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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를 구하라
강신이 열심히 마법 용어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대런이 물었다.
“그런데 정말 그 마정석 어떻게 구한 거예요?”
“산 한 쪽에 있는 숲을 뒤졌더니 다른 고블린하고 좀 다른 고블린이 있더라고. 그래서 그 놈을 잡았더니 이게 나오던데.”
“숲? 고블린? 혹시 그 산이라는 게 이 아쉬른 산을 말하는 거예요?”
“어. 그러니까 이렇게 빨리 왔지.”
“그렇다면 그 숲의 주인을 말하는 것 같은데 진짜 그 녀석을 잡은 거예요?”
“어. 왜?”
“그 녀석 이 근방에선 유명하거든요. 워낙 숲을 이용한 전술이 뛰어나 이곳 영주가 속을 끓이고 있죠. 덕분에 매 달 한 번씩 그 녀석 토벌하러 오는데. 이번에 그 녀석이 없어진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요.”
“매 달? 이 산 아무도 오지 않는 곳 아니었어?”
“인적이 뜸하긴 하지만 가끔씩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럼 혹시 숲이 사라진 걸 알면 큰일이 생길까?”
“예? 그게 무슨? 설마 그 녀석을 잡으면서 숲을 태워버린 거예요?”
“태운 건 아니고 얼려버렸어.”
“이런. 빨리 짐 챙겨요. 빨리 이곳을 떠야 해요.”
“왜? 설마 그 숲 중요한 숲이야?”
“이곳 영주의 선조가 만든 숲이에요. 그래서 영주가 그 녀석을 숲에서 쫓아내려고 매 달 오는 거고요. 그 숲이 사라진 걸 알면 산 전체를 뒤질 거예요. 이곳 영주가 완전 또라이거든요.”
강신은 대런이 준 공간 확장 가방에다 동굴에 있는 짐들을 챙기며 물었다.
“그런데 어디로 갈 생각이야?”
“일단 이 영지를 벗어나야지요. 그런 다음 다른 조용한 산을 찾을 거예요.”
“또 산에 들어가려고? 이왕 이렇게 된 거 큰 도시로 가자.”
“큰 도시여? 잠깐 들리는 건 괜찮지만 거기서 사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왜? 도시에서 살면 안 되는 죄라도 지었어?”
“그게 아니라 계속 연구만 할 건데 집세 비싼 도시에서 사는 건 돈 아깝잖아요. 거기다 굳이 도시에서 살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돈이야 벌면 되고. 도시에서 살면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도 쉬울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집세가 너무 비싸요. 우린 연구를 하기 때문에 방이 아닌 집을 구해야 하는데 도시는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매 달 50실버는 해요. 연구 하나 끝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적어도 1년인데 아무 벌이 없이 6골드를 어떻게 감당해요?”
“왜 벌이가 없어? 매 달 증폭서나 스크롤을 만들어 팔면 되잖아.”
“그런 큰일 날 소리 하지 말아요. 도시에서 그런 거 불법으로 팔았다간 마법사 길드에 잡혀가요.”
“그래? 그럼 들키지 않게 잘 팔면 되지. 대신 시중에서 파는 것 보다 좀 싸게 팔아야겠지만.”
“걸리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절대 걸리지 않을 태니까 걱정하지 말고 도시로 가자.”
“저 그런데 지금은 집을 구할 돈도 없어요. 이곳으로 오면서 재료랑 기구들 사느라 지금까지 모아둔 돈을 다 썼거든요.”
“괜찮아. 아까 네가 만든 증폭서를 팔면 되니까. 중급이긴 하지만 4%니까 한 400골드는 받을 수 있을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마정석으로 만든 증폭서는 마기 때문에 일반 증폭서보다 싸요.”
“그럼 좀 싸게 팔지 뭐.”
대런은 어떻게 팔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바쁜 관계로 대화는 이만 하기로 했다.
그렇게 둘은 모든 짐을 챙겨서 아쉬른 산을 떠났다.
강신을 고른 여신은 모니터를 보며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한동안 말을 안 들어서 이번엔 포기할까 했는데 알아서 도시로 가다니. 잘 됐어. 이번 기회에 도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15레벨을 만들어 줘야겠군. 흑운. 녀석이 가는 길목에 처리해야하는 몬스터 퀘스트를 전부 팔찌로 보내.”
여신의 말에 흑운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그라면 퀘스트를 줘 봤자 무시할 겁니다. 차라리 그가 스스로 렙업을 하도록 만드는 게 어떨까요?”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예. 마침 그가 가는 방향에 쓸 만한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쓸 만한 녀석?”
“예. 그가 녀석을 만난다면 저희가 굳이 퀘스트를 주지 않는다 하더라고 스스로 몬스터를 잡으러 다닐 겁니다.”
“오~. 그런 녀석이 있었으면 진즉에 만나게 해줄 것이지.”
“그게 증폭서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 효력이 있는 거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혹시 모르니 녀석과 만날 수 있도록 퀘스트로 유도를 좀 하겠습니다. 가다가 진로를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대런과 함께 영지를 벗어나던 강신은 갑자기 들리는 알림 음에 팔찌를 확인했다.
*뉴 퀘스트.
퀘스트 : 대도시를 찾아라.
내용 : 대도시 타미홀 시를 찾아라.
성공 : 타미홀 시에 들어가는 즉시.
보상 : EXP 5000. 포인트 50.
제한 : 10일.
“타미홀 시? 혹시 타미홀이라는 도시 알아?”
강신의 물음에 대런이 바로 답했다.
“당연히 알지요. 타미홀은 대륙에 10개 밖에 없는 대도시 중 하나라 어린 애들도 다 알아요.”
“여기서 얼마 정도 걸리는데?”
“이 정도 걸음이면 한 10일 정도 걸릴걸요. 설마 타미홀로 가려고요?”
“응. 그쪽에 일이 생겨서.”
“타미홀이라.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왜?”
“대도시는 말이죠. 치안이 일반 도시랑 차원이 달라요. 덕분에 뭐든 불법으로 파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거의 라는 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다는 거잖아. 그리고 치안이 잘 돼있다는 건 불법 거래에 위험부담이 크다는 건데 불법 거래는 위험부담이 클수록 벌 수 있는 돈도 많아지지. 이거 우리한테 완전 딱인 곳인데.”
“우리가 아니라 당신한테 딱인 곳이겠죠.”
“아무튼 우리 목적지는 타미홀이야. 그러니까 앞장 서.”
대런은 좀 더 강신을 설득시키고 싶었지만 강신의 확신에 찬 눈빛을 보곤 그냥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타미홀로 가던 둘의 앞을 가끔 몬스터들이 막아섰지만 갓급 무기인 글라시스 덕분에 전부 강신의 경험치가 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전투 초보인 강신의 전투 경험도 쌓아주면서 점점 강신을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강신이 타미홀로 향한지 4일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알림 음이 들렸다.
“또 뭐야?”
*뉴 퀘스트.
퀘스트 : 동료를 구하라.
내용 : 함께 여행할 동료를 구하라.
성공 : 새로운 인원 합류.
보상 : EXP 1000. 포인트 10.
제한 : 없음.
“이런 미친 신 같으니라고. 아직 퀘스트 하나도 못 깼는데 왜 퀘스트를 계속 주고 난리야? 아직 10개도 넘게 쌓여 있은데. 잠깐. 분명 전에 받은 것들은 제한일이 하루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 뭐야? 왜 전부 기한이 없음으로 바뀌어 있지? 완전 지 멋대로 구만.”
강신이 갑자기 혼자 투덜거리자 대런이 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예요?”
“갑자기 짜증나는 자들이 생각나서. 그런데 여기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어디야?”
“잠깐만요.”
대런은 지도를 꺼내 보곤 말했다.
“하루 정도 거리에 작은 마을 하나가 있어요.”
“그럼 마을에서 찾으라는 건 아닌 것 같고. 이 주변에 있다는 건가?”
그때 갑자기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들은 강신은 재빨리 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려갔다.
강신이 재빨리 움직인 것은 빨리 구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물에 빠진 사람들에게 장사할 때처럼 죽기 전에 그에게 가서 구해주는 조건으로 뭔가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별로 좋지 못한 생각으로 소리가 들린 곳에 도착한 강신은 한쪽 팔에 피를 흘리며 미노타우르스들에게 쫓기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미노타우르스는 소머리에 근육질 인간의 몸을 한 몬스터로 도끼를 무기로 사용하는데 힘이 맨 손으로 강철갑옷을 찌그러뜨려 아이 머리만한 크기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판타지소설을 읽어 미노타우르스에 대해 아는 강신은 미노타우르스 때를 보고 잠시 몸이 굳었다.
‘이런 미친. 도대체 미노타우스르가 몇 마리야? 어림잡아도 20마리는 넘겠는데? 과연 저것들도 글라시스로 처리할 수 있을까?’
강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글라시스에 붙어 있는 마법 중 칠이 강신의 적의에 반응해 자동으로 발동하려고 했다.
‘안 돼. 지금 그게 발동하면 저 사람도 죽을지도 몰라. 릴렉스. 릴렉스.’
겨우 마음을 안정시켜 칠의 발동은 막은 강신은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때 하필 미노타우르스에게 도망치던 이가 강신을 발견했다.
“도와주세요. 아니, 절 데리고 도망쳐 주세요.”
그의 도움요청에 강신은 자동으로 반응해 답했다.
“가지고 있는 걸 전부 준다고 약속하면 살려 줄게요.”
갑작스런 강신의 말에 미노타우르스를 피해 강신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던 그는 당황하며 물었다.
“설마 당신 강도였습니까?”
“강도가 아니라 장사꾼입니다. 살고 싶으면 빨리 정하세요.”
“알았습니다. 구해주면 가지고 있는 걸 전부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강신은 사업가들이 거래를 성사시켰을 때 짓는 미소와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미노타우르스를 향해 달려갔다.
도망치던 이는 자신을 지나쳐 미노타우르스를 향해 달려가는 강신을 보고 미친놈이라는 생각에 외쳤다.
“이봐요. 거기로 가면 죽어요.”
하지만 거래 성사로 인해 예전에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의 생태가 발동 된 강신에겐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솔직히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장사를 할 수 있겠는가.
강신도 사람이다 보니 처음 물에 빠진 사람에게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장사를 할 때 망설임 때문에 계속 실패했었다.
그러다 자신이 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 압박감에 정신을 살짝 놔버리는 상태에 돌입했고 그 상태가 되자 상대의 목숨을 대가로 하는 장사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돈을 벌기위해 스스로 미쳐버린 것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강신은 10살이 됐을 때 고아원 원장과 그의 자식들의 폭력을 피해 고아원에서 도망쳤고 어린 나이에 혼자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10살짜리에게 제대로 된 일을 주는 사람은 없었고 길거리에 소매치기나 구걸밖에 할 게 없었다.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먹고 살기 위해 스스로 미친 것이다.
다행히 이 미친 상태는 장사할 때만 발동했는데 강신이 강화에 빠지면서 이 미친 상태와 강화할 때의 희열이 합쳐졌다.
그로인해 강신은 순간순간 현실과 게임을 착각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잠시 현재를 게임으로 착각한 상태로 미노타우르스에 대한 두려움보단 미노타우르스를 처리한 후 거래 상대에게 받을 아이템이 뭘 까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한 인간이 겁 없이 자신들에게 달려들자 미노타우르스들은 갑자기 허리를 숙여 뿔을 앞으로 세우더니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미노타우르스들이 자신의 특기인 뿔 박치기를 사용한 것이다.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미노타우르스들을 보면서도 강신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글라시스를 들어 미노타우르스 쪽으로 세우더니 말했다.
“아이스 토네이도.”
그 시동어와 함께 글라시스에서 빛이 나더니 미노타우르스들 사이에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소용돌이는 강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던 미노타우르스들을 전부 빨아들였는데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 미노타우르스들은 소용돌이 속에 있는 얼음조각으로 인해 온 몸이 잘게 잘려나갔다.
소용돌이는 강신의 정신력이 딸린 관계로 발동하고 딱 3.6초만 유지 됐는데 그 3.6초 동안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던 미노타우르스들은 전부 다진 고기가 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강신은 비처럼 내리는 미노타우르스들의 살점을 보며말했다.
“데미지가 30%로 떨어졌는데도 이 정도라니. 정말 사기 아이템이라니까. 정신력을 좀 많이 잡아먹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한 강신은 뒤돌아 자신이 만든 관경을 멍한 얼굴로 보고 있는 그에게 갔다.
“감탄은 그만하고 빨리 아까 약속한 가지고 있는 거 다 줘요.”
“예? 아! 일단 이곳을 벗어납시다.”
“혹시 도망치려는 생각이면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도망가려는 거 아니니까 빨리 이곳을 벗어납시다.”
“미노타우르스들도 전부 처리했는데 왜 그래요?”
“그들은 추적부대일 뿐이오. 지금 본대가 쫓아오고 있을 것이오.”
“본대?”
“방금 당신이 처리한 것에 5배는 될 것이오.”
그 말에 강신은 그를 들어 옆구리에 끼고 대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글라시스가 스텟을 올려준 덕분에 사내 하나를 들고도 속도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대런이 있는 곳에 도착한 강신은 대런도 들어 다른 쪽 옆구리에 끼고 달렸는데 이건 방금 미노타우르스를 처리 하면서 정신력을 다 썼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신력이 남아 있었다면 한 번 붙어보고 도망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