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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여인
베헤모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며칠 전 데져트 나이트메어를 연구하러 가는데 같이 가줄 안내원과 호위를 구한다고 알리고 다녔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싸늘했다.
처음엔 유명한 몬스터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을 구하러 다닌 지 5일째 되는 날 찾아온 한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의 반응이 왜 그렇게 싸늘한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알려지기론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몇 년간 여러 번의 토벌을 이겨낸 강한 몬스터일 뿐이었지만 노인에게 들은 이야기는 정말 사막의 악몽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어울리는 괴물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가 잘못 된 것은 아니었다.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몇 년간 자신을 토벌하기 위해 온 모든 토벌대를 전멸시켰으니 말이다.
노인의 이야기는 거기다 살을 붙인 것으로 데져트 나이트메어를 토벌하기 위해 움직인 토벌대는 일반적으로 강한 몬스터를 토벌하기 위해 동원대는 토벌대만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병력까지 동원 됐었다.
수 만 이나 되는 훈련된 병사들이 몬스터 한 마리를 쓰러뜨리기 위해 토벌에 나섰지만 결과는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전멸은 아니었지만 살아 돌아온 자들은 전부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강함을 보고 싸우기도 전에 도망친 자들뿐이었다.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진정한 사막의 악몽으로 불리게 된 것은 수 만 이나 되는 토벌대를 이기고 난 후에 벌인 일 때문이었다.
토벌대를 끝장내 버린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주변에 있는 마을과 도시를 차례차례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는데 그때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모습을 본 자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몇몇 살아남은 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전부 매일 밤마다 그날의 악몽을 꾸다가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그 중에 소수 몇 명이 아직까지 살아 있었는데 베헤모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 노인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자들 중 하나였다.
노인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응징에 피해를 입은 왕국들은 서로 병력을 모아 새로운 토벌대를 만들었다.
드래곤도 아닌 몬스터에게 이 정도로 여러 왕국이 병력을 모아 토벌대를 만드는 걸 다른 왕국이 알면 창피한 일이었지만 데져트 나이트메어에게 입은 피해는 화가 난 드래곤에게 입은 피해 못지않았기 때문에 다른 왕국의 눈을 신경 쓰지 않은 것이었다.
노인은 가족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토벌대에 참가했는데 토벌의 결과는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압승이었다.
거의 무한한 체력을 가진 데져트 나이트메어에게 수 백 만의 토벌대는 그저 숫자만 많은 개미에 불과했다.
애초에 소드 마스터의 상징인 오러블레이드나 7클래스 마법이 아닌 이상 상처조차 입지 않는 데져트 나이트메어에게 일반 병사는 아무리 많아 봤자 아무 소용없었다.
병력을 동원한 왕국 중에 소드 마스터나 7클래스 마법사를 가지고 있는 왕국이 있긴 했지만 직접 병력을 끌고 온 각 국의 왕들이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전투를 지켜보다 서둘러 가신들 데리고 도망치는 바람에 그날 전투에서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상처 하나 없이 수 백 만의 병력을 이기게 되었다.
이때 왕들이 겁먹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아니, 왕들이 자신들의 몸만 피했다면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그날 토벌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날 수 백 만이나 되는 토벌대와의 전투에서 멀쩡히 살아남은 데져트 나이트메어는 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주변 마을과 도시에 자신을 공격한 것에 대한 응징을 가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데져트 나이트메어 이야기만 나오면 덜덜 떨었다.
이렇다보니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있는 곳에 같이 가줄 이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노인은 다행히 그날의 전투가 데져트 나이트메어의 강함 때문이 아니라 겁쟁이 왕들의 한심한 추태 때문에 졌다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데져트 나이트메어에게 당하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끝낸 노인은 길 안내를 자신이 해주겠다며 합류했고 노인이 합류한 다음날 한 여인이 베헤모를 찾아왔다.
베헤모는 갑자기 찾아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여인을 보고 혹시나 하고 물었다.
“혹시 데져트 나이트메어 일로 오신 겁니까?”
그 물음에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그 여인도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여인이 며칠 기다리다가 갑자기 혼자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있는 곳으로 출발한 것이다.
왠지 자신이 사지로 몬 것 같은 기분에 베헤모는 그 여인을 쫓아 가 설득하려고 했지만 여인은 베헤모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면 굳이 끝까지 설득할 필요 없었지만 헤베모는 괜히 자신 때문에 그 여자가 사지로 가는 것 같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일단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봅시다. 이대로 가는 건 너무 위”
베헤모가 열심히 그녀를 설득하려 할 때 갑자기 사방에 모래가 올라왔다.
아니, 모래로 위장하고 있던 샌드 리자맨들이 일어난 것이었다.
샌드 리자드맨은 색만 빼고 모든 것이 리자드맨과 비슷한데 몸의 색이 모래색이라 모래위에 누워있으면 낮은 모래 둔턱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50여 마리 정도 되는 샌드 리자드맨에게 포위당한 강신일행은 살짝 당황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서로 등을 맞대 뭉쳐 샌드 리자드맨의 공격에 대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긴장하며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강신, 베헤모, 노인과 달리 말 없는 여인은 걸음을 멈춘 것 말고는 포위당하기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그렇다보니 샌드 리자드맨은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셋이 아닌 여인을 먼저 공격하려고 했다.
맹수들이 약한 사냥감을 먼저 공격하듯 몬스터들도 약한 자를 먼저 공격하는 특성이 있는데 샌드 리자들맨들이 보기엔 공격에 대비하고 있지 않은 여인이 가장 약한 자로 보인 것이다.
그렇게 여인이 샌드 리자드맨에게 공격당하기 직전 강신은 급히 여인을 뒤로 끌어당기더니 여인을 공격하려던 샌드 리자드맨을 상대 하면서 말했다.
“둘 다 이 여자를 중심에 두고 리자드맨을 상대해.”
강신의 명령에 베헤모와 노인은 말 없는 여인을 중심에 두고 품(品)자로 서서 리자드맨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노인은 몬스터 토벌에 참가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샌드 리자드맨을 잘 상대했고 전투를 아예 못할 것 같았던 베헤모도 의외로 선전을 했지만 리자드맨의 공격을 방어만 할뿐 제압까진 못했다.
덕분에 샌드 리자드맨을 처리 하는 건 강신과 노인뿐이었는데 노인도 그렇게 전투에 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상 강신이 거의 다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과 베헤모가 지치면서 위기가 찾아왔고 그에 강신은 가운데 있는 여인을 안으며 소리쳤다.
“둘 다 나를 꽉 붙잡아!”
그 말에 베헤모와 노인이 재빨리 강신의 몸을 잡자 강신은 바로 모래 숨기 스킬을 사용해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
모래 속으로 들어간 강신은 셋을 모래 속에 두고는 혼자 샌드 리자드맨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샌드 리자드맨도 사막에 살다보니 모래 속에 들어갈 순 있지만 모래 속으로 숨는 게 전문인 샌드 스토커의 모래 숨기 스킬엔 따라갈 수 없었고 그렇게 20여 마리 정도가 모래 속에서 공격하는 강신에게 죽어나가자 남은 녀석들은 도망가 버렸다.
샌드 리자드맨들이 도망가자 강신은 모래 속에 있는 일행을 모래 위로 올려 주었다.
“캑. 카~악. 퉤! 입이랑 코가 모래로 범벅이 됐구먼.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야. 고맙네. 덕분에 살았어.”
노인의 인사에 강신은 샌드 리자드맨들을 죽이면서 나온 아이템을 챙기며 말했다.
“일단은 동료잖아요. 그런데 이런 상태로 계속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강신의 말에 몸에 뭍은 모래를 털어내던 베헤모와 노인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여인을 쳐다봤는데 그 여인은 강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둘은 여인에 왜 강신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봤자 말해주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벙어리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을 하지 않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랬지?”
여인이 자신을 보며 묻자 강신은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뭐가요?”
“왜 날 모래 속으로 데려갔냐고?”
“샌드 리자드맨들의 공격을 막아 줄 수 없으니까 데려갔죠.”
“그럼 왜 공격을 막아 주려고 했지? 너와 난 아무 상관도 없잖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동료잖아요. 그리고 제가 구할 수 있는데도 사람이 죽는 걸 내버려 둘 정도로 모질지는 못해서요.”
“동료라. 너도 그 때문에 날 계속 방해하는 것인가?”
여인이 이번엔 자신에게 묻자 베헤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그런 것도 있지만 괜히 저 때문에 죽으러 가는 것 같아서 그냥 둘 수가 없더라고요.”
“난 그저 그 괴물에게 안내해 줄 안내자가 필요했을 뿐 너희를 동료로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니 방해 그만하고 돌아가라.”
그녀의 말에 강신이 말했다.
“방해라... 보니까 말려도 계속 갈 것 같은데 어차피 우리도 데져트 나이트메어를 보러 가야하니까 그냥 같이 가기로 하죠.”
그 말에 베헤모가 급히 말했다.
“잠깐만요. 이 인원으로 가는 건 무리예요.”
“위험해지면 바로 텔레포트 스크롤로 돌아가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여자 혼자 가는데 그냥 우리만 돌아갈 순 없잖아. 아니면 다시 설득해 보던가.”
강신의 다시 설득해보라는 말에 베헤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설득을 방해로 생각하는 여자를 설득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분위기가 이 인원으로 데져트 나이트메어가 있는 곳에 가는 것처럼 되자 노인이 말했다.
“정말 겁 없는 젊은이들이군. 좀 전에 구해준 것도 있고 하니 나도 따라가기로 하지. 길안내가 필요 할 태니 말이야.”
노인의 말에 베헤모가 말했다.
“너무 위험하니 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난 괜찮네. 어차피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그 녀석을 보러 가는 것도 나쁘진 않아.”
그렇게 그들은 남들이 봤으면 미쳤다고 했을 무모한 여정을 시작했다.
사실 강신이 이렇게 여인과 같이 가려는 것은 베헤모에게 말한 것처럼 혼자 가는 여인이 걱정 되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여인이 마음에 들어서도 아니었다.
강신이 이렇게 여인과 함께 가려는 이유는 수련이었다.
프라이에게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면 빨리 강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강신은 히어로 아카데미로 가면서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일 만한 일을 계속 찾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 일이 터졌고 좀 전에 샌드 리자드맨들을 상대 하면서 이 일이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짐들까지 있으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지겠지?’
이것이 강신이 혼자 가지 않고 이들을 끌어들인 이유였다.
그렇게 음흉한 누군가의 계략으로 인해 무모하게 사지로 걸어가던 일행은 얼마 가지 못하고 또 샌드 리자드맨을 만났다.
“다들 서로 등을 맞대고 최대한 방어에만 집중해.”
샌드 리자드맨을 보자마자 그렇게 소리친 강신은 모래 숨기를 사용해 혼자 모래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리자드맨들은 한 명이 모래 속으로 도망쳤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남은 셋에게 접근했는데 그때 갑자기 리자드맨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리자드맨은 민망하게도 항문 부위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리자드맨들의 시선이 쓰러진 리자드맨에게 몰린 사이 또 한 마리의 리자드맨이 항문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그것으로 아까 도망쳤다고 생각한 강신이 모래 속에서 공격한다는 것을 알아챈 리자드맨들은 무기로 바닥을 찌르기 시작했다.
전에 만났던 리자드맨들과 달리 이번 리자드맨들은 모래 속으로 숨는 샌드 스토커와 싸워본 적이 있는 것이다.
덕분에 모래 숨기 공격이 통하지 않자 강신은 모래 위로 나와 리자드맨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강신이 모래 위로 나와 자신들을 공격하자 리자드맨들은 서둘러 강신을 포위했는데 웬일로 강신은 그 포위를 순순히 당해주었다.
순식간에 강신을 포위한 리자드맨들은 피할 틈이 없도록 일제히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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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올리는 동안 쓴 건 어제 다 올렸고 오늘부턴 또 하루에 한 편씩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