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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2화 (12/517)

- 1권 17화

17화

물론,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본 것이 아닌 만큼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중요한 건 일심〈一心). S급 이상 의 스킬을 전수하는 건 올곧음을 유지할 수 있는지 옆에 두고 확인 한 다음이겠지만.’

그래도 당장 서준이 보여 주었던 가능성들이 S급에 준하는 만큼 웬 만한 길드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스킬들을 전수해 줄

생각이었다.

그 정도의 투자 가치는 있었다.

‘훗날 한서준 각성자의 마음이 조금 변한다고 할지라도 최대한 좋 은 모습, 관계로 남는 것이 좋겠 군.’

한서준의 두 눈동자를 응시하던 강석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그리고 협회와 함께 나아가 시겠습니까, 한서준 각성자님?”

시스템이 주는 스킬이라는 힘과, 선계까지 재패했었던 서준의 무공 이 더해진다면.

‘어쩌면 더 높은 경지를 볼 수도

있겠지.’

이번에는 정말 만물을 발아래 둘 수 있을 것이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정상에 우뚝 서 있는 자신의 모습, 나쁜 그림은 아니었다.

하지만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서준이 바라는 것은 강한 힘이 아니었다.

애초에 힘만을 갈망했다면 위험 부담을 안고 지구로 돌아오지도 않 았을 것이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부모님과 서연이, 가족들과의 행 복한 시간.’

스킬을 전수받는다는 것은, 강석 호의 뒤를 이어 차기 협회장이 된 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협회장과 같은 고위직에 앉게 되면 처리하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구로의 귀환을 바랐던 것은 가 족들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였지 힘을 탐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수입이 불안정하여 가족들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치러야 하는 어

쩔 수 없는 희생이라면 모를까, 성 공이 확정된 상황에서 굳이 감투를 쓴다?

‘그럴 필요는 없지.’

정상에 고고히 서서 세상을 발아 래 두는 것보다 가족들과의 소소한 행복, 함께 식사를 즐기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나누는 것이 훨 씬 더 값지고 소중했다.

서준의 두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 던 강석호가 그의 감정 변화를 눈 치챘다.

‘드디어 생각을 마쳤나 보군.’

내건 제안을 생각한다면 거절하

기 힘들 것이다.

‘분명 승낙하겠지.’

강석호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찰나, 서준의 입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강석호의 얼굴에 진한 당황이 어 렸다.

“거절하신다고요?”

남들은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 는 매력적인 제안을 단칼에 잘라내 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그 어디에도 들어 갈 생각이 없거든요.”

서준의 입가에 흐르는 자신만만 한 미소에 강석호의 고개가 젖혀졌 다.

“무슨 뜻이시죠?”

“말 그대로예요.”

애초에서준이 이 자리에 온 것 은 강석호와의 인연을 만들어 두기 위함이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목적을 이룬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하려 고 귀한 시간을 낸 것이 아니었다.

‘인연을 만들어 둔다 할지라도 을이 되면 좋지 못하지.’

현재의 힘으로 갑의 자리까지는 노리지 못해도 스스로의 가치는 증 명해 둘 필요가 있었다.

“제가 너무 아깝잖아요.”

단전에 자리 잡은 기를 회전시키 며 천마신공을 활성화했다.

중원 대륙을 발아래 두었던 왕, 지배자의 기운이 몸에서린다.

자연스레 서준의 두 눈동자에는 세상을 발아래 두었던 천마의 기세 가 어렸다.

“가진 힘들을 제대로 보여 주지 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계약을 해 버리면 제가 너무 손해 보는 거잖 아요.”

강석호의 눈이 커졌다.

순간, 말을 내뱉고 있는 한서준 의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장상(將相)의……. 아니, 왕의 기상!’

놀란 강석호가 황급히 고개를 내 저었다.

그러자 본래 한서준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허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각성자가 된 뒤로는 내면적으로 나 정신적으로 모두 어긋나는 법이 없었으며, 따라서 헛것을 본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방금 전과 같은 환상 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엘프의 왕 아우레시아, 수인들의 패황(韻皇) 자칼, 드워프의 원로 휘 노소프.’

각 종족, 차원의 왕 혹은 지배자 라 불리는 존재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보았던 환상과 일치했다.

‘D급 각성자가 이종족의 왕들과 같은 모습으로 보였다고?’

머릿속에서 한서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변했다.

‘이런 그릇을 가진 이가 있었나?’

강석호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없었다.

모두 높은 곳을 향하고 싶어는 했지만 욕심만 많을 뿐이었다.

지금의 서준처럼 왕후(王候)의 기백을 보여 주면서 가능성을 내비

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거인 (巨 人)!’

자신도 나름 과거 포부 있게 행 동한다 했지만 결국 한국이라는 곳 을 담는 것만으로 그릇이 꽉 차 버 렸다.

하지만 한서준은 아니었다.

한서준은 진정한 왕, 지배자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한국을 넘어서 이 세상 전부를 담아낼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상에 우뚝 설 모습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졌다.

현실에 부딪혀 이룰 수 없는 허 황된 것이라 생각하며 가슴 한편에 묻어 두었던 과거의 꿈이 한서준이 라는 청년으로 인하여 다시 피어나 고 있었다.

무미건조했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쿵! 쿵!

과거, 패기 넘치던 젊은 날에나 느껴 보았던 격한 심장박동에 강석 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강석호의 표정을 확인한서준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내 가치는 충분히 증명된 것 같

네.’

눈동자에서려 있는 감정만 보더 라도 단순한 인연을 넘어서 호감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목적을 이루어 냈으니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서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더 할 말이 없으시다면, 제가 들러야 할 데가 있어서 이만 일어 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했습 니다. 그리고……

뒷말을 흘린 강석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 장의 명함을 건네 왔

다.

“혹시나 저의 도움이 필요하시다 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명함을 받아 든 서준은 미소로 화답한 후, 협회장실의 문을 열고 자리를 벗어났다.

“허허.”

강석호가 헛웃음을 홀리며 자리 에 털썩 주저앉았다.

“성공하셨습니까?”

뒤이어 협회장실 내부로 들어선 안채형이 황급히 질문을 던져 왔다.

“아니, 실패했네.”

“그렇군요.”

협회에서 그토록 바랐던 인재, 영웅을 놓쳤다는 생각에 안채형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려 하고 있었다.

강석호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풀 죽을 거 없네.”

애초에 한서준은 한국 각성자 협 회라는 곳이 담기에는 너무 큰 그 릇이었다.

상심할 이유가 없었다.

“저 청년은 우리가 생각하던 것 이상의 미래를 만들어 줄 걸세.”

한서준이라는 각성자가 만들어 낼 미래 한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를 뒷받침이라도 해내려면 분 주히 움직여야겠군.’

아무런 대가도 지는 법 없이 그 감투를 누릴 생각은 없었다.

방금 내뱉었던 말대로 서준이 도 움을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이었다.

“그날을 위해서 자네가 좀 수고 를 해 줬으면 하네. 저번에 거절했

었던 기업 총수들과 의원들과의 식 사 자리를 다시금 잡아 줄 수 있겠 나‘?”

안채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 재계 쪽에는 관여하지 않기 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강석호는 필요 이상의 권력과 힘 을 가지게 되면 부패할 수밖에 없 다며 정, 재계의 인사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만남을 모두 거절하고 있었다.

그런 석호가 스스로 정, 재계의 인사들을 만나려 하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석호의 시선이 서준이 앉아있 던 자리를 향한다.

“이제는 더 강한 힘과 권력이 필 요해졌네.”

비상할 한서준을 돕기 위해서라 도 분주히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이들과 인 연을 만들 수 있게 약속을 잡아 주 게나.”

말을 내뱉는 강석호의 두 눈동자 는 먼 미래를 향했다.

*

‘이제 쇼핑을 하러 가 볼까나.’

각성자 협회 건물을 빠져나온 서준이 근처 백화점 방향으로 발걸음 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

우웅-!

품 안에 넣어 둔 스마트폰이 진 동과 함께 알림 소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서준이 고개를 갸우뚱 젖히며 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누구지?’

연락처를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은 가족들뿐이었지만 모두들 일을 하 고 있을 시간이었다.

심지어 액정에 나와 있는 번호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냥 무시할까 했지만 혹시나 하 는 마음에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 여보세요?”

-안녕하셨습니까. 형님!

귀환 첫날 들었던 첫 목소리, 한 국어였던 만큼 잊을 수 없었다.

틀림없이 서대문구 게이트 안에

서 인연이 닿았던 ‘김경호’의 목소 리였다.

그래서 더 의문이 들었다.

휴대폰을 개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동생, 서연이 해 준 것이었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거 야‘?”

-여동생분에게 형님의 전화번호 들 물어봤습니다.

취조실 같은 곳에서 조사를 받은 후 헤어질 때 서연이 경호에게 답 례를 하겠다는 말과 함께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

랐다.

서연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그때의 상황상 어쩔 수 없긴 했지 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앞으로는 서연이한테 용건 생길 일 없을 테니 서연이 번호는 지워.”

-……알겠습니다.

확답은 받아 냈지만 나중에 반드 시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 볼 생각이었다.

아무튼 그건 일단 훗날의 문제였 다.

지금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용건이 뭐야?”

-형님! 설마 우리의 약속을 잊으 신 겁니까?

서준의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 약속?’

순간, 머릿속을 불현듯 스쳐 지 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마권경 전수!’

근래 많은 정보를 조사하고 공부 하며, 무공 수련까지 하면서 생활 을 이어 오며 워낙 정신없이 바쁘 게 살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지만 한껏 기대에 부푼 경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차마 진실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지, 나도 마침 연락하려 했었어.”

다행히도 경호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의심도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쯤 시간이 여유로우실지 여 쭈어보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 흐음......

서준이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빠른 성장이 필요한 만큼 시간은 항시 부족했다.

굳이 치자면 오늘이 특별한 스케

줄 없이 비워 둔 날이었다.

‘저녁에 먹을 소고기랑 가족들 선물을 사야 하긴 하지만...

마권경은 그리 어려운 무공도 아 니었다. 가르쳐 주는 데 시간이 그 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설레는 마음 때문에 이른 아침부 터 서둘렀기에 다행히도 아직 오전 11시밖에 되지 않았다.

경호에게 마권경을 전수하고 나 서도 쇼핑도 할 수 있을 만한 시간 이었다.

“혹시 지금 가능하냐?”

- 지금요?

“ 힘든가?”

수화기 속에 짧은 침묵이 이어지 는 것 같았지만 이내, 마다않는 경 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닙니다! 누구의 부름인데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바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그때 봤었던 서대문구 게이트 앞에서 12시에 만나는 걸로 하자.”

-알겠습니다. 조금 이따가 뵙겠 습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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