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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
다른 이들과 달리 조급함이 없는 강신 때문에 속이 타는 이가 하나 있었다.
그는 강신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만났던 여인이었다.
“흑운.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내가 꼴찌 하게 생겼어. 저 자식 네가 추천한 놈이니까 어떻게 좀 해봐.”
그녀의 말에 흑운이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저희가 아무 이유도 없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건 규칙위반입니다.”
“그럼 규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에서 어떻게든 해 보란 말이야!”
“현재 상태로 제가 할 수 있는 건 퀘스트를 주는 것 밖에 없는데 이것도 이미 어떤 퀘스트를 줄 것인지 제출한 상태라 임의로 퀘스트를 바꿔서 내 주는 건 불가능 합니다.”
“그럼 이대로 내가 지는 걸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거야? 저 멍청이는 왜 그딴 목걸이를 달라고 해가지고는. 다른 녀석들처럼 엄청난 무공이나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아이템을 달라고 하던가.”
“저자가 달라고 한 목걸이는 다른 신들이 항의 할 정도로 굉장한 물건입니다. 덕분에 시작을 오크마을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뭐하냐고. 저 멍청이가 저러고 있는데. 그리고 저 상태론 제대로 된 증폭서를 얻는데 10년은 넘게 걸릴 거야.”
“그건 아직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강화에 대한 저자의 집념은 갇혀있는 파괴의 신이 직접 움직였을 정도니까요.”
“그 파괴에 미친년이 저놈을 데려다 뭘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패로 그를 추천한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동안 파괴의 신의 신봉자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던 이들은 항상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신들의 게임에서도 다들 우승해 가즈 워리어가 되었고요. 그런데 이번엔 파괴의 신이 직접 번개를 사용해 그를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그가 범상치 않은 건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신봉자들이 자꾸 실패만 하니까 지가 직접 움직인 거겠지.”
“어쨌든 일단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가 증폭서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흥. 겨우 우선권이 내게 돌아와 가장 강할 것 같은 놈을 골랐는데. 이번에도 우승을 놓칠 순 없지. 퀘스트 목록 가지고 와봐.”
“설마 퀘스트의 순서를 바꾸시려고요?”
“규칙을 위반할 순 없으니 위반하지 않는 한에서 저놈을 몰아붙일 수밖에.”
그녀의 명령에 흑운은 퀘스트 목록이 있는 서류 뭉치를 꺼내 건넸다.
“어디보자. 음. 어! 이거 딱 인데? 흑운. 지금 당장 이 퀘스트를 팔찌로 보네.”
“그건? 잘못 하다간 그자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우승은 물 건너 간 거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우승 못하면 죽을 놈이니 죽어도 상관없어.”
흑운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다.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한 강신은 많이 실망한 상태였다.
“참나. 여긴 완전히 깡촌 이잖아. 이런 곳에선 당연히 증폭에 대해 알 수 없을 태니 빨리 큰 도시로 가야겠다.”
강신이 큰 도시로 가는 길을 알아보려고 할 때 알림 음이 들리더니 팔찌에서 메시지가 올라왔다.
띠리링~.
*뉴 퀘스트.
퀘스트 : 흑마법사를 처리해라.
내용 : 아쉬른 산에 있는 한 동굴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흑마법사 대런을 처리해라.
성공 : 흑마법사 대런을 완전히 제압하거나 죽였을 때.
보상 : EXP 25000. 포인트 250. 상급 증폭서 10장.
제한 : 300일.
“어! 증폭서? 갑자기 웬 새로운 퀘스트인가 했는데. 이거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왔네. 흑마법사를 처리해야 한다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보상이 증폭서이니. 그런데 상급은 뭐야? 역시 증폭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그러니 빨리 큰 도시로 가자.”
며칠 후 강신은 드디어 브리온시에 도착했다.
브리온시는 대 도시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도시 안에 마법사 길드의 지부와 전사 길드의 지부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규모가 꽤 큰 도시였다.
강신은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증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에게 물어 마법사 길드에 찾아갔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지부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지부로 들어가는데 입장료가 필요하다니. 그것도 10실버씩이나 말이야.”
이 세계의 화폐는 코퍼, 실버, 골드로 100코퍼가 1실버가 되고 100실버가 1골드가 된다.
1코퍼의 가치는 현대의 100원 정도로 1실버는 만원, 1골드는 100만원 정도였다.
“입장료가 10실버면 정보료는 도대체 얼마라는 거야? 여기까지 오면서 잡은 동물들의 가죽을 팔아서 겨우 8실버 벌었는데... 역시 이런 식으론 안 되겠어. 뭔가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이 필요해. 작은 돈으로 큰돈을 버는 건 도박이 최고지만 난 도박엔 소질이 없고. 용병 일은 지금의 내 실력으론 정보료를 버는 데만 몇 년이 걸릴 거야. 이 세상에서도 돈이 문제구만.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방법으로 벌수밖에 없는 건가?”
강신이 그렇게 안 좋은 쪽으로 돈을 벌 결심을 하려고 할 때 한 여인이 말을 걸었다.
“돈 필요한 것 같은데 제가 빌려 드릴까요?”
“사체업자 인가본데. 이자는 얼마요?”
강신의 반응에 말을 걸었던 여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체업자는 아니고요. 당신과 비슷한 처지에 사람이죠.”
“나랑 비슷한 처지인데 돈을 어떻게 빌려준다는 거요?”
“제 말을 잘못 이해하셨네요. 제가 말한 비슷한 처지는 이거예요.”
여인은 자신의 팔을 들어 팔찌를 보여주었는데 그 팔찌는 강신이 차고 있는 팔찌와 똑같이 생긴 팔찌였다.
“어? 그 팔찌는?”
“네. 저도 당신처럼 신에게 선택받은 10명 중 한 명이죠.”
“아. 네. 일단은 만나서 반갑다고 할게요.”
“별로 경계하지 않으시네요.”
“보기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전 지금 그쪽을 엄청 경계하는 중입니다. 초면에 다짜고짜 돈을 빌려줄까 하고 물어본 수상한 사람이니까요.”
“초면이라... 쯧. 사실 제가 정체를 밝히면 도망가실 줄 알았거든요.”
“제가 그쪽의 정체를 알면 도망가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보니까 아직 쓸 만한 장비를 맞추지 못한 것 같은데. 죽기 싫으면 당연히 도망가야죠.”
“죽기 싫으면 도망가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진짜 모르는 거예요?”
“모르니까 물어보죠.”
“이상하네. 여기까지 온 걸 보면 퀘스트를 수행 한 것 같은데. 퀘스트를 수행했으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아무튼 일단 설명은 해 줄게요. 신들에게 선택받은 우리 열 명은 현재 서로 경쟁중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마주치면 가끔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상대를 죽이는 자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날 죽일 수도 있다는 건가요?”
“맞아요. 특히 당신은 내게 첫 패배를 안겨준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죽일 동기는 충분하죠.”
“하지만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말을 걸지도 않았겠죠.”
“그 말도 맞아요. 당신은 아직 죽여도 될 만한 상태가 아니거든요.”
“상태라는 게 내가 당신에게 첫 패배를 안겨 줬다는 거랑 관계있나요?”
“역시 듣던 대로 눈치가 빠르네요.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린 이 세상으로 오기 전에 만난 적이 있어요.”
“혹시 바다에 빠진 적 있습니까?”
“아니요. 전 예전에 수영으로 국가대표 수영선수도 이긴 적이 있어요.”
“그러니 물에 빠질 리가 없다? 하지만 수영선수도 다리에 쥐가 나면 물에 빠집니다.”
“전 물에 빠진 적 없어요.”
“그럼 어디서 만났다는 겁니까?”
“예전에 삼성동에 있는 NMSS소프트에서 가신 적 있으시죠?”
“게임사 직원입니까?”
“그 당시 저도 당신과 같은 목적으로 그곳에 갔었어요.”
“그 말은 유저라는 건데. 그때라면? 설마 당신 그때 왔던 랭커예요?”
“네. 이제 알아보시겠어요?”
“검을 두 자루씩 가지고 다니는 랭커라. 설마 랭킹 1위인 프라이머시 인가요?”
“전 바로 알아봤는데 당신은 검으로 알아보다니. 너무한데요.”
“하지만 전 그 당시 계속 GM과 같이 있어서 다른 유저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GM은 게임 마스터의 약자로 게임을 관리 하는 운영자를 말한다.
“역시 관심이 있었던 건 저희들뿐이었나 보네요. 아무튼 그때 전 당신에게 완전하게 패배했죠.”
“전 가서 GM이 소환해준 태라 슬라임 잡은 것 밖에 없어요.”
태라 슬라임은 강신이 하던 게임에서 나오던 보스 몬스터 중 하나로 방어력과 체력은 최강의 몬스터인 드래곤과 비슷하지만 공격력이 약해 전체 랭킹 10위 안에 드는 랭커라면 혼자서도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방어력과 체력이 하도 높아 혼자서 잡으려면 하루 종일 걸렸다.
“저도 그때 태라 슬라임을 잡았어요. 다섯 시간이나 걸려서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30분도 걸리지 않았죠.”
“그거야 그 당시 제 장비 상태와 강화상태가 최고였으니까요. 장비는 전부 에픽에다 무기는 23강이었고 무기를 제외한 나머지 장비들은 평균 18강이었어요.”
강신이 하던 게임에선 아이템 등급이 노멀, 매직, 레어, 유니크, 에픽, 갓 순으로 올라간다.
“어쨌든 전 그때 처음으로 패배했고 그 후로 당신을 이기기위해서 강화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갓등급 무기를 구했죠. 하지만 제가 갓등급 무기를 구했을 땐 당신은 더 이상 최강이 아니더군요. 제 패배를 번복할 기회가 사라진 거죠. 그러다 얼마 전 당신을 봤습니다. 신이라는 자들과 만나고 있을 때요. 그때 전 생각했어요. 이번엔 꼭 최강인 당신을 꺾겠다고.”
“그래서 지금 내가 최강이 되도록 도와주겠다는 건가요?”
“네. 당신에게 지기 전까진 무엇이든 아무에게도 진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전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도와주려고요?”
“일단 당신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려고요. 그리고 이거.”
그녀는 강신에게 자신의 왼쪽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건네며 말했다.
“두 자루가 한 세트지만 하나만 빌려줄게요.”
“설마 이게 아까 말한 갓등급 무기?”
“네. 이곳으로 오면서 받았죠.”
“이렇게 귀한 걸 저 같은 놈한테 빌려줘도 되요?”
“어차피 이 무긴 당신이 예전처럼 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거든요. 그리고 전 별로 약한 편이 아니라 굳이 이 무기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어요.”
“뭐. 그렇다면야 받을게요. 혹시 이거 대여료 같은 걸 내야 하는 건 아니죠?”
“아니니까 맘 편히 사용하세요.”
“그럼 그쪽이 원하는 대로 맘 편히 사용하겠습니다.”
“네. 아까 언뜻 들으니까 마법사 길드에서 정보를 얻으려는 것 같던데. 혹시 퀘스트에 관한 것인가요?”
“아니요. 증폭에 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요. 아까 돈을 빌려주신다고 했죠? 얼마 정도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돈이야 한 100골드 정도 빌려줄 수 있지만 증폭에 관한 것이라면 저도 좀 알고 있어요.”
“혹시라도 마법으로 물건을 강하게 만드는 게 증폭이라고 하시려는 거라면 저도 알고 있으니 그냥 돈이나 빌려주세요.”
족장오크에게 당한 게 생각난 것이다.
“전 그보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있어요. 증폭을 시켜주는 증폭서에 등급이 있고. 안전 증폭 수치는 무조건 1이라 2이상부턴 엄청난 가치가 있지요.”
“그 등급이라는 게 뭐죠?”
“증폭이라는 건 당신이 말한 대로 마법으로 물건을 강하게 만드는 거예요. 게임처럼 공격력이나 방어력만 올려주는 게 아니라 그 물건의 모든 능력을 증폭시켜주죠. 문제는 증폭서의 질이 게임의 강화서처럼 일정하지 못하다는 거예요. 증폭서의 질에 따라 증폭되는 수치가 달라지는데 그 수치가 높을수록 등급이 올라가죠. 증폭되는 수치가 1%이하인 것을 최하급, 1.1%부터 3%까지를 하급, 3.1%부터 5%까지를 중급, 5.1%부터 7%까지를 상급, 7.1%부터 10%까지를 최상급, 10.1%부터 20%까지를 특급, 20.1%부터 30%까지를 초특급, 30.1%이상은 초월급 이라고 해요. 1%당 1골드 정도 되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1%당 10배씩 비싸지죠. 그것도 최상급까지긴 하지만. 특급부터는 부르는 게 가격이 될 정도로 귀하기 때문에 거의 구할 수 없다고 보면 되요.”
“강화보단 복잡하네요. 안전 증폭수치가 무조건 1이라는 건 설마 이곳에선 두 번째 증폭부터 무조건 날아간다는 건가요?”
“무조건까진 아니고 한 10% 확률이라고 보면 되요. 그리고 두 번째 증폭부턴 겹 증폭이라고 하는데 겹 증폭은 원래 수치에서 증폭되는 게 아니라 증폭된 수치에서 증폭 되요.”
“복리처럼 늘어난다는 거죠?”
“딱 맞는 비유네요. 이 세상엔 확인 주문서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로 무기의 공격력이나 방어구의 방어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서 증폭된 수치를 정확히 알 수 있죠. 그리고 증폭엔 미끄러지는 게 없어요. 실패면 무조건 증폭을 시도했던 물건이 사라져요.”
“섬뜩해 지는 말이네요. 아무튼 그 정도면 이제 증폭에 대해서 더 이상 알아 볼 필요가 없겠네요. 감사합니다.”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상급 이상의 증폭서로 겹 증폭 된 물건은 왕국에서 구입이라는 명목으로 강탈해가요. 증폭된 물건에선 특수한 마법 신호가 발생되는데 겹 증폭 되면 그 신호가 더 커지기 때문에 왕국에서 금방 알아낼 수 있거든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럼 상급 이상의 겹 증폭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네요.”
“아니요. 상급 이상의 겹 증폭을 하는 사람은 아주 많아요. 뿐만 아니라 겹 증폭을 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요.”
“그 말은 왕국에 빼앗기지 않는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네. 증폭무효 주문서를 사용하면 한동안 겹 증폭 된 물건에서 마법 신호가 발생되지 않거든요. 단 그 물건을 사용하면 증폭무효 주문서의 효과가 풀리니 사용한 후엔 꼭 다시 증폭무효 주문서를 사용해야 되요.”
“그런데 왕국에선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돈이 많으니 갖고 싶으면 자신들이 직접 만들면 될 텐데요.”
“겹 증폭은 그렇게 쉽게 볼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왕국이 보유한 증폭 무기 중 수치가 가장 높은 것이 최상급으로 4겹 증폭 된 검이에요. 현재 그 검은 왕국의 최고 국보로 왕의 상징이죠.”
“겨우 4짜리가 최고 국보에다 왕의 상징이라고요?”
“네. 왕국보다 큰 제국에선 6~7이 한계라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로는 왕국이나 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겹 증폭 장비는 대부분 아까 말한 것처럼 구입을 명목으로 강탈 한 것이라고 해요.”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증폭서 가격 수정 했습니다.
1%당 1골드에 등급이 올라갈 수록 1%당 10배씩 비싸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