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1화
51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차현성의 입에서 의문이 터져 나왔 다.
“철영, 대체 어떻게 놈이 선발될 수 있었던 것이지? 말해 봐라.”
구석 편에서 조용히 차현성의 뒷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황철영이 고 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조사해 본 결과 익스테스트 중 에 블랙 길드장, 백승관을 쓰러뜨
린 것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그게 전부인가?”
“그 외로는 강석호와 조금 친분 이 있는 것이 다였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차현성 이 코웃음을 쳤다.
“하, 어이가 없군.”
같은 S급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 은 것은 아니었다.
정점이라 불리는 각성자들을 모 두 같은 S급으로 묶어 둔 것은 그 저 측정기가 가진 한계일 뿐이었다.
각성자 협회와 협약을 맺고 측정
기를 제작하고 있는 영국의 각성자, 벤자민 스티븐의 합 스텟이 900 후 반대로 등급이 A급밖에 안 되는 것이 그 이유였다.
벤자민이 만든 아티팩트는 총합 스텟을 계산할 수 있지만, 본인 위 의 정확한 스텟을 측정할 수 없었다.
그저 벤자민의 합 스텟이 900 후반대에 달하는 만큼 그를 넘어서 게 되면 S급으로 쳐줄 뿐이었다.
때문에, S급 내에서도 차이가 천 차만별이었다.
“길드를 키운다고 본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 백승관 그 머저리를 상대로 이겼다는 이유로 S등급이 된 지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은 애 송이 놈에게 그런 권한을 줬다고?”
다른 이는 몰라도 강석호는 S급 의 차이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 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한서준을 추천한 것이었다.
분노에 얼굴이 붉어진 차현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당장 협회로 찾아가서 이 번 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도록 하겠다.”
“길드장님의 분한 마음이야 백번 헤아리겠습니다만, 우선 흥분을 가 라앉히시고 조금 진정하는 게 좋다 고 생각합니다.”
황철영이 최대한 자근자근한 말 투로 어르고 있었지만, 차현성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
“지금 시련의 산에 도전할 기회 가 그냥 날아가게 생겼는데 진정?”
일 년에 세 명밖에 입장하지 못 하는 탓에 권한을 받은 이들이 모 두 입장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 내에서 추가적인 시험을 보 고 그를 통하여 최종 입장 인원을
선발했다.
기존의 s급 각성자들도 쉽사리 통과하지 못하는 과제였는데, 이제 갓 S급 각성자가 된 한서준이 그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리가 만무 했다.
황철영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저는 오히려 이번 일이 우리 신 화에게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기회?”
“시련의 산의 권한에 대한 오브 젝션이 있지 않습니까.”
오브젝션, 즉, 이의 신청이었다.
시련의 산에 도전할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시험하는 초 청장은 S급 각성자들이 순번을 대 기하여 가져갈 정도로 귀한 만큼 충돌 사항이 생기면 이의 제기도 가능했다.
소속된 국가 내의 s급 각성자들 의 찬반 투표로 진행될 수도 있었지만, 양측이 동의한다면 공식적으로 1:1 대결로 자격을 증명할 수 있었다.
황철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흘렀다.
“S급이라고 다 같은 S급이 아니 지 않습니까? 특히나 이번에 길드 장님께선 게이트 내에서 극한의 수 련을 거듭하여 금강불괴를 완성하 시지 않았습니까.”
게이트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 룬 차현성은 웬만한 각성자들의 공 격에는 흠집도 나지 않는 그야말로 불괴(不壞)의 몸이 된 것이었다.
한서준이라는 풋내기 S급 각성자 에게 쓰러질 리가 없다는 말이다.
순간, 차현성의 눈이 번뜩- 뜨였 다.
“역시 내가 믿을 건 황철영이 자
네뿐이야.”
차현성의 칭찬에 황철영이 재빨 리 뒷말을 이어 갔다.
“더군다나 한서준은 이슈가 집중 된 인물인 만큼, 그런 이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쥔다면, 한충 더 강해 진 차현성 이름 석 자의 힘을 세상 에 알릴 수 있고, 우리 신화가 환 성의 자리를 노려 볼 수도 있게 되 지 않겠습니까?”
“지금 바로 협회에 공식 서신을 보내라.”
말을 마치는 차현성의 입가에도 황철영이 짓고 있는 것과 같은 비
릿한 미소가 흘렀다.
그날 밤, 차현성이 협회에 오브 젝션을 제기하기 무섭게, 강석호는 곧장 서준에게 연락을 취해서 그 사실을 알렸다.
-괜한 부스럼을 만들어서 죄송합 니다. 제가 잡음이 나지 않게끔 처 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후 사정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 도 없었지만, 세상은 지금 각성자 위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닌 만큼, 차현성이 협회와 한서준 을 상대로 제기한 오브젝션은 뜨거 운 감자로 금방 발전하고 있었다.
덕분에서준도 차현성이 자격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는 소식을 접 한 상태였다.
물론, 서준은 기사를 접한 순간 부터 그에 따른 방안도 모색해 둔 상태였다.
“아닙니다. 차현성의 오브젝션을 수렴해 주셨으면 합니다.”
강석호가 아무리 입김이 세다 할 지라도 21세기에서 완벽히 숨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었다.
오히려 거절하면 더 큰 잡음이 나올 것이란 말이다.
굳이 그런 번거로운 부스럼을 만 들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이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출국 전 방비를 철저하게 할 것 이었지만, 해외, 일본에 나가 있는 동안 혹여나 나쁜 마음을 품은 이 들이 가족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 무뢰배들에게 강렬하게 경
고의 뜻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인 셈 이란 말이다.
“기왕이면 모두가 시청할 수 있 도록, 공식적으로 경기를 잡고 중 계방송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전달되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때문이었는지 강석 호도 흔쾌히 허락했다.
-언제쯤으로 잡으면 되겠습니까?
“일주일 안에 가능할까요?”
다소 무리일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강석호는 호쾌하게 대답했다.
-그럼, 준비해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든든한 말과 함께 강석호가 통화 를 끊으려 했지만 서준이 다급히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대금은 지불하도록 할 테니, 서 울시에 위치한 B급 이상의 게이트 들을 최대한 많이 생성할 수 있을 까요?”
앞서 겨뤄 본 백승관의 실력을 가늠해 봤을 때 지금 상태로도 차 현성이라는 각성자에게 질 것 같지 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오브젝션 대결은 만 에 하나의 생각을 품으려는 이들에 게 확실하게 공포를 심어 주기 위 한 무대였다.
차현성에게는 다소 좋지 못한 일 이었지만, 서준은 압도적인 힘으로 그를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했고, 가장 확실하고 빠 른 방법은 레벨 업 그리고 정복왕 의 수투를 개방하는 것이었다.
우선 정복왕의 수투를 개방하는 방법인 하이 리치 퇴치는 재앙급으로 분류된 몬스터로서 세간에 한
번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존재인 탓에 쉽게 달성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자인 레벨 업은 게이트 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 니었다.
문제는 게이트의 개수였지만, 다 행히도 수화기 너머에서 긍정적인 강석호의 대답이 들려왔다.
-바로 게이트들을 매수해 놓겠습 니다.
*
서준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부국하게 만들 인물이었다.
강석호는 대한민국을 아끼고 애 정하는 만큼 나라를 부국하게 만들 어 줄 서준을 무조건적으로 호의,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 때문인지, 강석호는 단순히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협회장의 권한을 최대한 사용해서 서울시에 발발한 B급 게이트들을 모두 매수 하여 서준에게 넘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스케줄을 관리하고
차량을 대절하여 이동을 책임져 줄 전문 인력까지 붙여 주었다.
“ 하암......
이윤혁, 협회 소속의 직원인 그 가 지금 B급 게이트의 입구에서서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 있는 이유였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윤혁의 부 사수인 최한승이 물었다.
“많이 피곤하시죠? 아, 제가 커 피라도 좀 타 올까요?”
“아이고, 커피는 무슨. 근데 어제 부터 아주 열심히 움직였더니 많이 출출하다 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 점심은 내가 쏜다. 삼겹살집 맛있는 데가 하나 있어 저기에.”
밥, 그것도 고기인 삼겹살을 대 접해 주겠다고 하지만 최한승은 쉽 사리 수락하지 못했다.
“ 괜찮을까요?”
이들은 하기 싫은 업무를 억지로 강요당한 게 아니었다.
개인의 사비를 털어서라도 특별 수당을 챙겨 주겠다는 강석호의 말 에 한서준의 비서를 자처하는 협회 직원들이 줄을 섰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힘겹게 받 아 낸 일인 만큼 잡음이 나온다면
협회 최고 권력자인 강석호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 하는지는 알겠지만, 걱정할 거 없어. 한서준 각성자가 뛰어난 건 협회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 들어간 곳은 자 그마치 B급 게이트인걸.”
이윤혁은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여 협회로 이직을 했을 뿐이지, 일 전에는 B급 각성자로서 대형 길드 인 불새에 속해 있던 인재였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따금씩 B급 게이트를 공략한 경험이 있다 는 말이었다.
“카일 크리스토퍼와 같은 재능이 라 할지라도 최소 6시간은 걸릴 걸.”
실제로도 카일 크리스토퍼도 B급 을 클리어하는 데 6시간은 걸렸으 니 말이다.
이것도 기네스에 등재된 세계기 록인 수준이었다.
때문에 이윤혁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저기 가서 삼겹살 먹고 와도 아무도 뭐라 못 할 테니까, 가자. 나 배고파.”
최한승이 설득당해서 고개를 주
억였다.
“과연…… 한서준 각성자님은 지 금 들어가신 지 50분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 우리가 밥 정돈 먹고 와 도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갔다 오자니까?”
이윤혁이 바로 그거라며 대답을 하는 순간이었다.
게이트의 입구가 별안간 빛나기 시작했다.
동공이 보름달처럼 동그래진 이 윤혁과 최한승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 동시에 얼빠진 소리를 홀렸다.
“어?”
“ 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이윤혁과 최한승은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 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넋이 나간 듯한 두 사람 을 향하여 서준이 걸어오며 말했다.
“핵을 찾아내지 못해서 조금 오 래 기다리게 했네요. 얼른 다음으로 가죠.”
세계기록을 깨 버린, 그것도 누 구도 넘볼 시도조차 할 수 없게 경 신해 버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을 벌여 놓고도 덤덤한 모습을 보
이고 있는 서준의 태도에 두 사람 은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허허.”
새로이 S급 루키로 대두된 한서준과 대한민국 4대 길드 중 하나인 신화를 주도하던 차현성.
대한민국 최정상에 있는 두 각성 자의 대결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YB와 OB의 대결……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 것인가?]
[“구관이 명관” 증명해 보이겠다, 차현성의 당찬 다짐]
[“이례”적이다.....J 한서준, 차기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인가?]
비단 한국의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S급 각성자들의 대결은 흔히 볼
수 없는 만큼, 세계적으로도 이목 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匕누가 이기든 좋으니 눈이 즐거 운 광경을 보여 줬으면 좋겠는걸.
L어느 정도 세계의 자리가 잡히 고 나서 각성자들의 싸움은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재미있겠어!
L내 말이. 올림픽이랑은 비교가 안 된다니까!
그러면서 이목이 집중됨에 따라 자연스레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누가 이길 것 같냐?
L개인적으로는 한서준이 이겼으 면 좋겠다만…….
L나도. 길드와 개인의 이윤을 추구하는 차현성과 달리 한서준은 진정한 각성자, 영웅적인 행보를 보였는걸. 한서준이 이겨야 정의지.
L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S급 이라고 같은 s급이 아니잖아. 한서준이 성장할 시간이 있었을까? 아 마 현실은 조금 냉혹할 듯.
L인정. 더군다나 차현성은 근래
게이트에서 수련까지 하고 왔다는 데, 성장을 좀 하고 적어도 수년 후에 붙었다면 모를까 확실히 지금 은 무리라고 봄.
L그래도 한서준 각성자가 카일 크리스토퍼를 뛰어넘는 재능을 가 지고 있는 만큼 결과를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함.
궁금증이 증폭되어 가던 찰나,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