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의 신-43화 (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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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

“드워프? 이곳은 드워프의 영역인가요?”

“영역이라기 보단 드워프만 살고 있지. 그런데 넌 왜 위에서 떨어졌지? 이 깊은 곳까지 땅을 파고 내려왔을 리는 없을 거고.”

“파고 내려온 건 아니지만 비슷해요.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이란 괴물한테 찍혀서 여기까지 떨어졌으니까요.”

강신이 이렇게 순순히 대답을 해주는 것은 현재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진심을 보여 호의적으로 보이기 위해서였다.

“인간들은 거짓말을 맥주 마시듯 하는 종족이라고 하던데 역시나군.”

“진짠데? 그럼 어떻게 저 위에서 떨어졌겠어요?”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하는 건가? 인간들은”

“잠깐만요. 아까부터 인간들을 인간들은 하면서 나쁜 것들을 가따 붙이던데. 그 인간에 관한 이야기 누구한테 들었어요?”

“그거야 당연히 장로님들 한테 들었지. 장로님들은 전부 천년 가까이 사신 분들이라 다들 현명하시지.”

“장로님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인간이라고 전부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에요. 저도 제가 지상에서 이곳까지 뚫고 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게 사실이라 그렇게 말한 거예요. 당신을 속일 거였으면 좀 더 말이 되는 핑계를 댔겠죠. 그래야 당신이 속아 넘어갈 태니까요.”

“그런 것 같기도 하군.”

그 말에 강신은 이 드워프가 순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상처들을 보세요. 전부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과 싸우다 다친 것들이에요. 이래도 제 말을 못 믿겠어요?”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이랑 싸웠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상에서 여기까지 뚫고 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 한테 찍혀 봤어요?”

“아니.”

“안 찍혀 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요. 직접 찍혀봤으면 마계에 갔다 왔다고 해도 믿을 걸요?”

“그런가?”

“저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뭘 어떻게 해?”

“보니까 이곳 드워프들은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절 어떻게 하실 거죠?”

“그건 나 혼자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일단 마을로 데려 가야지.”

“예? 이방인을 그렇게 함부로 마을로 들여도 되요? 그럼 장로님들한테 혼날지도 모르는데?”

“그런가?”

“당연하죠. 그러니 일단 혼자 돌아가셔서 드워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들과 같이 오세요. 그럼 혼날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이 네가 없어지면 어떻게 해?”

“제 상태를 보세요. 지금 이 상태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없어지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장로님들이 인간인 제 일로 걱정하지 않으실 태니까요.”

“그런가? 그럼 일단 난 마을로 가볼게.”

그렇게 드워프가 마을로 돌아가자 강신이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순진한 자라서 다행이군. 돌아오기 전에 빨리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회복시키자.”

하지만 5분도 안 돼 드워프들이 몰려왔고 강신은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강신을 자신들의 마을로 잡아간 드워프들은 잠시 살펴보다가 치료를 해주기 시작했다.

“저기요. 갑자기 왜 치료를 해주는 거죠? 인간을 싫어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강신이 자신을 치료해주고 있는 드워프에게 묻자 그 드워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린 인간을 싫어한다. 하지만 장로님들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다.”

“장로님들이 왜 절 치료하라고 하신 거죠?”

“장로님들께서 시켜서 하는 일이라 왜인지는 모른다.”

‘이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 나중에 장로들을 만나면 직접 물어봐야겠다.’

치료를 끝낸 드워프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드워프들이 들어왔다.

“몸은 좀 괜찮은가?”

“장로님들이신가요?”

“그렇다네.”

“일단 감사합니다. 덕분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우리 덕분이 아니라 선택받은 자라서 그런 것 같은데?”

드워프 장로의 그 말에 강신이 놀라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그 팔찌를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물론 팔찌에 들어있는 힘은 신의 힘이지만 그 팔찌는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네.”

“이 팔찌가 보이십니까?”

“보이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 팔찌는 신들에게 선택받은 자만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아니, 그 팔찌를 볼 수 있는 이는 또 있네. 그건 바로 그 팔찌를 만든 자들의 후손이지.”

“설마 당신들이?”

“그렇다네. 그 팔찌는 신의 계시를 받은 우리의 선조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신께 바친 것이지.”

“그런데 왜 절 도와주신 거죠? 그런 이유로 절 도와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

“자네를 선택한 신은 어둠의 신이지? 어둠의 신은 자신의 일이 실패하는 걸 매우 싫어하지. 그래서 늘 자신이 선택한 자가 죽으면 그자가 죽은 곳에 마족들을 보낸다네. 그렇게 해서 사라진 왕국과 이종족들의 지역이 하나둘이 아니야.”

“그래서 절 도와주신 겁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자네가 이곳에서 빨리 나가 줬으면 해서야.”

“인간이 싫어서 입니까?”

“자네 말대로 우린 인간을 싫어한다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친 자를 이렇게 등 떠밀어 내보내려 하진 않지.”

“그럼 제겐 왜 그러시는 겁니까?”

“신의 선택받은 자는 다른 신의 선택받은 자를 부르지. 선택받은 자들끼리 만나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데 어떻게 자넬 그냥 이곳에 둘 수 있겠나?”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선택받은 자들 중에서 가장 약하니까요.”

자신은 가장 약하기 때문에 큰 전투가 일어날 일이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으니 최대한 빨리 나가주게.”

대화하는 동안 드워프 장로를 자세히 살핀 강신이 생각했다.

‘이것 봐라. 누군가를 빨리 내쫓으려는 건 뭔가를 숨기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큰데. 드워프들이 숨길만한 거라면 역시 엄청난 장비겠지?’

그때 갑자기 알림 음이 들렸다.

띠리링~.

*뉴 퀘스트.

퀘스트 : 드워프들이 숨기는 것을 찾아라.

내용 : 드워프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물건을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라.

성공 : 드워프들이 숨기는 무언가를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때.

보상 : EXP 8000000. 포인트 100000. 드워프들이 숨기는 무언가.

제한 : 없음.

‘이거 그냥 갈 수 없게 만드는군. 날 고른 여신마저 이렇게 나올 정도면 엄청난 물건이라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강신은 갑자기 부러졌던 팔이 아픈 척 하면서 말했다.

“윽. 갑자기 통증이... 빠른 회복을 위해선 안정을 취해야 하니 대화는 이만하고 휴식을 좀 취해야겠습니다.”

“알았네. 그럼 우린 이만 나가보도록 하지.”

장로들이 나가자 강신은 드워프들이 숨기는 것을 어떻게 찾을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강신이 드워프 마을에 들어온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강신은 드워프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장로들을 미행하기도 하면서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했지만 전부 허탕이었다.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찾지 못하다니. 도대체 어디다 뭘 숨긴 거야?”

그렇게 말한 강신은 답답한 맘에 밖에 나와 산책을 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지나가던 장로들이 강신을 발견하곤 말했다.

“이제 멀쩡한 것 같은데 빨라 나가 주게나.”

그 말에 강신은 배 아픈 척을 하면서 말했다.

“윽. 배가... 아무래도 아침에 먹은 스프가 상했었나 봐요. 윽. 나오기 직전인데 가 봐도 되죠?”

“쯧쯧쯧. 알았으니 그만 가보게.”

그 말에 강신이 급히 사라지자 한 장로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자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서 두더지 고기를 먹었는데?”

“이런. 또 당했군.”

장로들이 또 강신에게 당했다며 분해하는 사이 드워프 아이들이 놀고 있는 광장까지 도망친 강신은 광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을 했다.

‘도대체 어디에 숨겼을까? 아니, 나라면 어디에 숨길까?’

그렇게 생각하던 강신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말해 버렸다.

“어디에 숨긴 거야?”

그때 광장에서 놀고 있던 한 아이가 강신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강신에게 다가와 물었다.

“뭘 숨겨요?”

“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 너 같으면 중요한 물건을 어디다 숨기겠냐?”

“중요한 물건 숨긴 곳을 아저씨한테 왜 알려줘요?”

“그렇지. 그걸 말해주진 않겠지. 그럼 말이야 혹시 어른들이 중요한 물건을 어디다 숨기는지 아니?”

“숨기는 건 모르고 중요한 물건은 전부 창고에 보관해요.”

“지금 잘 만든 작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말하는 거니?”

“네.”

“그런 거 말... 잠깐. 그러고 보니 거기만큼 숨기기 좋은 곳도 없잖아. 고맙다.”

강신은 좋은 힌트를 준 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신이 묶고 있는 집으로 갔다.

며칠 후 강신은 드워프 장로들을 찾아갔다.

“평소엔 늘 피해 다니더니 오늘은 웬일로 우릴 찾아왔나. 이제 떠나려는 건가?”

“네. 이제 떠날 때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걸 풀기 전까진 전 절대 떠날 수 없을 것 같네요.”

“그 의문이 뭔가? 우리가 풀어줄 수 있는 거라면 최대한 빨리 풀어주겠네.”

“제가 예전에 누군가한테 들었는데요. 무기는 드워프가 만든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사실인가요?”

“사실이고말고. 세상 어느 종족도 우리 드워프가 만든 무기 이상의 무기는 만들 수 없다네.”

“그래도 운 좋게 만들어 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요.”

“아무리 운이 좋아도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네. 우리가 만든 무기는 신도 인정할 정도니 말이야.”

“말만 들어서는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러는데 혹시 실험을 해보면 안 될까요?”

“실험이라니?”

“그러니까 드워프 분들이 만드신 무기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서로 부딪쳐서 어떤 게 더 강한지 실험해 보는 겁니다.”

“그거야 해보나 마나 아닌가. 당연히 우리가 만든 무기가 더 강하지.”

“그러니까 그걸 한 번 실험해 보자는 거죠.”

“알았네. 그럼 그 실험만 하면 바로 가는 것인가?”

“네. 그 실험만 하면 바로 가겠습니다. 저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겹 증폭이 된 것인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요즘 증폭서로 겹 증폭해 봐야 두 배의 효율도 내지 못할 태니 상관없네.”

“그럼 전 이걸로 하죠.”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평범해 보이는 검을 꺼냈는데 그 검을 살짝 훑어본 드워프 장로가 말했다.

“강철로 만든 검이군. 하지만 날이 그래서야 검이 아니라 둔기에 가까워. 그쪽이 강철로 만든 검을 들었으니 우린 동으로 만든 검으로 하겠네.”

“예? 하지만 동은 강철에 비해 강도가 너무 약하지 않습니까?”

“우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 인간이 만든 강철 검쯤이야 우리가 만든 동검이면 충분하네.”

“이거 너무 자신만만하신 거 아닙니까? 그럼 우리 내기라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갑자기 무슨 내기를 하자는 것인가?”

“진 쪽이 이긴 쪽의 원하는 것을 하는 걸로 말입니다. 만약 제가 이기면 전 이곳에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선택받은 자가 올 때까지 말이에요.”

“우리가 만든 검이 인간이 만든 검 따위에 질 일은 절대 없으니 그 내기는 하나 마나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시면 내기 하시죠. 어차피 장로님들께서 이긴다면 잃을 것도 없지 않습니까.”

“알았네. 내기를 하기로 하지. 우리가 이기면 바로 이곳을 떠나 다신 오지 말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이번엔 제가 원하는 것을 말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이기면 작품 창고에 있는 작품 중 하나를 주십시오.”

“그것을 노린 것이었나? 역시 인간들은 욕심이 너무 지나쳐. 원하는 물건이 무엇인가?”

“창고로 들어가서 직접 고르고 싶은데 안 될까요?”

“우릴 이기면 그렇게 하도록 하게나. 대신 우리가 이기면 순순히 떠나야 하네.”

“네.”

자신들이 이길 거라 확신한 드워프 장로는 내기를 받아들였는데 내기는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들은 의심이 많아서 자신들이 만든 동으로 만든 검이 이겨도 동만 들어간 검이 아니라 다른 것을 첨가한 검이라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며 동으로 만드는 걸 직접 보여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내기는 이틀 뒤로 미루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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