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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만들기
강신의 새로운 종교를 만든다는 말에 대런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새로운 종교를 만든다고요? 그럴 거면 차라리 신전연합에 들어가지 그랬어요? 거기다 종교를 만드는 게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줄 알아요?”
“상황에 따라 쉬워질 수도 있고 어려워 질 수도 있지. 그리고 난 아무리 성룡이라도 추락하는 드래곤의 등에 올라탈 생각은 전혀 없어. 와이번이라도 비상하는 녀석의 등에 탈거다.”
“신전연합이 추락하는 드래곤이라는 건가요? 하지만 드래곤이라면 추락하는 상황이라도 마법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잖습니까.”
“물론 날다가 졸아서 추락하는 거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더 강한 드래곤한테 공격받고 추락하는 거라면 절대 다시 떠오를 수 없지. 마법을 사용하려해도 더 강한 드래곤이 방해할 거고.”
“그 말은 신전연합이 빛의 신전에게 망할 거라서 합류하지 않고 나왔다는 건가요?”
“너도 알고 있잖아.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빛의 신전이 널 공격한 것만 봐도 이제 신전연합이 끝날 거라는 건 알 수 있어. 오늘 중간계로 온 내가 이야기만 듣고도 알 정도니 너도 알고는 있었을 거야. 그저 인정하기 싫었던 것뿐이지.”
“알았어요. 그렇다고 치죠. 그런데 새로운 종교를 만든다는 건 무슨 말이죠? 빛의 신전이 버티고 있는데 그게 가능 할 것 같아요?”
“인간이 살이 찌면 여러 가지 병이 생기듯 단체도 크기가 커지면 암 같은 존재들이 많이 생겨나지. 그 암 같은 존재들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새로운 종교를 만들 수 있어. 문제는 빛의 신전과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신도 수를 늘리는 건데 그것도 몇 가지만 준비되면 시간문제지.”
“그 몇 가지가 뭔데요?”
“돈, 여자, 증폭.”
“도대체 무슨 종교를 만들기에 돈, 여자, 증폭이 필요해요? 설마 이상한 종교를 만들려는 거예요?”
“응. 이상한 종교를 만들려고.”
“마계에 다녀오더니 타락했군요.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네요.”
대런이 그렇게 말하곤 나가려고 하자 강신이 말했다.
“네가 신전연합에서 하던 일이 뭐냐?”
“상단을 운영했죠.”
“상단은 왜 운영했는데?”
“그거야 돈을 벌려고 했죠.”
“그럼 신전에서 가장 고귀한 자가 누구냐?”
“그거야 성자나, 성녀죠.”
“성녀는 성별이 뭐지?”
“여자요.”
“마지막으로 종교에서 다치거나 병든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하냐?”
“고쳐줘야죠.”
“다친 사람이 수 백 명인데 너한테 있는 건 포션 한 병하고 증폭서, 그리고 옆에 보이는 우물뿐이야.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증폭서를 팔아서 포션을 사야죠.”
“아니, 그것보단 우물에다 포션을 붓도 증폭을 하는 게 더 이익이야. 네가 말한 방법으로는 한 때를 무사히 넘길 수 있지만 우물에 포션을 붓고 증폭하면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몇 년은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이제 알겠냐?”
“뭘요?”
“왜 돈, 여자, 증폭서가 필요한지 말이야.”
“하지만 이상한 종교를 만든다면서요.”
“사람들이 10신이 아닌 듣도 보도 못한 신을 믿는 종교를 뭐라고 부르냐?”
“사이비 종교나 이상한... 설마 새로운 종교라는 게 10신이 아닌 다른 신을 믿는 종교를 말한 거예요? 여기가 오지도 아니고 신성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종교를 누가 믿겠어요?”
“그건 걱정 하지 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신성력을 대신할 것들을 만드는 거니까. 그러니까 넌 저 녀석들이랑 나가서 아주 예쁘고 심성 고운 여자 아이 하나만 데려와. 최대한 불쌍하게 자란 아이로.”
“증폭으로 신성력을 대신하려는 거군요. 거기다 지금 시켜서 데려올 아이는 성녀로 새울 생각이고요. 그럼 돈은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꽤 많은 돈이 들어갈 텐데?”
“그건 멀릿이 알아서 할 거야.”
강신의 말에 멀릿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네. 전에 가르시올에서 사체 하던 거 있죠?”
“있었지. 하지만 1년 전 금속의 신전으로 피하면서 다 흐지부지 되 버렸어.”
“그때 돈 빌려가서 갚지 않은 자들 기억해요?”
“기억은 하지만 빛의 신전 때문에 지금 와서 받기는 좀 어렵네.”
“빛의 신전을 등에 업고 갚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에 맞춰주면 그만이지요. 아까 챙긴 크루세이더의 시체로 데스 나이트를 만들어 마기를 가리고 같이 가면 그동안 밀린 이자까지 쳐서 줄 거예요.”
“그것까지 생각하고 크루세이더의 시체를 챙긴 건가?”
“아니요. 쓸모 있을까 해서 챙겼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렇게 쓸데가 있네요. 그럼 팀을 짜줄게. 일단 베라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아까 내가 말한 조건에 맞는 여자아이가 있는지 알아봐. 만약 찾으면 대런에게 알려주고. 대런은 헬레네, 펜리르와 함께 베라가 알려주는 장소에 가서 확인한 후에 성녀로 적당한지 판단해서 데려오고. 멀릿은 방금 말한 대로 크루세이더를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 돈을 걷어 오세요. 마지막으로 다크는 이렇게 생긴 자를 찾아와. 이름은 베헤모. 확실히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몬스터들이 많은 곳이나 특이한 돌연변이 몬스터가 있는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 참고해. 그럼 다들 빨리빨리 움직여.”
강신은 그렇게 모두를 보내고 증폭작업을 계속 했다.
대런은 2주일 째 허탕만 치고 있었다.
베라의 정보를 듣고 어디에 성녀라는 여인을 찾아가면 대부분 얼굴은 예쁜데 성격이 이중이거나, 예쁘고 성격은 좋은데 집안도 좋거나, 예쁘고 성격도 좋고 집안도 안 좋은데 나서는 걸 싫어하는 등에 결점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베라가 강력 추천한다는 여인을 만난 대런은 드디어 성녀로 내세울 여인을 찾았다면서 여인을 강신에게 데려갔다.
참고로 베라는 현재 작은 정보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1년 전 대런, 멀릿과 함께 금속의 신전으로 피한 베라는 신전 정보부에서 일해 달라는 프라이의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강신과 친해 보이는 프라이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연적에게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그래서 혼자 금속의 신전에서 나온 베라는 처음엔 뭘 할까 고민하다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주위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소문을 종합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기 시작했다.
예전 강신에게 정보에 대한 강의를 들은 덕분에 스스로 그런 기특한 일을 한 것이었다.
강신이 베라에게 일부러 정보에 대한 강의를 한 것은 이런 의도가 숨어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것을 시작으로 베라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베라는 그 사람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정보 장사를 시작했다.
보통 새로운 정보단체가 생겨나면 주변에 있는 정보단체에게 공격을 받게 되지만 베라가 만든 정보단체가 다루는 정보는 누군가의 비밀이 아니라 주위에 떠도는 소문을 종합해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공격받거나 하진 않았다.
가끔 동네 깡패들이 찾아와 세금을 요구하긴 했지만 멀릿이 몰래 도와준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무럭무럭 성장했다.
베라가 만든 정보단체가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대런이 상단 일로 자주 이용한 덕분이었는데 그렇다고 대런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도 아니었다.
베라가 물어와 준 정보 덕분에 상단이 빨리 성장했으니 말이다.
대런이 데리고 온 여인을 유심히 살피던 강신은 여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 보더니 말했다.
“가면이 꽤 정교하군요. 하마터면 저도 못 알아볼 뻔 했어요. 도대체 지금 누굴 따라하고 있는 거죠? 빛의 성녀인가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솔직히 디아볼루스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당신한테서 빛의 신의 신성력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그 투박해 보이는 반지가 신성력을 가려주고 있는 거죠?”
“아니, 이 반지는 전에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고 받은 거예요.”
여인이 진실 가득한 눈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강신은 이미 여인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이거 샤인이 내 계획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또 가지고 놀 심산이군. 됐으니까 가 봐요.”
강신이 그렇게 여인을 내보내자 대런이 물었다.
“저 여인이 빛의 신전 사람인 게 확실해요? 괜히 뭔가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샤인이 내 존재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신전연합에 빛의 신전의 끄나풀이 숨어있었나 보군. 내 모습이 들어난 곳은 신전연합이 유일하니까.”
“너무 앞서나가는 거 아니에요? 그냥 천성적으로 신성력을 타고 났을 수도 있잖아요.”
“그랬으면 신성력을 가리지 않았겠지. 이거 일단 여자는 빼고 시작해야겠다. 더 이상 성녀로 쓸 여자는 찾을 필요 없으니 이거 가지고 다니면서 다치거나 병든 사람 있으면 치료해줘. 치료해준 후엔 꼭 강화의 신의 보살핌이라고 하고.”
대런은 강신이 건네는 장갑을 받으며 물었다.
“예? 강화의 신은 또 뭐예요?”
“내가 새로 만들 종교 이름이지. 강화의 신을 믿는 강화교. 교리는 사람들에게 강화의 신이 많이 퍼지면 그때 만들 거니까 일단 가서 강화교를 알리고 와. 아! 그거 끼고 ‘강화 힐링’이라고 말하면 네가 손으로 가리킨 사람의 상처가 회복 될 거야.”
“설마 신성력을 이런 걸로 대처하려는 거예요? 하지만 회복 계열 마법이 붙은 장비는 너무 비싸잖아요. 사람이 많아지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잖아.”
강신이 지금까지 하던 증폭작업은 특수능력 변경 작업이었던 것이다.
고급 가죽 장갑 (41%)(41%)(41%)(41%)
종류 : 장갑
내구도 : 400(1582)
방어력 : 65(257)
*특수능력
@힐링-지정한 상대를 회복시킨다. 회복 : 300(1186) 정신력 : 100
*설명
가죽 장인이 꽤 공들여 만든 가죽 장갑으로 내구도와 방어력이 꽤 높다. 특수능력 증폭서로 인해 손으로 지정한 상대를 1153만큼 회복시킬 수 있다.
위 정보는 강신이 대런에게 준 장갑의 것으로 굳이 겹 증폭까지 한 이유는 특수능력 증폭서를 사용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회복력이 너무 낮기 때문도 있었다.
일반인의 체력을 1000으로 보기 때문에 힐링 한 방이면 죽어가던 사람도 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질병을 고치거나, 노환으로 죽어가는 건 살릴 수 없지만 다치거나 몸이 허약해진 사람들은 돌볼 수 있었다.
강신이 회복장비를 만들고 있다고 하자 대런이 말했다.
“설마 마계에서 장비에 마법 붙이는 것도 배워서 왔어요?”
“배운 건 아니고 증폭을 하다 보니 생겼다.”
“참나. 그게 무슨... 그건 됐고 강화의 신은 뭐예요?”
“말 그대로 강화의 신.”
“몸을 강화하거나 하는 그 강화요?”
“응. 그런 것도 있고 증폭하고 비슷하기도 해.”
“그럼 그냥 증폭의 신으로 하지 그래요?”
“아니, 증폭의 신은 너무 증폭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어둠의 신처럼 사람들에게 묻힐 수도 있어. 그러니 그냥 강화의 신이라고 하고 다녀.”
대런은 그날부터 강신이 시킨 대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강화의 신을 알리고 다녔다.
강화의 신에 대한 소문은 단 3달 만에 대륙 전체에 퍼져나갔다.
대런, 헬레네, 펜리르가 하루 종일 공짜로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것과 멀릿이 받아온 돈으로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간 것이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는 하지만 3달 만에 대륙 전체에 퍼지는 것은 너무 빨랐는데 이건 다 베라의 노력 덕분이었다.
베라는 자신의 정보조직의 모든 인원을 대륙 전체로 퍼트려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강화의 신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게 했고 그 덕분에 겨우 3달 만에 대륙 전체에 퍼진 것이었다.
신흥 종교가 생겨나면 기존의 종교들이 텃새를 부리는 게 당연했지만 현재 빛의 신전은 신전연합과의 전투가 한창이라 다른 곳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아니, 신경 쓸 틈은 있었지만 샤인의 명령으로 인해 건들지 않는 것이었고 덕분에 강화교는 빠른 속도로 대륙에 퍼져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강신이 음흉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보며 그렇게 말한 순간 강신이 보던 방향에 긴 붉은색 머리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