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8화
18화
사업가와 기업들은 이윤, 돈만을 바라보며 움직인다.
그리고 마정석이라는 자원은 지 구의 과학, 화학 이외의 분야에서 도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눈치 빠른 사업가, 과거에 부를 축적해 두었던 대기업들이 이를 모 를 리가 없었다.
곧장 각성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야망이 있는 각성자들도 이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지구의 사회에서 돈은 곧 힘이다.
아무리 강력한 각성자라도 함부 로 힘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면 소 속된 각성자 협회, 그를 뛰어넘는 다 할지라도 세계 각성자 협회의 제재를 받게 된다.
하지만 돈은 달랐다.
개인이 마구잡이로 쓴다 해서 제 재를 할 수 없었다.
이루지 못할 것도 없었다.
사람의 마음, 권력, 대가만 충분 하다면 타인의 목숨조차 취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블루오션인 각성자 사업에서 치열 한 경쟁을 벌여 왔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에는 4대 길드라는 이름이 대표로 자리매김 한 곳들이 있었다.
신화, 환성, 블랙, 불새.
이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쉽사 리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약을 꼽으라면 모두가 같은 대답을 했다.
‘불새.’
가장 빠르게 사업에 뛰어든 덕에 천 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의 각 성자를 거느리고 있는 길드.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신화의 제일석(一席) 차현성, 환 성의 거물 여현진 같은 이들처럼 강력하면서도 상징적인 존재, S등 급 각성자가 존재치 않았다.
마스터, 사장으로 있는 우진혁마 저도 A등급에 그칠 뿐이었다.
불새는 언제 4대 길드에서 쫓겨 나도 이상하지가 않은 상황.
벼랑 끝에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불새의 사장인 우진혁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정보가 들어왔 다.
“믿을 만한 정보인가요?”
지금 진혁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사내, 하윤성도 불새 내에서 부사 장이라는 높은 직책을 가진 자였 다.
허황된 정보에 속을 정도의 바보 는 아니란 말이다.
윤성은 고개를 자신감 있게 끄덕 이며 대답했다.
“사장님도 저번에 보셨던 협회 소속의 인물로부터 들어온 정보입 니다.”
불새뿐만 아니라 이름 있는 대형 길드들은 각성자 협회에 정보원을 파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떳떳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유능 한 인재를 다른 길드에게 뺏기는 것보다는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 정보원에게서 아 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협회장이 고작 D급 각성자, 한서준과 일대일 면화(面話)를 가졌
다니.’
강석호가 누구란 말인가?
정치와 재계의 인사들은 물론, 고등급의 각성자들이 통사정을 해 도 쉽사리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강석호가 평범한 D급과 일 대일로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진혁은 확신했다.
‘대한민국 각성자 세계의 판도를 뒤집을 인재가 틀림없어.’
즉, S등급의 자질을 가진 각성자 라는 것이었다.
현재 낭떠러지에서 있는 불새를 구할 수 있는 존재.
우진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정보를 아는 곳이 얼마나 되 죠?”
“우리 길드만 비서실 직속으로 요원을 심어 뒀으니, 다른 길드는 아직 듣지 못했을 겁니다.”
그야말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다.
‘한서준을 스카우트해 오기만 한 다면 우리 불새도 단숨에 비상할 수 있다.’
진혁의 눈이 반짝였다.
“최대한 빨리 한서준이라는 각성 자에 대한 정보 조사를 부탁할게 요.”
“거물급인 만큼, 당연히 이미 조 사를 해 뒀습니다. 근데……
진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윤성 이 뒷말을 이어 갔다.
“본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알아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집 주소가 전부였습니 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한 정보 량이었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내 폰으로 그 각성자의 집 주소 를 보내 주세요.”
윤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 귀가할지도 모르는데 사장 님께서 직접 가 계시려고요?”
“천하의 강석호와도 일대일로 대 화를 나눈 자입니다. 오히려 고작 A등급인 제가 만남을 청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한 수준이죠.”
마음 같아서는 불새 소속의 각성 자 전부를 끌고 가고 싶은데 사정 상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진혁이 곧 장 윗옷을 걸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주소 보내 놔 주세요.”
모두들 깔보고 있는 불새를 다시 비상시킬 마지막 기회.
‘무슨 일이 있어도 한서준 각성 자를 스카우트해 와야 해.’
우진혁의 두 눈동자에 불꽃이 타 올랐다.
서대문구 게이트 내부.
크아앙!
육중한 오크 한 마리가 위협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경호를 향해 달려 들었다.
“눈 감지 마!”
“네!”
서준의 조언대로 두 눈을 부릅뜬 경호가 오크가 휘두른 주먹을 간발 의 차로 피해 낸다.
이를 바라보던 서준이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가르쳐 준 대로, 주먹에 집중
해!”
경호는 들었던 대로 몸의 중심을 앞으로 쏟아 내며 펴고 있는 곧게 뻗은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쿠
경호의 주먹이 작렬한 곳에서 요 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악-!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인지 오크가 비명 소리를 토해 내며 바 닥에 고꾸라졌다.
“성공했습니다! 마권경이 스킬에 등록이 됐습니다!”
신이 나서 제자리를 팔짝 뛰고 있는 경호를 바라보는 서준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홀러나왔다.
“후우……. 그럼 이제 얘네들 정 리해도 되는 거지?”
“도망치는 게 아니라 정리하시겠 다고요?”
“이 아까운 것들을 두고 왜 그냥 가?”
서준의 대답에 경호의 눈이 보름 달처럼 동그래졌다.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오크들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부락이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오크의 숫자 만 수십 마리에 달하고 있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됐어, 쉬고 있어.”
“형…… 형님.”
김경호의 눈동자에 감동이 어렸 다.
물론, 서준은 순수한 호의로 나 선 것은 아니었다.
‘이 귀한 경험치들을 양보할 순 없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서준의 신형
이 오크들 사이를 매끄럽게 스쳐 지나갔다.
서준의 신형이 오크 옆을 지나갈 때마다, 오크의 머리통이 두부 으 깨지듯이 갈려 나갔다.
파삭-!
‘확실히 강해졌네.’
현재 레벨은 25, 처음 오크를 잡 을 때에 비해서 24계단이나 상승한 상태였다.
E급의 오크들은 이제 하룻강아지 처럼 느껴졌다.
서준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 는 일이었다.
하지만 뒤편에서 있는 경호는 아니었다.
“말도 안 돼.”
김경호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가 않았다.
형님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첫 만남이 있었던 닷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경이로울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마치 저레벨대 각성자들의 성장 세를 보는 거 같아.’
생각이 닿자 불현듯 처음 서준과 나누었던 대화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분명 당시에 그날 처음 각성자 가 되었다는 말을 하셨헜지.’
오크를 일격에 절명시킬 정도로 강했던 만큼 믿지 않았었는데, 불 과 닷새 만에 이렇게까지 강해진 걸 보면 마냥 거짓말로 치부하기가 힘들었다.
‘만약 정말로 당시 그날 각성을 하신 거였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과거의 말이 진실이라는 가정하에 1년 후,
아니 한 달 후 서준의 모습을 상상 해 보았다.
꿀꺽.
목울대를 타고 마른침이 넘어갔 다.
‘미래의 S등급.’
반드시 잡아야 할 인맥이라는 말 이었다.
경호가 고개를 주억이며 다짐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오크 사냥 을 마친 서준이 다가왔다.
“이제 전수는 끝난 거지?”
“네.”
“너도 나도 고생 많았다.”
길어 봤자 한 시간 안쪽으로 전 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자그마치 다섯 시간에 달 하는 강행군을 지속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의 다섯 배에 달하는 시간이 들어간 것이었다.
경호의 재능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불과 실전을 치른 지 30 분 정도 만에 습득했으니 경호의 재능은 뛰어난 편에 속하다고 할 수 있었다.
서대문구의 게이트는 흔히 발생 하는 게이트가 아닌 이종족인 수인 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차원, 아니 마라는 명칭을 가진 커다란 세계였 다.
넓디넓은 땅, 숲속에서 교보재인 오크를 찾는 것이 문제였다.
오죽했으면 떨어져 있는 오크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이렇게 부락을 습격했겠는가?
‘그래도 다행히 완전히 공치진 않았네.’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띵-!
[축하드립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26으로 상승 하였습니다.]
귓전을 강타하는 기쁜 알림 소리 는 레벨 상승 문구에서 그치지 않 았다.
[A급 스킬, 매화난만보를 극성하 셨습니다.]
[A급 무공 매화난만보가 진화합 니다.]
[축하합니다! 매화난만보가 S급 무공으로 등급 향상되었습니다!]
서준의 표정이 환해졌다.
자그마치 다섯 시간 동안 훌륭한 교보재, 오크를 찾기 위해 고생을 했었다.
또다시 찾아다닐 시간이 없었다.
경호가 마권경 습득을 하기 전까 지는 부락 내의 오크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 두어야 했다.
그래서 30분가량 보법을 밟으며 오크들과 살 떨리는 숨바꼭질을 했
었다.
‘그냥 개고생이라고만 생각했는 데.’
운이 좋게도 그 결실을 맺은 것 이었다.
레벨 업, 스킬 진화에 따른 성장 과 더불어, 마경권 전수라는 밀린 숙제를 처리한 덕에 기쁘면서도 개 운한 기분까지 들었다.
더군다나 무료로 봉사를 한 것도 아니었다.
마권경을 전수해 줬으니 이제는 언제든지 경호에게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사람 한 명을 온전한 내 편을 만 들어 둬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애초에 마권경은 그리 귀한 무공 도 아니었다.
귀환 첫날, 서대문구의 게이트에 있었던 비밀을 지켜 주는 것만으로 도 경호는 전수해 준 값을 지불했 다고 볼수 있었다.
“고생 많았다. 이만 가 볼게.”
“벌써 가시려고요?”
아니마, 게이트의 위치가 서대문 구인 만큼 집까지 그리 안 멀어서
시간이 좀 남긴 했지만 굳이 여기 더 있고 싶지는 않았다.
이 근방에서식하는 몬스터라고 는 오크뿐이었다.
이렇게 나약하고 개체 수가 적은 오크를 사냥해 봤자 얻을 수 있는 경험치도 적었고, 수련도 안 됐다.
“ 왜?”
경호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입 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경호 가 뒷말을 이어 갔다.
“혹시 바쁘신 게 아니라면 바깥 커피숍에서 잠시 대화를 할 수 있 을까요?”
서준은 품 안에 넣어 놓은 스마 트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다섯 시.
서대문구에서 백화점과의 왕복 이동 시간도 있었고, 선물로 할 물 건도 아직 안 정해 둔 상태였다.
그에 비해서 가족들과의 저녁 식 사 자리는 일곱 시,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 선물 쇼핑은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하네.’
이외로도 귀가 전에 해야 할 일 이 한 가지 남긴 했지만 그리 오래 걸릴 일은 아니었다.
굳이 문제가 되는 것을 꼽아야 한다면 귀찮다는 것 정도였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형님!”
단순히 귀찮다고 거절하기에는 경호의 두 눈동자가 마음에 걸렸 다.
수많은 사람들 위에 군림했었던 만큼 다른 이의 눈빛만 보더라도 그 감정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서준은 알 수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엄청나게 간절하 네.’
서준의 호기심이 동했다.
“할 일이 있어서 30분 정도밖에 시간 없는데 상관없지?”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