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의 신-70화 (70/91)

0070 / 0091 ----------------------------------------------

드래곤 성녀 케일라

갑자기 여인이 나타나자 강신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가던 길을 계속 갔고 강신의 시 둥한 반응에 붉은 머리 여인이 물었다.

“야. 어디가?”

“그건 왜 물어봐?”

“날 보고도 그냥 가는 게 신기해서. 너 남자 맞아?”

“당신 외모에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내 부하 중에 당신보다 훨씬 아름다운 녀석이 있어서 면역이 되었지.”

“뭐? 말도 안 돼. 혹시 네 부하라는 게 하이 엘프인가?”

“아니, 타종족이긴 한데 엘프는 아니야.”

“엘프가 아니라고? 그럼 무슨 종족인지 말해라.”

“그건 좀 곤란한데. 그런데 무슨 일이지? 설마 진짜 자기 외모에 너무 자신 있어서 날 잡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아! 네 반응이 너무 시큰둥해서 잠시 잊고 있었군. 이거. 네가 만든 거 맞지?”

붉은 머리 여인은 강신이 예전에 드워프에게 주었던 겹 증폭 된 훈련용 검을 꺼내 보여주었다.

“아니, 난 검 만들 줄 몰라.”

“검 말고 겹 증폭 말이야. 겹 증폭 네가 한 거 맞지?”

“그렇긴 한데. 그러고 보니 그 외모와 엄청난 양의 마나. 너 드래곤이지?”

“내 마나를 볼 수 있다니. 너 평범한 인간이 아니구나? 그러고 보니 족장 녀석이 어둠의 신의 선택을 받은 놈이라고 했으니. 하지만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하기엔 너무 약한데?”

현재 강신은 멀릿이 알려준 방법으로 마기를 가리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드래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드워프들을 전부 죽인건가?”

“아까운 노예들을 왜 죽여?”

“그런가? 그런데 왜 찾아왔지? 설마 그 검의 겹 증폭을 내가 했는지 물어보려고 찾아 온 것인가?”

“이 정도의 겹 증폭을 어떻게 한 건지 알아내려고 찾아왔다.”

“내가 운이 좀 좋거든. 됐지?”

강신이 그렇게 말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하자 갑자기 강신 앞에 파이어 볼이 날아와 폭발을 일으켰다.

“이게 무슨 짓이지?”

“다른 차원 사람이라 잘 모르나본데 드래곤은 네가 무시해도 되는 그런 종족이 아니야.”

“그럼 신이 비늘을 한땀 한땀 박아서 만든 명품이냐?”

“아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군. 파이어 월(불 벽).”

드래곤의 마법에 강신 주위에 불로 이루어진 벽이 솟아올랐지만 강신은 아무렇지 않게 걸어서 불벽을 넘어갔다.

“선택받은 자라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군. 하지만 이건 쉽지 않을 것이다. 헬 파이어(지옥 불).”

주위를 순식간에 뜨겁게 만들어 버릴 정도의 불덩어리가 날아오자 강신은 마기를 방출하면서 말했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네. 마법을 헬 파이어 밖에 모르나?”

강신이 방출한 마기에 삼켜진 헬 파이어는 잠시 마기를 태워버릴 듯 열기를 뿜어댔지만 금방 사라져버렸다.

“이 정도의 마기라니. 어둠의 신에게 받은 것인가?”

“그년한테 받은 건 이 몸과 팔찌, 목걸이가 끝이야. 그 외에는 전부 내 힘으로 얻은 거지.”

“설마 마왕과 계약을 한 것이냐?”

“아니, 마족을 먹었지.”

“인간이 마족을 먹어? 보통 인간이었다면 마족과 계약을 하지 않는 이상 마기로 인해 몸이 폭발 했을 텐데. 역시 선택받은 자라는 건가? 그렇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지. 오늘 이 자리에서 증폭의 비법과 디아볼루스를 받아 가겠다.”

드래곤은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 높이 올라가더니 밝은 빛과 함께 거대한 레드 드래곤으로 변했다.

“너 저 드래곤 알아?”

강신의 물음에 디아볼루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 도마뱀을 잊고 있었군. 저 붉은 도마뱀은 날 지키던 녀석 중 하나야. 원래는 마족과 천사, 드래곤이 하나씩 날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 날 천사가 사라지더니 저 드래곤도 수면기라며 사라졌었다. 그래서 그때 그 소머리 녀석만 있었던 거지.

“그럼 널 얌전히 넘겨주면 저 드래곤이 그냥 갈 수도 있겠네?”

-설마 날 그냥 넘겨줄 생각은 아니지? 그리고 저 드래곤이 원하는 건 나만이 아니잖아. 증폭 비법은 어떻게 할 건데?

“드래곤과는 별로 엮이기 싫었는데. 저 드래곤을 죽이면 다른 드래곤이 찾아오겠지?”

-날 지키고 있던 드래곤이니 그렇겠지.

“그럼 제압만 해 둘까?”

강신이 디아볼루스와 대화하는 사이 본 모습으로 돌아간 레드 드래곤은 강신을 향해 브레스를 날렸다.

헬 파이어를 가볍게 막는 것을 보고 전력을 다하는 것이었다.

모든 걸 태워버릴 수 있을 것 같은 파이어 브레스가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강신은 브레스를 향해 마기를 방출해 폭발을 일으켰다.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파이어 브레스는 살짝 주춤했지만 레드 드래곤이 계속 뿜어대고 있기 때문에 바로 다시 강신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강신이 마기를 계속 방출한 덕분에 파이어 브레스는 마기에 막혀 강신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고 강신은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에너지파를 쏘는 자세를 취하면서 마기를 힘껏 밀었다.

-그게 뭐하는 거냐?

“이 자세 꼭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 이것도 해보고 싶었고. 파!”

강신의 파라는 기합과 함께 마기가 브레스를 밀어내더니 엄청난 속도로 레드 드래곤을 향해 뻗어 나갔다.

마기가 엄청난 속도로 파이어 브레스를 밀어내면서 가까워지자 레드 드래곤은 브레스를 멈추고 블링크를 사용해 마기를 피했다.

하지만 마기는 드래곤이 나타난 방향으로 방향을 꺾었고 그때부터 마기와 드래곤의 쫓고 쫓기는 상황이 계속 됐다.

한 3분 정도 장풍 쏘는 자세를 하고 있던 강신은 지겨워진 듯 자리에 앉아 편안히 마기만 컨트롤 했다.

한참 마기에 쫓기던 드래곤은 일단 이곳에서 피하려는 생각으로 텔레포트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주위가 검은 색으로 변하더니 텔레포트에 사용하려던 마나가 흩어졌다.

강신이 권능을 사용한 것이었다.

주위가 검은 색으로 변하면서 몸이 무거워진 덕분에 드래곤은 마기를 피하면서 빠른 속도로 체력을 소모하게 됐고 그렇게 5시간 정도 지나자 정신을 잃은 듯 드래곤의 움직임이 멈췄고 드래곤을 쫓던 마기가 드래곤을 삼켰다.

하지만 마기는 드래곤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살며시 바닥에 내려 주었다.

강신은 마기로 드래곤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드래곤의 입을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봐. 일어나봐.”

강신의 툭툭에 정신을 차린 드래곤이 강신에게 뜻을 전했다.

-인간 따위에게 이런 치욕을... 그냥 죽여라.

“널 죽이면 귀찮아져서 일부러 죽이지 않는 거니까 내가 죽여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그럼 이제 협상에 들어가 볼까?”

-협상? 웃기고 있군. 내가 너 따위와 협상을 해줄 것 같나?

“이건 날 위한 게 아니라 널 위한거야. 앞으로 나한테 끌려 다녀야 할 텐데 최소한의 편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 싫으면 말고.”

-날 끌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나? 마나만 회복되면 네게서 벗어나는 건 일도 아니다.

“알아. 단 마나가 회복되면 이겠지. 하지만 내가 마나를 회복하도록 그냥 두고 볼까?”

강신의 말에 드래곤은 잠시 눈알을 굴리다가 말했다.

-마기로 마나가 쌓이는 걸 방해해났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냥 끌려 다닐래? 아님, 서로 편하게 협상을 할래?”

-일단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들어보겠다.

“내가 원하는 건 네가 나와 용언으로 주종계약을 맺는 거야.”

-미쳤군. 내가 평생 네 노예로 살 것 같나? 그러느니 차라리 네 놈이 죽을 때까지 끌려 다니겠다.

“난 상벌이 확실한 사람이야. 내가 원하는 걸 해 준다면 이 신들의 게임이 끝날 때 주종계약을 풀어줄게. 이건 내 모든 마기를 걸고 하는 말이니까 믿어도 된다. 원한다면 마족의 계약도 맺어주지.”

-흥. 그 말이 사실이라 해도 난 인간의 노예로 살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

“그냥 몇 년 유희를 한다고 생각해. 어차피 신들의 게임이 끝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만약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다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끌고 다니다가 마기로 널 봉인해 버릴 거야.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지? 영원한 세월 동안 캄캄한 공간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봉인이 풀리길 기다려야하지. 참고로 나 이외에 봉인을 풀 수 있는 건 내가 봉인을 걸 때 사용한 만큼의 마기를 가지고 있는 자뿐이야. 마왕의 본체를 소환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풀 수 없다는 거지.”

강신의 말에 레드 드래곤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네 대신 죽으라던 가. 아님, 종족을 배신하는 일을 시키진 않겠지?

“내가 시키는 일을 무조건 할 필요는 없어. 네가 생각하기에 합당치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그걸 이용해 내가 시키는 모든 일을 하지 않는 건 안 되고.”

-알았다. 그런 조건이라면 하지. 단 날 풀어준다는 약속은 마족의 계약이 아닌 마나의 맹세 비슷하게 마기의 맹세로 해야 한다. 명색이 드래곤인데 마족과 계약을 할 순 없으니.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지.”

강신은 그렇게 레드 드래곤과 주종계약을 맺었다.

용언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이제 강신과 레드 드래곤은 영혼으로 이어진 상태가 된 것이다.

강신은 레드 드래곤 케일라를 종으로 만들고 바로 광장으로 갔다.

광장엔 이미 다른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강신 옆에 있는 케일라를 보곤 일행 중 셋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미녀가 강신 옆에 있으니 베라, 헬레네, 펜리르가 질투를 하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펜리르는 남성체인데 남성체인 펜리르가 질투를 하는 것은 다른 동물이 주인에게 귀여움을 받으면 질투하는 애완동물과 비슷한 것이었다.

“방금 내 밑으로 들어온 케일라라고 해. 강화교의 성녀니까 남들 앞에선 다들 잘 받들어줘.”

강신의 말에 멀릿과 대런은 아무렇지 않게 알았다고 대답을 했지만 베라, 헬레네, 펜리르는 마지못해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일행에게 케일라를 소개한 강신은 케일라를 데리고 광장 한 쪽에 있는 단상으로 올라가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현재 광장엔 강신일행의 도움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희 강화교를 정식으로 세상에 알리는 자리에 이렇게 나와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전 강화교의 교주 강신이라고 합니다. 저희 강화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살기 좋도록 가난한 자들을 강화해 풍족하게 하게 해주고 병든 자들을 강화해 건강하게 해주시려는 강화의 신의 뜻을 받들고 있습니다. 처음 듣는 신이라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강화의 신은 10신이 생겨나기도 훨씬 전부터 존재하던 창조신과 동급인 신이십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느냐? 그건 바로 강화의 신께선 조화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진 10신이 조화롭게 세상을 잘 다스렸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몇몇 신전이 완전히 사라지고 몇몇 신전은 서로 싸우는 등 조화가 완전히 깨져버렸습니다. 그로인해 여러분들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강신의 말을 끊으며 질문을 했다.

“강화의 신이 창조신과 동급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아니, 존재 자체도 확실치 않은 신을 어찌 믿으란 말입니까?”

그의 말에 광장에 모여 멍하니 강신의 말을 듣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방금 질문을 한 자는 10신 중 하나를 믿는 신도로 이렇게 분위기를 깨기 위해 와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사람들을 향해 뿌렸다.

그런데 그 종이는 꼭 살아있는 것처럼 한 사람에 하나씩 떨어지더니 남은 것들은 다시 단상으로 돌아와 강신의 손에 들어왔다.

케일라가 마법으로 해준 것이었다.

굳이 케일라가 도와주지 않아도 마기를 사용해 할 수도 있지만 마기를 감지할 수 있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케일라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사람들이 종이를 다 받자 강신이 말했다.

“그 종이는 저희 교단에 내려오는 고대 문서의 내용을 복사한 것입니다. 고대어로 적혀있어 읽기 어려우실 테니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 ‘창조신께선 강화의 신과 힘을 합쳐 세상을 만들고 10신을 만들어 세상을 보살피게 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고문서가 저희 교단에서만 내려오는 이유는 강화의 신을 질투한 10신이 자신들을 믿는 자들을 시켜 고대 자료를 전부 없앴기 때문입니다. 저희 교단은 이 고대 문서를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잔혹한 10신의”

그때 좀 전에 의문을 표했던 자가 강신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헛소리 그만 하시오. 어디서 가짜를 만들어 와선 감히 10신을 능멸하다니. 지금 당장 이단 심문관에 당신들을 신고하겠소.”

“마음대로 하시오. 하지만 당신 말 중에 이 문서가 가짜라는 말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요.”

“그럼 진짜라는 증거라도 있소?”

“당연히 있지. 먼저 10신을 믿는 자들이 고대 문서를 없앴다는 증거는 세상에 고대 문서가 별로 없는 것이면 될 것이오.”

너무 억지스러운 말이었지만 강신이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본 광장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가?’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억지스럽기 때문에 누군가 당당하게 아니라고 하면 바로 깨질 분위기였고 의문을 제기하던 이가 그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말이 나오질 않았다.

케일라가 그에게 사일런스 마법을 건 것이었다.

“이것 보시오. 창조신과 동급인 강화의 신을 부정하려 하니 말이 나오질 않지 않소.”

강신의 그 말에 사람들은 의문을 표하던 이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며 점점 강화교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강신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결정타를 날렸다.

“제 말이 너무 억지스러웠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니 이 고대 문서가 진짜라는 걸 이 자리에서 증명하겠습니다.”

강신은 품에서 석판으로 된 고문서를 꺼내더니 외쳤다.

“강화의 신이시여. 여기 모인 사람들을 강화해 주시옵소서. 힐링 웨이브.”

힐링 웨이브란 단어는 작게 말해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는데 강신의 말이 끝나자 석판에서 밝은 빛이 나고 강신이 착용하고 있던 귀걸이에서 이상한 파장이 방출되더니 주위로 퍼지면서 파장에 접촉된 사람들을 회복시켰다.

사실 석판에서 빛이 난 것은 석판 뒤에 준비해 두었던 라이트 스크롤을 찢은 것이고 힐링 웨이브는 귀걸이에 있는 마법을 사용한 것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것이 전부 강화의 신의 능력으로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