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10화
35 화
다음 날.
게이트 안으로 발을 내딛자 주변 의 기운들이 크게 엉켜지기를 반복 하다 이내, 시야가 밝아지며 마치 길게 암혹이 뻗어 있는 듯한 동굴 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뒤따라 게이트 내부로 들어온 경 호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터져 나 왔다.
“하아……. 이번에는 동굴형이네
요.”
서준과 경호의 파티는 여태 필드 형만을 공략해 왔지만, 게이트에는 동굴형도 존재했다.
그리고 경호가 한숨을 쉬는 것에서 알 수 있다시피 각성자들에게 필드, 동굴형 중 무엇이 더 공략하 기 까다롭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후 자를 골랐다.
동굴은 제한된 공간인 만큼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웠기에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서준과 경호처럼 날랜 발 놀림, 보법을 써 가며 싸우는 활동
반경이 넓은 각성자의 경우 더 어 려운 법이었다.
“부디 몬스터라도 상대하기 쉬운 개체였으면 좋겠네요.”
오늘, 앞서 공략했던 3개의 C급 게이트 모두 상위 등급의 몬스터들 만 등장한 탓에 공략에 제법 애를 먹어서 체력이 바닥이었다.
거기에 이번엔 지형도 좋지 못하 니 한 가지라도 수월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경호의 희망에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그건 힘들 것 같네.”
서준은 근처에서 빠른 속도로 쇄 도해 오고 있는 기척들을 느꼈다.
고개를 들고 동굴의 내부를 바라 보자 횃불을 든 작은 초록색 생명 체들이 붉은 눈을 빛내며 달려드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쒸익-!
거부감 드는 녹색 빛의 피부와 성인 남성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는 작은 체구를 가진 몬스터.
그 정체는 소설, 영화, 그리고 게 임에서까지 어디든 흔히 등장하는 고블린이 었다.
물론, C급 게이트에서 서식한다
는 말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약 한 고블린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경호가 자세를 다잡으며 마른침 을 꿀꺽- 삼켰다.
“하필 고블린 아머드네요.”
아머드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 다시피 갑옷을 입은 고블린이었다.
C급 게이트에서식하는 몬스터 중에서도 상당히 까다롭다고 알려 진놈 중 하나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 블린 아머드를 수월하게 사냥하기 위해서는 예리한 무기를 가지고 갑 옷의 이음새를 찔러 내야 했기 때
문이었다.
이음새를 찌르기에는 무리가 있 는 권(포), 주먹을 사용하는 서준과 경호와는 좋지 않은 상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불편한 지형과 좋지 않은 상성까 지 그야말로 마지막 게이트로는 최 악인 것이다.
“형님의 사냥에 폐 끼치지 않도 록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거리를 빠르게 좁혀 오고 있는 고블린 아머드 무리를 보며 경호가 언제든지 전투에 돌입할 수 있도록 바짝 신경을 세우고 있었다.
물론, 서준은 눈곱만큼도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입가에서 여유로운 미소 가 흐르고 있었다.
‘이번에도 쉽겠네.’
애초에서준은 저런 고블린 한 트럭이 덤벼들어도 두렵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현재 레벨은 저번 첫 C급 게이 트를 사냥할 때에 비해서 열 계단, 모든 스테이터스가 자그마치 삼십 개씩 상승한 상태였다.
특히나 내공의 경우에는 저번 데
니아 리를 비롯한 네 명의 빌런에 게 흡성대법을 사용해서 내공 스텟 이 50이나 상승했다.
한 번에 30이나 상승했던 차은표 때와는 달리 모아 놓은 기(氣)의 밀도가 높아서인지 스텟 창에 상승 하는 정도가 확연하게 줄긴 했으나 그래도 상당한 양이었다.
‘절정의 끝자락, 정복왕의 무투의 효과가 더해진다면 초절정의 초입.’
이런 쾌속 성장을 이룬 덕에 이 제 C급 게이트의 몬스터들을 사냥 하는 것은 초파리 때려잡는 것만큼 이나 쉬운 일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지.’
굳이 분주하게 손발을 놀릴 필요 도 없었다.
“오늘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무리 하지 말고 쉬고 있어.”
“ 네?”
서준은 짧은 말을 남기고 고블린 아머드 무리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내가 처리할 테니까, 이만 쉬고 있으라고.”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서준이 내뱉은
말은 그 무게가 달랐다.
‘정말로 혼자서 사냥하시려는 거 겠지.’
서준의 따뜻한 배려에 가슴 한편 에서 형제들에게도 느껴 보지 못했 던 감정들이 울컥-하고 차올랐다.
‘형님도 사람이시니 피곤함을 느 끼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고블 린 아머드를 상대해 주겠다고 말하 고 있는 것이었다.
감히 전투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 하고 싶었지만, 서준의 말에 토를 달 수는 없었다.
경호는 묵묵히 고개를 주억였다.
“알겠습니다.”
쇄도해 오는 고블린 아머드 무리 를 응시하는 서준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천마군림보를 사용하기에는 최 고의 상황이네.’
적과의 압도적인 격차 그리고 소 리가 울리기 좋은 지형까지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앞으로 당당하게 내딛는 서준의 발걸음에는 진정한 천마군림보의 묘리가 담긴다.
‘천마군림보, 천마여래(天魔如來).’
천마의 군림이라는 수식이 붙은 만큼 비록 한 걸음, 한 걸음 내디 딜 때마다 많은 양의 체력과 내공 이 소진되고 있었지만, 제법 그럴 싸해진 지금의 육체는 그를 능히 버틸 수 있었다.
체내의 내공이 발끝으로 응집되 며 살인적인 패왕의 기운이 어렸다.
김도현이나 우르누이에게 보여 주었던 과시용이 아니었다.
이것은 실재하는 힘이자 걸음만 으로 중원의 고수들을 무릎 꿇렸던 무공이 었다.
쾅-!
서준이 앞으로 한 걸음 발을 내 딛자 모든 것을 발아래 둘 천마의 군림이 시작되었다.
백조의 날갯짓처럼 걸음이 고고 하거나 우아하지는 않았지만 걷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고 개를 조아리게 만드는 위압감이 퍼 져 나간다.
그 걸음에 담긴 힘은 고블린 아 머드 무리의 어깨를 짓누르며, 고 개를 조아리게 만들었다.
때문에서준은 고블린 아머드 무 리를 가로지르고 있었지만 아무런
방해 없이 당차게 발을 앞으로 내 디딜 수 있었다.
풍선처럼 부푼 거대한 존재감은 이제는 천 근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겁고 육중해져 고블린 아머드 무 리의 몸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식, 시익-!
고블린 아머드들이 발악하며 억 지로 몸을 치켜세우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꿇어.”
인상을 찌푸린 서준이 발끝에 어 려 있는 기운을 응집시키며, 마지 막 걸음을 내디뎠다.
쿠웅!
마침내 천마의 군림이 이루어졌 다.
허락 없이 고개를 들려 했던 무 례함을 보인 존재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발끝에서 시작된 충격파에 가장 선두에서 있는 고블린 아머드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충격파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좁은 동굴의 지형을 추진력 삼아 서 아주 넓고 강하게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콰직-!
삽시간에 일대에 있던 모든 고블 린 아머드 무리도 머리가 부서져 사라졌다.
띵-!
[경험치가 상숭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55로 상숭하 였습니다.]
[S급 무공 천마군림보의 성취도 를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셨습니 다!]
[축하합니다! 천마군림보가 SS급 무공으로 둥급이 향상되었습니다!]
서준이 홀로그램의 메시지 창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던 찰나, 경 호가 입을 벌린 채로 크게 놀라 있었다.
“맙소사,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 까?”
“그냥 내가 가지고 있던 스킬 중 하나를 쓴 거지 뭐.”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서준과 달 리 경호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 다.
“세상에 이런 스킬이 있다고요?”
포스 시스템이 게임과 비슷한 양 상을 띤다지만 이곳은 명백한 현실 이었다.
그렇기에 본디 광범위 공격 스킬 은 피아, 지형을 가리지 않고 공격 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준이 펼친 공격은 지형을 건들지 않았을뿐더러 정확 하게 고블린 아머드 무리만을 공격 해 내었다.
‘이런 정교한 공격은 S급 각성자 들도 할 수 없는 수준일 텐데.’
함께 많은 게이트를 공략해 온
만큼 이제 서준의 규격 외 능력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내가 가진 상식으로 그릇을 가 늠할 수 있는 분이 아니셔.’
이번 사냥은 그냥 버스가 아닌 최고급 리무진에 타 발을 뻗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경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 났다.
‘앞으로 세 걸음.’
현재 경호의 총합 스텟은 480이 었다.
각성자의 등급을 책정하는 데는
어려운 시험들이나 달성해 온 성과 라는 부가적인 부분들도 있긴 했지 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역시나 능력치 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B급을 가름하 는 기준은 포스 시스템 창에 기입 된 총합 스텟이 500개 이상이라는 기준점이 존재했다.
경호는 레벨 업당 합 스텟이 8개 씩 상승하는 만큼, 세 번만 더 레 벨 업을 하면 B급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굳이 시스템 창을 열어서 스텟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근래 경호의 강 해진 힘과 가벼워진 움직임 덕분에
대략적이지만 서준도 경호의 상태 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제 B급까지 얼마 안 남았지?”
“네. 아마 입찰받아 놓은 B급 게 이트 한 개를 돌면 끝날 것 같습니 다. 다음번 게이트 공략 때는 현금 을 챙겨 오도록 하겠습니다.”
목표 지점에 도달해 가는 것은 기쁜 일임이 분명하였지만, 기이하게도 경호의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다.
“뭐야, 목표가 코앞인데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강해진다는 것,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분명 좋아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처리해야 할 문 제가 있었다.
“사실…… 형님께 꼭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뭔데?”
서준의 눈치를 보던 경호가 조심 스레 입을 열었다.
잠시 후.
경호는 어제 있었던 일들을 비롯 해 한성 그룹의 길드 사업에 관한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해 가던 서준의 입이 열렸다.
“그러니까, 너의 성장을 두려워 한 형들과 누나가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지?”
“네, 후계가 되는 데 가장 핵심 이라고 할 수 있는 길드 사업을 건 드렸으니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 해 올 겁니다.”
“예를 들자면?”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최 악의 상황 시에는 며칠 전 있었던 빌런 습격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서준이 손에 턱을 괴고 고민에 빠졌다.
‘이건 처음 계약에 없던 내용인 데.’
단순한 버스, 레벨 업만을 시켜 주는 것이 기존의 계약 내용이었다.
신변의 위협이 있을 수 있는 만 큼 일반적인 업체였다면 계약을 파 기하며 위약금을 물어내라 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서준은 그렇게까지 경호 를 매몰차게 대할 수 없었다.
비록 완전한 선의에서 나온 행동 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경호는 최 고의 서포팅을 보였고, 최선을 다 해서 지원해 주었었다.
‘그리고 경호도 박준영 건으로 빌런이 연루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나에게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지.’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라고 볼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모르는 척하고 게 이트를 공략해도 되었을 텐데.’
의와 협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호처럼 정직한 사람을 싫어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혼자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존재하는 법 이지.’
그럴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자는 경호같이 전적인 믿음을 줄 수 있는 존재였다.
결단을 내린 서준이 입을 열었다.
“좋아, 도와줄게.”
“형님들과 누님이 어떤 비열한 수를 쓸지 모릅니다. 정말 위험하 실 수도 있습니다.”
서준이 수락했지만, 경호는 선뜻 마음을 놓지 않았다.
삼엄한 경호의 모습에서준이 피 식- 웃음을 흘렸다.
“됐어, 내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봤냐. 도와준다고 하면 도와주 는 거지.”
마침내 서준의 말에 경호가 허리 를 기역 자로 꺾어 인사하는 것이 었다.
“감사합니다!”
“그런 인사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계획을 지금 구상해 보자고. 최악 의 경우 빌런의 습격이 있을 수도 있다 했지?”
“그렇습니다.”
서준은 잠시 상념에 잠겼다.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최고의 적기를 노리려 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 고 지금부터 행동해 둬야 해.’
머릿속으로 지금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겹쳐서 구상했다.
“이제 다음 게이트가 B급이지?”
“네, c급은 오늘부로 전부 끝났 고 남은 것은 B급 게이트뿐입니 다.”
경호의 대답을 들은 서준의 눈매 가 날카로워졌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