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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킬
강신의 억지에 대런은 어쩔 수 없이 조용히 기다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런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잉크가 물에 젖으면 이상해진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종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나눠질 줄이야.”
종이에 볼펜으로 점을 찍고 끝 부분을 살짝 물에 담그면 그 물이 종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볼펜으로 찍은 잉크도 따라 올라가면서 줄이 생기는데 그것을 한 번 따라해 본 것이었다.
“다행히 이 방법이 통하네. 이러면 잉크의 성분을 알아내기 좀 수월하지?”
“네. 이렇게 나눠졌으니 성분을 알아내는 건 이제 시간문제예요.”
강신의 활약 덕분에 대런이 계속 연구에 열중 하면서 카일이 말한 증폭서를 찍어 낼 수 있는 마법용어 판 제작은 미뤄졌다.
대런이 연구에 열중하는 동안 강신은 그동안 열심히 연습하던 마법용어 적기를 그만 두었다.
대런의 연구가 완성되기만 한다면 더 이상 글씨를 잘 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마법용어 적기 연습을 그만 두면서 할 일이 없어진 강신은 아이템을 모으기 위해 사냥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타이밍 좋게 타미홀 시 주변에 사는 몬스터에 대한 조사를 끝낸 베헤모가 돌아왔다.
그 덕분에 강신은 타미홀 시 주변에 어떤 몬스터가 있고 돌연변이 몬스터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베헤모는 떨어진 텔레포트 스크롤과 힐링 스크롤을 받아 다시 몬스터 연구를 떠났고 강신도 베헤모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몬스터 사냥에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카렌이 어떻게 알았는지 장비를 착용 한 채 사냥 나가려는 강신 앞에 나타났다.
“나도 같이 가.”
“내가 지금 어디 가는지 알아?”
“몬스터 잡으러 가잖아.”
“누구한테 들었어?”
“할아버지한테. 네가 오늘 수련하러 간다고 알려 주셨어.”
“위험하니까 넌 그냥 집에 있어.”
“싫어. 꼭 따라 갈 거야.”
“너 없으면 카일 할아버지 식사는?”
“식사는 앞집 쇼란 할머니한테 부탁해 놨으니까 걱정하지 마.”
“따라오면 며칠 동안 밖에서 자야하고 먹을 것도 육포만 먹어야해. 거기다 몬스터가 밤에 나타나면 잠을 못 잘 수도 있어. 뿐만 아니라”
강신이 말로 겁을 주려고 하자 카렌은 강신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됐어. 아무리 그래도 꼭 따라갈 거야. 그리고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장비들은 우리 가게에서 최고로 좋은 것들이야. 그러니까 너무 위험해서 안 될 거란 말로 날 두고 갈 생각은 하지 마.”
강신은 카렌을 더 설득하려다 카렌의 얼굴을 보자 떠오른 태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마나석 광산에 다녀온 이후로 카렌의 얼굴을 볼 때마다 태연이 떠올랐는데 그로인해 강신은 전처럼 카렌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날 위해 아크 리치를 잡고 있던 일 때문인지 계속 이러네. 하필 저 녀석한테 내 약점이...’
강신이 잠시 가만히 있다가 말없이 출발하자 카렌도 좋아라 하며 강신을 따라갔다.
“이제야 조금씩 내 뜻대로 흘러가는구나. 흑운. 다른 신들의 반응은 어때? 바람 녀석은 분명 난리를 치고 있을 텐데.”
“다들 조용하십니다.”
“뭐? 이상하다. 그럴 자들이 아닌데? 설마 바람 녀석도 조용해?”
“네. 바람의 신께선 땅의 신님과 다크님께서 거래를 한 직후 거래 내용을 아셨는데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 성격에 가만히 있다니. 말도 안 돼.”
“아마 이것 때문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흑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어둠의 신에게 바람의 신이 선택한 자의 정보를 보여주었다.
“헉! 혹시 말이야. 다른 신들이 고른 녀석들도 전부 이 정도야?”
“상위 셋을 제외하곤 거의 비슷비슷 합니다.”
“상위 셋? 바람 녀석이 고른 녀석은 현재 몇 위인데?”
“포인트 순위로는 6위입니다.”
“실력은?”
“5위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정도 능력치로 겨우 5위라고?”
“네. 이번 아바타들은 전 게임 아바타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자들이라서 현재 다크님께서 고른 강신 빼고는 전부 엄청난 속도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럼 1위는 누구야? 설마 빛의 신이 고른 녀석은 아니지?”
“포인트 순위는 그가 1위지만 실력으로는 3위입니다.”
“휴~. 그나마 다행이네. 어둠의 신으로서 빛의 신이 우승 하는 건 절대 못 보지. 아무튼 현재로선 내가 꼴찌라는 거네.”
“순위, 실력 전부 10위입니다.”
“10위?”
“저까지 꼴찌라고 하면 안 좋아 하실 것 같아서요.”
“그래. 꼴찌보단 10위가 낫지. 그건 그렇고 실력으로 1위는 누구야? 설마 어스가 고른 녀석은 아니지?”
“땅의 신께서 선택한 자는 포인트 5위에 실력은 4위입니다. 1위는 번개의 신께서 고른 자로...”
타미홀 시에서 벗어난 강신은 일단 카렌의 실력을 보기위해 오크나, 고블린들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갔는데 출몰 지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 7마리가 나타났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 하니까 일단 한 마리만 상대 해봐.”
“어? 잠깐만. 난 아직 준비가...”
강신은 카렌의 말을 듣지 않고 오크들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오크 6마리를 끝장내 버렸다.
카렌의 실력을 보기 위해 일반 검이 아닌 글라시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처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렌은 처음으로 몬스터와 싸워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멍해져 있느라 강신이 오크들을 처리하는 걸 보지 못했고 오크들을 처리한 강신은 카렌이 정신을 차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정신 안 차려?”
카렌은 강신의 목소리 덕분에 정신은 차렸지만 하나 남은 오크를 어떻게 공격할지 생각하느라 움직이질 않았다.
“상대를 오크라 생각하지 말고 대런이라 생각해봐. 그럼 공격하기 쉬울 거야.”
강신의 조언에 카렌은 잠시 오크 위에다 대런을 대입하더니 갑자기 오크에게 달려가 드롭킥을 날렸다.
그동안 매일 해오던 공격이라 그런지 카렌의 드롭킥은 정확히 오크의 가슴에 적중했는데 카렌의 드롭킥에 맞은 오크는 가슴이 함몰 되 즉사했다.
카렌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의 힘이었다.
오크를 일격에 끝내버린 카렌은 가슴이 함몰 되 죽어있는 오크의 시체를 보곤 아침에 먹은 걸 확인하느라 첫 승리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한참동안 위를 비운 카렌은 진이 빠진 듯 힘없는 얼굴로 말했다.
“너무 끔찍했어.”
“그 끔찍한 걸 네가 만들었지.”
“하지만 난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단 말이야. 대런처럼 쓰러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네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 덕분에 파워랑 스피드가 올라가서 그런 거야. 어쨌든 다음부턴 드롭킥 말고 허리에 차고 있는 검으로 공격하는 게 어때?”
“어? 설마 나보고 오크를 또 죽이라고?”
“오크뿐만 아니라 고블린에다 놀, 리자드 맨 등에 죽여야 할 몬스터가 수두룩한데. 싫으면 돌아가던가.”
놀은 개 같은 외형에 두 발로 걸어 다니는데 앞발을 사람처럼 사용할 수 있는 몬스터로 오크와 비슷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리자드 맨은 2m정도의 키에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도마뱀으로 놀처럼 앞발을 사람처럼 사용하는데 사람의 2~3배 정도 되는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 혼자서 오크 5마리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안 돌아가. 절대 안 돌아갈 거야.”
“그럼 빨리 따라와. 이번엔 고블린 잡으러 갈 거니까 준비하고.”
두세 번 정도 몬스터의 시체를 보면 질려서 돌아갈 거란 강신의 예상과 달리 카렌은 세 번째 전투부턴 더 이상 구역질을 하지 않았고 입맛이 없다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점심때와 달리 저녁때는 배가 고프다며 육포를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그날 밤 다행히 몬스터의 습격은 없었고 둘은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특히 카렌은 전날 몬스터를 처음 상대하느라 많이 피곤했는지 아침이 되어도 도통 일어날 줄 몰랐다.
밖에서 자면서 불침번을 서지 않은 것은 자기 전에 대런이 만들어 준 알람 마법 스크롤을 사용해 주변에 알람 마법을 걸어났기 때문이었다.
전날 고생한 걸 생각해 강신은 카렌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점심때가 다 되 가도록 일어나자 않자 흔들어 깨웠다.
“야. 일어나. 오늘 돌연변이 고블린 잡으러 가기로 했잖아.”
하지만 카렌은 기절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에 강신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설마 기절한 건가?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가야겠다.”
그 말에 기절한 듯 꿈쩍도 하지 않던 카렌이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야!”
그렇게 카렌을 깨운 강신은 육포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돌연변이 고블린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강신이 찾아간 돌연변이 고블린은 다른 돌연변이 몬스터처럼 많은 수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이번 녀석은 특이하게 고블린뿐만 아니라 오크에다 놀까지 부하로 두고 있었다.
종족을 초월한 부하 선정 때문인지 돌연변이 고블린을 따르는 몬스터의 수는 천 마리에 가까웠는데 그로인해 정면 돌파로 돌연변이 고블린에게 가기는 거의 불가능 했다.
돌연변이 고블린이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에서 고블린의 부하 몬스터들을 본 카렌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하려고?”
“내가 미끼가 돼서 조금씩 유인해 올 태니까 그런 식으로 조금씩 처리하자.”
“뭐? 저 많은 것들을 그런 식으로 언제 다 처리해?”
“하다보면 언젠간 다 처리 하겠지.”
강신은 그렇게 말하곤 바로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잠깐만. 난 아직 준비가...”
막무가내인 강신으로인해 카렌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몬스터 폭탄을 맞게 됐는데 그런데도 몬스터들은 카렌의 일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전날 강신과 열심히 사냥을 한 덕분에 이제 드롭킥이 아닌 검으로 몬스터를 처리했는데 장비가 너무 좋은 것들이라 그런지 오크와 고블린 같은 몬스터들은 일격에 끝장났다.
몬스터들이 무기나 방패로 막았지만 카렌의 검은 몬스터들의 무기와 방패를 너무나도 쉽게 부셔버리곤 몬스터까지 베어버렸다.
몬스터를 유인해 온 강신은 일반 검이 아닌 글라시스로 몬스터들을 공격했는데 이건 카렌이 위험하지 않게 몬스터를 빨리 처리하려는 것도 있지만 장갑의 옵션인 아이템 드랍을 위해 오버킬을 하려는 것도 있었다.
오버킬이란 아이템 설명에 나와 있듯 상대의 전체 체력에 110%가 넘는 데미지로 상대를 죽였을 때를 말하는 것으로 상대의 체력이 100이라면 110에 데미지로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99까지는 얼마의 데미지를 주던 상관이 없지만 죽기 직전인 1이 남았을 때는 11이상의 데미지를 줘야 오버킬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몬스터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것으로 그 때문에 괴물 같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글라시스로 공격해 일격에 오버킬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건 체력이 얼마 안 되는 오크나 고블린 같은 몬스터에게나 통하는 것으로 드래곤같이 체력이 천문학 적인 몬스터에겐 통하지 않는다.
강신은 그동안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높이기 위해 넘치는 장갑에 강화를 시도했지만 증폭서를 30장 넘게 사용했는데도 아직 2겹 증폭밖에 되지 않았다.
넘치는 장갑 (15%)(15%)(15%)
종류 : 장갑
내구도 : 300/300(457/457)
방어력 : 50(77)
*특수능력
오버킬 아이템-상대를 오버킬 했을 시 5(8)% 확률로 상대의 능력이 일부 담겨진 아이템이 바닥에 떨어진다.
*설명
히든 클레스인 아이템 컬렉터의 장갑이다. 상대를 오버킬 했을 시 8% 확률로 상대의 능력이 일부 담겨진 아이템이 바닥에 떨어진다. 오버킬은 상대의 전체 체력에 110%가 넘는 데미지로 상대를 죽였을 때를 말한다.
도깨비 검을 증폭 할 때와 달리 증폭은 대부분 실패했다.
강신은 이걸 마이의 도깨비 검을 증폭해 주면서 자신의 증폭운을 전부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확률이 8%로 올라간 덕분에 강신이 몬스터를 100마리 정도 잡으면 아이템이 8개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오크나, 고블린 같은 몬스터를 잡고 나온 아이템이라 그런지 전부 옵션이 별로였다.
오크 가죽 갑옷
종류 : 갑옷
내구도 : 130/130
방어력 : 25
*설명
오크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으로 방어력과 내구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다.
고블린의 가죽 신발
종류 : 신발
내구도 : 30/100
방어력 : 12
*설명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지만 고블린들의 방식으로 만들어 타 종족이 신으면 불편하다.
옵션이 이렇다보니 강신은 이것들을 쓰레기 취급하면서 착용하진 않았지만 처분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버리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