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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한 경쟁자들
“5분도 버티지 못하다니. 정말 더럽게 약해 빠졌다니까.”
이 말은 강신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자를 만난 강신은 그를 상대로 고전 하다가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너무 앞도적인 실력 차이로 쓰러진 강신은 다시 일어나지 않고 기절한 척하고 있다가 히어로 선발전 첫날에 탈락했다.
더 싸울 수도 있었지만 그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냥 탈락한 것이었다.
멸살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로 마나를 사용하는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자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건 강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승패는 상관없었는데 그런대도 이렇게 자책하는 이유는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때 베라가 강신의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다음에 실력을 더 키워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되지. 그리고 상대가 나빴던 거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널 쓰러뜨린 고든 선배는 2학년 에이스로 입학할 때부터 익스퍼트 중급이었데.”
“뭐? 입학할 때부터 익스퍼트 중급이었다고?”
“응. 상대가 그런 강자였으니까 그렇게 실망할 필요 없어.”
“윽. 그런 발전 없는 놈한테 5분도 버티지 못하다니.”
“어? 아니, 원래 익스퍼트가 되면 위단계로 올라가는데 몇 년씩 걸리는 거잖아.”
“그거야 일반적인 사람일 때나 그렇지. 그 고든이란 놈은 입할 할 때부터 익스퍼트 중급이었다며. 그럼 천재 비스무리 한 것일 텐데. 그 정도 자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년 넘게 그대로라니. 자질이 아깝다.”
“그런가? 아무튼 이제 괜찮아 진 것 같으니 다행이다.”
“후~. 신청 할 때부터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어. 익스퍼트 중급과의 실력 차이가 너무 큰 것 같아 좀 그랬던 거지. 그건 그렇고 지금 상황은 어때?”
“여기 오기 전에 봤을 땐 참가자가 10분에 1도 남지 않은 상태였어. 첫날에 이렇게 많이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교관님들 말로는 한 내일이나 모래쯤에 끝날 것 같다던데?”
“그래? 역시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니까. 그런데 말이야 혹시 샤인이라고 알아?”
“샤인? 빛의 사자 샤인을 말하는 거야?”
“빛의 신이 고른 녀석이니 그 샤인이 맞을 거야.”
“당연히 알지. 동굴에 처박혀서 연구만 하는 마법사들 빼고는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걸.”
“샤인이 그렇게 유명해?”
“샤인 몰라? 빛의 신에 계시를 받고 나타난 영웅이잖아.”
“그 자식이 영웅이라고?”
“그 자식? 혹시 샤인과 아는 사이야?”
“아니, 아는 사이는 아니고 그냥 좋지 않은 소문만 들은 것 같아서.”
“좋지 않은 소문이라니? 말도 안 돼. 범죄자들의 성지인 타로크를 괴멸시킨 것을 시작으로 서쪽 대륙의 공포라 불리던 아크 리치를 쫓아내고 왕이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대륙에서 금지한 흑마법을 사용해 수 천 명이 넘는 국민들을 학살 한 모리스 왕국의 왕궁을 없애버리는 등 이 외에도 샐 수 없이 많은 영웅담을 만들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최고의 영웅인데 나쁜 소문이라니?”
“세상 사람들의 눈엔 그렇게 보여 지고 있구나. 그럼 만약에 지금 샤인의 적이 된다면 세상을 적으로 돌린 거나 마찬가지겠네?”
“아마도 그럴 걸?”
“후~. 그 자식 하나 만으로도 벅찬데 세상과도 싸우게 생겼잖아.”
“어?”
“아니야. 그럼 혹시 프라이에 대해서도 알아?”
“혹시 프라이가 프라이머시를 말하는 거야?”
“어.”
“금속의 여전사 프라이머시. 금속의 신전에 관한 일만 하기 때문에 금속의 여전사라 불리고 있는데 샤인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유명해. 내가 입학하기 전에 히어로 아카데미에도 왔었다고 하더라고. 히어로 아카데미가 금속의 신전 소속이거든. 듣기론 그때 히어로 수행에 나갔던 몇몇 선배들이 돌아오지 않아 교관님들을 보냈는데 교관님들도 돌아오지 않아서 금속의 신전에 도움을 청했고 그때 온 프라이머시가 그 일을 해결해 주고 돌아갔다고 해. 프라이머시의 도움으로 돌아온 선배들과 교관님들의 말로는 아크 리치가 심심하다며 몇 날 며칠을 자신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프라이머시가 와서는 엄청난 마법으로 아크 리치를 쫓아 줬대.”
“음. 그래서 아카데미장이 그런 반응을 보였구나.”
“어떤 반응?”
“아니야. 그럼 마이는 알아?”
“지금 요즘에 잘 나가는 자들에 대해서 물어보는 거야?”
“마이도 잘 나가?”
“땅의 해결사 마이. 땅의 신전에 일을 요청하면 그녀가 오는데 일에 맞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움직이기로 유명해. 땅의 신을 믿는 한 왕국에서 땅의 신전에 몬스터 토벌을 요청해서 마이가 갔는데 왕국에서 제시한 대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토벌에 참가하지 않았대. 그 때문에 화가 난 왕이 병사들에게 마이를 공격하게 했는데 마이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병사들은 전부 나가떨어졌고 마이의 실력에 겁이 난 왕은 왕궁 창고를 반이나 털어 마이의 화를 풀어줬다고 하더라고. 그 후에 대가가 마음에 든 마이가 혼자서 몬스터를 토벌하고 왔다고 하는데. 아무튼 마이에 관한 일은 그것 말고도 많아.”
“왠지 10명 중에 나만 빼고 전부 유명할 것 같은데?”
“어?”
“아니, 그냥 혼잣말. 혹시 언비터블은 알아?”
“들어보긴 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허무맹랑한 것들뿐이라. 산적을 없애기 위해 산을 통째로 없애버렸다던가, 태풍 때문에 배를 띄울 수 없다고 태풍을 없애버렸다던가, 홍수가 날 것 같다고 비구름을 없애버렸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들뿐이야.”
“그녀라면 가능할지도.”
“그녀? 혹시 언비터블을 만나본 적 있어?”
“응. 여기 오는 길에 잠시 동행했었어.”
“그래? 그럼 방금 내가 이야기한 것 같은 엄청난 일들을 직접 봤어?”
“아니. 그 정도까진 보지 못했고 돌연변이 바실리스크를 한 방에 없애는 건 봤어.”
“설마 그 돌연변이 바실리스크가 데져트 나이트메어야?”
“어? 어떻게 알았어?”
“사막과 가까운 도시나 마을에 사는 사람들 중에 데져트 나이트메어를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걸? 사막 왕국 연합을 이긴 몬스터다보니 사막뿐만 아니라 사막 주변에서도 엄청 유명해. 그런데 그 괴물을 한 방에 없앴다고?”
“어. 진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니까.”
“우와. 그럼 산적을 없애기 위해 산을 없앴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
“그거야 모르지. 아무튼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훈련을 시작해 볼까?”
“훈련하려고? 오늘은 그냥 쉬지 그래? 오늘 정신도 잃었었잖아.”
“그러니 더 열심히 훈련을 해야지. 다음에 기절하지 않으려면 말이야.”
“정말 못 말린다니까.”
강신은 교관실로 가 훈련 신청을 했는데 익스퍼트 중급 교관이 아닌 익스퍼트 하급 교관에게 훈련 신청을 했다.
익스퍼트 하급 교관과 훈련장으로 간 강신은 훈련 시작 전에 교관에게 말했다.
“교관님. 이번 훈련이요. 저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교관님도 공격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규칙 위반이기 때문에 안 돼. 그런 대련을 하고 싶다면 숙련자 훈련을 신청해.”
“숙련자 훈련 신청은 입학하고 1년 후에나 할 수 있잖아요. 그냥 해 주시면 안 돼요?”
“절대 안 돼. 걸리면 너나 나나 아카데미에서 쫓겨난다는 거 몰라? 정 그런 대결이 하고 싶다면 투기장 선수로 뛰던가.”
“투기장이라...”
“그냥 해본 말이니 빨리 훈련이나 시작하자.”
“네.”
강신은 훈련을 3분 만에 끝내곤 바로 집으로 갔다.
“멀릿 어디 갔어?”
마법 스크롤을 제작 중이던 대런은 하던 작업을 계속 하면서 답했다.
“스크롤 팔러 갔겠죠.”
“그러니까 어디로 팔러 갔냐고.”
“오늘은 가르시올 동문 쪽으로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강신은 대런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동문 쪽으로 갔지만 동문 어느 가게가 멀릿이 거래하는 곳인지 모르기 때문에 동문에 있는 가게를 전부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8번째로 들어간 옷집에 멀릿이 있었고 강신은 멀릿을 보자마자 멀릿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
“가르시올에서 가장 잔인한 투기장 좀 알려주세요.”
“갑자기 그건 왜?”
“수련을 위해 선수로 뛰어보려고요.”
“수련이야 히어로 아카데미에서 충분히 하고 있지 않나?”
“제가 원하는 수련은 1년 뒤에나 할 수 있어서 그 전까진 투기장에서 하려고요.”
“알았네. 따라오게나.”
그렇게 강신은 가르시올에서 가장 잔인한 투기장의 선수로 뛰기 시작했다.
강신이 투기장 선수로 뛰기 시작한지 한 달 정도 지나고 드디어 히어로 아카데미에서 가장 큰 행사인 히어로 수행 기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히어로 수행은 반년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주어지는 휴가 전에 치르는 시험 같은 것으로 히어로 선발전처럼 신청제가 아니라 전교생이 전부 해야 하는 의무제였다.
방식은 혼자 하던 원하는 이들끼리 팀을 짜던지 해서 학교에서 내주는 임무를 하나씩 수행하고 오는 것으로 인원이 많을수록 임무가 어려웠다.
그래도 실력이 웬만큼 되지 않는 이상 혼자서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에이스라 불리는 강자들 빼고는 대부분 팀을 이뤄 수행했다.
강신은 당연히 베라와 팀을 짜고 임무를 받았는데 둘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 치고는 좀 어려웠다.
“미노타우르스의 뿔을 10쌍이나 모아오라니. 이건 우리 같은 신입생에게 내줄 만한 임무가 아닌데?”
베라의 말에 강신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했다.
“돈만 있으면 그렇게 어려운 임무도 아니잖아.”
“돈? 너 미노타우르스의 뿔이 얼마인지 알아? 한 쌍에 3골드야. 10쌍이면 30골드라고.”
30골드는 약 3천만원정도의 가치였다.
“돈 없으면 직접 잡아서 구하면 되지.”
“미노타우르스는 우리가 늘 잡는 오크나 고블린 하고는 완전 달라. 거기다 문제가 또 있잖아. 미노타우르스도 죽이면 다시 살아날 텐데 그걸 어떻게 감당해?”
“사는 것도 싫고 잡는 것도 싫으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냥 포기할까?”
“포기하자는 건 아니고 다른 좋은 방법을 찾자는 거지.”
“좋은 방법? 잡는 것도 아니고 사는 것도 아니면 무슨 방법이 있어? 아! 훔치는 수도 있구나. 왠지 훔치는 쪽이 좀 끌리는데?”
“아. 알았어. 그냥 잡으러 가자.”
“참나. 변덕이 심한 걸 보니 너도 여자긴 여자구나?”
“당연히 여자지! 그런데 여자가 변덕이 심하다고 누가 그래!”
“그건 됐고. 갈 길이 머니까 결정 했으면 빨리 움직이자.”
“어? 잠깐. 미노타우르스는 서쪽으로”
강신은 베라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내가 아는 곳이 있으니까 따라와.”
“그래? 알았어. 그런데 그 아는 곳이라는 곳이 어디야?”
“혹시 아쉬른 산이라고 알아?”
아쉬른 산이란 말에 베라는 재빨리 지도를 펴더니 순식간에 아쉬른 산을 찾아냈다.
“잠깐만. 찾았다.”
“더럽게 빨리 찾네. 아무튼 아쉬른 산과 타미홀 시 사이에 있는 곳이야.”
“거긴 너무 먼 것 같은데? 이곳에서 6일 정도만 가면”
“하루면 가니까 걱정하지 마.”
“설마 텔레포트로 가려고? 하지만 그건 돈이 너무 많이 들잖아. 왕복할 비용이면 차라리 사는 게 낫지.”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
강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손을 잡고 이끌자 베라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강신을 따랐다.
그렇게 강신은 베라를 데리고 대런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