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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신-16화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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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

“와~.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완전 새로운 세상이네요.”

대런의 감탄에 강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좀 놀랐는데. 이건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뭐. 어쨌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래처니까 그만 두리번거리고 가자.”

“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대런은 강신을 따라 가면서 계속 두리번거렸다.

대런과 달리 강신은 거래처를 찾기 위해 주위를 살폈는데 주위에 자판 상인들이 많은데도 강신은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그에 대런이 물었다.

“저기 상인들이 많은데 왜 그냥 지나가요?”

“저들은 상인이 아니라 장사꾼이야. 전문적으로 최대한 싸게 사서 최대한 비싸게 파는 놈들이지.”

“원래 장사가 그런 거 아닌 가요?”

“그렇긴 한데 우리와 거래를 할 곳으론 합당치 않아.”

“그럼 어떤 곳이랑 거래를 하려는 건데요?”

“아까 불법거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 했잖아.”

“그런 사람을 찾으려면 지금처럼 눈으로만 찾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자판장사는 자본금이 별로 없을 때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장사야. 그런 자들은 어떤 물건이든 싸게 사고 보지. 특히 증폭서 같은 경우는 유통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어 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물건 중 하나일거야. 물론 자신들이 살 때는 잘 팔리지 않는다는 둥 하며 값은 내리겠지만.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거래할 거래처 목록엔 자판장사는 절대 없어.”

강신은 그렇게 말하곤 계속 주위를 살피며 인파속을 걸었다.

그러다 꽤 시설이 좋아 보이는 가게를 보자 바로 그곳으로 들어가 전리품 3개를 꺼내며 말했다.

“얼마 정도 줄 수 있나요?”

“상태는 좋지만 너무 흔한 것들이라 한 50실버 정도 줄 수 있소.”

“괜찮네요.”

그 말에 가게 주인은 주머니에서 50실버를 꺼내 강신에게 주었고 강신은 돈은 받으며 물었다.

“그런데 혹시 증폭서도 취급 하나요?”

강신의 물음에 가게 주인은 갑자기 얼굴에 화색을 띄며 물었다.

“처분이요? 한 몇 장정도? 등급은?”

“아니, 그냥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 말에 가게 주인은 얼굴을 순식간에 처음 표정으로 바꾸더니 말했다.

“처분은 1%당 50실버요. 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1%당 10배로 오르고. 참고로 증폭서는 도둑길드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그 이상으론 줄 수 없소. 그리고 증폭서를 팔 수 있는 건 도둑길드 뿐이니 구입을 원한다면 도둑길드로 가보시오.”

“저 그럼 마정석으로 만든 증폭서는 얼마에 처분이 가능한가요?”

“그런 건 도둑길드에서도 취급하지 않으니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시오.”

가게에서 나온 강신은 다른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처음 가게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했지만 전부 같은 대답뿐이었고 그에 대런이 지친 표정으로 물었다.

“더 돌아다녀 봤자 똑같을 것 같은데 그냥 돌아가요.”

“이곳에 있는 상점을 다 돌기 전에는 포기할 생각 없으니까 그냥 따라와.”

“그러다 전부 돌았는데도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럼 상점 주인들이 말한 대로 다른 곳을 찾아야지.”

“예?”

“그러니까 그렇게 딴지 걸 시간에 이곳에 마정석으로 만든 증폭서를 취급하는 곳이 있길 빌라고.”

그 말에 대런은 진짜로 빌면서 강신의 뒤를 따랐다.

강신과 대런은 6시간 넘게 돌아다녔지만 원하는 거래처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도 강신은 포기 하지 않고 계속 돌아다녔고 대런은 이제 빌면서 따라다니는 것에 지쳤는지 그냥 멍하니 강신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때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건물 사이에서 급히 빠져나오다 멍하니 강신의 뒤를 따르던 대런과 부딪쳤고 그렇게 둘은 바닥에 쓰러졌다.

“아야야.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녀?”

“아니, 갑자기 튀어나와 부딪친 건 아가씨잖아요.”

“그러기에 누가 길을 막고 있으래? 보니까 이곳엔 오늘 처음인 것 같은데. 그렇게 다니다간 코... 혹시 그것들 처분하려고?”

충고하듯 말하던 여인은 대런이 쓰러지면서 쏟아진 전리품을 보고 그렇게 물었다.

“그렇긴 한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쪽이 먼저 잘못”

대런이 따져들려고 했지만 여인은 대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내가 그런 것들 처분하기 좋은 가게 하나 아는데. 다른 곳보다 값도 더 쳐줄 거야. 주인 마음에 들면.”

여인은 ‘주인 마음에 들면’이란 말만 아주 조그맣게 했고 덕분에 듣지 못한 대런이 물었다.

“주 뭐라고요?”

“그건 됐으니까 일단 그것들 들고 따라와.”

“아니, 말을 끝까지”

대런이 또 따져 물으려고 했지만 이번엔 강신이 대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됐으니까 빨리 그것들 줍고 따라와.”

강신마저 자신의 말을 끊자 대런은 투덜거리며 바닥에 쏟아진 전리품을 챙기고 강신의 뒤를 따랐다.

여인을 따라 골목 깊숙이 들어가자 간판이 떨어지기 직전인 가게가 나왔는데 여인은 자신이 말한 가게가 그곳이라는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문을 열어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여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대런의 말에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런 곳일수록 진짜일 확률이 더 높아.”

강신이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대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강신의 뒤를 따랐다.

가게 안에는 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가게가 오래 됐다는 것을 보여주듯 진열대의 색이 많이 바랜 상태였다.

“카렌. 왜 벌써 돌아왔어? 급한 일이라고 했잖니.”

그 목소리는 가게 안쪽에서 들려왔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 왔으니까 빨리 나와 보세요. 난 이만 바빠서 가 볼 태니까 그것들 더 많이 받고 팔고 싶으면 우리 할아버지한테 잘 보이라고.”

그 여인은 그렇게 말하곤 급히 가게 밖으로 나갔고 여인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안쪽에서 무뚝뚝해 보이는 노인이 나왔다.

“무슨 일이지?”

노인의 물음에 강신은 다른 가게에서처럼 전리품 세 개를 꺼내곤 말했다.

“얼마 정도 줄 수 있나요?”

“지금 날 떠보는 건가?”

지금까지 들렸던 가게들과 다른 반응에 강신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난 무슨 일인지 물었네.”

“보시다시피 물건을 팔러 왔지 않습니까.”

강신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슨 일로 왔는지 말하지 않을 거면 이만 나가게.”

“알겠습니다. 그럼 진짜 목적을 말하죠. 혹시 마정석으로 만든 증폭서를 처분할 수 있을까요?”

“골치 아픈 걸 가지고 있군. 그 물건에 대해선 가지고 있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 태니 쓸데없는 설명은 하지 않겠네. 1%당 30실버. 등급이 오를 때마다 1%당 10배씩 오르네.”

노인의 말에 대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신을 쳐다봤고 강신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진짜를 찾았네요.”

“진짜를 찾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진짜 뒷골목 상점을 찾았다고요.”

“진짜 뒷골목 상점?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난 지금 무지 바쁘니까 빨리 원하는 걸 말하게.”

그 말에 강신은 가지고 온 전리품을 전부 꺼내면서 말했다.

“이것들을 전부 처분하고 싶습니다.”

노인은 강신이 꺼낸 물건들을 살짝 훑어보더니 말했다.

“한 49골드 60실버 정도 되겠군. 물건은 이게 다 인가?”

“그리고 이것도 좀.”

강신은 품에서 전에 대런이 마정석으로 만든 증폭서를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몇 퍼센트지?”

“4%입니다.”

“그럼 이것까지 처서 170골드 주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돈 대신 지낼 곳으로 받으면 안 될까요?”

“지금 나보고 지낼 곳을 알아봐 달라는 건가? 미안하지만 난 집 같은 건 취급하지 않네. 앞집 할망구가 집을 잘 알아봐 주긴 하지만... 혹시 그 할망구 한테 갈 거라면 돈은 내 이름 앞으로 달아 놓으면 될 걸세.”

“감사합니다.”

강신은 노인에게 감사인사를 하곤 대런과 함께 가게에서 나와 노인이 말한 앞집으로 향했다.

앞집으로 가는 동안 대런이 물었다.

“이러다 다른 도시로 가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 했는데. 진짜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런 곳에다 집을 구해도 되는 거예요?”

“집을 밖에다 구하면 거래를 할 때마다 이곳에 들어와야 하잖아. 그러면 괜히 의심 받게 돼. 이곳에서든 밖에서든 말이야.”

“그런데 이곳에 오기 전에 돌아다니면서 인맥을 쌓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하지만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얼굴을 계속 보는 건 거래를 하기로 한 가게 주인 밖에 없잖아요.”

“난 말이야. 낮을 많이 가리고 의심이 많기 때문에 내게 필요 없는 사람은 상종도 하지 않아.”

“그럼 그냥 거래처를 구하러 간다고만 하면 되잖아요.”

“난 내게 필요 없는 사람은 상종도 하지 않지만 내게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내 편으로 끌어들이지. 만약 지금까지 만난 자들 중에 내게 필요한 사람이 있었으면 그와 앞면을 트고 지낼 생각이었어. 그러니까 난 인맥을 쌓으러 온 게 맞아. 내게 필요한 자들이 하나도 없었던 것뿐이지.”

“하지만 그들과 사귀어 두면 나중에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요?”

“그럼 그때 가서 사귀면 되지.”

“일단 그들과 사귄 후에 그들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들을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 말에 강신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너 생각보다 소질이 있구나.”

“예? 무슨 소질이요?”

“장사든 사기든 사람을 이용해서 하는 일이면 뭐든 소질이 있어. 네가 그런 쪽에 일을 하게 되면 못해도 나보다 훨씬 잘하게 될 거야.”

“이거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좋네요.”

이 칭찬으로 인해 대런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집을 구한 강신은 본격적으로 증폭서 제작 연습에 들어갔다.

타미홀까지 오면서 최하급 마정석을 23개나 얻었지만 아직 마법 용어의 정밀도가 낮기 때문에 연습만 했다.

베헤모는 새로 구한 집에 한 번 들리곤 바로 돌연변이 몬스터를 찾으러 떠났고 대런은 동굴을 떠나기 전에 하던 상급 증폭서 연구를 계속 했다.

강신이 집을 구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둘의 생활은 처음과 달라진 게 없었다.

평소처럼 둘이 열심히 증폭서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허락도 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들이 맨날 집안에 처박혀서 이게 뭐야? 그러다 종이 쪼가리랑 살림이라도 차리겠다.”

허락 없이 들어와 큰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이는 거래처 주인의 손녀인 카렌이었다.

하지만 둘은 카렌의 말을 무시한 채 작업을 계속 했다.

“이것들이 또 내 말을 무시해!”

그녀는 화가 난 듯 그렇게 말하곤 먼저 의자에 앉아 작업 중인 대런에게 드롭킥을 날렸다.

그리곤 바로 연습장에 열심히 마법 용어를 적고 있는 강신에게 다가가 헤드록을 걸었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져 가격당한 부위를 끓어않고 끙끙거리는 대런과 달리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강신은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로 말했다.

“늘 물어보는 거지만 다 큰 여자가 이러는 거 부끄럽지 않아?”

“뭐가 부끄러워?”

“지금 네 가슴이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잖아. 물론 나야 기분은 좋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왠지 내가 느끼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말에 카렌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하더니 급히 헤드록을 풀고 강신과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이 변태!”

“그러니까 내가 늘 말하잖아. 나한테도 저 녀석한테 한 것처럼 드롭킥을 날리라고. 그런데 또 무슨 일이야?”

강신의 말에 홍당무처럼 변했던 카렌의 얼굴은 금세 평소대로 돌아왔다.

“할아버지가 너희 밥 챙겨주라고 보내서 온 거거든.”

“밥? 좀 전에 챙겨주지 않았어?”

“좀 전? 어제 밤이 좀 전이냐?”

“벌써 아침인가? 아무튼 매번 고맙군.”

“흥. 좋아서 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너 혹시 츤데레야?”

츤데레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면서 겉으로는 아닌 척 투덜거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자꾸 츤데레, 츤데레 하는데. 그게 뭐야?”

“모르면 됐다.”

강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의자에 앉아 마법 용어 연습을 하려고 하자 카렌은 다시 헤드록을 걸려다 좀 전 일이 생각났는지 얼굴이 붉어져 소리쳤다.

“식사 준비 됐으니까 배고프면 와서 먹던지 마음대로 해!”

카렌이 그렇게 소리치곤 나가버리자 강신은 의자에서 일어나 아직도 끙끙거리고 있는 대런을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그만 하고 밥 먹으로 가자.”

“윽. 잠시 만요. 아직 회복이 덜... 윽.”

강신은 아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런의 옷 덜미를 잡고 질질 끌어서 카렌의 가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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