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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목숨 대신 마계로 가라
잠시 멍해있던 강신은 멸살의 기운을 생각하고 수소폭탄에 멸살의 기운을 방출했지만 외피를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었는지 멸살의 기운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멸살의 기운이 통하지 않자 맥이 빠진 강신은 숫자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숫자가 5에서 4로 변할 땐 아직 해보곤 싶었지만 못해본 것들을 생각했고 4에서 3으로 변할 땐 그동안 자신이 잘못한 것들을 되돌아봤다.
자신이 잘못한 것들을 전부 되돌아 봤을 땐 숫자가 3에서 2로 변했고 2에서 1로 변할 땐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짧지만 긴 4초가 지나가고 1이 0으로 바뀌는 순간 강신 앞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누군가가 나타나더니 강신과 함께 텔레포트 해 그곳에서 벗어났다.
강신이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누군가와 사라지는 순간 수소폭탄의 숫자는 0으로 변하더니 천재지변이 어린애 장난으로 보일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 세이린 제국을 휩쓸었다.
검은 로브와 함께 어딘가로 텔레포트 된 강신은 텔레포트 되고 얼마 후 엄청나게 큰 폭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있어 폭발은 눈으로 볼 수 없었지만 소리로 인해 폭발이 얼마나 큰지 예상할 수 있었다.
강신을 텔레포트 시켜 준 검은 로브는 폭발 소리가 들린 직후 혼자 텔레포트 해 그곳에서 사라졌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았다.”
-방금 그 녀석 아는 놈이야?
“아니, 오늘 처음 봤어. 하지만 누군지는 알 것 같아. 분명 늘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네크로맨서일 거야.”
-어둠의 신이 네 수련 겸 호위로 붙여준 놈인가 보네.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집으로 돌아가야지. 어차피 세이린 제국과 난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 그런데 여긴 어디지?”
강신은 잠시 주위를 살피다 폭발 소리가 난 반대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폭발 소리가 난 곳은 세이린 제국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반대로 가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강신이 서 있는 바닥에 이상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 마법진은 또 뭐야?”
-어? 이 마법진은 마계로 가는 진인데?
“뭐?”
마계로 가는 진이란 말에 강신이 놀라며 진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강신이 벗어나기 전에 진이 발동해 강신을 마계로 보내버렸다.
마계로 떨어진 강신은 알림 음을 듣고 팔찌 위에 떠오른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띠리링~.
*뉴 퀘스트.
퀘스트 : 네 목숨 대신 마계로 가라.
내용 : 세상을 구하긴 했지만 수소폭탄의 폭발을 막지 못했으니 퀘스트는 실패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원래는 네 목숨을 가져가야 하지만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목숨 대신 1년간 마계에서 지내라.
성공 : 1년 후에도 살아있을 때.
보상 : 중간계로 귀환.
제한 : 365일.
“갑자기 마계로 보내다니. 이 미친 여신이 진짜로 미쳤나. 지금 나보고 죽으라는 거야?”
강신이 그렇게 투덜거리자 디아볼루스가 말했다.
-드디어 내 고향 마계로 돌아왔다.
“그래서 좋냐? 검에 갇힌 주제에 고향에 돌아와서 좋냐고?”
-마계의 마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나본데 그만 진정하지 그래.
“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미친년 때문에 이러는 거거든.”
-원래 인간은 자신이 마기에 취했는지 잘 모른다. 너도 지금 어둠의 신 때문에 짜증이 난 것 같지만 사실은 마기에 취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좀 가라앉혀라.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난 지금 마기의 포근함 덕분에 이 정도로 참고 있는 거야. 만약 마기가 없었다면 쌍욕하고 난리 났을 걸.”
-마기의 포근함? 마왕인 나도 마기가 포근하게 느껴지진 않는데 무슨 개소리야?
“아~. 진짜 포근하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증명할 방법이 없네.”
그때 지나가던 마족이 강신을 발견하고 강신에게 다가왔다.
“이게 웬 인간이야? 오랜 만에 포식하게 생겼군. 이왕이면 야들야들한 처녀가 더 좋지만 지금은 가릴 처지가 아니니.”
갑자기 와서는 다짜고짜 자신을 음식 취급하자 짜증 나있던 강신이 마족을 향해 쌍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럼 미친...(입이 너무 더러워서 생략)...꾸야!”
강신의 쌍욕을 들은 마족은 충격을 받은 듯 잠시 가만히 있다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내가 아무리 마족이라도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네 입은 똥 걸레 보다 더 더러워!”
마족은 그렇게 말하곤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에 강신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디아볼루스에게 물었다.
“야. 저거 진짜 마족 맞아?”
-글쎄? 내가 마왕으로 있을 땐 저런 녀석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욕먹었다고 저러는 마족이 어디 있냐? 아니, 내가 욕을 너무 심하게 했나?”
-네 욕이 좀 심하긴 했어.
“내 욕이 그 정도였을 줄이야?”
그런데 그때 강신 앞에 방금 사라졌던 마족과 다른 마족 하나가 나타났다.
“인간. 네 입이 아무리 더러워도 우리 마족보단 아닐걸. 네 입이 얼마나 더러운지 이 인간에게 보여줘.”
“흥. 인간 따위야. 이런 개...(역시 너무 더러워서 생략)...빠야!”
갑자기 나타나 자신에게 욕을 하는 마족을 보며 강신은 또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마족에게 물었다.
“저.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설마 욕 베틀을 하자고?”
“네가 먼저 나한테 욕 했잖아.”
마족의 그 말에 강신은 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좀 전에 내가 욕했다고 친구를 데려와서 나한테 욕하게 한 거야?”
“난 너희만큼 욕을 못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지금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마족이라면 자신이 욕을 먹었다고 다른 욕 잘하는 마족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니라 공격하던가 해야지.”
강신의 말에 다른 마족을 데리고 온 마족이 놀란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했다.
“내가 만난 마족들은 왜 다 이런 멍청이들뿐이지? 설마 마족이 전부 멍청이인 거 아니야?”
“멍청한 마족은 그 녀석 둘 뿐이다.”
강신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새로운 목소리에 재빨리 피했지만 등에 꽤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강신은 바로 희생의 망치를 꺼내 상처를 치료하면서 자신을 공격한 마족에게 물었다.
“너도 욕먹으면 욕 잘하는 친구를 데리고 올 건가?”
“아니, 난 먼저 날 욕한 그 입을 찢어버리고 살을 조금씩 베어내면서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즐길 거야.”
“이제야 제대로 된 마족이 왔군. 저 녀석 등급은 뭐야?”
-중급이긴 하지만 이곳은 마계이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무서우면 내가 대신 싸워줄 수도 있고.
“됐거든. 중급 정도는 네 도움 없이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한 강신은 자신을 공격해 오는 마족의 공격을 막았는데 힘이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윽. 마계라 그런지 생각보다 강한데. 지금 상태로는 힘들 것 같으니 추가 스텟을 활성화 시켜야겠다.”
강신은 추가 스텟을 활성화 시키고 찢어 발기다를 착용한 상태로 마족과 다시 붙었지만 여전히 밀렸다.
하지만 강신은 그 밀리는 상황을 기회삼아 전에 투기장에서 했던 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없애기 시작했다.
덕분에 강신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신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자 마족은 살짝 당황하기 시작했다.
강신은 마족이 당황한 때를 노치지 않고 찢어발기다로 마족의 명치 부분에 찔렀는데 운 좋게 아머브레이크가 한 번에 발동하면서 찢어발기다가 마족의 명치를 뚫고 깊숙이 들어갔다.
강신은 마족의 몸속으로 들어간 손으로 멸살의 기운을 방출해 마족의 내부를 파괴하려고 했지만 멸살의 기운이 마기와 부딪치면서 둘은 기운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밀렸다간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둘은 한 치에 양보도 하지 않고 자신의 기운으로 상대의 기운을 공격했는데 이곳이 마계라 그런지 강신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기가 강신의 멸살의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하자 마족은 자신이 이겼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끝이로군. 내 마기로 인해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가거라.”
그 말에 강신은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족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기에 집중하다 마기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으로 찢어발기다를 움직였다.
그로인해 마기와 멸살의 기운의 대치가 깨지면서 강신의 몸으로 많은 양의 마기가 흘러들어 왔지만 마기를 포근하게 느끼는 강신이라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건 강신이 게임 캐릭터의 몸을 가지고 있어 고통을 못 느끼는 것도 있지만 몸이 마기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덕분이기도 했다.
일반 사람들의 몸에 마기가 주입되면 전에 말했듯이 마기에 취하게 되는데 주입되는 양이 많아지면 몸이 폭발할 수도 이었다.
특히 몸속에 마기가 아닌 다른 기운을 품고 있다면 두 기운이 충돌하면서 100% 폭발이 일어나지만 강신의 몸속에 있는 멸살의 기운은 충돌이라는 걸 전혀 모른다는 듯 마기를 받아 들어주었다.
덕분에 강신은 아무렇지 않은 상태로 마족의 마기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마족의 옆구리까지 찢어발기다를 움직였고 마족은 명치부터 옆구리까지 큰 상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마족은 상처보단 현재 강신의 손이 가 있는 부위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마기원을 걱정했다.
마기원이란 마족들이 마기를 보관하는 곳으로 마기원만 멀쩡하다면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
때문에 몇몇 마족들은 마기원을 여러 개로 나눠 몸 여기저기에 배치해 일격에 마기원이 파괴 되 죽는 것을 방지한다.
“자 잠깐. 이러지 말고 대화를 하는 게 어때?”
“대화? 좋지. 일단 이것부터 빼내고 난 후에 하자.”
강신은 그렇게 말 하면서 마족의 옆구리에 있던 마기원을 뽑아냈고 마기원이 뽑힌 마족은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무적일 것 같던 마족도 약점이 있었네. 그런데 이게 뭐지?”
-그건 마기원이란 것으로 마족의 힘의 원천이라고 보면 되.
“힘의 원천이라.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냥 버리기엔 좀 아깝고.”
-먹어서 마기를 흡수해. 지금 네 몸속에 네가 원하지 않는 마기가 들어갔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보니 넌 몸속에 마기를 모아도 괜찮은 체질 같다.
“이걸 먹으라고? 이게 무슨 소간도 아니고 어떻게 먹어?”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이곳은 마계다. 방금 그 녀석보다 훨씬 강한 녀석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지. 거기다 방금은 요행으로 이겼지만 다른 마족들도 전부 지금처럼 당해줄 것 같아? 여기선 강해지지 않으면 죽어. 그렇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강해져야 하는 거야.
“알았어. 먹으면 되잖아. 그런데 이걸 먹은 후엔 마기를 어떻게 흡수하지?”
-보니까 네 몸속엔 마기 못지않게 파괴적인 기운이 있던데. 마기원을 삼키고 그 기운을 모을 때처럼 마기를 모으면 될 꺼야.
그 말에 강신은 방금 뽑아낸 따끈따끈한 마기원을 입에 넣고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꼭 감고는 꿀꺽하고 삼켰다.
그리곤 바로 멸살의 기운을 돌릴 때처럼 몸속에 있는 마기를 돌렸는데 그러자 강신의 위속으로 들어온 마기원에서 마기가 뽑혀 나와 강신이 돌리고 있는 마기와 합류했다.
얼마 후 마기를 전부 흡수한 강신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마족에게 말했다.
“이봐. 너흰 왜 가만히 있는 거지? 마족이라면 그렇게 있지 말고 덤벼.”
방금 강신이 마기원을 삼키는 것을 보고 쫄아있던 둘 중 욕을 잘 못해 친구를 데려온 마족이 떨면서 말했다.
“저희는 마족이 아닙니다.”
“그럼 뭔데?”
“마수입니다.”
“마수? 마수는 또 뭐야?”
강신의 물음에 디아볼루스가 답했다.
-마계에 사는 동물이라고 보면 되는데 마수는 저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러니까 저 멍청한 놈이 인간인 네가 무서워서 자신을 마수라고 하는 것 같아?
“내가 상상하던 마족은 이런 멍청이들이 아니었는데. 거기 옆에 있는 욕 잘하는 놈. 너도 마수냐?”
“저는 놈이 아니에요.”
“그래? 미안. 체형이 너무 슬림해서 실수를 했군. 아무튼 너도 마수야?”
“그게 전...”
욕 잘하는 여자 마족이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자 옆에 있던 마족이 옆에 있는 마족에게만 들리게 조용히 말했다.
“대장처럼 마기원이 뽑혀서 죽고 싶지 않으면 마수라고 해.”
그 말에 욕 잘하는 여자 마족은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저도 마수예요.”
둘 다 자신이 마수라고 인정하자 강신이 사악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왜 내가 마수는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 말에 둘은 기겁을 하며 이리저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난 말이야. 마수든 마족이든 가리지 않고 죽이거든. 그런데 지금 내가 마계의 정보가 필요해서 말이야. 내게 마계의 정보를 알려주면 너희 둘을 살려줄 맘이 생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