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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 디아볼루스를 들 수 있는 것의 의미
“통로 한 번 더럽게 기네. 도대체 몇 시간이나 걸린 거야?”
드워프는 지상으로 가는 입구 까지만 안내를 해 주었기 때문에 현재 통로 출구에 다다른 것은 강신 혼자였다.
그런데 강신의 걸음걸이가 통로로 처음 들어갈 때하고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너 말이야.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
현재 강신의 걸음걸이는 마검 디아볼루스를 들고 있으면서도 보통 사람이 걷는 것과 비슷했다.
“전에 말했잖아. 난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선택을 받을 때 몸이 게임 캐릭터화 된 덕분에 이렇게 성장이 빠르더라고.”
-선택이라. 도대체 신들이 뭘 꾸미는지 알 수가 없군.
얼마 후 출구에 다다른 강신은 출구 앞에 있는 거대한 발을 볼 수 있었다.
“동상의 발인가? 드워프들은 이런 쓸데없는 동상을 왜 고생고생 해서 만드는 건지 모르겠어? 그 시간에 장비나 더 만들지.”
그렇게 말 하면서 출구로 나간 강신은 발의 주인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통로로 다시 들어갔다.
“이런 씹뻘. 소머리 새끼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출구 앞에 있던 발의 주인은 강신을 드워프 마을로 인도해준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이었다.
-왜 있긴. 저 소머리는 내가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지키는 파수꾼이니까 있지. 그런데 생각보다 강한 녀석이 지키고 있네. 한 최상급 마족이 지키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럼 저 소머리가 최상급 마족 이상이라는 거야?”
-확실히는 모르지만 마계 백작 정도 되는 놈인 것 같은데?
“마계 백작 정도면 얼마나 강한 건데?”
-마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드래곤을 이길 정도.
“그럼 마기를 사용하면?”
-중간계에 있는 드래곤들이 전부 나서야 겨우 막을 수 있을 걸? 하지만 마왕 이외엔 중간계에서 마기를 마음껏 사용하려면 조건이 갖춰져야 하니까 걱정하지 마.
“조건?”
-마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마왕이 정해주는 건데 신들의 간섭을 받기 때문에 세상을 파괴하기 위해서나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같은 건 안 돼.
“마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해도 저 소머리가 강한 건 변함없잖아. 그럼 난 이제 어떻게 나가야 하지?”
-전에 내가 말했지. 이 검을 들 수 있다는 건 날 받아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가쳤다는 거라고.
“뭐야. 설마 아직도 내 몸을 빼앗을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빼앗는 다기 보단 잠깐 빌린다고 해주는 게 어때?
“내가 내 몸을 빌려줄 것 같아?”
-10분 만 쓰고 돌려준다면?
“10분. 설마 10분 안에 저 소머리를 이길 수 있다는 거야?”
-넉넉잡아서 10분이지.
“하지만 그 말은 어떻게 믿지? 10분만 빌린다고 해 놓고선 죽을 때까지 빼앗는 거 아니야?”
-계약을 하면 되지. 애매하게 잠깐이 아닌 정확히 10분이라고 할게. 그럼 괜찮지?
“계약은 또 어떻게 믿어?”
-마족이 유일하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계약이다. 마족의 계약은 그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이지. 만약 계약을 할 때 인간들의 기준으로 잠깐이라고 한다면 그 계약은 딱 인간이 잠깐이라 생각하는 시간까지만 이행된다. 하지만 보통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아서 마족들에게 속는 거지.
“그럼 딱 10분이다.”
-걱정마라. 지금의 네 몸엔 별로 관심 없으니까. 그럼 계약을 하기로 하지.
디아볼루스는 계약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후 강신에게 계약 의사를 물었고 강신이 계약을 승낙하자 강신의 팔에 검은 색 이상한 문장이 생겼다.
-그것이 계약의 증표다. 계약이 끝날 때까지 절대 지워지지 않지. 그럼 10분 동안 네 몸은 내가 빌리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강신의 눈빛이 변했다.
“음~. 이게 인간의 몸인가? 생각보다 별거 없군. 거기다 너무 약해.”
그때 디아볼루스 대신 마검에 들어간 강신이 말했다.
-이거 진짜 10분 뒤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지?
“걱정마라. 신도 이 계약은 어길 수 없으니까. 그럼 소머리를 잡으러 가 볼까?”
그렇게 말한 디아볼루스는 그대로 출구 밖으로 나가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의 발에 다가갔다.
자신의 발에 누군가 접근하는 것을 느끼고 밑을 쳐다 본 미노타우르스 킹은 눈이 커졌다.
“네가 왜 그곳에서? 아니, 이 기운은 설마 디아볼루스?”
“바로 알아보는군. 베엘제붑은 잘 있나?”
“당신은 이 세상에 나오면 안 됩니다. 그러니 그냥 다시 들어가 계십시오.”
“다시 들어갈 거였으면 나오지도 않았겠지.”
“그렇다면 저도 어쩔 수 없군요. 합!”
미노타우르스 킹은 기합을 지르면서 마기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마계 백작이 아니라 후작이었잖아. 그럼 10분도 빠듯할 텐데?”
디아볼루스의 그 말에 마검에 들어간 강신이 발끈했다.
-뭐? 지금 내 몸을 빼앗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까도 말 했듯이 계약은 절대적이야.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잘 봐둬. 지금 내가 상대하는 녀석은 마기를 마음껏 사용하는 마계 후작이니까.”
-마기를 마음껏 사용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며.
“이 녀석은 베엘제붑이 날 막기 위해 보낸 파수꾼이니 당연히 마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나를 막을 때겠지. 그렇다 해도 베엘제붑이 직접 오지 않는 이상 날 막을 순 없지만.”
그렇게 말한 디아볼루스는 엄청난 양의 마기를 뿜어대고 있는 미노타우르스 킹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미노타우르스 킹은 마기가 훨훨 타오르는 거대 도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디아볼루스를 찍었다.
미노타우르스 킹의 도끼에 마기가 타오르는 것은 오러 파이어라 불리는 기술이었다.
오러 파이어는 마스터 위의 경지라는 그랜드 마스터의 전유물로 오러 블레이드를 극한으로 압축시켜 파괴력을 최대로 올린 형태였다.
그 파괴력이 얼마나 강한지 주위 공기를 태워버릴 정도였는데 주위 공기가 타면서 오러가 훨훨 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오러 파이어라 불리게 된 것이다.
오러 파이어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듯 미노타우르스 킹의 도끼가 바닥을 찍는 순간 미노타우르스 킹을 중심으로 반경 300m에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디아볼루스는 어느새 공중에 떠올라 그 공격을 피한 상태였다.
“나 하나 상대 하면서 저런 공격을 갈기다니. 무식한 놈. 힘의 분배가 너무 엉망이야.”
-아니, 어떻게 공중에 떠오른 거야? 멸살의 기운을 사용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네 몸이 착용하고 있는 장갑에서 약간에 마기가 느껴지기에 그걸 사용했지.”
-마정석으로 만든 증폭서로 증폭을 해서 장갑에 마기가 있었지? 그럼 혹시 마정석을 사용하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어?
“어. 마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어.”
-그럼 허리에 찬 주머니에 마정석이 있으니까 그걸 사용해.
강신의 말에 디아볼루스는 주머니에서 마정석 한주먹 꺼내더니 말했다.
“마정석이라. 에이~. 전부 하급이나 최하급이네. 뭐. 어차피 저 소머리한테 가까이 갈 수만 있으면 되니까.”
말을 끝낸 디아볼루스는 마정석을 입에다 넣고 삼켜버렸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러다 목구멍 찢어져!
“이것들은 마기의 양이 너무 적어서 이런 식으로 몸속에 넣고 흡수해야 손실이 거의 없어.”
그렇게 말한 디아볼루스는 잠시 몸속에 들어온 마정석의 마기를 흡수하다가 웬만큼 흡수하자 바로 미노타우르스 킹에게 달려들었다.
디아볼루스가 자신에게 달려들자 미노티우르스 킹은 마기가 불타고 있는 도끼로 또 바닥을 찍었고 이번에는 아까보다 5배는 더 큰 폭발이 일어났다.
잠시 후 폭발이 지나가자 디아볼루스가 미노타우루스의 이마에 손을 대며 말했다.
“체크 메이트.”
그 말과 함께 손을 통해 미노타우르스 킹의 마기가 강신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미노티우르스 킹이 반항을 하려고 했지만 마기가 흡수당하는 순간부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얼마 후 디아볼루스는 미노타우루스 킹의 이마에서 손을 때더니 말했다.
“10분에 1도 흡수하지 못하네. 이 몸으론 아직 이정도가 한계인가? 뭐. 이 정도면 소머리를 쓰러뜨리기엔 충분하고도 남지만. 이봐. 소머리. 마기를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보여줄 태니 죽기 전까지 잘 봐.”
디아볼루스는 그렇게 말 하면서 주먹으로 살짝 미노타우르스 킹의 이마를 때렸는데 주먹이 미노타우르스 킹의 이마에 닿자마자 미노타우르스 킹은 홈런 볼처럼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그렇게 미노타우르스 킹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데 미노타우르스 킹이 날아가는 방향에 디아볼루스가 나타나더니 이번에도 주먹으로 살짝 미노타우르스 킹을 밑으로 찍었고 날아가던 미노타우르스 킹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쾅!
미노타우르스 킹이 바닥에 추락하면서 엄청난 크기의 굉음이 들렸는데 그런 큰 소리가 날 정도의 충격에도 미노타우르스 킹은 죽지 않았는지 몸을 꿈틀거렸다.
디아볼루스는 쓰러져 꿈틀거리는 미노타우르스 킹의 인중 위에 나타나 말했다.
“너를 시작으로 조만간 모든 마족들이 사라질 태니까 지금 죽는다고 너무 억울해 하진 마.”
디아볼루스는 이번엔 살짝이 아닌 힘껏 주먹으로 미노타우르스 킹의 인중을 찍었는데 주먹이 닿는 순간 딱 미노타우르스 킹의 몸만 사라졌다.
“힘은 이렇게 딱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거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만 내 몸을 돌려주지 그래?
“아직 10분 안 지났거든. 좀 더 놀다가 돌려줄게.”
-뭐 하면서 놀려고?
“당연히 마족을 잡으면서 놀아야지. 분명 중간계엔 소머리 말고도 많은 수의 마족들이 있을 거야.”
-잠깐. 가기 전에 저기 떨어진 아이템 좀 주워.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을 잡고 나온 아이템이었다.
“아이템? 그게. 우웩!”
아이템이 뭐냐고 물어보려던 디아볼루스는 갑자기 검은 색 기운을 토해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아무래도 소머리한테 흡수한 마기가 문제인 것. 우웩!”
한 모금 정도 토한 방금 전과 달리 이번엔 엄청난 양의 마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토하던 디아볼루스는 잠시 진정이 되자 말했다.
“윽. 내가 마기를 흡수할 줄 알고 소머리의 몸에 폭발형 마기를 넣어두다니. 역시 베엘제붑이야. 아무튼 덕분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버렸군.”
-폭발형 마기라니? 그게 뭔데?
“마기를 조작해 약간이라도 사용하면 일정시간이 지난 후에 폭발하도록 만든 마기야. 폭발하기 전에 몸이 자동으로 토해낸 덕분에 살았어. 이 몸 진짜 편리한데?”
디아볼루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강신에게 몸을 돌려주고 자신은 다시 마검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몸이 바뀌면서 마검의 무게가 살짝 줄었지만 강신은 느끼지 못했다.
-이것 봐. 10분 지나니까 바로 바뀌지?
“그러네. 그건 그렇고 이번 전투로 생각지도 못한 걸 얻었는데?”
-그 아이템이라는 거?
“그것도 있지만 내가 생각지도 못한 건 다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