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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살신검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도 강신은 아이템 걱정에 찢어발기다를 벗고 그동안 몬스터를 잡고 얻은 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강화를 위해 장기를 팔던 그때의 습성이 나타난 것이었다.
검을 든 강신은 혹시나 하며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다리를 공격해 보았지만 역시나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에 강신은 찢어발기다로 낸 상처에 검을 꽂아 상처를 더 크게 하려고 했지만 가죽이 얼마나 질긴지 상처에 검을 쑤셔 넣고 아무리 휘저어도 상처는 전혀 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상처가 빠르게 아물면서 쑤셔 넣었던 검이 더 이상 빠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강신은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다리에 박혀있는 검을 버리고 다른 검을 꺼내 공격했지만 데져트 나이트메어에겐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다.
한참 공격을 하다 자신이 지금 허공에 삽질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은 강신은 공격을 멈추고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다리를 피하면서 생각했다.
‘찢어발기다가 얼마나 굉장한 아이템이었는지 새삼 느껴지는군. 그건 그렇고 이 괴물을 어떻게 처리하지? 멸살심법의 기운을 사용하면 내가 들어갈 만한 구멍은 뚫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그 후에 어떻게 하느냐 인데. 방금 전처럼 상처를 낸다 해도 타격을 줄 수 있을만한 공격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멸실심법의 기운은 남겨 둬야해. 이제 한 번밖에 남지 않았으니. 아~.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잠깐. 그러고 보니 저기 좋은 무기가 있었잖아.’
그렇게 생각한 강신은 잠시 무언가를 계산하더니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가장 앞에 있는 다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좀 전처럼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꼬리가 공격해 왔고 강신은 공격당하기 전에 슬쩍 다리에서 떨어졌다.
꼬리 공격이 한 번지나가자 강신은 또 다리에 붙어서 꼬리 공격을 유도하다가 공격이 오면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강신이 계속 귀찮게 하자 화가 난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꼬리를 잇는 힘껏 휘둘렀고 그로인해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꼬리가 공격해 왔다.
이때를 기다리던 강신은 꼬리의 속도가 달라진 것을 보자마자 다리에서 떨어져 반대편 다리로 갔다.
너무 힘껏 휘두른 덕분에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강신이 다리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꼬리 공격을 멈추지 못했고 그렇게 자신의 꼬리에 맞아 큰 타격을 받았다.
그 타격으로 인해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잠시 경직되었는데 강신은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경직된 사이 반대편 다리를 타고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몸통으로 올라갔다.
강신이 몸통으로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직이 풀린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난폭한 소가 자신의 위에 올라탄 사람을 떨어뜨리려 할 때처럼 쿵쿵 뛰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강신은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등에 나있는 뿔 중 하나를 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를 불러일으키던 자신의 뿔들이 상대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또 꼬리를 이용해 강신을 공격했다.
하지만 아까의 실수로 인해 공격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고 덕분에 강신은 쉽게 꼬리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강신은 꼬리 공격을 피하면서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머리 부분으로 갔는데 강신이 자신의 머리에 올라서자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더 이상 꼬리 공격을 하지 않았다.
꼬리의 길이가 머리에 딱 맞아 꼬리로 머리를 공격하면 꼬리 끝에 달려있는 커다란 뿔에 머리가 찍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좀 전에 자신의 다리를 공격해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바로 공격했을 태지만 그 공격으로 큰 충격을 받은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머리를 향해 꼬리를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뭐야? 왜 공격하지 않지? 꼬리에 뿔이 달려있는 길이와 머리 위치를 계산까지 해서 겨우 유도 했는데 왜? 윽. 이렇게 되면 다른 공격 방법을...”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머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공격 방법을 찾던 강신은 언비터블이 일으킨 폭발로 인해 눈알이 사라져버린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눈이 보였다.
“저렇게 공격하기 좋은 곳이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알아채다니.”
강신이 그렇게 말 하면서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눈으로 가려고 하자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고개를 흔들어 강신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강신은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이마에 달린 뿔에 매달려 틈이 생기길 기다리다가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고개를 살짝 드는 순간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눈으로 뛰어들었다.
폭발로 눈알이 사라진 덕분에 쉽게 눈 속으로 들어온 강신은 사라진 눈알의 신경이 삐져나온 부분을 타고 들어가 뇌로 향했다.
자신의 눈 속으로 무언가 들어오는 것을 느낀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이미 신경을 타고 두개골 속으로 들어간 강신이 나와질 리는 없었다.
강신은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몸부림에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을 받으며 계속 속으로 들어갔고 얼마 후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뇌에 도착했다.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뇌에 도착한 강신은 지금껏 계속 돌리고 있던 기운을 오른 손에 모아 전력을 다해 뇌를 때렸다.
주먹이 뇌에 닿는 순간 강신은 멸살의 기운을 방출했는데 샌드 웜들을 처리할 때와 달리 압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강신이 뇌에다 멸살의 기운을 방출하는 순간 몸부림치던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수 백 만의 병사를 상대하고도 멀쩡했던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최후 치고는 너무 허무했지만 멸살의 기운으로 인해 뇌의 기능이 정지 됐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데져트 나이트메어를 쓰러뜨린 강신은 기운을 전부 소모한 덕분에 힘이 빠져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머릿속에서 나오지 못했는데 웬일로 언비터블이 강신을 꺼내주었다.
강신을 꺼내는 언비터블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보여준 적도 없는 멸살체의 마지막 경지를 해내다니. 넌 정말 재미있어.”
그 말에 강신은 힘없는 말투로 물었다.
“멸살체의 마지막 경지라니. 그게 뭐죠?”
“네 멸살심법의 운용이 자유로워지면 알려주려던 멸살신검의 첫 초식이지. 이제 기운 운용이 꽤 자유로워진 것 같으니 알려주기로 하지.”
“저 지금은 힘이 없어서 배울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좀 있다 힘 좀 회복하고 배우면 안 될까요?”
“어차피 그냥 듣기만 하면 되니까 굳이 힘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초식을 배우는 건데 동작은 해 봐야지요.”
“멸살신검의 초식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니 그냥 듣기나 해라. 멸살신검은 총 4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가장 먼저 상대의 신체를 멸살시키는 멸살체. 상대의 정신을 멸살시키는 멸살정. 신체와 정신을 모두 멸살시키는 멸살, 신을 멸살시키는 멸살신. 멸살신검을 익힐 때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은 멸살체로 처음엔 네가 처음으로 멸살의 기운을 사용했을 때처럼 상대의 신체 일부를 파괴하지. 내가 좀 전에 그 괴물의 눈을 파괴한 것도 멸살체의 초기 기술이다. 이 초기기술에 능숙해지면 전에 내가 보여준 내부를 멸살시키는 기술을 수련하지. 두 기술을 전부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마지막으로 방금 네가 한 것처럼 상대의 신체를 파괴하지 않고 최소한의 기운으로 상대를 죽이는 멸살체의 마지막 경지를 수련한다.”
“그럼 그건 멸살체의 마지막 경지가 아니라 정신을 멸살시키는 멸살정 초식이 아닌가요?”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 다른 것이다. 멸살정은 상대의 신체는 살려두고 오로지 정신만 멸살시키는 초식이다. 멸살정에 당한 자는 정신만 죽은 것이기 때문에 꼭 자는 것처럼 숨도 쉬고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설마 식물인간처럼 만들어버리는 건가요?”
“비슷하긴 하지만 멸살정에 당한 자는 정신이 완전히 멸살당한 것이기 때문에 다신 깨어날 수 없지.”
“멸살정은 처음에 어떤 기술을 익히고 마지막엔 어떤 기술을 익히나요?”
“기술이 나눠지는 건 멸살체뿐이다. 멸살정, 멸살, 멸살신은 전부 하나 뿐이지.”
“그럼 멸살정은 어떻게 익히죠?”
“깨달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깨달음이라니. 그렇다면 초식이라기 보단 경지라고 보는 게 맞잖아요?”
“그건 나중에 네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해. 멸살신검을 알려줬으니 이번엔 멸보를 알려주지. 멸보는 멸살의 기운으로 움직임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없애는 보법이지만 전에 네가 무공에 대해서 말한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초인적인 힘은 원래 익히고 있는 심법의 기운으로 내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럼 멸보가 없으면 멸살심법의 기운으로는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없는 건가요?”
“그렇다. 멸살의 기운은 모든 것을 멸살시키는 기운이기 때문에 신체 강화 같은 건 절대 할 수 없지.”
“그럼 멸보는 그것을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나 보군요?”
“그건 아니고 멸보로 인해 그 부분이 채워졌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멸보로 초인적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더 빨리 달리기 위해 멸살의 기운으로 신체의 한계를 없애기 때문이니까.”
“신체의 한계를 없앤다고요? 그럼 초인적인 힘을 사용한 후엔 후유증이 남는 거 아닙니까?”
“신체를 무리하게 사용했으니 당연히 후유증이 남지. 그래서 멸보를 익힐 땐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
“아무리 신체를 단련한다 해도 신체가 강해지는 데엔 한계가... 설마 그 한계도 없애는 겁니까?”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힘을 사용하는데 한계가 완전히 없어졌을 때쯤엔 무공을 사용하지 않고도 무공을 사용하는 자보다 더 강한 힘과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
“무공 없이도 그 정도로 강하면 무공을 사용했을 땐 완전 무적이겠네요.”
“상대가 신이 아닌 이상 그렇지.”
“역시. 그래서 그 멸보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좀 전에 말 했잖아.”
“예? 설마 멸살의 기운으로 움직임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없앤다는 게 멸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죠?”
“공기의 저항, 마찰력, 중력, 신체의 한계 등을 없애면 된다. 이제 됐나?”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없애냐고요. 설마 그냥 멸살의 기운으로 없애라는 건 아니겠죠?”
“잘 알고 있군. 이제 내가 가르칠 건 없으니 열심히 수련해서 강해지 거라.”
언비터블은 그 말을 끝으로 강신에게서 돌아섰다.
“어디 가는 겁니까?”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저 괴물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저 괴물이 죽은 이상 내가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지.”
그렇게 말한 언비터블이 떠나려 할 때 갑자기 쓰러져 있던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일어나더니 괴음을 질렀다.
쿠하~~~~~~악!
“어떻게? 죽은 게 아니라 기절해 있었던 건가?”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괴음에 가던 길을 멈추고 데져트 나이트메어를 보고 있던 언비터블이 말했다.
“아니, 아깐 분명 죽었다. 이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되살아난 것이지.”
“다시 되살아나다니. 설마 언데드가 된 겁니까? 그렇다면 이 주변에 흑마법사가. 아니, 지금은 저 녀석부터 처리해야...”
강신은 그렇게 말 하면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아직 힘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없었다.
“잘 됐군. 세 번째 초식인 멸살을 보여줄 태니 잘 보거라. 멸살!”
이렇다 할 동작 없이 언비터블의 멸살이란 한 마디에 좀비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원래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방금 그게 멸살? 저는 언제쯤 멸살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까?”
“두 번째 초식인 멸살정을 완전히 깨닫고 세 번째 초식인 멸살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을 때쯤일 것이다.”
언비터블은 그렇게 말하곤 한 걸음 내딛었는데 그 순간 언비터블이 사라져 버렸다.
“방금 그게 멸보겠지? 눈앞에서 사라질 정도로 빨리 움직였는데도 소리는커녕 약간에 바람도 느껴지지 않다니. 움직임을 방해하는 공기를 없애서 그런가? 아무튼 데져트 나이트메어도 처리했으니 나도 이만 돌아가야겠다. 그런데 아까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뇌를 공격할 때 알림 음이 들렸던 것 같은데. 일단은 마을로 돌아간 다음에 확인하자.”
강신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해 베헤모와 멀릿과 함께 대런이 기다리는 샌드 원티드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