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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3화 (23/517)

— 2권 3화

28 화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이런 말 을 했을까요?”

“어떻게?”

“결계나 진법에 호되게 당했던 적이 있거든요.”

비록 익히지는 못했지만, 중원 대륙을 제패하는 동안 제갈세가에서 펼치는 결계, 진법들 때문에 상 당한 고생을 겪었기에 정확하게 알

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훙미가 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도 가게 내부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 질적인 기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 고 있었다.

‘이 정도의 결계를 펼쳐 둔 것을 보면 저 안에 있는 게 보통 물건은 아니겠지.’

서준이 속으로 웃음을 삼키는 사 이, 드워프는 말까지 더듬어 가며 눈에 띄게 동요를 보였다.

“증, 증명해 봐.”

서준은 담담히 발걸음을 옮기더

니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전 상관없는데 이 결계가 괜찮 을까요?”

드워프의 동공이 확장됐다.

서준의 손은 정확하게 결계를 펼 쳐 놓은 방의 문고리를 향하고 있었다.

어디서 흘러들었던 이야기를 가 지고 허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방 안에 펼쳐진 결계는 마법에는 정통하다는 귀쟁이 엘프, 그중에서 도 유별나게 뛰어나다는 하이 엘프 가 펼쳐 둔 것이었다.

비록 핵 격인 마나 공급원이 근 처에 있지 않아 본래의 능력을 발 휘하지는 못한다지만 지구인에게 걸릴 만한 결계는 아니었다.

믿기지 않는 눈으로 서준을 바라 보던 드워프는 고개를 내저으며 황 급히 정신을 차렸다.

“인정하지, 자네는 흔하디흔하게 널린 송사리들과는 다른 존재군.”

드워프는 귀찮아했던 모습은 온 데간데없이, 잔뜩 호기가 오른 눈 빛으로 서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정식으로 다시 인사하지, 나는 위대한 철의 대장(大匠), 우르누이

다.”

“D급 각성자 한서준입니다.”

자기소개를 주고받은 우르누이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허……. 알고는 있었지만, 지 구인들은 어지간히 보는 눈이 없긴 한가 보군.”

“아직은 제대로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있죠.”

“홁 속에 묻혀 있다고 해도 이런 보석을 구별해 내지 못하는 것 자 체가 보는 눈이 없는 것이지.”

“칭찬 감사합니다.”

“있는 말만 했을 뿐이야.”

괴팍하고 칭찬에 인색하다는 명 장급의 대장장이가 친히 입을 열고 있었지만 서준의 관심은 문 너머에 있는 무구를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저 정도면 이 안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요?”

우르누이의 입에서 진한 미소가 흘렀다.

‘그래, 자고로 준걸(俊傑)이라면 무구에 대한 집착이 이 정도는 되 어야지.’

마음 같아서는 이 한서준이라는 인간에게 무구를 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그건 힘들 것 같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있는 우 르누이의 모습에서준의 눈에 욕심 이 이글거렸다.

“다른 자격이 필요한가요?”

본디 보물일수록 그것을 취하기 란 까다로운 법.

자격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는 것 은 그만큼 가치가 큰 물건일 확률 이 높다는 뜻이었다.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봐 보는

게 낫겠군.”

우르누이가 허리를 숙여 카운터 내에서 무언가를 조작하자 정체를 감추고 있던 결계가 걷히며 숨겨져 있던 방의 입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열어 보게나.”

우르누이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 섭게 서준이 팔이 문고리를 열어젖 혔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방 내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지했던 것보다 협소하고 네모 난 방, 그리고 그 안의 중심을 차

지하고 있는, 팔목까지 끌어 착용 하는 보호대의 형태를 취한 건틀렛.

그 건틀렛을 바라보는 서준의 눈 동자에 진한 흥미가 어렸다.

“마권 (魔學) 이네요.”

“정복왕의 무구들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그건 아니고 느껴질 뿐입니다.”

건틀렛에서 풍겨 나오는 마기(魔 氣)가 어찌나 지독한지 등줄기가 서늘해질 정도였던 탓이었다.

“과거에는 정복왕이라 불렸던 자 가 사용하던 무구 중 하나였지. 아 주 대단한 무기였지만 주인이 죽은

뒤로는 이 건틀렛을 착용하는 이들 은 모두 정신을 잃고 광인(狂人)이 되어 내가 철의 대장(大匠)으로서 결계에 봉인하고 있을 뿐이네.”

우르누이가 한껏 진지한 목소리 로 분위기를 잡으며 겁을 주고 있 었지만, 도리어 역효과만을 불러오 고 있었다.

서준의 눈동자에는 욕심을 넘어 서 탐욕이 넘실거렸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마음에 드네요.”

우르누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위협을 가하듯 말했다.

“주제넘은 물건을 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걸세.”

지금 우르누이의 반응을 봐서는 말로 티격태격해서는 끝이 없을 것 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자격을 증명 하는 것이 빨랐다.

쿵-!

땅을 짧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기파가 퍼져 나간다.

적이 아닌 우르누이를 억압할 필 요는 없었다.

천마신교의 연설 시에 보였던 것

처럼 오직 존재감을 키우는 데만 집중시킨다.

‘천마군림보, 몽환포영(夢幻池

影).’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압도적인 기세가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이게 무슨……

드워프의 왕, 휘노소프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제왕의 기상에 우르누이의 마음에서 굴종의 본능 이 몸을 휘감았다.

“이래도 내가 저 철붙이에 질 것 같습니까?”

방금 느낀 기백 때문에라도 우르

누이는 전처럼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흔쾌히 허락을 해 줄 수 도 없었다.

우르누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 었다.

“……위험할 수도 있네.”

“내 힘과 이 녀석의 마. 어떤 쪽 이 더 강한지 이 자리에서 직접 눈 으로 보여 드리죠.”

서준은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더 니 정복왕의 무구의 앞으로 나아갔 다.

‘도박을 하는 것은 아니야.’

귀한 목숨을 가지고 증명할 생각 은 없었다.

확신이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하니 결계를 감지할 수 있었던 것도 마권이 마기를 바 깥으로 흘려 내 준 덕이었다.

‘정복왕의 무구가 나를 부른 거 야.’

당당히 나아가는 서준의 등을 보 는 우르누이의 눈에 경외가 어린다.

어느덧 마권(魔奉), 정복왕의 무 구의 앞에 선 서준이 팔을 앞으로 내 뻗었다.

[봉인된 정복왕(征服王)의 수투 (手箕)]

등급 : F(봉인)

분류 : 반영구 아이템

현재 이 아이템은 저주, 봉인 상 태로 본래의 힘을 이끌어 내지 못 하는 상태입니다.

특이 사항

1. 저주를 해주하고 봉인을 풀어 내야 능력이 발현됩니다.

梁 경고 : 강력한 저주가 걸려 있는 상태로 습득한 자는 강력한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시스템 창으로 정보를 확인하기 가 무섭게 알림 메시지가 떠올랐다.

띵-!

[정복왕의 수투에서린 저주의 힘이 발동됩니다.]

[저주의 영향으로 정신이 오염됩 니다.]

정복왕의 수투에 깃든 저주가 정 신을 좀먹으며 덩치를 부풀려 나간

다.

그것은 여태껏 마권을 쥔 자들이 광인이 된 이유.

살의, 분노, 질투. 부정적인 감정 들이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그것들 은 이윽고 거대한 악의가 되어 갔 지만 서준은 그를 담담히 받아들였 다.

‘미물의 마(魔)에 불과하다.’

자신은 넓은 중원 대륙과 선계, 천지(天地) 모두를 마로 물들였던 천마(天魔).

이런 악의 따위 간지럼에 불과했 다.

“ 후우......

깊은숨을 내쉬며 천마신공을 이 끌어 내자 악의로 어지럽혀졌던 머 리가 정리되어 간다.

두 눈을 부릅뜬 서준이 천마신공 을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최대치까 지 이끌어 낸다.

우웅.

서준의 몸에서 피어난 검은 아우 라가 정복왕의 수투를 집어삼켰다.

‘본디 마는 더 강한 마에 굴종하 는 법.’

강자존, 약자멸. 그것이 마를 섬

기는 자들의 기본 규칙이었다.

천마신공의 강력한 마에 엉킨 실 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던 악의 가 하룻강아지처럼 꼬리를 말고 도 망치기 시작했다.

허나, 천마신공은 그마저도 허용 해 주지 않았다.

정복왕의 수투로 홀러 들어간 천마신공이 내부의 악의와 마를 집어 삼킨다.

‘이제 본래의 모습을 보여라.’

서준의 부름에 칠흑처럼 검게 물 들어 있던 정복왕의 수투의 색이 본래의 찬란한 금빛을 되찾아 갔다.

이제 남은 것은 정복왕이 남겨 두었던 힘과 영광뿐이었다.

그 순간, 귓전에 청명한 알림 소 리가 울려 퍼졌다.

띵!

[정복왕의 수투에 걸려 있던 저 주가 파훼되었습니다!]

[정복왕의 수투에서린 봉인이 해제됨에 따라 본래의 능력을 되찾 았습니다.]

서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우

르누이의 입가에 자조와도 같은 헛 웃음이 흘렀다.

“허허.”

주제를 모르는 것은 서준이 아닌 자신이었다.

‘아니, 기본적인 것조차 잊고 있 을 정도로 멍청했었군.’

본디, 걸작(傑作)인 무기는 걸인 (傑人)을 고르는 법이었다.

여태껏 저 마권을 쥐고 광인이 되었던 이들은 모두 주인이 될 자 격이 없던 이가 분에 넘치는 힘을 탐하였기에 부른 인재인 셈이었다.

‘정복왕의 무구의 인정을 받은

자라.’

자연스레 우르누이의 머릿속에 지구의 정점에 우뚝 선 한서준의 모습이 펼쳐졌다.

‘지구의 왕, 정복자.’

상념에 잠겨 있는 우르누이를 보 며 서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가격은 얼마를 드리면 되죠?”

서준의 질문에 우르누이가 손사 래를 치며 대답했다.

“돈을 받는다니 당치도 않습니 다.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큰 수고 를 덜어 주셨으니 제가 보수를 챙 겨 드리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압

니다.”

우르누이의 자세가 갑작스럽게 극진한 공대로 바뀌었지만, 대장장 이들은 워낙 괴팍한 자들이었다.

게다가 물건값도 안 받고 도리어 보수를 챙겨 주겠다는데 그것을 굳 이 거부할 필요가 있겠는가.

심지어 챙겨 준 보수도 c급의

아티팩트로서 억대를 호가하는 장 비였다.

‘풀 라이트 린넨.’

옷 안에 입을 수 있는 편한 갑옷 이었다.

중갑보다는 방어력이 다소 떨어 지긴 했지만 몸 주변에 내공을 두 를 수 있는 서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운 몸놀림을 유지함 과 동시에 부모님의 눈에 들키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서준에게는 딱 맞는 갑옷이었다.

“흐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생각했던 C급의 아티팩트를 얻어 낸 것이었다.

서준의 얼굴에서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한 미소가 흘렀다.

‘이렇게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던데.’

손을 들어 올려 이마 부근을 만 진 서준은 아직 물러나지 않은 머 리카락을 확인했다.

“안전하네.”

그렇다면 이제 메인 디시를 확인 할 차례였다.

린넨 메일, c급의 아티팩트를 공 짜로 얻어 내어 아주 큰 이득을 봤 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에 저 주를 풀어낸 마권이었다.

[정복왕(征服王)의 수투(手衰)]

등급 : B(1 차 해제)

분류 : 반영구 아이템

정복왕이라 불리었던 자가 사용 했던 건틀렛으로, 어떠한 전투, 전 쟁에서든 숭리를 거머쥐게 해 주었 다는 전설적인 무기입니다.

아직 봉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상 태입니다.

정복왕의 수투가 오크 대족장의 피를 강하게 갈망하고 있습니다. 오크 대족장의 피로 봉인을 해제할 수 있을 듯합니다.

특수 효과

1. B급, 정복자의 패기 : 모든 스테이터스(힘, 민, 체, 내)가 15씩 상승합니다.

2. 봉인 상태입니다(봉인을 해제 하면 개방됩니다).

정복왕의 수투의 정보를 확인하

는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자그마치 B급 아티팩트.’

본래 구하려던 C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아티팩트였다.

‘심지어 성장까지 가능하지.’

거기에 재료의 수급도 그다지 어 렵지 않았다.

오크 대족장, C급의 게이트의 수 호자로 자주 출몰하는 몬스터였다.

경호와 C급 게이트를 공략하다 보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전리품 이라는 말이었다.

‘이렇게 계속 성장을 거쳐 만약

A 혹은 드까지 성장을 한다면.’

A등급 아티팩트는 수백억을 호 가하는 고가의 물건이었고, S등급 아티팩트는 가격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보물이었다.

정복왕이란 이명을 생각한다면 마냥 꿈같은 이야기도 아니었다.

못해도 최소 수백억에 달하는 값 어치의 아티팩트를 얻은 것이었다.

‘미쳤어.’

서준은 속으로 환호를 삼켰다.

이 아이템의 미래 자체로도 상당 했지만, 지금 당장의 능력 또한 훌 륭했다.

B등급으로 분류된 만큼 재질과 무게 밸런스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정교할뿐더러 특수 능력까 지 보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모든 스테이터스 열다섯, 레벨 업으로 치자면 자그마치 다섯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걸 단번에 상 승시켜 주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이 뛰어난 무기의 효 과를 확실하게 체감해 보고 싶었다.

입찰해 놓은 게이트도 없고 그렇 다고 아니마와 같은 차원에 가서 돌아다니면서 찾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했지만, 다행히 다른 방도가

존재했다.

‘특별 권한 시험.’

어차피 경호에게 했던 말이 있는 만큼 오늘 협회에 들러 C급 공략 권을 따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용산역에 먼저 들러서 무 기를 얻은 덕에 일석이조의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이었다.

‘권한도 따고 무기의 성능도 시 험할 수 있게 됐다는 거지.’

협회 내에 구비된 시험장 위에서 있는 서준의 입가에서 환한 미 소가 흘렀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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