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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신-29화 (2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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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웜

길안내를 해주는 노인의 이름은 멀릿으로 강신일행은 멀릿의 안내 덕분에 며칠 만에 샌드 리자드맨과 샌드 스토커의 서식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강신의 실력이 빠르게 성장해 몬스터들을 금방 처리한 것도 있지만 멀릿이 몬스터들이 몰려있는 곳을 피해 안내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강신이 몬스터들을 빨리 처리한다 해도 2~3주 정도는 걸릴 거리였다.

갑자기 출발하는 바람에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멀릿이 먹을 수 있는 사막 동물들을 사냥하는 법과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 잠자리 만드는 법을 알려준 덕분에 별 문제 없었다.

두 몬스터의 서식지에서 벗어난 다음날 새벽 언비터블이 자고 있는 강신을 깨웠다.

“내가 알려준 건 다 외웠나?”

“으음. 외우긴 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어요.”

“깨달음을 얻으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다 외웠으면 일어나 정좌를 하고 앉아라.”

강신이 자신이 시키는 대로 정좌를 하고 앉자 언비터블은 강신의 뒤에 앉아 등에 손을 대고 말했다.

“기운을 돌리는 것을 도와 줄 터이니 쓸데없이 반항하지 말거라. 그리고 몸속 기운이 도는 동안 속으로 내가 알려준 것을 외우 거라.”

언비터블은 그렇게 말하곤 바로 강신의 등에 댄 손을 통해 강신의 몸속에다 기운을 넣더니 기운을 돌려주기 시작했다.

언비터블이 심법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아는 강신은 언비터블이 시킨 대로 반항하지 않고 속으로 그동안 외운 멸살심법을 외웠다.

새벽 4시에 시작한 그 작업은 새벽 6시가 돼서야 끝났고 언비터블은 그날 밤에도 10시부터 12까지 그 작업을 또 해주었다.

그날을 시작으로 언비터블은 매일 새벽과 밤에 강신의 심법을 도와주었다.

두 몬스터의 서식지를 벗어난 지 3일정도 지난 오후 일행을 안내하던 멀릿이 말했다.

“이제부터 샌드 드래퍼의 서식지니까 다들 발밑을 조심하게나.”

샌드 트래퍼는 샌드 스토커처럼 모래 속에 숨어있는 게 특기인 몬스터로 크기가 5m정도 되는 중형 몬스터였다.

샌드 스토커와 다른 점은 사냥감이 다가와도 절대 모래 위로 올라오지 않고 미리 준비한 유사 함정을 이용해 사냥감을 모래 속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문제는 샌드 트래퍼가 유사 함정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 함정에 빠지기 전까지는 어느 곳이 유사 함정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강신일행은 서로 허리에 줄을 묶어 한 사람이 함정에 빠지면 나머지가 구해주는 식으로 이동하기로 했지만 언비터블은 협조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셋은 서로 도와가며 샌드 트래퍼의 서식지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샌드 트래퍼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다.

처음 몇몇 녀석들은 한 명이라도 자신의 유사 함정으로 들어오면 바로 유사 함정을 작동시켰지만 중반부 녀석들부터는 일행이 전부 들어와야 유사 함정을 작동시켰고 덕분에 강신이 줄을 풀고 모래 숨기 스킬을 사용해 샌드 트래퍼를 쓰러뜨린 후에야 유사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샌드 트래퍼의 약점은 유사 함정을 조종하는 거대한 입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라 모래 숨기로 샌드 드래퍼의 입이 아닌 몸 쪽으로 이동한 강신은 쉽게 샌드 트래퍼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약 일주일 만에 샌드 트래퍼의 서식지에서 벗어났지만 벗어난 후에도 문제였다.

“지금부턴 이제까지보다 훨씬 조심해야 돼. 이곳부터는 샌드 웜의 서식지니까.”

샌드 웜은 모래에 사는 지렁이로 길이가 작은 건 10m정도고 큰 건 50m가 넘어가는 것도 있었다.

샌드 웜은 크기도 크기지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 때문에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 자이언트 스콜피언도 피할 정도였다.

강신일행은 샌드 웜의 서식지에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샌드 웜의 습격을 받았다.

습격 받은 상대는 언비터블로 아무 대처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밑에서 올라온 샌드 웜의 입속으로 직행했고 남겨진 셋은 멍하니 언비터블을 삼킨 샌드 웜이 남기고 간 모래 구멍이 막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잠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강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모래 숨기를 사용하려고 할 때 갑자기 바닥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샌드 웜에게 삼켜졌던 언비터블이 샌드 웜에게 삼키지기 전 모습 그대로 모래 위로 올라왔다.

“정말 대단하네요. 저도 멸신심법을 완벽히 익히면 그렇게 되는 건가요?”

강신이 놀란 얼굴로 물었지만 언비터블은 늘 그렇듯 아무 대꾸 없이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방금 일어난 일로 샌드 웜이 얼마나 위험한지 눈으로 확인한 일행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상의했다.

언비터블처럼 샌드 웜에게 삼켜지고도 무사할 수 없으니 대처할 방법이라도 찾는 것이다.

얼마 후 언비터블을 제외한 셋은 그동안 사냥하면서 얻은 장비 중 가장 긴 것들을 들고 자신의 앞바닥을 때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효과가 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샌드 웜 한 마리가 강신일행이 때리는 부분에 올라왔다 아무 수확도 없이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먹이를 보고 그냥 넘어갈 강신이 아니었다.

강신은 미리 쥐고 있던 모래를 샌드 웜에게 던지곤 바로 달려들어 찢어발기다로 샌드 웜의 가죽을 뚫고 속으로 들어갔다.

샌드 웜의 가죽은 강철만큼은 아니더라도 소드 익스퍼트의 상징인 오러 소드나 4클래스 이상의 마법이 아니면 찢겨지지 않을 정도로 질겼지만 아머브레이크를 막진 못했다.

그렇게 샌드 웜 속으로 들어간 강신은 전에 자이언트 스콜피언에게 했던 것처럼 바로 뇌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뇌가 있는 곳으로 가다가 식도로 빠져버리는 바람에 입을 통해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샌드 웜이 고통으로 인해 입을 벌린 채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착지한 강신은 샌드 웜을 마저 처리하기 위해 바로 달려들려고 했지만 강신이라는 이물질을 뱉어낸 샌드 웜은 이미 모래 속으로 도망친 후였다.

“식도로 빠질 줄이야. 전에 자이언트 스콜피언을 처리할 때 얼마나 운이 좋았었는지 알겠군.”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일행들과 합류하려고 했지만 온 몸에 묻어 있는 샌드 웜의 피에서 지독한 악취가 나는 바람에 일행들과 떨어져서 이동해야 했다.

그 후로도 30분 정도 마다 샌드 웜이 습격해 왔는데 다행히도 전부 일행들이 장비로 내려치는 부분에서 올라왔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언비터블은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 대도 처음 습격 이후론 더 이상 습격을 받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아까 그건 우리들에게 샌드 웜의 위험함을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당한 것인가?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샌드 웜을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강신이 그렇게 의문을 갖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언비터블이 자리에 멈춰 서더니 오랜만에 말했다.

“모래 속에서 움직이려면 눈으로는 볼 수 없을 텐데. 그럼 무엇에 의지하지?”

그 물음에 모래 숨기로 모래 속에서 움직여본 강신이 답했다.

“소리죠. 모래 속에서도 미세하긴 하지만 소리는 들리니까요.”

“그럼 이 밑에서 사는 놈들 중에 오래 산 놈들은 그 소리를 어디까지 파악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강신은 갑자기 지금까지 자신들을 습격했던 샌드 웜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우릴 습격했던 놈들은 전부 그렇게 크지 않았어. 전부 어린 것들이었다는 건데. 만약 다 큰 놈들이었다면... 갑자기 뭐지?’

강신은 갑자기 밑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본능적으로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났는데 강신이 움직인 직후 갑자기 강신이 서 있던 바닥에서 지금까지 만난 샌드 웜보다 3배는 큰 샌드 웜이 올라왔다.

타이밍 좋게 피한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진 강신은 거대 샌드 웜을 보고 오금이 저려왔다.

‘만약 방금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난...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런데 난 방금 전까지 계속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어째서 내가 있던 곳을 공격한 거지? 지금까진 계속 내가 두들기던 곳을 공격해왔었는데. 잠깐. 이 녀석의 덩치로 봐선 전 녀석들보단 나이가 있는 녀석 같은데. 그럼 좀 전에 언비터블이 한 말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모래 위로 올라온 샌드 웜은 쓰러지듯 강신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넘어뜨렸고 그것을 본 강신은 재빨리 모래 숨기를 사용해 모래 속으로 피했다.

샌드 웜의 덩치가 너무 커서 지상으로 피하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밑으로 피한 것이었는데 무지막지한 샌드 웜의 무게 때문에 모래 속에 숨었는데도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모래 위로 쓰러진 샌드 웜은 꿈틀꿈틀 기어 강신의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는데 덩치가 커서 그런지 기어가는데도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샌드 웜이 약 시속 60km정도의 속도로 자신들에게 달려들자 웬일로 언비터블이 움직였다.

언비터블은 길이가 30m가까이 되는데다 둘레도 10m가 넘는 샌드 웜을 겨우 한 손으로 막았다.

키 2m도 안 되는 소녀가 한 손으로 거대 샌드 웜을 막아내자 그 말도 안 돼는 관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베헤모와 멀릿은 어리둥절할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샌드 웜을 막아낸 언비터블은 전혀 힘들지 않은지 표정변화 하나 없이 말했다.

“새로운 걸 알려줄 태니 어서 나와.”

그 말에 모래 속에 있던 강신은 서둘러 모래 밖으로 나왔다.

강신이 나오자 언비터블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보니까 넌 그 조도를 이용해 괴물들의 가죽을 뚫던데. 멸살의 기운을 이용하면 그런 무기 없이도 쉽게 괴물들의 가죽을 뚫을 수 있지. 하지만 가죽을 뚫는 건 그다지 좋은 공격방법이 아니야. 그 가죽을 뚫는 힘으로 내부를 파괴하면 끝날 일이니까. 이렇게 말이야.”

그렇게 말한 언비터블은 샌드 웜을 잡고 있던 손을 살짝 땠다가 다시 샌드 웜에게 대었는데 그 순간 샌드 웜의 몸속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더니 샌드 웜이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졌다.

샌드 웜이 축 늘어지자 언비터블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고 강신과 다른 둘은 방금 언비터블이 벌인 일에 너무 놀라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강신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둘에게 말했다.

“둘 다 정신 차리고 내 말 좀 들어봐요. 방금 전에도 봤듯이 저렇게 큰 놈은 소리에 민감해서 우리 대응책에 속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 다른 대응책을 생각해야 되요.”

그 말에 멀릿이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소리에 민감하다면 소리 없이 걷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나. 날아갈 수 있다면 모를까.”

그 말에 강신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플라이 스크롤을 챙겨 올걸. 아무튼 혹시 둘 다 좋은 방법 없어요?”

강신의 물음에 둘은 그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좀 전에 저기 쓰러져 있는 녀석 한테 습격당하기 전에 뭔가 느껴졌거든요. 아무래도 녀석들이 올라오기 전에 약간 느낌이 오는 것 같으니 서로 뭉쳐서 가다가 한 명이라도 느낌이 오면 바로 알려주고 같이 피하는 거예요.”

강신의 말에 베헤모가 말했다.

“그냥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만약 그러다 한 명도 느끼지 못하면 전부 죽는 거잖아요.”

“그럼 네가 언비터블을 설득해 보던가.”

“방금 전 그거 못 봤어요? 솔직히 우린 그녀에게 짐밖에 안 돼요.”

“그럼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도록 해.”

강신이 그렇게 말하곤 언비터블을 따라가자 멀릿도 강신의 뒤를 따랐고 둘 다 가버리자 베헤모도 한숨을 내쉬며 둘을 따라갔다.

따지고 보면 다들 자신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위험하다고 혼자 돌아갈 순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세 남자는 영상 40도가 넘는 사막에서 서로 따닥따닥 붙어 이동했는데 바닥에 너무 집중하느라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다간 목숨이 날아갈 수 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셋이서 같이 움직이기 시작한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때쯤 강신은 또 밑에서 올라오는 위압감을 느끼고 외쳤다.

“온다!”

강신의 외침과 함께 셋은 재빨리 앞으로 뛰었고 그 순간 방금 셋이 있던 자리에서 좀 전에 언비터블이 쓰러뜨린 샌드 웜보다 약간 작은 놈이 올라왔다.

그렇게 샌드 웜의 공격을 피한 강신은 높이 솟아 오른 샌드 웜을 보며 말했다.

“이번엔 아까처럼 처리해 주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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