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의 신-4화 (4/91)

0004 / 0091 ----------------------------------------------

배고픈 오크

숲의 끝은 오크마을의 입구였던 것이다.

강신이 충격으로 잠시 얼어있는 사이 강신을 발견한 오크들이 글레이브라는 중국의 언월도와 비슷한 무기를 들고 다가와 강신을 포위했다.

“침입자다. 취륵.”

“인간이 여긴 무슨 일이지? 취륵.”

“또 우리를 토벌한답시고 온 걸 거다. 취륵.”

“그럼 죽여야 하나? 취륵.”

“족장님이 인간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했으니 먼저 공격해 오면 죽이자. 취륵.”

“알았다. 취륵.”

팔찌의 능력으로 오크들의 말을 전부 알아들은 강신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돌멩이를 바닥에 버리고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말했다.

“항복. 전 당신들을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어? 취륵. 항복이라는데? 취륵.”

“잠깐 기다려라. 취륵. 족장님께서 인간은 거짓말을 잘 하니 되도록 믿지 말라고도 하셨다. 취륵.”

“그럼 어쩌자는 거냐? 취륵.”

“모르겠다. 취륵. 그냥 족장님을 불러 오자. 취륵.”

한 오크가 마을 안쪽으로 가고 얼마 후 덩치가 다른 오크의 1.5배나 큰 오크가 나타났다.

“인간. 취륵. 우리 마을엔 무슨 일이지? 취륵.”

“저. 당신들과 친해지고 싶어서요.”

“거짓말 하지마라. 취륵.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인지 빨리 말해라. 취륵.”

“못 믿으시겠다면 절 묶어두세요. 그럼 괜찮지 않겠어요?”

“또 그걸로 꼬투리를 잡아 토벌대를 부를 생각인가? 취륵.”

“설마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까?”

“이 마을은 인간의 계략에 빠져 없어진 마을의 생존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다. 취륵. 방금 내가 말한 방법도 지금은 사라진 마을을 없앨 때 인간들이 섰던 방법 중 하나고. 취륵.”

“아니, 그런 씹뻘...”

강신의 입에선 PC방에서 초딩, 중딩들이 게임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하던 욕들이 술술 흘러나왔고 처음 들어보는 식의 신선한 욕에 오크들은 약간 충격을 받았다.

“...놈들이 있었다니. 그런 놈들은 전부 사지를 찢어서 죽여 버려야 되요.”

“넌 같은 동족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욕할 수 있지? 취륵.”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자들 한테는 아무리 욕을 해줘도 모자라요. 보니까 당신들은 지금 인간에 대한 울분이 쌓여 있는 것 같은데. 저처럼 욕을 해 보세요. 그럼 조금은 풀리거든요.”

“설마 지금 우리가 인간을 욕 했다는 것으로 트집을 잡으려고 그러는 것인가? 취륵.”

“제가 트집을 잡으러 왔다면 이렇게 당신들 앞에 나설 필요도 없지요. 그냥 오크들이 저 숲을 미로처럼 만들어나서 며칠 해 맸다고 하면서 숲에 불만 지르면 끝이니까요.”

“음. 취륵. 그래도 아직 널 믿을 수 없으니 마을엔 들여보낼 수 없다. 취륵.”

“저 그럼 여기 숲에 있는 건 괜찮지요?”

“숲에 있는 건 허락해주지. 취륵.”

“감사합니다.”

그렇게 오크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에서 지내게 된 강신은 오크들과 어떻게 친하게 지낼까 고민하다가 배가 고파지는 걸 느꼈다.

‘몸이 게임 캐릭터가 되도 배는 고파지는구나. 그래. 이걸 이용해서 한번 접근해 봐야겠다. 식사를 같이 하다보면 자연스레 경계가 사라질 태니까.’

강신은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쓸면서 마을 입구를 호위하고 있는 오크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혹시 먹을 것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먹고 싶은데.”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인간한테 먹일게 어디 있냐. 취륵.”

“먹을 게 없다고요? 설마 지금 마을에 식량이 얼마 없나요?”

“그렇다. 취륵. 얼마 전까진 이 숲에 있는 동물을 잡아먹었는데 인간 사냥꾼들이 들어오면서 동물들의 씨가 말랐다. 취륵.”

‘그래서 숲이 그렇게 조용했구나.’

“동물들의 씨가 말랐다면 다들 지금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세요?”

“나무열매로 버티고 있는데 그것도 많이 모자란다. 취륵. 그러니 먹을 게 없다면 우리 꺼 축내지 말고 빨리 숲에서 나가라. 취륵.”

“혹시 주위에 물고기를 잡을 만한 강 같은 건 없나요?”

사냥과 나무열매 이야기만 나와 혹시나 하고 물어본 것이었다.

“물고기? 취륵. 있긴 한데 우리들은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 취륵. 가끔 물이 낮은 곳에 있는 것들은 잡아 봤지만 그걸 로는 몇 명 먹지도 못한다. 취륵.”

“설마 수영 할 줄 아는 오크가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없다. 취륵. 우린 옛날부터 사냥만 해 왔기 때문에 물은 마실 때 빼곤 사용하지 않는다. 취륵.”

“씻을 땐 강에 들어가지 않나요?”

“아니다. 취륵. 우리는 인간들처럼 귀찮게 강에 가서 씻지 않고 비가 오면 씻는다. 취륵.”

“비가 올 때요? 그럼 몇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취륵. 그냥 비가 올 때까지 씻지 않는 거지. 취륵.”

‘어쩐지 냄새가 지독하더라.’

“그렇군요. 저 그럼 족장님을 불러 주시면 안 될까요?”

“먹을 게 없어서 못 주는 것이니 족장님을 불러도 소용없다. 취륵.”

“먹을걸 달라고 하려는 것이 아니니 걱정 마세요.”

“그럼 알았다. 취륵. 잠시만 기다려라. 취륵.”

얼마 후 족장 오크가 나와 강신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취륵. 나 바쁘니까 빨리 용건만 말해라. 취륵.”

“들어보니 요즘 식량이 부족하다면서요. 제가 식량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식량? 취륵. 그 방법이라는 게 뭐냐? 취륵.”

“물고기를 잡는 겁니다.”

“괜히 나왔다. 취륵. 난 바쁘니까 다신 이런 일로 부르지 마라. 취륵.”

오크 족장이 이야기를 더 들어보지도 않고 돌아서자 강신은 급히 족장을 잡았다.

“잠깐만요. 인간 중에도 수영을 못하는 인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물고기는 잡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깊은 곳에 있는 물고기라도 말이에요.”

“설마 지금 마법사를 말하는 것이냐? 취륵.”

“저 혹시 인간들이 물고기 잡는 거 한 번도 본적 없어요?”

“없다. 취륵. 인간들은 무기를 든 자들 외에는 전부 우릴 보고 도망가 버린다. 취륵.”

“그래서 못 봤던 거군요. 그럼 오크는 낚시를 아예 모르는 건가요?”

“예전에 몇몇 인간과 친한 동족들이 가끔 한다고 들었는데 그들은 전부 죽어버렸다. 취륵. 그래서 지금은 아무도 그 낚시라는 마법을 하지 못한다. 취륵.”

“마법이요? 지금 낚시를 마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나무 작대기 하나 들고 가서 물고기를 잡아오는데 그게 마법 아니고 무엇이겠나? 취륵.”

“설마 그들이 낚시하는 모습도 본 적 없는 거예요?”

“그들은 인간과 친해서 다들 멀리 했다. 취륵. 특히 그 낚시라는 걸 할 때는 위험할 수도 있어서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취륵. 물고기는 같이 먹었지만. 취륵.”

“미리 말씀드리지만 낚시는 절대 마법이 아닙니다. 사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지요. 오크들은 자신보다 빠른 사냥감을 잡을 때 어떻게 합니까?”

“도망갈 곳을 차단해 함정이 있는 곳으로 몰던 가 활을 사용해 잡는다. 취륵.”

“낚시도 비슷해요.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미끼라는 함정으로 유인해 미끼를 물면 바로 잡아들이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물고기가 있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잖아. 취륵.”

“설명보단 직접 보여드리는 게 낫겠네요. 우선 이 정도 되는 길이에 나무 작대기 하나를 구해주시고요. 이 손가락 모양처럼 휜 얇은 금속도 만들어 주세요. 이 금속을 만들 땐 한 쪽 끝은 뾰족하게 해 주시고 반대편은 줄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동그란 구멍도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잘 끊어지지 않는 얇은 줄도요.”

“알았다. 취륵. 준비해 보지. 취륵.”

족장은 낚시라는 것을 보고픈 호기심도 있었지만 마을에 있는 오크들의 식량난을 해결할 방법이라는 것에 희망을 걸고 선뜻 준비해 주기로 했다.

다음 날 족장은 세 명의 오크들과 함께 강신을 찾아왔다.

“오셨어요?”

족장은 맘이 급한지 강신의 인사를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용건만 말했다.

“인간. 취륵. 어제 말한 거 준비했다. 취륵.”

“그래요? 그럼 어디 봐요.”

“인간에게 주거라. 취륵.”

족장의 명령에 따라온 오크 세 마리가 각자 가지고 온 낚시 용품을 하나씩 강신에게 건넸다.

‘상태가 현대에 비해 완전히 딸리지만 그래도 모양은 잡혀 있으니 잡히겠지?’

강신은 그렇게 생각 하면서 나무 작대기 끝에 얇은 줄을 묶고 그 줄의 반대편 끝을 바늘의 구멍에 넣어 풀리지 않게 꽉 묶었다.

“이제 대충 준비가 끝났으니 강으로 안내 해 주세요.”

“알았다. 취륵. 따라와라. 취륵.”

족장을 따라 간 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꽤 큰 강에 도착했다.

“와~. 강의 크기가 이정도면 마을에 사는 오크들이 아무리 많이 먹어도 물고기가 남아돌겠는데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빨리 낚시나 해라. 취륵.”

“알았어요. 일단 미끼를 찾아야 해요. 거기 따라오신 세 분은 땅을 파서 지렁이를 잡아와 주세요.”

“잡아와라. 취륵.”

얼마 후 세 오크가 지렁이를 한 마리씩 잡아왔고 강신은 그 지렁이 중 한 마리를 낚싯바늘에 꿰서 강에다 던졌다.

바늘을 던지고 한참이 지났지만 낚싯대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그에 강신이 계속 가만히 있자 족장오크가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취륵.”

“낚시하잖아요. 그리고 낚시 할 때는 조용히 해야 해요. 시끄러우면 물고기들이 도망가거든요.”

“그걸로 진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거냐? 취륵.”

“기다려 봐요. 원래 낚시는 세월을 낚는 거예요.”

“세월? 취륵. 우린 먹을 수 있는 물고기가 필요하지 세월은 필요 없다. 취륵. 역시 인간은 믿을게 못 된다. 취륵.”

“어? 느낌 왔으니까 잠깐 조용히 해봐요.”

“알았다. 취륵.”

낚싯대에서 물고기가 미끼를 툭툭 치는 것을 느낀 강신은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물고기가 미끼를 물길 기다렸다.

그렇게 3시간 같은 3분이 지나고 드디어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

“물었다. 이제 힘 조절만 잘 해서 끌어 올리면 되요.”

강신은 설명을 하면서 물고기와 힘 싸움을 했고 얼마 후 강신의 낚싯줄에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에 물고기가 매달려 올라왔다.

“봐요. 잡았잖아요.”

“오~. 취륵. 신기하다. 취륵. 그런데 그 물고기 어떻게 할 거냐? 취륵.”

강신은 어제부터 쫄쫄 굻었지만 침을 꼴깍꼴깍 삼켜가며 물어보는 족장에게 차마 자신이 먹을 거라고 말을 못했다.

“드실래요?”

“고맙다. 취륵. 잘 먹겠다. 취륵.”

족장은 강신에게 물고기를 건네받자마자 생으로 뜯어먹었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오크들은 강신에게 들릴 정도로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었다.

얼마 후 물고기를 뼈째 먹어치운 족장이 부족한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낚시라는 건 잘 봤다. 취륵. 그런데 그 낚시라는 걸 우리도 할 수 있는 거냐? 취륵.”

“이런 장비만 있으면 남자든 여자든 다 할 수 있어요. 좀 연습이 필요하긴 하지만요.”

“알았다. 취륵. 그럼 난 지금 가서 그 장비들을 더 만들어 오겠다. 취륵. 넌 여기 남아서 저 인간에게 지렁이를 잡아 주거라. 취륵. 가자. 취륵.”

족장에게 선택받은 오크는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이 귀에 걸렸고 족장을 따라가야 하는 두 오크는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이 죽상이 되면서 더 험악하게 바뀌었다.

그렇게 족장이 가자 강신은 남은 오크에게 일을 시켰다.

“저 아까처럼 지렁이를 다섯 마리 정도 잡아주신 다음에 마을에 가서 불 좀 가지고 와 주세요.”

“불은 왜? 취륵.”

“물고기를 더 맛있게 먹으려고요.”

“알았다. 취륵.”

맛있게 먹으려 한다는 말에 오크는 바로 마을로 가려고 했다.

“잠깐만요. 지렁이는 잡아주고 가셔야지요.”

“아! 취륵. 깜빡 했다. 취륵. 기다려라. 취륵. 금방 잡아 주겠다. 취륵.”

강신은 그 오크가 지렁이를 잡는 동안 남은 두 마리의 지렁이로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한 번에 잡지 못하고 지렁이 한 마리를 허무하게 날려버렸지만 두 번째 지렁이로는 아까보다 좀 작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강신이 물고기를 잡자 한손에 횃불을 들고 있는 오크가 또 큰 소리로 침을 꼴깍꼴깍 삼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멀뚱히 서있지 말고 고기 구울 때처럼 바닥에 불을 붙여요. 그리고 허리에 찬 단검 좀 빌려주시고요.”

“검은 왜? 취륵.”

“물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손질을 해야 하거든요. 동물도 잡으면 배를 갈라서 필요 없는 것들을 꺼내잖아요.”

“그런 거냐? 취릭. 알았다. 취릭. 여기 있다. 취릭.”

날이 거의 다 나간 단검을 받은 강신은 오크가 불을 피우는 동안 물고기의 배를 따 내장을 제거하고 납작하고 넓은 돌을 찾아 불 위에 올렸다.

물고기를 구울 불판으로 쓰려는 것이었다.

강신이 돌판 위에다 손질을 끝낸 물고기를 올려놓자 오크는 본격적으로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가 됐다고 할 때까지 절대 먹지 마세요. 전 어제부터 굶어서 지금 엄청 배고프거든요. 만약 제가 낚시하는 사이 혼자 먹어버리면 이제부터 잡는 물고기는 한 마리도 안 줄 거예요.”

“알았다. 취륵. 안 먹겠다. 취륵.”

“당신을 믿어보도록 하죠. 그럼 전 낚시 하고 있을 태니까 제가 뒤집으라고 하면 뒤집어요.”

“알아다. 취륵. 추릅.”

강신은 그렇게 다시 낚시를 시작했고 뒤에서 고기를 지키는 오크는 강신과의 약속대로 물고기를 혼자 먹지 않았다.

덕분에 강신은 약간 배를 채울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