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6화
16화
“여러모로 운이 좋았네요.”
“운도 실력이라는 말도 있잖아 요. 아무튼, D급 마정석의 현 시세 는 4천만 원이 되겠습니다. 세금 30퍼센트를 떼고 나면 실질적으로 입금되는 금액은 2천 8백만 정도가 될 겁니다.”
서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세금이 30프로나 된다고요?”
마정석 판매에 세금이 많이 붙는 다는 것은 알고 있긴 했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네, 개인이 판매하는 경우에는 ‘특수 차원 보급물관리법’의 과세 대상이라서요. 30퍼센트의 세금이 따라 붙습니다.”
“개인이 판매하는 경우라는 말 은, 과세를 면할 방법도 있다 이 말씀이신가요?”
“예, 대대적인 길드 가입 장려 정책으로 소속된 길드의 공헌도 그리고 길드 내의 직급에 따라 과세
율을 10퍼센트까지 감축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궁금 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각성자의 수는 항상 부족했다.
당연한 것이었다.
하루에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 백의 게이트가 생성되었고 그 안에 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몬 스터가 존재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에 시달리 고 있는 협회가 이 많은 게이트와 몬스터들을 관리,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협회는 길드들에게 협조 를 요청하고 그 힘을 빌려 공적과 공헌도에 맞게 세금 감면과 같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특혜를 줘 가며 협조를 받아 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서준에게 중요한 것 은 길드들이 세금 감면의 혜택을 받는 이유 같은 것이 아니었다.
‘마정석을 길드에 가입한 이후에 처분해야 하나?’
서준은 얼마 가지 않아서 고개를 내저었다.
D급 게이트 하나를 파괴하고 나
서 이뤄 낸 자그마치 20단계의 레 벨 업.
당연히 그로 인한 성장은 엄청났 다.
‘일류무인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도달해 있지.’
레벨이 낮아 성장이 빨랐다는 점 을 감안해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 다.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것 이상이 었다.
‘이런 기세로 일주일 정도 더 게
이트를 다니면서 레벨 업을 한다 면.’
최소 절정, 흔히 생각하는 초인 의 영역에 도달할 자신이 있었다.
지구에서 나눠 놓은 각성자의 등 급으로 치자면 최소 B, 어쩌면 A급 이 될 수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B 혹은 A와 같은 상 위 등급의 각성자의 몸값 그리고 마정석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입들 은 D급의 각성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지금 당장 세금 좀 줄이기 위해
아무 길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없습니다. 그냥 이 마정석을 판 매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개인 판매를 선 택하셨기 때문에 30퍼센트의 세금 이 부과됩니다. 이를 확인하셨고 30퍼센트를 뗀 2천 8백만 원이 라 이선스에 기재된 계좌로 지금 바로 입금될 겁니다.”
거래소 직원이 영업용 미소를 띤 채로 자판을 두드렸다.
그러자 주머니에 넣어 놓은 스마
트폰에서 진동음과 함께 대금이 입 금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Web 발신 한서준 님의 계좌에 28,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본 인이 아닐 시……』
세금이라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많은 감가가 생기긴 했지만, 그 래도 액수가 제법 되었다.
서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 정도 돈이면……
어제 못 했던 소고기 파티는 말 할 것도 없었다.
생활비에 허덕이고 있는 가족들을 도울 수 있을뿐더러 그럴싸한 선물도 하나씩 해 줄 수 있었다.
결단을 내린 서준이 가족들의 선 물을 구매하러 가기 위하여 발걸음 을 옮기려 했다.
“이제 가도 되는 거죠?”
“아……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 려 주실 수 있을까요?”
거래소 직원이 볼일이 남아 있는
지 서준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말단에 불과한 협회 직원이 붙잡 으려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서준 씨.”
굵은 동굴의 목소리, 먹이를 노 리는 뱀과 같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사내. 안전 관리과 본부장, 안 채형이었다.
“반갑습니다, 어제는 감사했습니 다.”
웃는 얼굴, 내뱉고 있는 감사의
인사와 달리 서준의 머릿속은 빠르 게 회전을 하고 있었다.
‘어제 안채형이 나를 도와준 이 유를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도움을 받긴 했지만 너무나도 갑 작스러웠다.
그리고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는 없었다.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텐데 안채형 이 뒷정리를 하느라 바빠 보여서 포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끝이었다.
일부러 친근하게 다가와서 조사 하려는 거일 수도 있었다.
“이른 아침이면 부원들에게 업무 지시 및 보고를 받느라 가장 바쁘 실 시간 아닌가요?”
가시가 박혀 있는 서준의 말에 안채형이 손사래를 쳤다.
“김경호 씨와의 일을 캐묻기 위 해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그 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무슨 일이죠?”
이어진 서준의 질문에 안채형이
고개를 들었다.
“한국 각성자 협회장님께서 한서준 씨를 뵙기를 원하십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을까요?”
들어 올린 고개가 서서히 뒤로 젖혀지더니 안채형의 시선이 자연 스레 건물의 천장, 꼭대기를 향하 고 있었다.
“협회장님이요?”
서준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문 을 했다.
한국 각성자 협회장, 그런 사람
이 아무런 연유 없이 이제 갓 D급 이 된 각성자와 만남의 자리를 가 지려 할 리가 없었다.
“네, 지금 협회장실에서 기다리 고 계십니다.”
갑작스러운 인물이었던 만큼 처 음 들었을 때는 다소 당황스러웠지 만 침착하게 머리를 굴려 보니 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어제 치른 각성자 시험과 가좌역 앞에서 일어난 미관측 게이트 사건.
부단한 노력들이 이제 빛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협회로 나를 스카우트하려나 보 네.’
하지만 아쉽게도 협회 소속의 각 성자가 되는 것은 구미가 크게 당 기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협회는 정부 산하의 기관, 즉 비영리 단체라는 말이었다.
자금 사정이 넉넉할 리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협회장, 강 석호와의 만남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사회생활은 인맥빨부터 시작하 는 거지.’
더군다나 강석호는 한국 제일의 각성자라고 칭송받는 존재로서 국 회, 정부, 협회, 언론사까지 그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인연을 만들어 둬서 손해 볼 것 은 없는 사람이었다.
“좋습니다. 안내 부탁드릴게요.”
서준이 고개를 주억이며 승낙하 자, 굳어 있던 안채형의 얼굴에서 활짝 미소가 피어났다.
“감사합니다!”
항시 날카로워 보였던 안채형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서준은 피식- 웃음을 홀린 후, 안채형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 터에 탑승을 했다.
띵-!
최상층에 도착하자 넓은 로비와 협회장실로 추정되는 방의 문고리 를 잡고 있는 비서가 있었다.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비서가 문을 열어젖히자, 소파에
앉아 있는 훌륭한 풍채를 가진 거 한의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이.’
S등급, 대한민국 각성자들의 정 점에서 있는 자.
서준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엄청나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만 보 자면 중원 대륙에서도 손에 꼽힐 강자였다.
협회장실 내부로 들어서는 서준 의 얼굴을 확인한 강석호가 자리에
서 일어나더니 환한 얼굴로 반갑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한서준 각성자님. 한국 각성자 협회장 강석호라고 합 니다.”
최강이라 칭해질 정도로 강한 힘, 실권을 쥐고 있는 협회장이라 는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었기에 무게를 잡고 하대할 것이라고 생각 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크게 다른 모습 을 보이고 있었다.
자고로 오는 말이 고우면 가는
말도 고운 법이었다.
좋은 첫 인상을 보이는 강석호의 모습에서준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한서준이라고 합니 다.”
두 사람은 짧은 악수를 나눴다.
강석호가 밝은 웃음을 보이며 건 너편 자리의 소파를 가리켰다.
“편히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는 서준을 보며 강석호
가 물었다.
“차는 어떤 걸로 내어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너무 딱딱하게 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럴 수 있나요, 서로 목적이 있는 자리인데.”
서준의 말에 강석호가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더니 안채형과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둘이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자 리를 좀 비켜 줄 수 있겠나?”
안채형과 비서가 고개를 꾸벅 숙 인 후 협회장실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강석호가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원하시는 대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한서준 씨, 저희 협회에 속할 생각은 없습니까? 협 회 내에서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 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곧장 대답하시는 것이 이미 손 익 계산을 끝내셨나 보군요.”
서준은 말없이 웃음을 보였다.
무언의 긍정을 표하고 있었지만, 강석호는 조금도 실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알고는 계시겠지만, 저희 협회 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닙니 다. 때문에 많은 돈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를 대신하여 다른 것 을 드리겠습니다.”
내뻗은 강석호의 주먹에 푸른 빛 구체가 빛나고 있었다.
각성자로서 지금 강석호가 말하 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
었다.
‘스킬 전수.’
각성자에게 그 어떠한 것들보다 탐나는 보물.
강석호가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 었지만,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유가 궁금하네요.”
“ 예?”
“단순히 지금 제가 가진 힘 때문 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D급밖 에 안 되는 저에게 이렇게까지 투
자하실 이유가 없거든요.”
타당한 질문이었다.
협회의 입장에서 이것은 너무 위 험한 도박이었다.
서준의 성장 가능성은 확실하다 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준의 마음이 확실하다 고는 말할 수 없었다.
사람 마음이란 것은 갈대와 같으 며, 변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서준을 바라보는 강석호의 눈빛 에 이채가 서렸다.
‘과연 안전 관리 본부장이 극찬 을 할 만하군.’
올곧은 마음과 강한 힘뿐만 아니 라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현명함까지.
협회라는 무리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 협회장의 자질을 모두 갖춘 남자였다.
강석호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서준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자 면 으음…… 혹시 빌런의 존재를 알고 계십니까? 범법을 저지르는 각성자들 말입니다.”
모를 수가 없었다.
범법자, 빌런들은 각성자의 소식 과 버금갈 정도로 매체에 언급이 자주 되는 이들이었다.
서준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중 대다수는 원래는 평범 한 각성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자 리와 힘이 사람을 바꾸어 놓더군 요.”
실제로도 빌런이라 불리는 이들 중에는 현역으로서 각성자 생활을 할 때에는 제법 이름, 명성을 날리 던 이들이 많았다.
평범하고 각자의 이상을 품었던 각성자들도 레벨 업을 통해 강한 힘과 권력 그리고 주변의 아첨들을 듣다 보면 그것들에 취하여 점점 이성을 잃고 미쳐 갔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말로가 바로 빌런이었다.
“그래서 저희 협회는 강력한 힘 과 권력을 가졌지만, 그것들에 취 하지 않을 수 있는 올곧은 마음을 가진 진정한 영웅을 찾고 있었죠.”
강석호의 두 눈동자가 한서준을 응시한다.
“그리고 한서준 각성자님께서는 그 영웅의 상에 가장 적합한 인물 입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