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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신-35화 (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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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아카데미

정문에 들어선 강신은 여러 사람들이 단체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녀 상관없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음에 드는 곳이군. 하루 종일 치고받고 싸우는 거겠지?”

“하루 종일이 아니라 한 명만 남을 때까지예요.”

그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단발머리에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강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이라 그런데 혹시 아카데미장실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까요?”

“아카데미장님한테 볼일이 있으신가보군요. 절 따라오세요.”

소녀는 강신을 안내하면서 입구에서 본 관경을 설명해 주었다.

“방금 전에 보신 건 매월 열리는 히어로 선발전이라고 해요. 한 명만 남을 때까지 끝나지 않기 때문에 길면 일주일 가까이 할 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가씨는 참가하지 않았나요?”

“저요? 전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라 참가하지 않았어요. 신입생들 중에 몇몇 참가한 애들도 있지만 그 애들은 들어올 때부터 뛰어난 애들이라 참가할 만하죠. 그래봤자 첫날에 전부 탈락했지만요. 선배님들이 워낙 강하셔서 신입생은 하루만 버텨도 엄청 대단한 거예요.”

“그 많은 인원 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면 굉장히 힘들 텐데 마지막에 남으면 뭔가 엄청나게 좋은 보상을 주겠죠?”

“마지막에 남은 일인이 되는 것 자체가 보상이죠. 한 달이긴 하지만 그래도 히어로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 정점에 선 것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일인이 되면 히어로 전당에 이름이 올라가요. 전당에 이름이 오르면 졸업할 때 여기저기서 데려가려고 난리죠. 특히 여러 왕국의 근위대에서 자기네들이 데려가려고 줄을 설 정도라니까요. 그리고 만약 전당에 이름이 2번 이상 올라가면 제국의 근위대에서 찾아온다고 해요. 작년에 이클립스님이 전당에 이름을 4번이나 올리자 제국의 황실 근위단장님이 직접 와서 미리 스카우트 했다고 해요. 올해 졸업하시면 바로 제국 황실 근위대로 가시는 거죠.”

“대단하긴 한데 설마 그게 끝인가요? 아카데미에서 주는 건 없나요?”

“아카데미에서 주는 특권도 있어요. 한 달 분에 훈련 횟수가 채워져요.”

“훈련 횟수가 뭔가요?”

“아카데미를 졸업 하려면... 여기가 아카데미장실이에요. 자세히 알려드리고 싶지만 전 바빠서 이만.”

소녀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곤 돌아가 버렸다.

“하던 이야기는 끝까지 하고 가도 될 텐데? 그런데 외부인에게 함부로 아카데미장실을 안내해 줘도 되는 건가?”

강신이 돌아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아카데미장실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강신의 혼잣말에 답해주었다.

“히어로 아카데미장 쯤 되면 숙적이 찾아온다 해도 흔쾌히 만나줘야 하는 거라네.”

“혹시 아카데미장님이십니까?”

“그렇다네. 날 찾아온 것 같으니 들어오게.”

푸짐해 보일 정도로 통통한 동네 아저씨 같은 분위기에 아카데미장은 강신을 탁자가 있는 의자에 앉게 하곤 것 모양만 봐도 달달해 보이는 과자를 내 주면서 물었다.

“혹시 단걸 좋아하나?”

“싫어하진 않습니다.”

“다행이군. 요즘 내가 단것에 빠져서 지금 대접할 만한 거라곤 그것밖에 없으니 이해하게나. 그런데 무슨 일로 왔지? 이 시기엔 날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는데?”

“히어로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너무 빨리 찾아왔군. 입학생은 내년 초에 모집할 예정이니 그때 다시 오게나.”

“저 일단 이 추천장부터 봐주시겠습니까?”

“미안하지만 제국의 황제가 추천을 해 줬다 해도 도중 입학은 받을 수 없네.”

“프라이가 될 거라고 해서 왔는데. 역시 안 되는 건가요?”

“지금 프라이라고 했나?”

아카데미장은 그렇게 물으면서 강신의 손에 있는 추천장을 채가더니 지금까지와 달리 진지한 얼굴로 추천장을 읽었다.

추천장을 다 읽은 아카데미장은 추천장을 자신의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프라이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넬 추천해준 프라이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게나. 따라오게.”

아카데미장은 강신을 데리고 학교의 교무실과 비슷한 교관실로 가 교관들에게 새로운 입학생이니 반을 정해주라고 했다.

지금껏 중도에 입학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놀란 교관들이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을 때 한 교관이 나와 아카데미장에게 물었다.

“현재 자리가 남는 건 저희 반뿐인데 저희 반에 들여도 되겠습니까?”

“상관없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맡기로 하죠. 마침 다들 반에서 휴식 중일 태니 따라와.”

교관은 강신을 건물 옥상에 있는 창고 비슷한 곳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 창고 비슷한 곳 안에는 20여명 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그들은 교관이 들어왔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각자 하고 있던 운동, 잠, 수다 등에 행동을 계속 했다.

교관도 그들처럼 그들의 행동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새로 들어온 녀석이니까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라. 자세한 이야기는 베라에게 듣도록.”

교관은 그 말을 끝으로 나가버렸고 덩그러니 남겨진 강신은 큰 소리로 물었다.

“혹시 베라라는분 계십니까?”

자신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자 강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아무 말 없이 빈자리로 가 앉았다.

‘다들 고등학생 나이 때로 보이는데. 내가 이 나이에 저런 코흘리개들이랑 같이 훈련을 받아야 하다니. 약한 게 죄지.’

강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아까 강신을 아카데미장실로 안내해 준 소녀가 종이봉투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겨우 그거 사가지고 오는데 뭐 이렇게 오래 걸려? 내가 기다리는 거 싫어하는 거 몰라?”

다른 여자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던 한 아이가 쏘아붙이자 단발머리 소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가던 길에 아카데미장님을 찾아온 손님을 만나는 바람에...”

“됐으니까 그거나 놓고 꺼져.”

단발머리 소녀는 종이봉투를 자신을 쏘아붙인 아이에게 주고는 힘없이 강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거긴 내 자린데? 어? 당신이 여긴 어떻게? 아카데미장님을 찾아온 거 아니었어요?”

“맞아요. 그런데 혹시 당신 이름이 베라 인가요?”

“네. 제 이름이 베라이긴 한데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부터 같은 반이 됐습니다. 교관님께서 자세한 이야기는 당신한테 들으라고 하시던데요.”

“같은 반이요? 어떻게요? 히어로 아카데미에선 중도 입학이 불가능 할 텐데?”

“불가능 하진 않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이곳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니 좀 알려주시겠어요?”

“그. 그게 어떤 것부터 알려드려야 할지.”

“먼저 아까 하다가 만 이야기부터 해 주시겠어요?”

“아까라면? 아! 아카데미 졸업 기준을 이야기 하다 말았죠? 아카데미를 졸업 하려면 보통 5년이 걸려요. 그렇다고 졸업 기준이 년 수를 채우는 건 아니고 훈련 횟수를 채우는 건데 채워야 하는 훈련 횟수가 총 1200번이예요. 아카데미 공식 휴일인 일주일에 마지막 날과 반년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주어지는 전체 휴가를 빼고 하루에 훈련 하나씩 끝내면 5년 정도 걸리죠.”

“그럼 히어로 선발전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자는 훈련 횟수 30이 채워지는 건가요?”

“네. 그래서 히어로 아카데미 졸업식이 다가오면 몇 달 전부터 아카데미 앞에 사람들로 넘쳐나죠.”

“졸업을 빨리 했다는 건 히어로 선발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는 뜻이니 서로 먼저 데려가려는 것이군요.”

“네. 그런데 훈련 횟수를 한 번에 많이 채울 수 있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어려운 훈련을 수행하거나 가끔 교관님들이 내 주시는 시험을 통과해도 훈련 횟수가 많이 채워져요.”

“저 그런데 훈련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거예요? 이렇게 반이 나눠진 걸 보면 뭔가 단체로 하는 것 같은데?”

“훈련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혼자 하는 훈련도 있고 2명에서 100명까지 같이 하는 훈련도 있어요. 뿐만 아니라 훈련엔 등급이 있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어렵지만 훈련을 마치면 받는 훈련 횟수도 많죠. 그리고 이렇게 반으로 나눠진 건 학생들을 실력별로 분류하기 위해서예요. 한 기수마다 A클래스부터 K클래스까지 있는데 A클래스엔 가장 뛰어난 애들이 모여 있지요.”

“설마 여긴 K클래스인가요?”

“네.”

“다들 창고 같은 곳에서 쉬고 있어서 설마 했는데. 그런데 당신은 왜 빵셔틀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강신은 좀 전에 베라에게 받은 종이봉투 속에 있는 과자를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물었다.

“그건...”

“말하기 어려운가 보군요. 그럼 말하지 않아도 되요.”

강신의 말에 베라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사실 전 이 반에서 가장 약해요. 그러니까 전교 꼴찌죠. 덕분에 혼자 하는 훈련은 꿈도 꾸지 못해요. 그래서 다른 애들의 도움을 받는데 저건 그게 고마워서 사주는 거예요.”

“보기엔 고마워서 사주는 것 같지 않던데? 그러지 말고 혼자 할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혼자 노력해 보는 건 어때요?”

“그건 당신이 아직 훈련을 안 해봐서 하는 말이에요. 그리고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했다간 10년이 지나도 졸업 못해요. 없는 살림에 빛까지 내서 겨우 들어왔는데... 제가 쓸데없는 말까지 했네요.”

“당신은 히어로 아카데미에 들어온 목적이 뭡니까?”

“갑자기 그건 왜요?”

“난 말이에요. 강해지기위해 이곳에 들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강해지는 것만 생각할 겁니다.”

“그 말을 내게 왜 하는 거죠?”

“난 이곳에 들어온 학생들이 전부 나처럼 강해지기 위해 들어 온줄 알았는데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 생각이 틀린 것 같아서요. 도대체 당신은 뭐 하로 히어로 아카데미에 들어온 겁니까?”

강신이 그 말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키운 덕분에 반에 있던 몇몇 아이들의 시선이 강신과 베라에게 쏠렸고 아이들의 시선 때문인지 베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신이 어떻게, 왜 히어로 아카데미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졸업장을 따기 위한 곳이 아니라 강해지기 위한 곳입니다. 그러니 다니는 동안에는 강해지는 것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당신은 강해지려고는 하지 않고 훈련횟수를 채우기 위해 남들에게 의지하려고만 하고 있잖아요.”

강신의 말에 맘이 상했는지 베라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울지만 말고 당신이 왜 이곳에 들어 왔는지 말을 해 봐요. 설마 당신의 꿈이 이곳을 어떻게든 졸업해서 그 졸업장을 남들에게 들먹이며 사는 겁니까?”

강신이 자신의 꿈을 외곡하자 베라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이 뭘 알아! 나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어. 어떻게든 강해져서 당당히 이곳을 졸업한 후 멋진 기사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냐고! 학비를 버느라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난 꼭 5년 안에 졸업장을 따야해! 아무리 비굴해지더라도 상관없어.”

“멋진 기사가 꿈이라면 안 되더라도 될 때까지 노력을 해요. 그럼 5년 후에는 지금보단 강해져 있을 태니까요. 그리고 지금 같은 식으로 졸업장을 따봤자 실력이 없으면 그 졸업장이 무슨 소용이에요? 졸업장이 있어도 실력이 없어서 사기꾼이라 손가락질 받느니, 졸업장이 없어도 실력이 있어서 용병이라도 하는 게 더 낳지 않겠어요?”

그 말에 베라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요. 그런데 왜 오늘 처음 본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나완 아무 상관도 없으면서 왜!”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요.”

강신의 그 말에 베라는 홍당무처럼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죠?”

“처음 본 내게 아무 거리낌 없이, 뭔가 원하는 것도 없이 친절히 말을 걸어준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더군요. 그래서 바로 잡아주고 싶은 맘에 그렇게까지 말한 것입니다.”

강신이 왜 베라를 몰아 붙였는지 이유를 말 했지만 베라의 귀엔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만 반복 재생 될 뿐이었다.

‘당신이 마음에 들어’만 자동으로 반복 재생되는 덕분에 베라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강신이 물었다.

“나랑 친구하지 않을래요? 서로 강해지면 격려해 주고 힘들면 위로해주는 그런 친구요.”

그 말을 들은 베라는 얼굴이 더욱더 붉어지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강신의 친구가 되자고 하는 말이 베라에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친구가 아닌 더 친밀한 친구로 해석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베라다 대답을 하지 않자 강신이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친구가 되기 싫은가 보군요.”

그 말에 베라는 놀라며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너무 놀라서 잠시 생각 좀 하느라...”

“그래요? 그럼 생각하면서 훈련장 좀 안내해주지 않겠어요?”

“예? 안내요? 알았어요. 따라 오세요.”

강신과 베라가 창고 같은 교실에서 나가자 남은 아이들이 꼴찌들 끼리 뭉쳤다며 비웃었다.

아직 강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꼴찌인 베라와 친해지려는 것을 보고 강신의 수준도 베라와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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