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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사랑
카일은 강신과 대런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렌에게 시켜 둘의 식사나 청소를 챙겨주게 했다.
카일은 카렌의 할아버지의 이름으로 이곳에서 몇 십 년이나 장사를 한 뒷골목 토박이라 그런지 뒷골목에 아는 사람이 많았다.
덕분에 강신과 대런은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특히 대런은 그동안 구하기 힘든 재료 때문에 하지 못하던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카렌은 처음엔 할아버지가 시켜서 억지로 왔다며 투덜거렸지만 작업에 너무 집중하는 중이라 강신과 대런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다짜고짜 둘에게 드롭킥을 날렸다.
그 이후로 둘은 하루에 세 번씩 카렌의 드롭킥을 맞았는데 2주 정도 지나자 카렌이 갑자기 강신에겐 드롭킥이 아닌 헤드록을 걸기 시작했다.
평생 눈치를 보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신은 카렌이 자신에게 남녀의 감정이 생겼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지만 그냥 모르는 척 했다.
자신은 언젠간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연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신도 남자이다 보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만 몸으로 부딪쳐 오는 카렌을 그냥 무시할 순 없었고 그래서 늘 위에서 했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드롭킥을 날리라고 하지만 카렌의 계속 헤드록을 걸었다.
사실 카렌은 식사를 챙겨주러 가기 전에 항상 강신에게도 드롭킥을 날리자고 생각하지만 강신만 보면 떨려서 생각했던 것을 잊고 헤드록을 거는 것이었다.
강신이 첫사랑인 순진한 카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카일의 가게로 와 아침을 먹은 강신과 대런은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 둘을 보고 설거지를 하던 카렌이 카일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도대체 저 둘은 뭘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거예요?”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느냐?”
“무슨 남자들이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맨날 집안에만 틀어 박혀서 일을 해요?”
“카렌. 일이란 건 종류가 수도 없이 많단다. 저들이 하는 일은 그 수많은 일 중에서 집안에서 하는 일이고.”
“하지만 강신은 허리에 검을 차고 있잖아요. 그럼 밖에 나가서 모험을 해야지요.”
“이곳 녀석들처럼 무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늘 행패만 부리거나 술만 마시고 다니는 것보단 훨씬 낫질 않느냐.”
“녀석들을 그런 쓰레기들과 비교하지마세요.”
“혹시 녀석들하고 같이 여행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냐?”
카일의 말에 당황한 카렌이 접시를 놓치면서 접시가 깨졌고 카렌은 깨진 접시 조각을 치우면서 말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냥 남자라면 모험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우리 오줌싸개 손녀가 벌써”
카일은 갑자기 얼굴로 날아온 행주로 인해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누가 오줌싸개예요!”
“카렌. 그래도 할애비 얼굴에 이런 걸 던지는 건 좀...”
“몰라요!”
카렌은 그렇게 말하곤 밖으로 뛰쳐나갔고 카일은 어쩔 수 없이 카렌이 하다 만 설거지를 해야 했다.
다음 날 아침도 평소처럼 전날 아침에 펼쳐졌던 관경이 또 펼쳐졌다.
한쪽에선 카렌의 드롭킥을 맞고 쓰러진 대런이 고통에 꿈틀거렸고 다른 쪽에선 카렌의 헤드록에 걸린 강신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오늘도 물어보는 거지만 다 큰 여자가 이러는 거 부끄럽지 않아?”
“뭐가 부끄러워?”
“지금 네 가슴이 내 머리를... 어? 오늘은 좀 딱딱하네?”
“흥. 오늘은 레더아머 입고 왔거든.”
“번거롭게 그러는 것보다 그냥 나한테도 드롭킥을 날리는 게 편할 텐데. 참. 그런데 너 오늘 신나 보인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강신의 물음에 카렌은 헤드록을 풀면서 말했다.
“좋은 일? 그런 거 없어. 할아버지 시장하실 태니까 빨리들 와.”
카렌이 그렇게 말하곤 나가자 강신은 늘 하던 대로 대런을 질질 끌고 카일의 가게로 갔다.
식사를 하는 동안 카렌이 계속 싱글벙글 이었지만 강신은 모르는 척 식사를 계속 했고 얼마 후 식사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카일이 말을 걸었다.
“잠깐. 할 말이 있네.”
“무슨 일 있나요?”
“급히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재고가 떨어져 버렸네. 워낙 유통이 잘 안 되는 물건이라 다른 녀석들에게 구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런데 자네가 좀 구해다 주지 않겠나?”
“제가요?”
“걱정 말게.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으니까. 그리고 자네 호위로 카렌이 따라간다고 하니 안심하게나.”
그 말에 강신은 반쯤 감긴 눈으로 카렌을 쳐다봤다.
“뭐야 그 눈은? 혹시 날 못 믿겠다는 거야?”
“어. 그냥 혼자 다녀올게요.”
강신이 혼자 다녀온다고 하자 카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이 있는 위치는 나와 카렌 밖에 모르는데 난 가게를 봐야 하니 카렌과 다녀오게.”
“가게는 카렌이 보면 되죠.”
그 말에 카렌이 도끼눈으로 강신을 보며 말했다.
“지금 나랑 가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
“어. 천방지축인 너랑 같이 갔다간 한 시간 거리도 하루 종일 걸릴 텐데. 그러느니 그냥 내가 할아버지를 업고 다녀오는 게 낫지.”
“이익.”
“난 오늘 약속이 있으니 그냥 카렌과 다녀오게.”
강신은 카일이 카렌 때문에 일부러 일을 시킨 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지만 그동안 자신들을 챙겨준 것 때문에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최대한 카렌과 같이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제발 카렌과 다녀오라는 눈빛으로 말하는 카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렌과 같이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도 단 둘이 가는 것 보단 대런을 껴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대런을 찾았지만 대런은 식사 중에 이미 카일이 심부름으로 빼돌린 후였다.
그렇게 심부름이란 명목으로 뒷골목에서 올라온 둘은 타미홀 시에서 이틀 정도 거리에 있는 늪지대로 향했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했다.
어색한 분위기 때문인지 둘은 타미홀 시를 벗어날 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는데 끝내 답답함을 참지 못한 카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행에 필요한 것들은 전부 챙긴 거야?”
“어. 그런데 그걸 지금 와서 뭐 하로 묻냐? 물을 거면 도시를 빠져오기 전에 물었어야지.”
“그야 없으면 가는 도중에 있는 마을에 들려서 사려고 그랬지. 그건 그렇고 너희 둘은 맨날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둘 다 종이에다 뭔가를 적고 있던데. 혹시 너희 소설가야?”
“땡.”
“그럼 학자?”
“땡. 학자가 뭐 하로 뒷골목에서 살겠냐?”
“음. 도둑?”
“갑자기 도둑이 왜 나와?”
“철통경비인 성의 보물이나, 땅속에 묻힌 고대 왕국의 유물을 훔치기 위해 연구 중일 수도 있지.”
“그것도 땡이다. 우린 스크롤 제작자야. 불법 스크롤 제작자.”
“진짜?”
“어. 그런데 그 실망했다는 표정은 뭐야? 우리가 진짜 도둑이 아닌 게 그렇게 아쉽냐?”
“그게 아니라 난 너희가 뒷골목과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좀 더 옳은 일을 하는 그런 거.”
“애초에 뒷골목과 어울리지 않는 일을 했다면 왜 뒷골목으로 들어갔겠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을까 했지.”
“전에 내가 도와준 것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그냥 아는 사이라서 도와준 거지 정의 같은 게 아니야.”
카렌이 강신에게 드롭킥이 아닌 헤드록을 걸기 시작한 건 강신이 집을 얻고 2주가 지났을 때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평소처럼 열심히 마법 용어를 연습하던 강신은 연습장이 떨어진 것을 보고 카일의 가게에 찾아갔는데 가게엔 카렌과 불량해 보이는 남자 여덟 명이 있었다.
‘맨날 파리만 날리던 가게에 웬 손님이지?’
강신은 그렇게 생각 하면서 카렌에게 연습장 좀 달라고 하려 했는데 갑자기 불량해 보이는 남자 둘이 강신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이봐. 다치기 싫으면 그냥 가.”
‘뒷골목이라서 그런가?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한 강신은 돌아가려다 카운터 쪽에서 들려온 대화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그만 튕기고 내 맘을 받아주는 게 어때?”
“너 같은 쓰레기는 상종도 하기 싫어. 그러니까 빨리 가게에서 나가!”
“나도 참는데 한계가 있어. 그동안은 영감이 지켜줬지만 오늘은 영감도 없으니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런다고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너희 같은 쓰레기들은 몇 천 명이 온다 해도 하나도 겁 안나.”
“좋은 말로 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잘 생각하고 결정해. 안 그럼 여기 있는 녀석들을 전부 상대해야 할 태니까.”
“역겨운 자식. 절대 네 뜻대로 되진 않을 거야.”
“내 호의를 무시한 건 너니까 날 원망하지 말라고.”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렌의 옷깃을 잡더니 힘껏 잡아 당겼고 카렌의 상의는 남자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져 버렸다.
옷이 찢어지면서 풍만한 가슴이 들어나자 카렌은 재빨리 양팔로 가슴을 가리며 말했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말로 안 되니 힘으로 하는 수밖에. 넌 오늘 내 것이 되는 거야.”
그렇게 말한 남자가 가슴을 가리고 있는 카렌의 팔을 풀려고 할 때 강신이 남자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강신을 막고 있던 둘은 강신이 갑자기 자신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자 어리둥절해 하다가 뒤쪽에서 들려오는 새로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곤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니, 언제 저곳에?”
“분명 내 앞에 있었는데?”
둘이 그렇게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카렌의 옷을 찢은 남자가 말했다.
“야!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라니까 뭐하는 거야! 덩치만 커가지고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런데 넌 뭐야?”
“이 가게에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인데요.”
“지금 날 방해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죽기 싫으면 그냥 꺼져.”
“알았습니다.”
강신은 그렇게 대답하곤 카렌이 있는 곳으로 가 위에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 가슴을 가리고 있는 카렌에게 덮어주곤 카렌을 부축해 가려고 했다.
“지금 내가 장난하는 줄 알아? 그 년은 두고 너 혼자 가라고!”
“좀 전에 말했듯이 전 가게에 신세를 지고 있는 처지라 그건 좀 어렵겠네요.”
“아무래도 오늘 피 위에서 즐기게 생겼다.”
카렌의 옷을 찢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품에서 칼을 꺼내 이리저리 돌리며 강신을 위협했다.
“이곳은 무법지대이니 당신들을 죽여도 살인죄는 성립되지 않겠죠? 이 세계에 적응 하려면 언젠간 사람을 한 번 죽여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 기회가 빨리 찾아왔네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죽을 태니 걱정 마세요.”
“네 목숨이나 걱정 하시지.”
강신은 칼을 돌리며 위협하던 남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자마자 허리에 차고 있던 글라시스를 꺼내 먼저 자신에게 달려드는 남자를 베고 가게 안에 있는 이들 중 자신과 카렌을 빼고 전부 베어버렸다.
글라시스의 옵션으로 민첩이 300이나 올라간 덕분에 그들은 강신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글라시스에 베인 자들은 전부 순식간에 얼어 얼음 동상이 되었는데 그 덕분에 그 관경을 지켜본 카렌은 그들이 죽었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강신은 카렌이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 얼음 동상들을 들고 가게 밖으로 나가 하수구에 버렸다.
그 덕분에 카렌은 아직도 그들이 죽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 일로 강신에게 호감을 갖게 된 카렌은 강신을 볼 때마다 강신에 대한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