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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신-14화 (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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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로 얻은 교훈

강신은 글라시스를 최대한 빨리 휘둘러 몸을 날리는 오크를 죽였지만 오크의 수가 워낙 많다보니 아무리 데미지가 높다 해도 속도의 한계 때문에 끝내 오크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강신이 잡히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궁수 오크들이 화살을 날렸고 그렇게 강신은 꼼짝없이 화살에 당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라시스에서 빛이 나더니 강신을 중심으로 10m안의 모든 것이 얼기 시작했다.

냉기란 뜻을 가지고 있는 칠이 발동한 것이다.

칠을 발동한 강신은 화살에 맞기 직전 자신의 몸을 잡은 상태로 얼어버린 오크를 방패삼아 바닥에 쓰러졌다.

덕분에 강신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은 전부 강신의 몸을 잡고 있는 오크가 대신 맞았는데 칠로 인해 화살도 날아오는 동안 얼었는지 오크의 몸에 부딪치자마자 깨져버렸다.

글라시스의 스텟 상승으로 인해 현재 강신의 정신력은 2만 가까이 되는데 칠은 초당 정신력을 300씩 소모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고 강신은 칠을 이용해 500마리나 되는 오크들을 순식간에 열려 죽였다.

돌연변이 오크가 전술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사기급 스킬인 칠 앞에선 그저 쓸데없는 발악에 불과했다.

일반 오크들을 전부 처리한 강신은 칠을 풀고 글라시스를 다시 허리에 차고는 일반 검을 들고 도망가는 돌연변이 오크를 쫓아갔다.

돌연변이 오크는 강신이 자신의 부하들을 전부 죽이는 것을 보곤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도망가려 했지만 글라시스 덕분에 민첩이 300이나 올라간 강신에게서 벗어날 순 없었다.

자신과 꽤 멀리 떨어져 있던 강신이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 있자 돌연변이 오크는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무기를 들었다.

도망갈 수 없다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이었다.

돌연변이 오크는 선수필승이라는 것을 아는지 무기를 들자마자 바로 강신에게 달려들어 커다란 도를 위에서 아래로 베었는데 민첩과 힘 스텟이 높은 강신은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았다.

그런데 오크의 공격이 막히는 동시에 어느새 올라온 오크의 발이 강신의 배를 힘껏 찼다.

도로 공격하는 동시에 발차기도 같이 한 것으로 아직 전투에 능숙하지 못한 강신은 도에만 신경 쓰고 있다가 오크의 발에 차여 뒤로 날아갔다.

그렇게 뒤로 날아간 강신은 바닥에 몇 바퀴 구른 뒤 바로 일어났는데 표정으로 봐선 이번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 듯 했다.

“이런 치사한 놈. 무기를 들었으면 무기로 싸워야지 발을 쓰는 게 어디 있냐?”

“인간. 취륵. 어떻게 우리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 누구한테 치사하다고 하는 거지? 취륵. 그리고 목숨이 걸린 전투에서 치사한 게 어디 있어. 취륵.”

“음. 맞는 말이야. 돈 버는데 정해진 방법이 없듯이 싸움에도 정해진 방법은 없는 거야. 덕분에 좋은 걸 배웠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악수 한 번 해보지 않을래?”

“이런 음흉한 인간. 취륵. 악수하는 척 하면서 공격하려는 걸 모를 것 같나? 취륵.”

“똑똑해서 그런지 이런 진부한 방법은 통하지 않는군. 어쩔 수 없이 정공법으로 나가는 수밖에.”

강신은 그렇게 말하곤 오크에게 달려가 방금 오크가 했던 거처럼 위에서 아래로 크게 베었다.

오크는 강신이 했던 것처럼 도를 위로 올려 강신의 검을 막았는데 강신은 자신이 당한 것을 돌려주려는 것인지 오크가 했던 것처럼 오크의 배를 차려고 했다.

그에 오크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검을 막은 상태로 몸을 옆으로 돌려 강신의 발차기를 피하곤 도를 잡지 않은 손으로 강신의 얼굴을 때렸다.

하지만 강신은 이번엔 그냥 당해주지 않겠다는 듯 맞기 전에 머리를 힘껏 앞으로 숙였고 덕분에 강신은 오크의 주먹에 박치기를 한 꼴이 되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강신이다 보니 주먹과 머리가 부딪치는 느낌만 날 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크는 하필 강신의 머리에 닿은 주먹의 부위가 살짝 밑 부분이라 주먹이 꺾이고 말았다.

아무리 주먹 밑 부분과 머리가 닿았다 하더라도 힘이 인간에 비해 월등히 강한 오크의 주먹이 꺾일 일은 거의 없지만 글라시스로 인해 힘이 높아진 강신의 박치기는 오크의 주먹을 꺾어 버렸다.

예상치 못한 손목 부상으로 오크는 재빨리 뒤로 빠졌는데 강신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눈치 99단인 강신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고 오크가 양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해 점프까지 해가며 검을 있는 힘껏 위에서 아래로 찍었다.

하지만 오크는 그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았는데 강신은 오크가 막는 순간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순식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바꾸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신은 오크가 자신의 공격을 막고 발차기를 해 올 것에 대비해 오크의 움직임을 잘 살폈는데 역시나 오크는 강신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미리 발차기에 대비하고 있던 강신은 한쪽 다리를 들어 오크의 정강이 부분에 무릎을 대어 발차기를 막았다.

발차기가 막힌 오크는 절뚝거리며 뒤로 빠졌다.

오크도 조인트의 고통을 아는 것이다.

강신은 이번에도 방금 전처럼 오크에게 달려들어 점프공격을 했는데 오크는 이번에도 도를 들어 강신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이번엔 한쪽 다리의 고통으로 인해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그로인해 공격을 막으면서 한쪽 다리가 굽혀졌다.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있는 오크를 본 강신은 방금 전 했던 공격을 또 했고 오크는 이번에도 도로 공격을 막았다.

그런데 이번엔 전과 달리 도의 뒷날이 오크의 머리에 닿아 있었다.

강한 공격을 연속으로 한 손으로만 막다보니 도를 들고 있던 손에 무리가 온 것이다.

강신은 완전히 끝내겠다는 듯 검을 최대한 위로 치켜들더니 힘껏 내려찍었다.

그런데 그때 막기만 하던 오크가 동귀어진을 하겠다는 듯 강신을 향해 도를 찔렀다.

퍽! 푹!

두 개의 파육음이 들리는 것으로 둘 다 공격을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둘 다 공격당했다는 것으로 오크는 머리가 반으로 갈라졌고 강신은 배를 관통당한 상태였다.

머리가 반으로 갈라진 오크는 즉사였지만 강신은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아직 정신을 잃진 않았다.

“윽. 아프진 않은데 뱃속에 뭔가 있는 느낌은 전부 느껴지네. 일단 도를 빼내고 바로 힐링 스크롤을 사용해야겠지? 안 그럼 내장을 봐야 할지도 모르니.”

강신은 방금 말한 대로 품에서 힐링 스크롤을 꺼내더니 남은 손으로 도를 힘껏 빼내는 동시에 힐링 스크롤을 찢었다.

하지만 아무리 힐링 스크롤이라 하더라도 상처를 빨리 회복시켜 주는 것뿐이기 때문에 강신은 자신의 내장을 구경해야 했다.

강신은 배 밖으로 삐져나온 자신의 내장을 손으로 밀어 넣고는 갈라진 배가 벌어지지 않게 양 손으로 잘 잡았다.

얼마 후 힐링 스크롤의 효과가 사라졌을 때쯤 피는 멎었지만 상처가 너무 커서 그런지 완전히 아물진 않았고 강신은 품에 있는 힐링 스크롤 한 장을 더 꺼내 찢었다.

강신이 두 번째 힐링 스크롤을 찢었을 때 그제야 강신과 돌연변이 오크가 싸우던 곳에 도착한 베헤모는 강신의 상태를 보고 놀라 물었다.

“피를 이렇게나 많이 흘리다니. 괜찮아요? 상처는? 헉! 설마 배가 관통 당한 거예요? 거봐요. 처음부터 마법검으로 싸우라니까. 설마 죽는 건 아니죠?”

“상처가 낫고 있는 걸 보면 죽진 않을 것 같아. 그래도 이번에 좋은 경험했어. 만약 계속 글라시스의 스킬에만 의존해서 싸웠다면 내가 얼마나 약한지 절대 깨닫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피를 많이 흘려서 그런지 목마르고 배도 고픈데. 혹시 물 있어?”

“네. 잠시 만요.”

돌연변이 몬스터를 조사하면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베헤모는 항상 물을 가지고 다녔다.

베헤모의 물을 마시고 힐링 스크롤의 효과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린 강신은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을 것을 보곤 힐링 스크롤을 하나 더 찢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일어나면 어떻게 해요?”

베헤모가 걱정하는 얼굴로 묻자 강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이 정도면 이제 움직여도 괜찮아. 그건 그렇고 이번 녀석은 마정석이 있으려나?”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능숙하게 돌연변이 오크의 배를 갈랐다.

그동안 30마리가 넘는 몬스터의 배를 갈라 보면서 이제 능숙해 진 것이다.

배를 가르고 몸속 이곳저곳을 뒤지던 강신은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씹뻘. 없잖아. 고생고생해서 잡은 보람이 없네. 얻은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만 돌아가자.”

강신은 그 후로도 계속 일반 검으로 돌연변이 몬스터와 싸웠는데 몸이 게임 캐릭터라 그런지 전투를 한 번 치를 때마다 눈에 띄게 실력이 늘었다.

며칠 후 강신일행은 드디어 타미홀 시에 도착했는데 눈에 띄게 변한 강신의 실력과 달리 마정석이 있는 몬스터와 마정석이 없는 몬스터의 차이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타미홀 시에 들어선 강신은 퀘스트를 완료 했다는 알림 음을 들으며 일행에게 말했다.

“드디어 도착했다. 일단 숙소부터 잡고 우리가 지낼 집은 몬스터를 잡고 얻은 전리품을 판 후에 구하자.”

모니터로 강신을 지켜보던 여신은 기분이 언짢은지 표정이 별로였다.

“흑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딱 1업만 남겨두고 목적지에 도착이라니! 이제 또 틀어박혀서 연구만 할 텐데. 그럼 내가 고른 놈이 스크롤 제작자가 되는 거잖아. 스크롤 제작자 따위로는 절대 다른 녀석들을 이길 수 없어. 얼마 전에 빛의 신이 고른 녀석은 라이트 룰러(빛의 지배자)가 됐다던데. 이번엔 일등은커녕 꼴찌가 될 판이야.”

“그자의 특기는 강화잖습니까.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특기가 강화면 뭐해? 증폭서가 있어도 증폭을 안 하는데.”

“그건 아직 증폭서가 원하는 만큼 준비되지 않아서 일겁니다. 조만간 흑마법사와 함께 증폭서를 많이 만들어 내면 그때부터가 저자의 진짜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니까 스크롤 제작자가 되기 전에 어떻게든 15레벨을 만들어 내가 준비한 직업을 갖게 만들어.”

“네.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노력만 가지고는 안 돼. 안 되겠다. 그냥 내가 직접 말하고 말지. 지금 당장 그 녀석과 연결해.”

“그에게 직접 관여하시면 다른 신들께서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겁니다.”

“다른 녀석들이 뭐라고 하던 상과 없으니까 빨리 연결해.”

“네.”

가장 싸 보이는 여관에 들어가 방을 잡은 강신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몬스터를 잡고 얻은 전리품을 팔려고 했는데 갑자기 팔찌에서 알림 음이 들리더니 영상이 떠올랐다.

“응? 날 버린 신께서 웬일로 영상통화를 걸어왔을까?”

강신의 말에 여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버리긴 누가 버려?”

“버린 게 아니라서 시작을 오크 마을 근처에서 하게하고 아직 세상에 적응조차 하지 못한 초보에게 흑마법사를 처리하라는 퀘스트를 준 거였나? 무슨 사자가 지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낭떠러지에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무슨 일로 화상통화를 한 거요?”

“이런 건방진 인간 같으니라고. 일단 지금은 내가 참기로 하지. 단도직입적으로 지금 당장 15레벨을 만들고 와.”

“내가 왜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다 너 좋으라고 하라는 거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챙겨주는 척은... 그렇게 시키고 싶으면 지금까지처럼 퀘스트로 보내던가.”

“네가 퀘스트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럼 처음부터 퀘스트 다운 퀘스트를 보내주던가. 맨날 보내오는 거라곤 쓸데없는 것들인데 당신 같으면 퀘스트를 충실히 하겠어?”

“네가 안 해서 그렇지 그것들은 전부 네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어.”

“날 죽이기 위한 것들이었겠지. 솔직히 흑마법사 퀘스트도 프라이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무튼 난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이만 끊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끊는 거야?”

여신이 강신과 영상통화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를 담당하는 바람의 신에게 둘이 통화를 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어둠의 여신이 아바타와 직접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뭐? 언젠간 사고를 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칠 줄은 예상 못했는데? 일단 그년의 아바타 정보 먼저 줘봐.”

바람의 신을 수행하는 풍운이 서류 하나를 바람의 신에게 건넸고 그 서류를 훑어본 바람의 신은 이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언제 쩍 정보야?”

“10분 전 입니다.”

“말도 안 돼. 이 정도면 시작한지 3일도 안 된 것 같은데? 설마 이게 진짜 10분 전 정보야?”

“네. 그 때문에 요즘 흑운이 맨날 깨진다며 투덜거리는 걸 봤습니다.”

“뭐? 그 흑운이 투덜거려? 풉. 이래서 그년이 벌써 나선 거구만. 그래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한 번 볼까? 둘의 통화 내용을 띄어봐.”

모니터로 둘의 통화 내용을 확인한 바람의 신은 박장대소를 하며 말했다.

“하하하하하하. 완전 꼴통이 걸렸잖아. 맨 날 치사한 짓만 하더니 잘 됐다. 하하하하하하.”

“이 정보는 어떻게 할까요?”

풍운의 물음에 바람의 신은 한참을 더 웃은 후 좀 진정이 되자 말했다.

“후~. 오랜만에 실컷 웃었네. 이 정보? 어차피 다른 신들이 아는 것도 시간문제니까 생색 좀 낼 수 있게 그냥 뿌려.”

바람의 신의 결정에 풍운은 다른 여덟 신에게 강신의 정보와 통화내용을 보내주었고 그것을 본 신들은 전부 바람의 신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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