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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
“왜 이제야 온 거야.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잘 싸우던데 뭐.”
그 말에 눈물이 쏙 들어간 카렌은 도끼눈으로 강신을 노려보며 물었다.
“설마 지켜보고 있던 거야? 언제부터?”
“네가 날아가는 오크한테 드롭킥 날릴 때부터.”
“그런데 왜 바로 안 도와줬어?”
“혼자 처리 할 수 있어 보여서 그냥 보고 있었지. 보니까 실력 많이 늘었던데? 아니, 이건 많이 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다른 사람이 된 정도야.”
가만히 강신의 말을 듣고 있던 카렌은 강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신에게 헤드록을 걸면서 말했다.
“남자가 되가지고 사랑하는 여자가 위험에 처했는데 그냥 보고 있다니. 너무 하다고 생각 안 해?”
“누가 누굴 사랑해? 그리고 지금 네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생각 좀 해. 네 드롭킥 맞은 오크가 어떻게 됐는지 기억 안나? 그리고 환자한테 이러면 안 되지.”
그 말에 카렌은 재빨리 강신의 목을 놓으면서 물었다.
“환자? 어디 다쳤어?”
강신은 가슴에 대고 있던 천을 걷어 손톱모양으로 찢겨진 강철 갑옷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정도면 환자 맞지?”
찢겨진 갑옷과 찢겨진 부분에 묻어있는 피를 본 카렌이 놀라며 물었다.
“이건 피잖아. 그리고 이 부분은... 괜찮아? 아니, 빨리 힐링 스크롤을”
강신은 카렌이 너무 놀란 것 같아 카렌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이미 힐링 스크롤로 치료 했으니까 진정해.”
“강철로 만든 갑옷이 이렇게 찢어졌는데 어떻게 진정해! 일단 갑옷부터 벗어봐. 상처가 심하면 서둘러 텔레포트로 돌아가야 하니까 어서.”
‘태연 누나도 내가 맞고 나면 이렇게 걱정을 해 줬었는데. 자기가 더 많이 맞았으면서...’
그렇게 또 옛 기억이 떠올라 카렌의 말을 거스를 수 없어진 강신은 시키는 대로 갑옷을 벗으며 말했다.
“이미 치료 했다니까.”
“잔말 말고 빨리 벗기나 해.”
갑옷을 벗자 약간에 상처 자국만 보였지만 카렌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안 되겠다. 어서 치료사한테 보여주고 신전에도 가봐야 하니까 텔레포트 스크롤로 돌아가자.”
“텔레포트 스크롤이 남아도는 줄 알아? 그리고 상처 다 아물었는데 무슨 치료사에다 신전이야?”
“상처자국이 이렇게 선명하잖아. 빨리 가야 하니까 얼른 텔레포트 스크롤 꺼내.”
“아직 잡아야 하는 몬스터가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벌써 돌아가?”
“이 몸으로 몬스터랑 계속 싸우려고? 절대 안 돼!”
둘은 한 시간 정도 실랑이를 벌이다가 끝내 서로 하나씩 양보해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새하얀 투구, 새하얀 갑옷, 새하얀 건틀릿, 새하얀 그리브, 새하얀 망토, 새하얀 방패, 새하얀 검.
온 몸을 새하얀 색으로 도배한 자가 뒷골목 입구에 들어섰다.
골목 안쪽으로 걸어가든 그는 사람들이 좀 몰려있는 곳에서 멈추더니 검을 꺼내며 외쳤다.
“빛의 위엄!”
그 외침과 함께 검에서 밝은 빛이 뿜어졌는데 그 빛을 본 사람들은 전부 눈빛이 멍해졌다.
“나. 빛의 지배자 샤인이 명한다. 뒷골목에 대해 잘 아는 자. 나오너라.”
자신을 샤인이라고 한 자의 말에 전에 강신에게 통행료로 1골드를 받고 단추를 2개만 채운 아이를 찾아가라고 알려준 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날 뒷골목의 중심으로 안내 하거 라.”
“네.”
그자는 처음 보는 샤인의 명령을 쉽게 따랐는데 이건 샤인이 사용한 빛의 위엄이란 스킬 때문이었다.
빛의 위엄 스킬을 사용 했을 때 발생하는 빛을 본 자는 한동안 스킬 사용자의 명령에 따르게 되는데 만약 이 빛에 노출만 되고 눈으로 빛을 보지 않았다면 아무 이상이 없다.
빛으로 사람들을 홀린 샤인은 빛의 신이 선택한 자로 라이트 룰러(빛의 지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라이트 룰러는 빛을 이용해 공격, 방어, 특수기술 등을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어둠의 신이 경계할 정도로 엄청난 직업이었다.
빛에 홀린 자의 안내로 진짜 뒷골목에 들어선 샤인은 자신을 안내해 준 자에게 말했다.
“넌 지금 당장 내 추종자들과 함께 이곳으로 들어오는 모든 입구를 무너트리거라.”
추종자들이란 아까 빛의 홀린 사람들을 말했다.
“네.”
자신을 뒷골목으로 안내해 준 자가 사라지자 샤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이 파괴의 신의 신녀가 숨어 있는 곳이로군. 빛의 신녀를 없앤 후 이곳에 있는 자들을 전부 없애주지. 어차피 전부 범죄자들이니 전부 없애 버리는 게 이 도시에도 좋겠지.”
그렇게 어떻게 할지 결정한 샤인은 입구를 무너뜨리러 간 자가 오길 기다렸다.
아무도 도망가지 못하게 한 후에 시작하려는 것이다.
타미홀 시에 도착한 강신과 카렌은 또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치료소에 가자니까.”
“상처는 다 아물었는데 거길 왜 가?”
“아직 상처가 그렇게 크게 남아 있는데 다 아물긴 뭐가 다 아물어?”
“이건 그냥 자국만 남은 거야. 그러니까 그만하고 그냥 돌아가자.”
“안 돼. 신전은 몰라도 치료소는 무조건”
쾅!
카렌이 그렇게 고집을 피울 때 갑자기 밑에서 커다란 폭발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린 뭐지? 밑에서 들렸다는 건 뒷골목에서 들려온 소리라는 건데.”
“할아버지!”
카렌이 그렇게 소리치며 뛰어가자 강신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둘은 무너져버린 입구로 인해 지하로 내려갈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입구가 왜? 안 되겠다. 다른 입구로 가보자.”
그렇게 말하곤 다른 입구로 가려는 카렌을 강신이 잡으며 말했다.
“잠깐. 기다려봐. 아무래도 누군가 일부러 무슨 일을 벌이기 위해서 입구를 무너뜨린 것 같아.”
“그렇다면 빨리 내려가 봐야지. 할아버지가...”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입구를 막고 일을 벌인다는 건 아무도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뭔가를 하려는 거야. 그런데 밑에서 큰 소리가 났다는 건 이미 일을 벌였다는 건데 이미 일을 벌인 상황에서 아직 열려 있는 입구가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기다릴 순 없잖아.”
“내 말은 기다리자는 게 아니라 어차피 입구가 전부 막혀있으니까 새로 뚫고 내려가자는 거야.”
“알았어. 그렇게 하자.”
카렌은 그렇게 답하곤 무너진 입구에 쌓여있는 돌을 치우려고 했다.
“잠깐. 무너진 부분을 파냈다간 파는 도중에 또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그럼 어떻게 하자고? 새로운 입구를 뚫기라도 하자는 거야?”
“어. 새로 뚫을 거야.”
“뭐?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 녀석이 있으니 안 될 것도 없지.”
강신은 글라시스를 양손으로 잡으며 그렇게 말하곤 양 손을 높이 올렸다가 힘껏 바닥을 때렸다.
그러자 글라시스가 부딪친 바닥에 폭탄 터진 것처럼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3만이나 되는 데미지에다 글라시스로 인해 올라간 힘과 민첩 덕분에 만들어진 결과였다.
“역시 몬스터뿐만 아니라 땅에도 통하는군.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강신은 그때부터 쉴 새 없이 글라시스로 바닥을 찍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뒷골목으로 통하는 통로가 뚫렸다.
통로가 뚫리자 강신과 카렌은 서둘러 카일의 가게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둘은 얼마 후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가게는 무사했다.
“할아버지!”
카렌이 급히 카일을 부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카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돌아 왔느냐?”
카일의 목소리에 안심이 된 카렌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가게 앞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강신은 그런 카렌을 부축해 안으로 들어가 말했다.
“할아버지. 방금 폭발소리 못 들으셨어요?”
“듣긴 했다만 왜 그러는 것이냐?”
“일단 뒷골목에서 벗어나기로 하죠.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신의 진지한 얼굴에 카일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설 준비를 했고 강신은 카일에게 카렌을 맡기곤 대런을 데리러 갔다.
대런은 평소처럼 집에서 연구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강신은 집안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대런이 연구 중인 자료들은 공간 확장 가방에 쓸어 넣고는 대런의 손을 잡고 집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왜 그래요? 설마 급히 도망가야 할 잘못이라도 저지른 거예요?”
“자세한 이야기는 카일 할아버지랑 합류하고 해줄게.”
강신은 그렇게 말 하면서 대런과 함께 카일의 가게로 갔는데 카일의 가게 근처에 도착하자 카일과 카렌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보였다.
“넌 잠시 여기서 기다려.”
대런을 그곳에 두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간 강신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야? 다들 왜 가만히 있는 거지? 다들 동시에 홀드 마법이라도 걸렸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카일과 카렌이 있는 곳에 도착한 강신이 카일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은 다 뭐예요?”
“우리도 잘 모르겠구나. 갑자기 몰려와서는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그럼 그냥 무시하고 가죠.”
“그래.”
강신이 카일과 카렌을 데리고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려고 하자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빠져나가지 못하게 앞을 막기 시작했다.
“왜들 이러는 겁니까? 우린 지금 급하니까 볼일 없으면 빨리 비켜 주세요.”
강신의 말에도 사람들은 그냥 앞을 막기만 할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계속 막는다면 나도 말로만 하지 않겠소.”
강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힘으로 사람들을 밀치려 할 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갈 생각인가본데. 입구를 전부 막아 났으니 그만 포기하시지.”
강신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가 들린 쪽에 있던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져 길을 만들었는데 그 길로 온 몸을 새하얀 장비로 가득매운 샤인이 걸어 나왔다.
“당신은 누구지?”
강신의 물음에 샤인은 강신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 팔찌를 보니 너도 신의 선택을 받았나보군.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나와 같은 처지라 하더라도 내 일을 방해하면 죽여 버린다.”
샤인의 말을 들은 강신은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올랐다.
‘너희가 아무리 내가 아끼는 장난감이라 하더라도 반항하면 죽여 버린다.’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진 상태로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강신은 샤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김선창이란 이름을 알고 있소?”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그 재수 없는 말투와 역겨운 억양을 듣고 설마 했는데. 역시나 너였군.”
“날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정체가 뭐지?”
“도망친 네 장난감이라고 하면 알려나?”
“도망친 내 장난감? 이상하다. 내 장난감들은 전부 죽어버렸는데? 아! 다섯 살 때 도망친 쓰레기가 하나 있었지. 내가 그 쓰레기냐?”
“손에서 벗어난 건 장난감 취급도 하지 않는 건가. 그런데 다 죽어버렸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네가 도망친 후로 고아원에 개를 키우기 시작했거든. 몇몇은 너처럼 도망치려다 개에 물려 죽었고 나머지는 가지고 놀다보니 죽어버리더라고. 애초에 불량품들이라 그런지 관리해 주는 년이 죽으니 금방 망가져 버리더라고.”
지금 말하는 장난감이란 강신이 지내던 고아원의 아이들로 샤인은 그 고아원 원장의 아들 중 하나였다.
몇 년 전 강신이 있던 고아원에선 한 소녀의 죽음을 시작으로 많은 수의 아이들이 죽어나갔는데 경찰들의 조사 후 전염병으로 인해 죽은 것으로 처리 됐다.
사실 소녀와 아이들은 샤인의 말대로 원장과 원장의 자식들에게 맞아 죽거나 도망치다 개한테 물려 죽었지만 원장에게 매수 된 비리경찰들로 인해 사인이 바뀐 것이었다.
원장은 시체 처리 후 그것을 일부러 언론에 흘려서 기자들을 부르곤 세뇌시킨 남은 아이들을 이용해 자신이 전염병에 걸리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는 거짓 정보를 세상에 퍼트렸고 그로인해 원장과 그의 자식들은 살인을 하고도 세상 사람들에게 살인자가 아닌 천사로 불렸다.
인성은 쓰레기지만 사업 수완은 뛰어난 원장은 그것을 이용해 사회적 위치와 제산을 불려 나갔고 덕분에 그와 그의 자식들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재벌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전부 죽었을 줄이야. 그런데 말이야. 네 그 더러운 입으로 태연 누나를 거론 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누나는 악마 같은 네 놈의 입에 오르내리기엔 너무나도 고귀하신 분이거든.”
“고귀? 네 놈 때문에 그년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년은 고귀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장난감일 뿐이야.”
“누나를 자살로 몰고 간 너희 가족들은 누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어. 그러니까 다신 절대 누나를 입에 올리지 마!”
흥분하는 강신을 보며 샤인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그년이 너한테 그렇게 소중한 존재였나? 그럼 죽지 않게 지키지 그랬냐?”
“네 놈과 네 가족들이 우리 대신 누나를 때릴 때마다 난 머릿속으로 너흴 죽이는 상상을 수 천 번도 넘게 했어.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고 난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나는 내게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지. 그때 나도 누나를 따라갈까 했었지만 누나가 늘 하던 ‘나쁜 일을 한 자는 언젠간 그 대가를 받는다.’는 말 때문에 꾹 참고 도망쳤지. 네놈과 네놈의 가족이 그동안 저지른 악행의 대가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말이다. 그런데 세상은 점점 너희 편이 되더군.”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나같이 잘될 사람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잘 되고 너 같은 쓰레기는 아무리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거지. 그리고 네가 하도 그년에게 목을 매서 말 해주는 건데. 사실 그년 자살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한테 반항하다 잘못 맞아서 죽은 거야. 그년이 좀 반반 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신은 이성에 끈이 끊어지면서 샤인에게 달려들었다.
샤인이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건 샤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 강신에겐 그런 것들은 아무 상관도 없었다.
강신은 글라시스로 전력을 다해 샤인을 공격했지만 샤인은 가볍게 공격을 피하며 강신을 조롱했다.
“설마 이게 전력을 다 한 거야? 그렇다면 실망인데. 나처럼 신의 선택을 받아서 좀 상대가 될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괜히 입 아프게 설명 했잖아.”
강신은 샤인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공격했지만 실력 차가 너무나도 큰데다 온 몸 가득 등급 높은 아이템을 착용한 샤인에겐 강신의 공격이 스치지도 못했다.
잠시 강신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샤인은 지겹다는 듯 큰 소리로 하품을 하더니 스킬을 사용했다.
“하~암. 빛의 탄환.”
샤인이 스킬을 사용하자 하얀색 총알이 생겨나더니 총알과 같은 속도로 강신을 꿰뚫었다.
그 공격으로 강신은 명치에 엄지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생기면서 뒤로 쓰러졌다.
게임 캐릭터라 죽지 않고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다행히 끊어졌던 이성이 다시 돌아왔고 그로인해 지금의 자신은 샤인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상기한 강신은 품에서 증폭서를 꺼내 글라시스를 증폭하기 시작했다.
샤인과의 차이를 증폭으로 커버하려는 것이었다.
갑자기 운이 좋아진 건지. 아님, 그동안 30번 넘게 증폭을 실패한 넘치는 장갑이 제물이 되어 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글라시스의 겹 증폭은 10번이나 성공했다.
마음 같아선 30장정도 남은 증폭서도 전부 사용하고 싶었지만 강화의 신의 효과를 전부 사용했기 때문에 강신은 남은 증폭서를 품에 집어넣고 총 11번 증폭 된 글라시스를 들었다.
“오~. 분위기가 달라졌네. 하지만 그래봤자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야.”
“내가 쓰레기라는 건 부인하지 않겠다. 그래야 네가 쓰레기보다도 못한 놈이란 게 증명 될 태니까.”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샤인에게 달려들었는데 11번 증폭 된 글라시스로 인해 속도가 전보다 몇 배나 빨랐다.
하지만 샤인은 강신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여 강신의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그게 증명 되려면 네가 나보다 강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래가지곤 쓰레기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것만 증명될 뿐이잖아.”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네가 쓰레기보다 못한 놈이란 걸 증명해주마.”
“네 목숨 따위를 건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것 같아?”
계속 강신의 공격을 막기만 하던 샤인은 그렇게 말하곤 강신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11번 증폭 된 글라시스로 전보다 몇 배나 강해진 강신이었지만 샤인이 몰아붙이자 너무나도 무력하게 밀렸고 끝내 뒤로 넘어져 엉덩이로 땅을 깔고 앉게 되었다.
넘어진 강신이 바로 일어나려고 하자 샤인이 강신의 목에 검을 대면서 말했다.
“장난감일 때도 그랬지만 넌 너무 약해. 더 이상 가지고 놀아봤자 재미없을 것 같으니 이만 끝내줄게. 빛의 구속.”
샤인이 빛의 구속 스킬을 사용하자 하얀색 줄이 생겨나더니 엄청난 속도로 강신의 몸을 묶은 후 한쪽 끝부분을 땅에다 박아 강신을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죽이기 전에 아까 한 말을 다시 해주지. 나같이 잘될 사람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잘 되고 너 같은 쓰레기는 아무리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만약 다음에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다면 부디 잘될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어.”
그렇게 말한 샤인이 검으로 강신을 찌르는 순간 둘 사이에 카렌이 들어와 강신을 끌어안았다.
자신의 몸으로 샤인의 검을 막으려는 것이었지만 샤인의 검은 카렌의 몸을 너무나도 쉽게 뚫고는 강신의 몸까지 꿰뚫어버렸다.
게임 캐릭터라 검에 몸이 관통 당하고도 죽지 않은 강신은 자신을 지키려다 죽은 카렌을 보며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카렌의 죽음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인지. 아님, 두 번이나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에 흘리는 눈물인지는 모르지만 강신의 표정에는 더 이상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았다.
살고 싶다는 의욕조차도 없는 강신의 표정을 본 샤인은 둘의 몸을 관통하고 있는 검을 뽑으며 말했다.
“이 쓰레기는 또 뭐야? 어라? 퀘스트가 완료 됐다고? 이년이 파괴의 신의 신녀였나 보군. 퀘스트를 끝냈으니 빨리 네 놈도 끝내고 이곳 녀석들을 전부 없애볼까.”
샤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옆으로 휘둘러 강신의 목을 베려고 했는데 그때 갑자기 강신이 들고 있던 글라시스에서 빛이 나더니 붉은 색에 글라시스와 똑같이 생긴 검을 든 여인이 나타나 샤인의 검을 막으며 말했다.
“이 남잔 내꺼야. 그러니 함부로 건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