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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의한 친구
강신은 현재 착각으로 인해 자신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베라의 안내를 받으며 훈련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실 강신이 베라에게 친구가 되자고 한 건 베라에게 말한 대로 처음 본 자신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뭔가 원하는 것도 없이 친절히 말을 걸어준 베라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물론 순수하게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내게 그렇게 말을 걸 정도라면 지나다니면서 여기저기 참견하고 다닐 텐데 그럼 아카데미 안 정보가 빠삭하겠지? 정보는 힘이니까.’
사람을 전혀 믿지 않는 강신이 먼저 친구를 하자고 한건 역시나 원하는 게 있어서였던 것이다.
때문에 강신은 현재 베라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멋대로 착각한 것이니 내가 가지고 노는 건 아니잖아. 난 분명 친구 하자고 했으니 말이야.’
그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 하고 있지만 사랑을 이용하는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은 강신은 자기 훈련을 하면서 베라의 훈련도 도와줄 생각이었다.
한참 훈련장을 구경하던 강신이 말했다.
“훈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훈련을 하려고요? 훈련은 담당 교관님한테 말하면 되지만 히어로 선발전 때는 점심식사 직후에 하는 게 좋아요. 히어로 선발전을 관리하는 교관님들이 점심때 교대하시기 때문에 그때 훈련하면 감독이 별로 심하지 않거든요.”
“베라. 그렇게 일을 쉽게 하려는 마음가짐은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훈련은 나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그런 꼼수로 하면 훈련 효과가 어떻겠어요?”
“아니, 난 그냥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유용한 정보를 알려준 건 아주 고마워요. 하지만 우리 목표는 강해지는 것이니 이제부터 우리 그런 꼼수 없이 강해지도록 노력해 봐요.”
강신의 우리라는 말에 베라는 또 얼굴이 심하게 붉어진 채로 답했다.
“네.”
베라는 강신을 교관실로 안내하면서 훈련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까 말했듯이 훈련엔 등급이 있어요. 저희 신입생들만 할 수 있는 기본 훈련이 가장 쉽고요. 그 위로 기초 훈련, 중급자 훈련, 숙련자 훈련, 달인 훈련, 히어로 훈련 등이 있어요. 여럿이서 하는 훈련도 등급은 똑같고 인원에 따라 약간씩 더 어려워지고...”
베라의 설명을 들으며 교관실에 도착한 강신은 담당 교관에게 기본 훈련을 받겠다고 말했고 그에 교관은 기본 훈련의 종류가 적혀있는 책자를 건네주었다.
그 책자에는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는 달리기나 줄넘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전투에 필요한 기초적인 훈련인 무기 휘두르기나 격파 등이 있었다.
“저 혹시 달리기를 둘이 같이 뛰어도 되나요?”
“운동장을 같이 사용하는 건 상관없다.”
“그럼 베라와 저 이렇게 둘. 달리기 훈련 E코스 신청할게요.”
달리기 훈련은 거리에 따라 코스가 나눠져 있는데 A코스는 10km, B코스는 30km, C코스는 50km, D코스는 80km, E코스는 100km로 A코스는 5번, B코스는 두 번, C코스는 한 번을 완주해야 훈련 횟수 1회가 채워진다.
D코스는 한 번 완주하면 2회가 채워지고 E코스는 완주하면 3회가 채워지는데 시작한지 24시간 안에 완주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강신이 자신의 훈련신청까지 해 버리자 베라는 당황했지만 강신이 자신과 함께 훈련을 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에 거부하지 못했다.
그렇게 달리기 훈련을 신청한 둘은 교관의 감시를 받으며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강신은 히어로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동안 절대 멸살의 기운의 도움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템도 착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신체 능력만으로 훈련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이건 훈련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멸살의 기운의 도움을 받지 않을 생각라고 멸살심법 수련을 하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강신은 달리면서 기운을 돌리며 방출하기를 같이 했다.
처음 달릴 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던 베라는 5km쯤 뛰자 숨쉬기 바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힘들어 하는 베라를 보고 강신은 달리는 속도를 약간 늦어 주었는데 덕분에 베라의 호흡이 살짝 진정되었다.
호흡이 진정되자 강신은 다시 속도를 높였고 그런 식으로 베라의 페이스를 맞춰주며 달린 덕분에 6시간 만에 50km를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50km를 찍은 다음 부터였다.
50km를 찍은 후부터 베라의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속도가 좀처럼 올라가지 못했다.
“힘내요. 이제 반만 더 뛰면 되요.”
강신의 말에 베라는 갑자기 자리에 멈추더니 숨을 몰아 쉰 후 말했다.
“헉~. 헉~. 이젠 무리예요. 더 이상은 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
“강해져서 멋진 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럼 끝까지 뛰어요. 며칠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뛰면 지금 포기하는 것보단 성장할 거예요.”
강신의 격려에 베라는 멈춰있는 다리를 다시 움직여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달리는 속도가 걷는 속도와 별반 다르지 않자 강신이 뒤에서 밀어주기 시작했다.
원래 달리기는 개인 훈련이기 때문에 강신처럼 도와주면 안 되지만 기본 훈련이라 그런지 감시 중인 교관이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신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둘은 달린지 12시간 만에 80km를 찍었지만 베라는 더 이상 일어설 힘조차 없는지 80km를 찍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헉. 헉. 헉. 헉. 더 이상은 헉. 헉. 정말 무리예요. 헉. 헉. 헉.”
“지금 쉬면 진짜 못 일어나니까 빨리 일어나요.”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저앉아 있는 베라를 일으켜 새웠다.
“헉. 헉. 이러다간 진짜로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당신이 죽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태니까 걱정 말고 계속 달리기나 해요.”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강신의 말을 또 오해를 한 베라는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다시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걷는 것보다 더 느렸고 그에 강신은 또 뒤에서 살짝 밀어주었다.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지 총 19시간 만에 둘은 100km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갔다.
강신은 완주를 한 후 너무 힘들어 기절해 버린 베라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
베라가 어디에 사는지 몰라서 집으로 데리고 온 거지 절대 이상한 생각으로 데리고 온 건 아니었다.
갑자기 강신이 정신을 잃은 여자를 데리고 오자 대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신 잃은 여자까지 업어 오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훈련하다 쓰러져서 데리고 온 건데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럼 아카데미에 있는 의료실에 데려다 주면 되지 왜 집으로 데리고 와요?”
“그야 간호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설마 그 간호할 사람이 전 아니죠?”
“왜 아니겠어? 난 아카데미에 가야하고 멀릿은 장사하러 가야 하잖아. 그러니 집에 처박혀 있는 네가 해야지.”
“아니, 제가 왜 모르는 사람을 간호해 줘야 해요?”
“앞으로 자주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미리 연습해 두라고.”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사냥 나갔다 언제 다치고 돌아올지 모르니 그때를 대비해 미리 연습해 두라고.”
“무슨 그런 억지를...”
“아무튼 난 다시 아카데미에 가 볼 태니까 넌 그 여자 좀 간호해줘.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누가 이상한 짓을 한다고...”
강신은 그렇게 베라를 대런에게 맡기고 다시 히어로 아카데미로 가 훈련을 했다.
이번에는 속에 철심을 박은 목도를 휘두르는 훈련을 했는데 이 훈련은 검을 휘두르는 것만 능숙해 지는 것이 아니라 철심으로 인해 목도의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근력도 같이 길러지는 훈련이었다.
같이 100km를 달린 베라가 기절해 있는 것과 달리 강신이 바로 다른 훈련을 할 수 있는 건 강신의 몸이 게임 캐릭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렙업 할 때 생기는 스텟을 체력에 투자한 덕분도 있었다.
목검 휘두르기 5만 번을 끝낸 강신은 혹시나 하고 스텟창을 확인해 보았다.
“어라?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힘이 1도 올라가지 않은 거지? 설마 몸이 게임 캐릭터라서 스텟은 레벨 업으로밖에 올리지 못하는 건가?”
그때 갑자기 알림 음이 들려왔다.
띠리링~.
*뉴 퀘스트.
퀘스트 : 스텟을 이해하라.
내용 : 팔찌에 있는 스텟에 관한 설명을 읽고 스텟을 이해하라.
성공 : 스텟을 이해했을 때.
보상 : EXP 2000. 포인트 20.
제한 : 없음.
퀘스트 창을 본 강신은 팔찌를 조작해 스텟에 관한 설명을 찾았다.
스텟.
스텟은 플레이어의 현재 능력치가 아닌 추가 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스텟의 수치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평균 100으로 보는데 만약 힘 스텟이 100이라면 원래 힘에 일반인의 힘이 더해진 것이다. 그러니까 원래 힘이 일반인 정도에 추가 힘 스텟이 100이면 힘이 일반인 보다 두 배 정도 강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훈련으로 힘이 강해지거나 움직임이 빨라진다 해도 상태창의 스텟에는 변화가 없다. 훈련으로 상태창에 나타나는 추가 스텟이 아닌 원래 능력치를 높이고 싶다면 추가 스텟을 활성화 시키지 않는 게 더 효율 적이다. 추가 스텟 활성화의 온 오프는 팔찌...
강신이 스텟에 관한 설명을 전부 읽자 퀘스트가 완료 됐다는 알림 음이 들렸다.
“참나. 이런 기본적인 퀘스트가 이제야 나오다니. 이건 분명 날 고른 그 여신의 짓일 거야. 아무튼 훈련으로 더 빨리 강해지려면 추가 스텟을 꺼야겠지?”
팔찌를 조종해 추가 스텟을 끄자 갑자기 강신은 힘이 쭉 빠져 버렸다.
“윽. 추가 스텟을 끄니까 몸이 엄청 무거워지네. 꼭 몸에 무거운 추를 달고 있는 느낌이야. 몸이 추가 스텟에 너무 적응 된 탓이겠지? 아카데미에 다니는 동안 훈련 할 때는 이 상태로 하고 쉴 때만 추가 스텟을 켜야겠다. 추가 스텟을 키면 회복이 빠를 태니까.”
강신은 다시 추가 스텟을 킨 상태로 휴식을 취하다가 체력이 거의 회복되자 추가 스텟을 끄고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강신을 담당하고 있는 K클래스 교관은 강신이 무리하게 훈련을 신청하는 대도 전혀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훈련’이란 이념을 가지고 있는 히어로 아카데미다 보니 교관들은 학생들이 아무리 무리를 해도 전혀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강신은 훈련을 하다 졸리면 그 자리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시 훈련을 하는 식으로 며칠이나 훈련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4일 정도 지나자 드디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베라가 강신을 찾아왔다.
“4일 내내 훈련만 했다면서요. 그러다 진짜 죽어요.”
“나름 피곤할 땐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하루에 4시간씩만 자고 아침에 2시간, 밤에 2시간 앉아서 쉬는 것 말고는 하루종이 훈련만 한다면서요. 그렇게 계속 무리하다간 정말 큰일 난다고요!”
“몸은 괜찮아요? 어디 사는지 몰라서 저희 집에 데리고 갔는데 실례가 되진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실례는 무슨요. 그냥 그 자리에 버리고 가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죠. 그리고 몸은 며칠 푹 쉬고 나니까 괜찮아 졌어요.”
“괜찮아 졌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방금 버리고 가다니요?”
“그게 전에도 다른 애들이랑 같이 훈련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정신을 잃은 적이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들 그냥 가버렸더라고요.”
“지금껏 그런 자들과 같이 훈련을 받았던 겁니까?”
“제가 약한 탓인걸요.”
“그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졸업장을 따고 싶었던 겁니까?”
“그땐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졸업장을 못 딴다 해도 지금보다 강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잘 생각했어요. 그건 그렇고 나랑 친구하는 건 생각해 봤어요?”
그 물음에 베라는 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 그건... 저라도 괜찮다면요.”
“그럼 이제부터 우리 친구하는 거예요.”
“네.”
“이제 친구도 됐으니 말끝에 요자는 안 붙여도 되지?”
“네.”
“너도 나처럼 편하게 말해. 우린 이제 친구잖아.”
“아. 알았어.”
“그럼 친구가 된 기념으로 같이 훈련이나 할까?”
그날 베라는 또 100km를 달린 후 쓰러져 이틀 동안 아카데미에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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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서 기분 좋아서 3편 올립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