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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신-9화 (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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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그리고 헤어짐

그 동굴은 흑마법사의 던전이라고 보기엔 방어가 너무 허술했다.

가끔 마법 트랩이 발동해 공격마법이 날아왔지만 위협용인 듯 그렇게 위험하진 않았다.

거기다 그 마저도 공격이 오면 자동으로 반응하는 프라이에 의해 위협조차 되지 못했다.

둘은 아직 초반이라서 이럴 거란 생각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공격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꽤 깊숙이 들어가자 더 이상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직접 처리해 줄 태니 자신이 있는 곳까지 그냥 오라는 걸까요?”

프라이의 물음에 강신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더 이상 공격할 수단이 없을 수도 있지요.”

“설마요. 명색이 흑마법사인데 방어가 겨우 마법 트랩 7개가 끝일 리 없죠.”

“그거야 모르죠. 흑마법사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할 수도 있으니까요.”

“당신 말처럼 흑마법사가 약할 수도 있지만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 긴장 늦추지 마요.”

그렇게 둘은 동굴 속으로 계속 들어갔고 얼마 후 흑마법사가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은 그 공간을 보자마자 최대한 조용히 움직여 그 공간으로 다가갔다.

얼마 후 공간의 바로 앞에 도착한 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프라이가 먼저 들어갔다.

프라이가 그 곳으로 들어가는 순간 왼쪽에서 누군가 몽둥이로 프라이의 머리를 때리려고 했지만 자신에게 향해오는 모든 공격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프라이는 거침없이 검을 움직여 몽둥이를 반 토막 내 버렸다.

몽둥이가 잘려 나가자 몽둥이로 공격했던 자는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전 연구만 했을 뿐 나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살려달라고 빌자 강신이 물었다.

“당신이 이곳에서 연구를 하는 흑마법사 대런인가요?”

“아니,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죠? 수배도 되지 않았을 텐데?”

“상급 증폭서 10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맞아요?”

“이런. 그것 때문에 온 거군요. 내가 훔쳤다는 건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요. 증폭서를 드릴 태니 목숨은 살려주세요.”

흑마법사는 증폭서를 꺼내는 듯 품에다 손을 집어넣고 다시 빼려고 하자 갑자기 강신이 무언가를 흑마법사에게 던졌다.

강신이 던진 것은 오크 마을로 가기 전 자신의 첫 무기로 선택한 돌멩이였고 날아간 돌멩이는 정확하게 흑마법사의 손이 위치한 심장 부위에 맞았다.

“윽.”

손으로 막긴 했지만 심장에 강한 충격을 받은 흑마법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고 그 모습을 본 프라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던지네요. 아까 말한 살아날 방법이 이거였어요?”

“네. 강화에 미치기 전까진 야구선수를 꿈꿨었거든요. 너무 오래 되서 실력은 좀 녹슬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거리에선 꽤 정확하죠.”

“그런데 왜 돌을 던진 거예요? 처리할 거였으면 검을 던지지.”

“이 자를 죽일 생각은 없어요. 돌을 던진 건 이 자의 눈빛이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걸 막은 거고요.”

“뭔가를 꾸미다니? 설마 품속에서 꺼내려는 게 증폭서가 아니라는 거예요?”

“아마도요. 일단 확인부터 해 봅시다. 아니면 사과하면 되니까.”

프라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강신은 모르는 척 흑마법사의 손을 꺼냈다.

흑마법사의 손에 들려 있던 건 한 장의 스크롤이었고 강신의 그 스크롤을 확인해 보았다.

체인 라이트닝

종류 : 마법 스크롤

내구도 : 1/1

*특수능력

체인 라이트닝-연쇄 횟수 : 5, 데미지 : 1000.

*설명

스크롤이 완전히 찢어질 시 찢은 자가 향한 방향으로 6클래스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이 발현된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것 봐요.”

강신이 건넨 스크롤을 확인한 프라이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흑마법사의 얼굴을 잘근잘근 밟기 시작했다.

프라이가 흑마법사를 밟고 있는 동안 강신은 흑마법사의 연구실로 보이는 그 공간을 전부 뒤지기 시작했다.

보상 중에 상급 증폭서 10장이 있어 그것을 찾으려는 것이었지만 마법 스크롤만 나올 뿐 증폭서는 찾을 수 없었다.

강신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증폭서를 찾았지만 기절했던 흑마법사가 깨어날 때까지 찾지 못했다.

얼마 후 얼굴의 통증으로 인해 정신을 차린 흑마법사는 재빨리 품에다 손을 집어넣었다.

“마법 스크롤을 찾는 거라면 전부 여기 있어.”

자신의 품속에 있어야할 스크롤들을 전부 자신의 얼굴을 밟고 있는 여자가 들고 있자 흑마법사는 망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이제 조금만 더 있었으면 연구가 성공했을 텐데. 왜 하필... 원하는 건 전부 드릴 태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그 말에 프라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누굴 바보로 아나. 이번에도 증폭서를 주는 척 하다가 마법 스크롤로 공격하려고?”

“아닙니다. 이번에는 진짜로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있는지만 말해.”

“죄송하지만 증폭서는 저만이 열수 있는 곳에다 보관해 두었습니다.”

“어디서 또 수작이야!”

그때 연구실을 뒤지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신이 나섰다.

“그래. 네가 꺼내. 대신 스크롤을 찢을 수 없게 한 손은 내가 잡고 있지.”

강신의 말에 흑마법사는 당황하며 말했다.

“예? 안 됩니다. 증폭서를 꺼내려면 양손을 다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한 손을 잘라버리는 수밖에.”

강신이 검을 들고 흑마법사에게 다가가자 흑마법사는 더욱더 당황하며 말했다.

“제 손을 자르면 증폭서는 얻을 수 없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손가락 마디부터 하나하나 자를 거니까. 손가락 몇 개 잘리다보면 진실을 말하던가. 아님, 한 손으로 꺼낼 수 있는 방법을 말 하겠지.”

강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흑마법사의 손을 잡자 흑마법사가 급히 말했다.

“알았습니다. 한 손으로 꺼내겠습니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자. 꾸물대지 말고 빨리 꺼내.”

강신이 방금 잡은 손을 당겨 일으켜주자 흑마법사는 어깨가 축 처진 상태로 연구실 한 쪽 벽으로 향했다.

벽에 도착한 흑마법사는 벽에다 손을 대고 주문을 외는 듯 중얼중얼 거렸고 얼마 후 흑마법사의 중얼거림이 끝나자 벽에 양손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에 구멍이 나타났다.

흑마법사는 그곳에다 손을 넣더니 스크롤 몇 장을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자. 여기 있습니다.”

“어. 잠깐만. 확인.”

증폭서

종류 : 마법 스크롤

내구도 : 1/1

*특수능력

증폭 : 7%

*설명

스크롤이 완전히 찢어질 시 찢은 자가 지정한 물건에 마법이 스며들어 공격력, 방어력, 내구력, 특수능력 등이 증폭 된다.

“음. 물건은 확실하군. 그런데 왜 세 장뿐이지?”

“다른 것들은 실험하느라 사용해버렸습니다.”

“그래? 잠깐만. 퀘스트 확인.”

퀘스트를 확인한 강신은 방금 받은 증폭서를 품에다 집어넣고 검을 들면서 말했다.

“뒤질래? 이게 어디서 사기를 처. 네가 오늘 손목이 잘려나가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남은 건 정말 이게 다에요. 제발 믿어주세요.”

“아직 7장 숨기고 있다는 거 다 아니까 빨리 내놔.”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잡고 있는 흑마법사의 팔을 검으로 살짝 베었다.

흑마법사는 자신의 팔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걸 보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머지도 전부 드리겠습니다.”

흑마법사는 아까 했던 것처럼 3번을 더해 숨겨두었던 나머지 증폭서 7장을 전부 꺼내 주었다.

“음. 10장 다 상급 증폭서가 맞군. 증폭서를 전부 받았으니 이제 이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인데.”

“증폭서를 전부 드렸는데 그냥 보내주시는 거 아닙니까?”

“내가 증폭서를 전부 받으면 보내준다고 한 적 있나?”

“그런 적은 없지만 그래도 원하는 걸 얻으셨으니 절 이만 풀어 주시는 게...”

“미안하지만 그쪽을 풀어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내가 받은 일은 그쪽을 죽이거나 완전히 제압하는 거거든.”

그때 재미있다는 얼굴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프라이가 말했다.

“그냥 죽여 버리는 게 좋지 않겠어요? 어차피 이곳에서 내기가 끝날 때까지 살아가려면 살인은 피할 수 없어요. 그러니 나중을 위해 이번 기회에 한 번 살인을 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이 자는 살려줘 봤자 이번에 당한 것이 있기 때문에 적이 될 게 뻔해요.”

“아닙니다. 그냥 보내주시기만 한다면 오늘 있었던 일은 물론이고 당신들에 대한 것도 전부 기억에서 지우겠습니다.”

흑마법사는 살기위해 무릎까지 꿇고 그렇게 말했지만 프라이는 흑마법사가 무엇을 하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강신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으로 프라이에겐 자신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흑마법사는 살려달라는 눈빛으로 강신을 쳐다봤다.

둘의 눈빛을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강신은 프라이에게 말했다.

“프라이. 당신의 말이 맞긴 하지만 그래도 죽이는 건 좀 내키지 않네요.”

“설마 이자를 완전히 제압하겠다는 거예요?”

“일단 한 번 해보려고요. 그게 죽이는 것보단 더 생산적이니까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요. 인간을 완전히 제압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이자가 지금이야 목숨이 걸려있어 따르는 척 하겠지만 언제든 틈이 생기면 도망치거나 당신을 공격할 거예요.”

프라이의 말에 흑마법사가 자신은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프라이와 강신은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은 채 대화를 계속했다.

“이 자를 완전히 제압하는 게 어렵다는 건 나도 잘 알아요. 하지만 내겐 퀘스트 창이 있잖아요. 이자가 죽거나 완전히 제압당하지 않는 이상 이 퀘스트는 완료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퀘스트가 완료 될 때까지 난 이자를 절대 믿지 않는 다는 거죠. 물론 이자가 완전히 제압당했다 해도 완전히 믿진 않겠지만. 아무튼 난 퀘스트가 완료 될 때까지 절대 이자에게 틈을 주지 않을 겁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자를 살리려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뭔가 생각하는 거라도 있는 거예요?”

“네. 그게 이자가 하던 연구 때문이에요. 아까 연구실을 뒤지다가 이자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알았거든요.”

강신은 말을 하면서 프라이에게 책상 위에 있던 종이를 건넸다.

“이건 미완성인 마법 스크롤? 그렇다면 이자가 하는 연구라는 게 스크롤 제작이라는 거예요?”

“네. 그것도 그냥 마법 스크롤이 아니라 증폭서에 관한 연구인 것 같아요.”

강신의 말에 흑마법사는 흠칫 하더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저자의 반응을 보니 당신 예상이 맞는 것 같네요. 아무튼 당신은 결정 한 것 같으니 더 이상 이래라저래라 하진 않을게요. 그리고 이제 당신에겐 증폭서가 있으니 더 이상 내 도움이 필요 없겠네요. 그럼 전 이만 제 갈길 가 볼게요.”

“잠시 만요. 이 검이랑 증폭서는 가져가셔야지요.”

강신은 증폭서 5장과 검을 내밀었다.

“아니요. 증폭서는 필요 없어요. 그리고 검은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때 주세요. 줄때 각오도 하고요.”

“괜찮겠어요? 증폭서야 당신의 능력이라면 언제든 구할 수 있겠지만 이검은 이렇게 함부로 빌려줄 만한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

“함부로 빌려주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전 이만 가볼 태니 다음에 볼 때는 제발 예전에 절 뛰어 넘었던 그때의 모습이 되어있으세요. 죽기 싫으면 말이에요. 호호호호.”

프라이는 그렇게 섬뜩한 말을 하곤 웃으며 동굴을 빠져나갔다.

“저런 무서운 여자한테 걸리다니. 방금 보여준 섬뜩한 면만 아니면 완벽한 퀸카인데. 저 정도의 미모면 프라이 역시 나처럼 게임 캐릭터를 이곳의 몸으로 한 거겠지?”

강신이 하던 게임은 자신이 사용할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캐릭터 외향 설정)을 아주 세세하게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잘만 한다면 감탄할 정도의 절세미남, 절세미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프라이가 떠나고 강신이 계속 혼잣말을 하고 있자 상황을 지켜보던 흑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저. 혹시 증폭서 말고 제게 원하는 것이 더 있으십니까?”

“어? 아. 그쪽을 잠시 잊고 있었네. 방금 대화를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난 그쪽을 완전히 제압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평생 따라다닐 수밖에 없어. 참고로 난 당신이 내게 완전히 제압당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으니까 절대 날 속이려고 하지 마.”

강신의 말에 흑마법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도 대답했다.

“예? 예.”

“그리고 당신이 내게 완전히 제압당하기 전까지 난 당신과 같이 있을 건데 같이 있는 동안 당신이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어떤 일이죠?”

“내게 스크롤 제작을 가르쳐줘. 되도록 증폭서에 관한 것으로.”

“예?”

흑마법사가 놀라며 되묻자 강신은 친절하게 자신의 용건을 다시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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