘둥그레져서 집 안 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서준은 이번에 스포츠 배팅으로 획득한 돈을 이용하여 저번에 골랐 던 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80억대 의 펜트하우스를 구매한 것이었다.
상상도 못 했던 천문학적인 금액 만큼이나 집의 위치, 구조, 전망 모 든 것들이 완벽했다.
서울에서 가장 교통권이 좋다는 위치에, 평수는 100평대. 과장 좀 보태자면 거실에서 축구 경기를 해 도 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시원한 한강 뷰가 훤히 들어왔다.
단지 내에 조성되어 있는 잡화 점, 카페는 물론이고 독서실, 수영 장, 쇼핑 시설들까지 전부 입점해 있었다.
어딜 가지 않아도 주거 공간 안 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정 도였다.
정말 꿈에서만 그릴 수 있었던
바로 그런 집이었다.
부모님도 현실 같지 않은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나 참, 이게 허……
“아, 아들 정말 여기가 우리 집 맞니? 그거 아니냐? 몰래카메라인 가 그거?”
꿈과 같은 일에 부모님의 표정이 넋이 나간 듯했다.
서준은 부모님의 마음이 조금이 라도 진정될 있도록 아주 자근자근 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이제부터 는 정말 행복뿐이라고. 여기 우리
집 맞으니까 편하게 있으셔도 돼 요.”
꿈과 같은 일에 부모님의 표정이 넋이 나간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의 충격에 불 과했다.
본디 부모 된 이의 가장 큰 기쁨 은 자식의 성공이었다.
근데 서준은 그걸 보란 듯이 보 여 준 것이다.
“아들이 정말 샀단 말이지? 이 집을?”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장하다 장해.”
부모님의 입가에서 미소가 가시 질 않았다.
그 행복 넘치는 웃음에서준의 입가에도 절로 환한 미소가 흘렀 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