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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다음 마을까지는 하루정도 더 가야하기 때문에 그날 밤 강신일행은 숲에서 노숙을 했다.
평소처럼 일행들이 자는 동안 운기를 하고 있던 강신은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곤 바로 운기를 멈추고 기척이 느껴진 곳을 주시했다.
사막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많이 성장한 감각으로 인해 강신은 현재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10m안에 뭔가가 움직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덩치가 꽤 큰 녀석이지만 기척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대다 숲에 대해 잘 아는지 나무를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감추면서 접근하고 있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우거일 가능성이 크겠는데?’
오우거의 외모는 인간과 약간 비슷하지만 5m가 넘는 키에 자신의 몸만 한 바위를 가볍게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쌔고 전력으로 달리면 시속 100km가 넘을 정도로 빠른 몬스터로 익스퍼트 중급은 되어야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오우거는 보통 숲에서 사는데 몸 색이 진한 초록색이라 나뭇잎 사이나 수풀 사이에 숨으면 찾아내기 힘들었다.
거기다 능숙하게 숲을 이용하기 때문에 숲에서 오우거를 상대하려면 최소한 익스퍼트 상급은 되어야 했다.
판타지 소설을 자주 읽어 오우거에 대해 대충 아는 강신은 운기 하던 자세를 바꾸지 않은 상태로 멸살의 기운을 돌리며 오우거가 가까워지길 기다렸다.
오우거를 방심시키기 위해 자신이 오우거의 존재를 알아챘다는 것을 숨기는 것이었다.
강신의 의도가 먹혔는지 오우거는 처음 접근 속도 그대로 강신일행에게 다가왔다.
얼마 후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나무 위에서 기척이 느껴지자 강신은 바로 나무에 주먹을 날리면서 멸살의 기운을 방출했다.
오우거는 강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바로 점프해 다른 나무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멸살의 기운에 닿은 부분이 파괴 되 나무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오우거의 뛰는 힘을 재대로 받쳐주지 못해 다른 나무까지 가지 못하고 바닥에 착지했다.
바닥에 착지한 오우거는 자신의 정채가 들어나서 그런지 더 이상 숨지 않고 강신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오우거가 사람 몸만 한 주먹으로 공격해오자 강신도 주먹으로 받아 쳐 주었고 그렇게 둘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오우거의 주먹이 터져나갔다.
강신이 주먹을 날리면서 멸살의 기운을 방출한 것이었다.
그렇게 주먹이 사라져버린 오우거가 강신이 위험하다 판단하고 도망치려고 하자 강신은 품에서 홀드 스크롤을 꺼내 오우거를 향해 사용했다.
강신은 홀드 마법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오우거의 왼쪽 가슴을 멸살의 기운으로 때려 끝장낸 후 바닥에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찾았다.
멸살의 기운으로 나무의 중간 부분이 사라져 윗부분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깬 셋은 순식간에 오우거를 처리하는 강신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갑자기 나타난 오우거도 놀랍지만 숲의 제왕이라는 오우거를 너무나도 쉽게 처리하는 강신의 모습이 더 놀라웠다.
아이템이 없는 것을 확인한 강신은 다시 운기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왼쪽 가슴에 구멍이 뚫려 완전히 숨이 끊어졌던 오우거가 다시 일어났다.
“뭐야? 설마 또 언데드가 된 거야? 그러고 보니 전에 데져트 나이트메어를 언데드로 만들었던 흑마법사를 처리하지 못했는데 그자가 여기까지 따라온 건가? 하지만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일단 저 오우거부터 처리한 후에 찾아봐야겠다.”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일어난 좀비 오우거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지만 오우거는 강신의 주먹을 살짝 피한 후 축구공을 차듯 강신의 걷어차 버렸다.
너무 빠른 공격에 강신은 피하지 못하고 오우거의 발에 차여 뒤로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좀비가 되면 더 약해진다고 하던데 왜 저 오우거는 더 강해진 거지?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혹시 좀비로 변한 게 아닌가? 하지만 심장에 구멍이 난 상태로 움직이는 걸 보면 좀비가 확실한데.”
좀비가 되면 더 약해진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현재 오우거가 좀비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좀비가 된 오우거가 살아있을 때보다 더 강해진 이유는 오우거를 좀비로 만든 네크로맨서의 실력 때문이었다.
네크로맨서란 흑마법사 중에서 시체를 언데드로 되살리는 자들을 말하는 것으로 실력에 따라 되살리는 언데드의 강함이 달라진다.
1클래스 네크로맨서가 만든 좀비는 살아생전의 신체 능력에 50%도 내지 못하지만 6클래스 네크로맨서가 만든 좀비는 살아생전의 신체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강신이 상대하고 있는 오우거는 살아생전보다 더 강해졌으니 이 오우거를 좀비로 만든 네크로맨서는 7클래스 이상이라는 것이었다.
강신은 그렇게 말 하면서 나무에서 몸을 빼고 오우거를 경계하는 척 하면서 네크로맨서를 찾았지만 일행들과 오우거 말고는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강신이 계속 경계만 하고 있자 좀비 오우거가 강신에게 달려들어 멀쩡한 손으로 강신을 공격했다.
그러자 강신은 좀 전에 했던 것처럼 주먹으로 받아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오우거가 주먹 공격을 멈추고 발차기를 하는 바람에 강신을 또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이번엔 네크로맨서를 찾느라 오우거에게만 집중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체력이 반 이상 줄어들었잖아. 이거 잘 못 하다간 죽을 수도 있겠는데?”
게임 캐릭터의 몸이라 정확한 수치가 아닌 체력과 정신력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는 상태 창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강신은 나무에 박혀있는 몸을 빼면서 기운을 최대한 빠르게 돌리기 시작하더니 그 상태로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강신이 자신에게 달려들자 오우거는 강신을 향해 또 주먹을 날렸고 강신은 오우거의 주먹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오우거는 방금 전에 했던 것처럼 주먹을 멈추고 강신을 걷어찼는데 강신은 또 발차기를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걷어차인 강신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강신을 걷어찬 오우거의 발이 파괴되면서 갑자기 강신이 엄청난 속도로 오우거의 몸을 지나쳤다.
강신은 갑자기 빨라진 자기 자신에 놀랐지만 일단 오우거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빨리 뒤돌았는데 오우거는 자신을 걷어찬 다리뿐만 아니라 다른 쪽 다리도 사라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설마 지금 한 게 멸보인 건가? 다시.”
강신은 오우거가 쓰러져 있는 곳을 향해 달리면서 방금 했던 것처럼 멸살의 기운을 최대한 빨리 돌리다 몸 전체로 살짝 방출했는데 그 순간 강신의 주위에 있던 공기가 사라지면서 강신의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공기는 이번에도 전처럼 없어지자마자 0.1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복구 됐지만 강신의 몸에 둘러진 멸살의 기운에 의해 바로바로 사라지면서 저항이 생길 틈이 없었다.
오우거의 다리가 양쪽 다 사라진 것도 강신의 몸에 멸살의 기운이 둘러진 상태라 공격한 다리뿐만 아니라 강신의 몸에 스친 반대쪽 다리까지 사라진 것이었다.
두 다리가 전부 사라지면서 쓰러져 있던 오우거는 강신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곤 손이 사라진 팔로 몸을 지탱하면서 반대편 주먹으로 강신을 공격했지만 강신은 그 공격을 보면서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 달렸다.
그렇게 오우거의 주먹이 강신의 몸에 부딪치자 좀 전에 강신을 걷어 찬 오우거의 다리가 파괴 된 것처럼 오우거의 주먹도 파괴 되 버렸다.
그렇게 오우거의 사지를 못 쓰게 만든 강신은 멸보를 멈추고 오우거에게 다가가 머리를 힘껏 밟아 버렸다.
밟으면서 멸살의 기운을 방출한 덕분에 강신의 몸보다 더 큰 오우거의 머리가 계란 깨지듯 깨져버렸지만 오우거는 죽지 않고 몸을 계속 꿈틀거렸다.
“머리가 파괴 됐는데도 살아있다니. 이거 좀비가 아니라 불사의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오우거인가?”
그때 뒤에서 강신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대런이 다가와 물었다.
“언제 그렇게 강해진 거예요?”
“사막에서 기연을 만났거든. 그런데 너 혹시 흑마법사에 대해서 아는 거 있냐?”
“이 좀비 오우거 때문에 물어보는 것 같은데 좀비를 만드는 건 흑마법사 중에서 네크로맨서 학파예요.”
“학파 같은 건 잘 모르겠고 이게 진짜 좀비야? 머리가 파괴 됐는데도 살아 있는데?”
“이건 7클래스 이상 되는 네크로맨서가 만든 좀비라서 그래요. 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절대 움직임을 멈추지 않죠.”
“7클래스 이상? 7클래스 네크로맨서면 얼마나 강한거야?”
“보통 왕국 하나와 비견될 정도죠.”
“그렇게 강한 자가 왜 날 따라다니는 거지?”
“따라다닌다니? 혹시 만난 적 있어요?”
“전에 죽은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다시 살아났었거든.”
“음. 만약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런 식이 아니라 언데드 때로 밀고 들어왔을 거예요.”
“그러니까 죽이려는 게 아니라 가지고 놀고 있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죠.”
“혹시 말이야 네크로맨서도 마족처럼 어둠의 여신 소속이야?”
“네. 어둠의 여신의 힘인 마기를 사용하는 자라면 누구든 어둠의 여신 소속이죠.”
“그렇단 말이지. 또 그 여자 짓이었군.”
어둠의 여신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네크로맨서를 보냈다고 확신한 강신은 좀비 오우거를 완전히 없애버린 후 운기를 시작했다.
멸보의 기운 소모가 생각보다 커 기운을 전부 소모한 덕분에 그날 강신은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운기에 열중했다.
며칠 후 강신일행은 드디어 히어로 아카데미가 위치한 가르시올 시에 도착했다.
오우거 습격 후 만나는 몬스터마다 시체가 된 후 좀비가 돼서 다시 일어났는데 강신은 그냥 훈련이라 생각하고 좀비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그동안 몬스터의 시체를 좀비로 만드는 네크로맨서를 찾아보았지만 가르시올에 도착할 때까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고 그에 강신은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강신은 가르시올에 도착하자마자 일행들이 지낼 집을 구하곤 바로 히어로 아카데미로 갔다.
베헤모는 강신이 구한 집의 위치를 확인하곤 바로 돌연변이 몬스터 연구를 위해 떠났지만 멀릿은 증폭서 거래를 위해 강신과 같이 지내기로 했다.
멀릿은 불법 거래를 자주 해 봤는지 하루도 안 돼 쓸 만 한 거래처를 뚫어왔고 덕분에 전처럼 강신이 거래처를 뚫으러 나설 필요가 없었다.
히어로 아카데미는 도시에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아카데미 안에선 기합소리와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들러왔다.
“들어가기 전부터 심상치가 않잖아? 진짜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면서 수련 시키는 거 아니야? 이거 왠지 무서워지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신은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신이 미소를 지은 채 히어로 아카데미의 정문으로 다가가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근육질의 남자가 물었다.
“무슨 일이시오?”
“아카데미에 입학하려고요.”
“입학 기간은 지났으니 내년에 다시 오시오.”
“추천장이 있으니 일단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추천장? 우리 히어로 아카데미에선 귀족이나 황제의 추천으로도 입학이 불가능한데. 그래도 추천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들어가 보시오.”
그렇게 아카데미 정문을 통과한 강신은 눈앞에 펼쳐진 관경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