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2화
52화
서준은 B급 게이트 하나를 1시 간이 채 되지 않아서 공략할 수 있 었지만, 서울시에 발발한 B급 게이 트의 숫자가 한정적이라 성장의 한 계치가 명확히 존재했다.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일 주일이란 시간 동안 서울시에 생성 되는 B급 게이트를 홀로 모조리 공 략한 덕에 성장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자그마치 오십억을 벌었어.’
B급 게이트 매수 비용으로 가지 고 있던 재산을 모두 지출했었지만, 수호자들로부터 하나당 이억에서 삼억 원을 호가하는 B급 마정석을 열일곱 개나 얻을 수 있었던 덕이 었다.
마정석 판매에 대해서도 강석호 가 발 벗고 힘을 써 준 덕분에 사 대 길드에 준하는 세금 감면 혜택 을 얻을 수 있었다.
자금 면에서 이렇게 엄청난 수확 을 거둬 냈지만, 진정한 성과는 따 로 있었다.
서준은 옆에 띄워 놓은 초록빛
홀로그램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스테이터스]
이름 : 한서준
레벨 : 70
보유 내공 : 520
힘 : 261, 민첩 : 260, 체력 : 261
선수 대기실에 비치된 의자에 앉 아 있는 서준의 입가에 흐뭇한 미 소가 홀렀다.
‘10계단, 모든 스텟 30이 상승하 다니.’
무인으로 치자면 초절정 중에서 도 정상, 가진 지식과 경험을 활용 한다면 조화경을 감히 넘볼 만한 수준에 도달해 냈다.
뒤로 갈수록 다음 경지를 가로막 는 벽의 두께가 두꺼워지는 만큼 가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성장이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서준은 자신했다.
‘이번 대련에 변수는 없어.’
승리는 확정이라고 말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차현성을 쓰러 뜨리고 무뢰배들에게 경고를 전달 할까만 생각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걱정을 완전 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석호의 요청으로 일일 매니저 역으로서 온 안채형이 대기실 한편 에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공개 방 송 일정을 취소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죠.”
많은 이목이 쏠린 만큼 합법적인 스포츠 배팅 시스템도 고개를 내밀 고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여론이 반반으로 나뉘었지만, 자산, 돈이 걸린 만큼 많은 이들이 오랜 경험, 경력이 있 는 차현성의 손을 들고 있었다.
덕분에서준의 배당률은 차현성 의 두 배에 달했다.
그리고 서준은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넘길 바보가 아니었다.
스스로의 승리에 전 재산 오십억 을 투자한 것이다.
이번 승부에서 이긴다면 한 번에
백억이라는 상상치도 못해 본 거금 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이 정도라면 더 이상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집안의 빚을 갚고 가족과 평온한 삶을 살기에 부족하지는 않은 액수 였다.
오늘로서 드디어 귀환 당시 다짐 했던 것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서준의 입가에 환한 미소 가 흘렀다.
“자신 있으니까, 괜한 걱정 하실 거 없습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그 서준이 자
신감 넘치는 말투로 말을 갈무리하 고 있었다.
이미 서준이 일으킨 기적과 같은 일을 많이 봐 온 만큼 더 이상의 의심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안채형이 묵묵히 고개를 주억이 고 있던 순간이었다.
밖에서 스태프의 다급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차현성 각성자님 쪽에서준비를 마치셨다고 하는데 한서준 각성자 님도 준비되셨나요?”
“네, 지금 나가겠습니다.”
서준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갔다 올게요.”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안채형의 배웅을 받은 서준은 곧 장 대기실의 문을 박차고 나갔다.
일자로 길게 뻗은 복도를 걸어가 자 그 끝에서 경기장 내부를 환하게 비추는 조명이 설치된 원형의 경기장이 보였다.
S급 각성자들의 대련인 만큼 안 전상의 문제로 관중들은 없었지만, 주변에서 내부를 촬영하고 있는 수 십 대의 무인 카메라들이 복도를 빠져나오기 무섭게 얼굴을 잡아내
기 바빴다.
한편으론 과분한 대우라고 느끼 면서도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치솟으려 했다.
‘나, 이렇게 관심에 고팠었나?’
생각해 보면 정체를 숨기면서 돈 을 모을 방법도 있는 것이 사실이 었지만, 그 방법 대신 대놓고 스스 로 이슈가 됐다는 점을 떠올려 보 면 조금은 끼가 있다는 것을 부정 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본인의 성향을 자각했다는 것 따위가 아니
었다.
어느덧 경기장 위로 올라선 서준 의 눈앞에는 차현성의 신형이 보이 고 있었다.
“한서준?”
“첫 만남이네요. S급 각성자 한서준이라고 합니다.”
처음 마주하는 차현성을 향해 서준이 최대한 예의를 차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현성의 대답 에는 날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
“무서워 꼬리를 말고 어디 처박 혀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무대 위 로 올라온 용기 하나는 가상하다고
말해 주지.”
호의는 호의로, 적의는 적의로 받아 주는 것이 신념이었다.
서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뭘 말하고 싶은 거지?”
“괜한 오기 부리지 말고 지금이 라도 항복하고 내려가라. 그렇다면 특별히 나도 더 이상 이번 일은 언 급하지 않을 테니.”
애초에 차현성의 목적은 시련의 산의 입장 권한을 획득하고, 한서준을 꺾었다는 명예를 얻어 내어 신화 길드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있었다.
“음, 나도 사정이란 게 있어서 그건 힘들 것 같은데.”
“애송이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 는 것 같군.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말이야.”
차현성의 목소리가 한겨울의 서 리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니, 차갑다 못해 저릿했다.
그리고 서준은 이 감정을 잘 알 고 있었다.
‘살의.’
차현성은 지금 명백한 살의를 뿜 어내고 있었다.
그 불쾌한 감정에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책임이 뭘 말하는지 궁금하 네.”
“비록 보는 눈이 많아 죽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팔이나 다리 한 쪽은 내놓아야 내 화가 풀릴 거 같 군.”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증 명하기라도 하듯이 동시에, 피부가 아릴 정도로 깊은 살기가 덮쳐 온 다.
그 압박감을 버티고 있는 서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무리 관중석에 다른 사람들이 없고, 카메라도 목소리가 송출되는 것 없이 영상만 보고하고 있다지만 설마, 처음부터 이런 행동을 대담 하게 할 줄은 몰랐네.”
안전 및 형평성을 위하여 관중은 물론, 다른 각성자들도 경기장에 출입을 하지 못했다.
이 안에서 크고작은 사고가 생 길지라도 바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인지 차현성의 입가에는 비 릿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괜한 피를 보기 전에
미리 얘기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 하도록.”
차현성의 말대로 서준은 정말 고 마워 미칠 지경이었다.
괜한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차현성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을 품 고 있었다.
근데 단순한 대련에 다짜고짜 살 의를 뿜어내고 협박을 해 오는 쓰 레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 른다.
“덕분에 양심의 가책 없이 마음 껏 두들겨 팰 수 있겠는데.”
“나를 마음껏 패겠다고……?”
차현성의 미간이 구겨진다.
“동종업계, 아니,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하나 말해 주지. 괜한 아 집 부리지 말고 쓸데없는 그 젊은 패기를 버리는 것이……
“시끄럽고, 꼰대 이야기 들려주 려고 오브젝션을 신청한 거 아니잖 아?”
서준이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 고는 자세를 다잡았다.
그리고 오른팔을 앞으로 빼더니 검지와 엄지를 까닥였다.
“덤벼.”
“마지막 자비마저 걷어차다니 어 리석군.”
딱딱하게 굳어진 서준과 차현성 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그 순간,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땅을 박차며 움직였다.
쌔액-!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둘 다 빛 살처럼 고속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 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S급 각성자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차현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풋내기라고 생각했던 서준의 움 직임은 생각 이상으로 재빨랐다.
백승관도 이 정도 속도는 아니었 을 터였다.
정말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서준의 신형이 지근거리에서 넘실 대고 있었다.
“일단 한 번 죽은 거다.”
언제 공격했는지 보지 못했지만, 서준의 길게 뻗은 손가락이 이마 위에 명중했다.
지금이야, 아무런 힘이 가해지지 않았다지만 급소인 만큼 공격을 명 중시키려 했다면 상처가 결코 가볍 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차현성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폭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이마, 머리에 직격타가 들어왔을 것을 상상하면 일반적이라면 전의 를 잃을 수준의 위협일 것이었다.
그러나 차현성은 이명으로 ‘금강 (金岡U)’이라고 불리는 S급 각성자였 다.
이런 무게 없는 공격이 먹힐 리
없었다.
“날파리가 빠르다고 사람 죽이는 거 봤더냐. 자신감이 너무 과하군.”
“단순 자신감이라 생각하나 봐?”
입가에 피식— 미소를 흘린 차현 성이 두 팔을 넓게 벌렸다.
“그리 자신 있다면 어디 마음껏 공격해 보거라.”
알아서 공격을 맞아 주겠다는데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서준은 곧장 이마에 대고 있는 두 손가락을 앞으로 밀었다.
파앙-!
여유를 보이고 있던 차현성의 표 정이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졌 다.
“대체 어떻게……
차현성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궁 금증을 표했지만, 답을 내놓을 정 신은 없었다.
뇌를 뒤흔드는 충격에 머리가 핑 - 돌았고, 그 여파로 뜨거운 것들 이 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오고 있었다.
이내, 차현성은 허리를 기역 자 로 숙이며 붉은 피를 토해 냈다.
“커헉......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준이 코웃 음을 쳤다.
“그러게, 주제를 알았어야지.”
금강(金岡IJ), 차현성.
어느 정도 활동 경력이 있어 정 보는 사실 거의 공개된 셈이었다.
실제로도 차현성의 정보는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는 것으로 누구라 도 손쉽게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 다.
대련을 준비하고 있던 서준이 이 를 조사해 보지 않았을 리 만무했 다.
그러나 이미 앞서 A급 빌런, 서 강석의 이명도 불괴암(不壞巖)이었 던 만큼 단순히 허울뿐인 명성이라 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처음 마주했을 때 다부진 차현성의 육체는 제법 서준을 놀라 게 하기에 충분했다.
‘확실히 결이 견고한걸.’
차현성의 결들은 극히 작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앞서 맞붙었던 서강석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수준으로 말이다.
정말 금강(金剛)이라 불릴 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금강불괴 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육체를 단련해서 결은 견고할 수 있어도, 내장은 수련할 수 없는 법이지.’
서강석과 싸웠을 때에는 오랜만 에 느낀 고양된 감각이라 비효율적 인 방법을 취했을 뿐이었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이 존재했다.
바로, 겉이 아니라 내장 속을 터 뜨려 안쪽부터 파괴하는 내가중수 법을 기반으로 둔 무공이 그것이었다.
애초에 외, 내부 모두 무너뜨릴 수 없는 완벽한 금강불괴가 존재했 다면 서준도 외공을 익혔을 것이었다.
“어떻게라니? 쳐 보라고 해서 쳤 을 뿐인데.”
허리를 숙인 채로 피를 울컥 쏟 고 있는 차현성에게 서준이 미소를
띤 채로 도발하듯 말했다.
미소에 담긴 노골적인 비웃음에 차현성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과연 생각보다 제법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백승관 이상의 속도에, 그 속도에 가질 수 없을 기이한 공 격 방식까지 과연 인재군.”
다소 충격을 받긴 했지만, 좌절 감을 느낄 정도의 차이는 아니었다.
왕도만을 걸어왔고 왕좌를 논하 는 진정한 S급 각성자.
그것이 바로 차현성이었고, 그의 능력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었다면 감히 금강을 논할 수도 없었을 것
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다를 것이다.”
차현성의 피부 겉면에 단단해 보 이는 강철들이 겹겹이 겹쳐졌다.
이내, 차현성은 완전 철인(鐵人) 이 되었다.
겹겹이 두른 철갑, 방어력은 구 태여 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방금 전과 같은 피부를 뚫고 내장으로 충격을 가하는 공격을 완전히 방지 해 내기에 충분한 방어책이었다.
“어디 한번 그 잘난 기술을 한 번 더 사용해 보거라.”
차현성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 소가 흐르고 있었다. 동시에서준 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흘렀다.
“얼마든지, 근데 이번에는 많이 아플 거니까 정신 꽉 잡아야 할 거 야.”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