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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인간과 도끼가 부딪쳤는데 주위에 맑은 쇳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고 무적일 것 같던 멸보가 거대 미노타우르스의 빛나는 도끼에 막혀 버렸다.
도끼에 막힌 충격으로 멀리 날아간 강신은 좀 전처럼 화가 난 상태가 아닌 평소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사실 강신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욕구불만으로 살짝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자신의 힘을 제한한 상태로 몇 달 동안 수련을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답답함이 쌓였는데 그게 아까 한 특수능력 증폭의 실패로 폭발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겹 증폭의 실패로 폭발한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몇 시간 동안 미노타우르스들에게 화풀이를 했는데도 풀리기는커녕 계속 쌓이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다 좀 전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든 힘을 개방 한 상태로 미노타우르스를 학살하기 시작하면서 욕구불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거의 풀리기 직전 거대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난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거대 미노타우르스를 본 강신은 좀 전처럼 막무가내로 달려들 수가 없었다.
일반 미노타우르스의 키가 3.5m정도이니 그보다 5배나 큰 거대 미노타우르스는 17m가 넘어가는 것이다.
“이건 무슨 아파트랑 싸우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 어떻게 쓰러뜨려? 거기다 방금 전 도끼에 빛이 났었는데 그렇다는 건 저 거대 미노타우르스가 오러 소드를 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런데 도대체 저 도끼는 어디서 난거야? 일반 미노타우르스들도 꽤 정교하게 만들어진 도끼를 들고 있던데? 지능이 딸린 미노타우르스가 만들었을 리는 없고.”
강신의 혼잣말에 거대 미노타우르스가 입을 열었다.
“인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지? 오랜 만에 이 몸이 움직였는데 최소한 몸은 풀 수 있게 해 줘야지.”
“잠깐. 이건 팔찌가 번역해주는 말투랑 다른데? 설마 인간의 언어를 할 수 있는 거야?”
“말 하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게 뭐가 신기하지? 내 눈에는 개미 같은 너희 인간이 나를 보자마자 도망가지 않고 덤벼 오는 게 더 신기한데.”
“안 그래도 지금 도망치고 싶어서 미치겠거든.”
“그런가?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은 보내줄 순 없지. 오랜 만에 즐기고 싶어졌거든.”
거대 미노타우르스는 말을 끝내는 동시에 도끼로 강신을 찍었다.
눈앞에서 아파트가 자신 쪽으로 쓰러지는 느낌을 받은 강신은 멸보를 사용해 거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를 피하곤 거대 미노타우르스에게 파고들었다.
그런데 거대 미노타우르스가 도끼로 바닥을 찍는 순간 그 충격에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고 덕분에 중심을 잡을 수 없던 강신은 멸보를 잠시 멈추었다.
강신이 멈추는 순간 거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또 강신을 찍어왔다.
‘방금 전에 뒤쪽을 찍어 땅을 흔들리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벌써? 경이적인 공격속도로군.’
강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멸보를 사용해 도끼를 피했지만 땅이 또 심하게 흔들린 덕분에 바로 멈춰야 했다.
그러자 거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는 또 강신의 위를 찍어 왔고 둘은 그런 식으로 계속 찍고 피하고를 반복했다.
땅의 흔들림 때문에 거대 미노타우르스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계속 멸보를 도중에 멈추던 강신은 엉뚱하게도 왜 자신이 땅의 흔들림 때문에 멈춰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그러다 거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땅을 찍기 직전 흔들림을 피하기 위해 점프를 하는 순간 뭔가를 깨달았다.
‘중력. 그래 중력 때문이야. 중력이 없었다면 땅이 아무리 흔들려도 허공에 떠 있으니 아무 상관없겠지. 그러니 중력을 없애면 되. 그런데 중력을 어떻게 없애지?’
깨닫긴 했지만 그 깨달음을 실행할 수 없는 강신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피하고 멈추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땅의 흔들림이 멈추고 강신이 다시 움직이려 할 때 거대 미노타우르스가 한 쪽 발을 들더니 힘껏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또 땅이 흔들렸고 덕분에 강신은 그 자리에 멈췄는데 그때 도끼가 강신을 찍어왔다.
땅이 흔들리는 상태라 피할 수 없던 강신은 그 순간 또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을 보게 됐다.
순식간에 자신의 인생을 전부 본 강신은 바로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도끼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강신의 몸이 지상에서 1cm정도 떠오르더니 도끼를 피하고 거대 미노타우르스의 바로 앞으로 가 발가락을 힘껏 공격했다.
멸살의 기운이 가미된 공격이라 그런지 거대 미노타우르스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윽. 그 작은 몸으로 꽤나 매운 공격을 할 수 있구나. 이거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제대로 해야겠군.”
그 말이 끝나자 거대 미노타우르스가 들고 있는 도끼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도끼날에서 실 같은 기운까지 삐져나왔다.
“저 실 같은 기운은 설마 오러 쓰레드? 이제 중력에서 좀 자유로워졌더니 더 큰 벽이 나타났잖아. 저 덩치에 익스퍼트 최상급인 놈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재미있는 걸 보여주지. 어스 크랙.(땅이 갈라지다)”
거대 미노타우르스는 그렇게 외치며 실 같은 기운이 가득한 도끼로 힘껏 땅을 찍었다.
도끼가 땅을 찍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굉음과 함께 도끼로 찍은 부분을 중심으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신은 도끼가 땅을 찍는 순간 멸보를 사용해 땅에서 살짝 떠오른 덕분에 땅이 갈라지는데도 아무렇지 않았다.
“역시 이제 땅을 흔드는 장난은 통하지 않는군. 하지만 내가 땅을 가른 이유는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퍼트 인페르노.(걷잡을 수 없는 불이 솟구치다)”
거대 미노타우르스 외침과 함께 갈라진 부분에서 용암이 솟구쳐 오르더니 일대를 용암지대로 만들어 버렸다.
“익스퍼트 최상급에다 마법까지? 아무리 돌연변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한 것 같은데?”
“날 돌연변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킹인 나를 돌연변이 따위로 생각하다니. 어이가 없군.”
“그레이트에다 킹까지? 좋은 건 다 가따 붙였네. 그냥 킹도 로드로 바꾸지 그래?”
“감히 로드를 능멸하다는 것이냐?”
“설마 그레이트 미노타우르스 로드도 있는 거야?”
“벌레만도 못한 네놈 따위가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로드도 있구나. 그런데 베헤모 녀석은 왜 저 아파트만한 괴물을 돌연변이라고 생각한 거지? 몬스터에 대해선 빠삭한 것 같더니 미노타우르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나?”
“이 몸을 앞에 두고 혼잣말을 하다니. 내가 너무 얕보였나 보군.”
그렇게 말한 미노타우르스 킹은 도끼로 바닥을 마구 찍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갑자기 강신 밑에 있던 용암이 솟구쳐 오르더니 용암기둥을 만들었다.
다행히 강신은 솟구치는 용암에 휩쓸리기 직전 피했는데 강신이 피하는 곳마다 용암이 솟구쳐 올랐다.
참고로 현재 강신이 용암 위에서도 멀쩡할 수 있는 건 멸보를 사용해 중력과 용암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없앤 덕분이었다.
강신은 자신을 따라 올라오는 용암을 피하면서 바닥에 도끼질을 하고 있는 미노타우르스 킹에게 다가갔는데 미노타우르스 킹에게 가까워지기 직전 갑자기 미노타우르스 킹 주위 용암이 솟구치더니 용암 벽을 만들었다.
강신은 용암 벽을 뚫고 갈 생각으로 온 몸에 멸살의 기운을 둘러 싼 상태로 용암 벽을 들이박았다.
용암도 멸살의 기운엔 안 되는지 용암 벽에 구멍이 뚫렸고 그 구멍을 통과한 강신은 속도를 더 높여 미노타우르스 킹을 들이박으려고 했다.
하지만 미노타우르스 킹은 강신이 용암 벽을 뚫고 나오는 순간 야구 선수가 방망이로 공을 치듯 도끼 면으로 강신을 힘껏 쳐 버렸고 그렇게 강신은 아주 멀리 날아가게 됐다.
그런데 강신이 날아가기 직전 미노타우르스 킹의 도끼가 경의적인 속도로 움직이더니 방금 자신이 쳐서 멀리 날아가려던 강신을 위에서 아래로 찍어 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강신은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땅속 아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버렸다.
“이런. 조금 더 즐기다 끝내려고 했는데... 몇 백 년 만에 움직이다보니 너무 신나 버렸군.”
그렇게 말한 미노타우르스 킹은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의 둥지로 돌아갔고 미노타우르스 킹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용암이 전부 사라졌다.
멀리서 몰래 둘의 전투를 지켜보던 베라는 미노타우르스 킹이 둥지로 돌아가자 바로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해 가르시올로 돌아갔다.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카데미로 돌아가 도움을 청하려는 것이었다.
베라의 바람대로 땅속 깊은 곳까지 들어간 강신은 죽지 않았다.
미노타우르스 킹의 엄청난 공격에 당하고도 죽지 않은 것은 온 몸을 멸살의 기운으로 보호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미노타우르스의 공격을 막느라 멸살의 기운이 거의 다 소모 됐고 땅속으로 들어가면서 얼마 남지 않은 멸살의 기운도 거의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윽. 이제 멸살의 기운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내려가는 거지?’
지하 1km이상 내려왔는데도 밑으로 떨어지는 힘이 많이 남았는지 강신은 계속 땅속으로 들어가졌다.
사실 이렇게 깊숙이 내려왔는데도 떨어지는 힘이 아직 많이 남은 것은 강신의 몸에 둘러진 멸살의 기운이 땅을 없애기 때문이었다.
지하 1km를 찍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멸살의 기운이 바닥나자 강신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기운이 사라졌고 그렇게 강신의 몸은 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강신의 몸은 500층짜리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진 것과 비슷한 충격으로 바닥에 처박혔는데 처박히는 그 순간 강신의 몸이 터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닥이 무너져버렸다.
운 좋게 강신이 부딪친 부분 밑에 공간이 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강신은 또 밑으로 떨어졌는데 방금 바닥을 무너뜨리면서 떨어지는 속도가 많이 줄어 있었다.
땅 속에 있는 공간은 꽤 큰지 강신은 약 30m정도 떨어진 후에야 바닥에 부딪쳤는데 이번엔 바닥은 무너지지 않고 강신의 몸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크~억. 으~.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움직일 수가 없네. 멸살의 기운을 전부 소모해서 그런가? 체력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빨리 힐링 스크롤을... 일단 운기부터 해야겠다.”
멸살의 기운을 전부 소모해 손가락 하나 꼼짝 할 수 없는 강신은 바로 운기를 시작했고 약간에 기운이 모이자 운기를 멈추고 힐링 스크롤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한쪽 팔이 움직이질 않았다.
“부러졌나보군. 그래도 한 쪽 팔은 무사해서 다행이야.”
강신은 그나마 멀쩡한 팔을 움직여 품속에 있는 힐링 스크롤을 꺼내 부러진 한쪽 팔 대신 입으로 물어 스크롤을 찢었다.
그렇게 얼마 후 힐링 스크롤의 지속시간이 지나 힐링이 사라졌지만 강신의 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만큼 많이 다쳤다는 거겠지? 이정도 회복속도면 한 30장은 넘게 써야 할 것 같은데?”
강신이 그렇게 말 하면서 힐링 스크롤을 한 장 더 사용했는데 그때 갑자기 기척이 느껴졌다.
‘이런 깊은 땅속에 누구지? 설마 땅속에 사는 몬스터인가?’
그렇게 생각한 강신은 들키지 않게 가만히 있었는데 기척의 주인은 이미 강신의 존재를 아는 듯 강신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고 그에 강신은 크게 소리쳤다.
“멈춰! 뭔지는 몰라도 더 이상 다가오면 공격하겠다.”
그 말에 기척의 주인은 다가오던 걸 멈추더니 말했다.
“인간. 우리 부족의 언어를 어떻게 알고 있지? 우리 부족의 언어는 동족이라도 알 수 없는 데?”
“동족? 혹시 인간이 아니요?”
“어느 종족인지도 모르면서 말을 배운 것인가? 인간들은 호기심이 많은 종족이라고 하던데 역시나군.”
“호기심이 많다는 건 인정할 태니 내 질문에 답해주지 않겠습니까?”
“만약 이곳에 인간이 들어왔다는 것을 장로님들께서 아시면 난리가 날 텐데?”
“저기요. 혹시 제 말이 들리지 않았나요?”
“잠깐 기다려. 인간들은 성질이 급한 종족이라고 하던데 역시나군.”
“그것도 인정 할 태니까 당신이 어떤 종족인지 알려주세요.”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인간들은 호기심이”
“그거 인정 한다니까요.”
“알았다. 말 하지. 난 금속의 신과 불의 신을 섬기는 드워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