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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베헤모
10m이상 날아간 강신은 모래 속에 파묻혔는데 금방 모래 속에서 나와 일어섰다.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서 기절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힘이 쭉 빠지는데. 체력이 확 줄어서 그런가? 헉. 체력이 10도 남지 않았잖아.”
체력을 확인한 강신은 서둘러 힐링 스크롤을 사용하곤 자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자이언트 스콜피언의 공격에 대비했다.
‘방금 그 공격은 너무 무모했어. 거기다 따지고 보면 저 집게는 방어구가 아니라 무기잖아. 그러니 일단 피하면서 기회를 봐야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강신의 앞까지 도착한 자이언트 스콜피언은 그대로 강신을 향해 몸통박치기를 했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던 강신은 재빨리 옆으로 구르며 스콜피언의 몸통박치기를 피했다.
공격이 빗나가자 자이언트 스콜피언은 여덟 개의 다리를 이용해 순식간에 뒤로 돌더니 집게로 강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집게 공격을 피하던 강신은 어느 순간 집게 공격을 피하는 게 수월해 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스콜피언의 공격을 피하면서 또 성장한 것이다.
약간에 여유가 생긴 강신은 집게 공격을 피하면서 스콜피언의 몸통이 있는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몸통을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워지기 직전 갑자기 강신의 머리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급히 그 무언가를 피한 강신은 자신을 공격한 것이 스콜피언의 꼬리라는 것을 확인하곤 재빨리 스콜피언의 배 아래로 들어갔다.
꼬리 공격을 피하려는 것이었지만 그건 스콜피언의 다음 공격에 당하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강신이 자신의 배 아래로 들어가자 스콜피언은 다리를 이용해 몸통을 높이 올리더니 그대로 힘껏 내려찍었다.
너무 깊숙이 들어온 강신은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는 스콜피언의 배를 피할 수 없었고 그렇게 스콜피언의 배는 사이에 있는 강신을 무시한 채 모래 바닥과 맞닿았다.
쿵!
스콜피언의 배가 모래 바닥과 맞닿으면서 난 그 소리가 강신이 무사하지 못하는 것을 알리는 듯 했다.
스콜피언은 강신을 빈대떡으로 만들려는지 몸을 살짝살짝 움직여 배 밑에 있는 것을 짓이겼는데 갑자기 놀란 듯 몸을 들어 올리더니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방금 강신이 깔렸던 모래 바닥이 들어났는데 그곳엔 강신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사라진 강신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스콜피언의 등을 뚫고 몸속에서 나오더니 스콜피언의 등 여기저기를 공격하면 구멍을 뚫었다.
강철만큼 단단한 스콜피언의 등껍질을 강신이 쉽게 뚫을 수 있는 건 현재 손에 끼고 있는 찢어발기다의 아머브레이크 효과였다.
스콜피언의 육중한 몸에 깔렸던 강신이 방금처럼 스콜피언의 몸속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건 현재 강신이 신고 있는 신발 덕분이었다.
강신은 3일 동안 샐 수 없이 많은 수의 샌드 스토커를 처리했는데 그 와중에 샌드 스토커의 일부 능력이 담긴 아이템이 많이 떨어졌다.
대부분 옵션이 별 볼일 없는 것들이라 나중에 마을에 도착하면 처분하기 위해 공간 확장 가방에 넣어 두었는데 전날 저녁때 잡은 샌드 스토커에게서 떨어진 신발은 꽤 쓸 만 해 착용하고 있었다.
모래 속 안내자
종류 : 신발
내구도 : 320/320
방어력 : 45
*특수능력
모래 숨기-데미지 증가 30% 정신력 : 100
*설명
샌드 스토커의 능력이 일부 담겨진 신발이다. 샌드 스토커의 특기인 모래 숨기를 사용해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숨었다 모래 위로 올라 갈 수 있는데 모래 숨기로 모래 속에 숨었다가 올라가면서 공격할 때 데미지가 30% 증가한다. 모래 숨기는 모래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스콜피언의 배에 찍히기 직전 모래 숨기로 모래 속으로 들어간 강신은 스콜피언이 몸을 살짝살짝 움직이는 동안 손만 살짝 모래 위로 올려 스콜피언의 배를 공격했다.
집게와 달리 방어구로 인정된 스콜피언의 배는 6번의 공격 만에 아머브레이크의 효과로 구멍이 뚫렸고 강신은 재빨리 그 구멍을 통해 스콜피언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강신이 계속 뚫고 있는 구멍으로 인해 스콜피언은 많은 양의 피를 흘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몸통이 밑으로 떨어졌다.
과다 출혈로 사망한 것이었다.
사실 찢어발기다의 옵션인 블리딩은 초당 100의 데미지 밖에 주지 못하기 때문에 1만에 가까운 체력을 가지고 있는 스콜피언을 출혈로 죽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다.
그런데도 스콜피언이 과다 출혈로 죽은 것은 이곳이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만약 스콜피언이 게임 몬스터였다면 출혈로 초당 100의 데미지만 받았겠지만 이곳의 스콜피언은 게임의 몬스터가 아닌 진짜로 살아있는 몬스터이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면 아이템의 옵션에 있는 데미지만 받는 게 아니라 흐르는 피에 양만큼의 데미지도 받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자이언트 스콜피언을 쓰러뜨린 강신은 가장 먼저 스콜피언의 꼬리 끝부분을 조심히 잘라냈다.
자이언트 스콜피언은 금보따리를 가지고 다니는 몬스터라고 불릴 정도로 값나가는 부위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독이 들어있는 꼬리가 가장 값이 많이 나갔다.
다른 부위를 전부 합친 가격보다 많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강신은 아주 조심히 꼬리를 잘라낸 후 고이고이 감싸 공간 확장 가방에 넣었다.
그리곤 나머지 부위 중 꼬리 다음으로 비싼 부위 몇 개만 챙긴 후 나머지는 버리고 그곳을 떠났다.
버리고 간 부위도 마을에 가서 팔면 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공간 확장 가방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눈물을 머금은 건 강신이 아니라 수전노로 변해 버린 대런이었다.
자이언트 스콜피언을 처리한 다음날 둘은 커다란 오하시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샌드 원티드란 도시에 도착했다.
사막에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인 샌드 원티드는 도시답게 그동안 들렸던 사막의 마을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야~. 이 정도면 그냥 도시라 해도 믿겠네. 날씨만 빼고.”
“그러네요. 듣기론 비싼 여관엔 온도 조절 마법도 걸려 있다고 하던데 거기로 가죠.”
“네가 웬일이냐? 늘 돈 아깝다며 싼 여관만 잡던 놈이.”
“그거야 다른 마을은 싼 여관이나 비싼 여관이나 더운 건 똑같으니까 그렇죠. 그리고 저도 무조건 돈을 아끼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쓸 땐 쓴다고요.”
“그럼 여관부터 잡자.”
마을에 도착하면 늘 몬스터를 잡고 얻은 전리품을 먼저 처리하고 여관을 잡았지만 둘은 잠시라도 지겨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여관을 먼저 잡으러 갔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콜 드림이라는 여관을 찾아간 둘은 여관 안에서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 너 여기 있었냐?”
강신의 물음에 여관 안에서 시원한 음료를 홀짝 거리던 베헤모가 놀라며 물었다.
“어? 둘이 여긴 웬일이에요?”
“사고가 좀 있어서 지내는 곳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 가르시올 시로 가는 중이었는데 이렇게 만나서 잘 됐네.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가자.”
“저 아직 연구를 못 끝냈어요.”
그 말에 갑자기 대런이 발끈 하며 물었다.
“연구도 못 끝냈는데 이 비싼 곳에서 뭘 하는 거야?”
“그게 여기서 호위를 구하는 중이였어. 이번에 연구할 몬스터를 관찰하려면 좀 깊숙이 들어가야 하거든. 길잡이는 구했는데 가는 동안 만나는 몬스터에게서 우릴 보호해줄 호위를 아직 하나밖에 못 구했거든.”
“호위를 몇이나 구할 생각인데?”
강신의 물음에 베헤모는 힘없이 말했다.
“적어도 10명 이상이요.”
“가는 길이 그렇게 위험해?”
“샌드 스토커, 샌드 리자드맨, 샌드 트래퍼 등의 몬스터의 서식지를 지나야 하거든요.”
“이번엔 어떤 몬스터를 연구하기에 그런 위험한 곳까지 지나면서 가는 거야?”
“데져트 나이트메어라고 불리는 돌연변이 바실리스크요.”
베헤모의 데져트 나이트메어라는 말에 갑자기 여관 안이 조용해 졌다.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강신이 조용히 물었다.
“이거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래?”
“그 녀석한테 사라진 마을과 도시가 꽤 되거든요. 그래서 사막의 악몽이라고 불리는 거고요. 이렇다보니 사막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호위로 나서주는 사람이 아예 없어요. 지금 구한 한 명도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고요.”
“내가 보기엔 아무리 기다려도 더는 구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저도 왠지 그럴 것 같아 며칠만 더 구해보고 안 구해지면 그냥 접으려고 했어요.”
“그래? 그럼 거기 갈 때 나도 좀 끼워줘.”
“같이 가주신다면 든든하죠. 어? 마법 검은 어디 갔어요?”
“주인한테 돌려줬어.”
“이런. 좋다 말았네요.”
“왜 그러는지는 이해 하지만 그래도 당사자 앞에서 그러는 건 좀. 아니, 많이 실례야.”
“아! 죄송해요. 드디어 돌연변이 바실리스크를 볼 수 있다고 생각 했다가 못 보게 돼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런데 그때 한 노인이 여관 안으로 들어오더니 베헤모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보게. 그 호위가 그곳으로 혼자 갔다네.”
“예? 이런. 저 그 사람 좀 말리고 올게요.”
베헤모가 그렇게 말하곤 노인과 나가자 강신이 대런에게 말했다.
“넌 방 잡고 쉬고 있어.”
“따라가 보려고요?”
“어. 왠지 방금 나간 둘. 이대로 그곳으로 갈 것 같거든. 그러니 따라가 봐야지.”
“알았어요. 그럼 다녀오세요.”
대런의 인사를 받은 강신은 바로 베헤모와 노인을 따라갔다.
혼자 떠난 호위는 발이 꽤 빠른지 도시에서 벗어나고도 한참을 더 달린 후에야 잡을 수 있었다.
“잠시 만요. 좀 기다려요.”
베헤모의 말에 혼자서 사막을 걷고 있던 여인이 멈추더니 뒤돌아 자신을 부른 베헤모를 쳐다봤다.
그에 베헤모는 그 여인의 앞으로 가서 말했다.
“혼자 가는 건 너무 무모해요. 내가 전에도 그곳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 줬잖아요.”
여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베헤모를 쳐다보기만 했지만 베헤모는 익숙한 듯 말을 계속 했다.
“며칠만 기다려 봐요. 그럼 다른 사람들을 더 모을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에 여인은 뒤돌아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강신과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말했다.
“이런. 이제 말리기는 글렀구먼.”
노인의 말을 들은 강신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대륙에 저런 옷차림을 하는 나라가 있었나요?”
“내가 알기론 없네. 옷차림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흑발에 흑안이니 대륙 사람이 아니라고만 예상하고 있네.”
‘흑발에 흑안. 거기다 한복 비슷하게 생긴 동양의 의복을 입고 있는 여인이라. 설마 저 여인도 선택받은 자인가? 하지만 선택 받았다면 나처럼 몸을 게임 캐릭터로 바꾸면서 외모도 서양인처럼 바뀔 텐데? 설마 몸을 그대로 사용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강신은 노인에게 물었다.
“저 그런데 저 여인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겁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네. 며칠 전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마디를 하는 걸 못 봤네. 그래서 벙어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지.”
“음. 그렇군요. 일단 저 둘을 따라가 보죠.”
“같이 가려고?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따라가려는 건가?”
“데져트 나이트메어를 보러 가는 거잖아요.”
“새로 얻은 호위인가? 뭐. 그렇다면 상관없겠지.”
노인은 그렇게 말하곤 아무 말 없이 걸어가는 여인과 그 여인을 설득하려는 베헤모의 뒤를 따라갔고 강신도 노인과 같이 둘을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