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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신-83화 (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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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기운

망망대해로 간 강신은 바다 속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덩치가 커진 파도를 보며 한 숨을 내 쉬었다.

“후~. 저게 육지에 도착하면 쓰나미가 된다는 거지? 저걸 어떻게 막지? 역시 정령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나? 실피드. 바람으로 파도 좀 막아줘.”

-네. 아버지.

실피드는 용암을 막았을 때처럼 바람으로 덩치가 커진 파도를 밀어내 크기를 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파도가 줄어들진 않고 점점 더 커져갔다.

바닷물이 방해를 하는 것이었다.

“이건 땅에다가 물까지 상대해야 하잖아. 아~. 갑자기 모든 게 하기 싫어진다. 그냥 세상 망하는 거 구경이나 할까?”

그런데 그때 누가 그걸 그냥 보고만 있겠냐는 듯 바다 위로 바닷물로 이루어진 골렘들이 올라왔다.

아쿠아 골렘들은 강신을 향해 강력한 물줄기를 뿜었지만 강신은 의욕 없는 표정으로 그 물대포를 맞아 주었다.

어차피 그런 공격은 맞아봤자 생명력에 아무런 이상이 없기 때문에 피할 필요가 없었다.

강신은 물줄기를 맞으며 과연 이 세상을 왜 구해야 할까 하고 생각해 봤다.

‘난 전에 있던 세상에서도 종말이 오길 바랐던 사람이야. 밀레니엄 때도 그랬고 마야 달력의 마지막 날에도 그랬지. 그런 내가 왜 이 세상을 구해야 하지? 그냥 끝나버리게 두면 될 텐데. 뭔가 지켜야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이감이 넘치는 것도 아니잖아. 빌어먹을 신들의 장난감 노릇이나 하던 내가 왜 그 신들이 다스리는 세상을 구해야하지? 정말 허무하군. 그냥 세상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그 순간 강신의 몸속에 있던 멸살의 기운이 꿈틀거리더니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 이외에 모든 걸 없애버리는 멸살의 기운은 강신이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자신을 없애기 시작했고 얼마 후 강신의 몸속엔 멸살의 기운이 없었다.

그렇다고 멸살의 기운이 있던 곳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의 기운으로 세상이 창조되기 전에 창조될 세상의 바탕이었던 그 무.

세상을 완전히 없애 버릴 수 있는 그런 힘이었다.

세상이 붕괴되면 폐허라도 남지만 무의 기운이 뒤덮게 되면 차원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런 힘을 갖게 된 강신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있는 상태라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강신의 몸에 무의 기운이 생기자 강신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대던 아쿠아 골렘들이 겁에 질린 듯 순식간에 바닷물로 돌아갔고 세상에 일어나던 기상 이변들도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동물이나, 몬스터들이 가장 먼저 알 듯 강신이 갖게 된 위험한 기운의 존재를 자연이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이다.

갑자기 자신을 공격하던 물줄기가 멈추자 생각에 빠져있던 강신이 정신을 차렸다.

“어? 뭐야? 갑자기 다들 어디 간 거지?”

강신의 물음에 강화의 신이 물었다.

-몸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변화? 무슨 변화?”

-멸살의 기운을 사용해 봐요.

강신은 멸살의 기운을 사용하려다 멸살의 기운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멸살의 기운이 없잖아. 갑자기 왜 사라졌지?”

-정말로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사라졌다니까.”

-멸살의 기운이 있던 자리에 뭔가 있지 않나요?

“아무것도 없어. 꼭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이건 뭔가 이상한데? 분명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데 그곳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잖아. 아니, 들어가자마자 사라져버려. 도대체 이게 뭐지?”

-그것은 무의 기운입니다. 세상 모든 것을 없애버리는 멸살의 기운의 완성형이죠.

“완성형? 하지만 언비터블이 사용하던 힘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어요.”

-그건 그녀가 아직 멸살의 기운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녀가 완성 못했는데 난 어떻게 완성했죠? 난 아직 정멸살밖에 못하는데? 언비터블은 멸살에다 멸살신까지 사용가능 하잖아요.”

-멸살의 기운은 무의 기운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멸살신검은 멸살의 기운을 이용한 공격방식일 뿐이죠. 그러니 멸살신검의 경지가 높은 것과 무의 기운은 아무 상관없어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강신 앞에 언비터블이 나타났다.

“그걸 벌써 완성 하다니. 넌 역시 재미있어.”

언비터블의 말에 강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죠?”

“무의 기운을 느끼고 왔다. 어떻게 한 거지?”

“몰라요. 정신을 차려보니 저절로 바뀌어 있었어요.”

“그럼 나와 한 판 붙어보자. 멸”

강신은 언비터블이 멸살이라고 외치기 전에 소리쳤다.

“잠깐만요. 전 아직 이 기운을 전혀 다룰 줄 몰라요. 그러니 싸워봤자 원하는 건 얻지 못할 거예요.”

“그런가? 음~. 무 기운은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군. 무의 기운을 조금만 내게 줄 수 있겠어?”

“필요 없으니까 마음껏 가져가세요.”

“그럼.”

언비터블은 갑자기 강신의 앞에 다가가더니 강신의 상의를 위로 올리곤 손으로 강신의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무의 기운을 빼내기 위해서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여인이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는 것에 강신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피어났다.

반면 언비터블은 무슨 돌을 쓰다듬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쓰다듬다가 무의 기운을 좁쌀만큼 빼내갔다.

그런데 빼내간 무의 기운을 몸속으로 흡수하자마자 언비터블은 피를 토했다.

“욱~. 이 정도의 힘이라니. 멸살의 기운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군. 아무튼 고맙다. 그럼 난 이만.”

“그 상태로 어딜 가려고요?”

“바다 위에서 수련을 할 순 없으니까.”

언비터블은 그렇게 말하곤 바로 사라져 버렸고 덕분에 강신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강신의 아쉬워하는 모습에 오랜만에 파괴의 신이 물었다.

-왜? 고백이라도 하려고 그랬냐?

“고백은 무슨. 그냥 몸 좀 분석하게 해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무슨 변태도 아니고 여자의 몸을 분석하게 해달라고 하면 저 여자가 그냥 ‘어.’ 하고 허락할 것 같아?

“언비터블이면 그냥 허락 할걸? 내 예상으론 이유도 묻지 않았을 거다. 원래 그런 성격이니까. 아~. 언비터블의 몸은 꼭 분석해 보고 싶었는데.”

-지금 네가 한 말이 얼마나 부끄러운 말인지 알고나 있는 거야? 여자의 몸을 꼭 분석해보고 싶었다니!

“왜? 언비터블은 뭐든 보면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능력을 갖고 싶었던 것뿐인데?”

-이 변태. 불결한 놈. 꼴통.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리고 카렌처럼 말하지 마. 소름끼치니까.”

-소름끼친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럼 소름 안 끼치게 생겼냐? 파괴의 신이 날 속이기 위해 연기한 인격인데.”

-연기한 거 아니야!

“그럼 뭐. 네가 진짜로 날 좋아했냐?”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연기 아니야!

“그럼 뭔데?”

파괴의 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에서야 말해봤자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저 속으로만 삭힐 뿐이었다.

강신은 믿지 않고 있지만 사실 디아볼루스는 새로운 몸을 찾으면 진짜로 강신에게 몸을 돌려줄 생각이었다.

디아볼루스에게 강신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이니.

디아볼루스와 마찬가지로 파괴의 신도 다크를 처단하고 새로운 몸을 찾으면 강신에게 몸을 돌려줄 생각이었다.

파괴의 신에게 강신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파괴의 신이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냥 하던 일이나 계속 하자. 어? 파도가 잔잔해졌네?”

이번엔 강화의 신이 말했다.

-무의 기운 때문에 세상이 겁을 먹을 상태에요.

“세상이 겁을 먹었다고요?”

-무의 기운은 세상을 창조 전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이에요. 그런 힘이 나타났으니 다들 무서워할 수밖에요.

“어차피 세상을 붕괴시키려던 것들이 무의 기운을 왜 무서워하는 거죠?”

-자연이 하려는 붕괴는 세상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게 아니에요. 그저 세상이 창조된 직후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거죠. 하지만 무의 기운은 방금 말한 대로 창조 전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힘이에요.

“그래서 이런 상태가 얼마나 가는 건데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이 그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바로 다시 시작할 거예요. 그러니 자연이 다시 폭주하기 전에 서둘러 남은 자연들을 전부 정령으로 만드세요.

“알았어요. 그럼 물부터 해 볼까?”

강신은 그렇게 말 하면서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강신이 바다 속으로 들어간 그 시각 창조주의 탑에 도착한 샤인은 잠시 창조주의 탑을 올려다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1층은 전에 흑운이 왔을 때처럼 아무도 없었지만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내부가 엄청나게 넓었다.

하지만 샤인은 그런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앞에 보이는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으로 올라가 위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무것도 없는 세 하얀 공간이 나왔다.

“이건 뭐야? 설마 날 놀리는 건가?”

그런데 그때 샤인이 올라왔던 문이 자동으로 닫기 더니 사라졌다.

“이런. 날 가둬두려는 속셈이었군. 이거 보기 좋게 당해버렸어. 하지만 문이 없다고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니지.”

그렇게 말한 샤인은 빛의 신의 갑옷을 타이탄으로 변형시키곤 벽을 향해 빔을 날렸다.

엄청난 폭발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 폭발로 인한 연기가 사라지자 너무나도 멀쩡한 벽이 보였다.

“보통 탑이 아니었군. 날 가두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샤인이 그렇게 말하곤 벽을 향해 빔을 난사하려 할 때 샤인을 이곳으로 불렀던 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탑은 창조주가 직접 만든 탑이니 쓸데없는데 힘쓰지 말고 위로 올라와라.

“계단도 없는데 어떻게 위로 올라가라는 거냐!”

-계단은 네가 1층의 시련을 이겨내야 생겨날 것이다.

“1층? 다시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 건가?”

-이 탑의 1층은 지금 네가 있는 곳이다. 거기서 도전이라고 크게 외쳐라.

“또 무슨 수작이지?”

-한 번 1층에 들어선 자는 이 탑을 정복하기 전엔 절대 나갈 수 없지. 그러니 어떻게 할지는 마음대로 해라.

“흥. 네 놈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꼭대기까지 올라가주지. 도전!”

샤인의 외침에 처음 보는 생물들이 나타나더니 샤인이 타고 있는 타이탄이랑 똑같이 변했다.

그렇게 자신이 타고 있는 타이탄과 똑같이 생긴 타이탄 100기 정도에 둘러싸인 샤인은 다짜고짜 그 타이탄들에게 빔을 날렸다.

빔이 타이탄을 때리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는데 그 폭발이 일어나는 동시에 타이탄들이 샤인을 향해 빔을 사용했고 샤인을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얼마 후 눈을 뜬 샤인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여긴 아까 그자식이 1층이라고 했던 곳이잖아. 날 공격한 타이탄들은 전부 어디 갔지?”

그때 샤인을 이곳으로 불렀던 자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겨우 1층에서 죽다니. 넌 너무 약하구나. 하지만 걱정 마라. 이곳에선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으니. 그럼 아까 말한 대로 내가 있는 꼭대기까지 와 보거라. 죽으면 무조건 1층에서 다시 살아나니 최대한 죽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 말에 샤인이 다시 도전을 크게 외치자 아까 나타났던 처음 보는 생물들이 나타나더니 샤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번엔 타이탄을 타고 있지 않아 샤인으로 변한 것이었다.

모든 힘을 잃어버린 샤인은 그 상태로 싸울 수 없다는 생각에 빛의 신의 갑옷을 다시 타이탄으로 변형시켰는데 샤인으로 변한 생물들은 타이탄으로 변하지 않고 샤인의 모습 그대로 있었다.

“흥. 그 모습이라면 무서울 거 없지.”

샤인은 그렇게 말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한 생물들을 공격했는데 생물들은 잘 죽지 않았다.

빛의 신의 갑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데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에 샤인은 타이탄의 변형을 풀더니 생물들에게 죽어주었다.

그리곤 다시 살아나자마자 빛의 신의 갑옷을 벗더니 도전이라 외쳤다.

그러자 이번엔 처음 보는 생물들이 갑옷을 입지 않은 샤인으로 변했고 그 모습에 샤인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갑옷을 입고 타이탄으로 변형했다.

그리곤 자신의 모습을 한 생물들을 무참히 짓밟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무력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싫다는 듯 밟는 것뿐만 아니라 밟은 상태로 발을 비비며 짓이기기까지 했다.

그런 식으로 생물들을 전부 쥐포로 만들어 버리자 계단이 나타났다.

“금방 올라가서 네놈도 이것들처럼 만들어주지.”

샤인은 그렇게 말 하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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