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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신
뜨거운 태양빛이 내려 쬐는 해변 가에 한 청년이 아이스박스를 매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이 청년은 며칠 전 알바생에게 받은 500만을 강화로 날려버린 강신으로 지금 현질을 할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PC방 사장이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버는 이유는 현재 PC방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대부분 대출금의 이자와 원금을 갚고 나머지는 PC방 운영비와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강신은 남들과 다르게 목말라 보이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해변 가를 걸으며 바다를 보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 올해는 왜 이렇게 물에 빠지는 사람이 없는 거야? 요즘엔 다들 수영을 배우고 바닷가에 오나보네. 이러면 장사가 안 되는. 어? 빙고.”
강신은 옆집 사는 개 이름을 부르며 재빨리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강신이 향한 곳은 다리에 쥐가 났는지 별로 깊지도 않은 곳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있는 곳이었는데 해변에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그 사람이 물에 빠졌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고 덕분에 강신이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어푸. 어푸. 사려. 어푸. 줘. 어푸.”
강신은 그 사람과 약간 떨어진 곳에서 말했다.
“음료 하나만 사 주시면 지금 살려드릴게요.”
강신은 지금 생사가 걸린 사람한테 목숨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천벌 받을 짓을 하는 것이다.
“어푸. 살. 어푸. 어푸. 류. 어푸.”
“음료 하나만 사 주시면 지금 살려드린다니까요. 음료가 맘에 들지 않으시면 아이스크림도 있습니다.”
“어푸. 살. 어푸. 태니. 꼬르르륵.”
그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속으로 내려가려고 하자 강신이 바로 아이스박스를 그 쪽으로 던져 주었다.
힘이 빠져 물속으로 내려가려던 그는 아이스박스를 잡고 겨우 물 위로 머리를 내 밀었다.
“푸어. 헉. 헉. 헉. 헉.”
강신은 겨우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분명히 사 주신다고 하셨지요? 설마 생명의 은인에게 거짓말을 하진 않겠죠?”
“헉. 헉. 어떻게... 아니, 일단 물 밖으로 나가 주세요.”
“네. 손님.”
강신은 아이스박스를 잡고 모래사장 쪽으로 헤엄쳐 갔다.
얼마 후 모래사장에 도착한 그는 강신에게 따지듯 물었다.
“아니, 어떻게 사람 목숨 가지고 장사를 할 수 있어? 하늘이 무섭지도 않아?”
“손님. 전 천벌 받을 각오를 하고 이 일을 하는 겁니다. 물론 죽어서 지옥도 갈 거고요. 그러니 이제 거래를 해 볼가요?”
“이익. 당신 분명 후회하는 날이 있을 거야. 돈은 일행이 있는 곳에 있으니 따라와.”
“네. 손님.”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간 그는 지갑을 꺼내며 물었다.
“그래. 그 잘난 음료가 얼마나 하지?”
“10만원입니다. 손님.”
“그래. 겨우 10만원 때문... 뭐? 10만원? 무슨 음료인데 그렇게 비싸?”
“칠성의 기운을 담은 사이다인데요. 손님. 이걸 그냥 사이다라 생각하지 마시고 손님의 생명수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10만원도 아깝지 않을 겁니다.”
“지금 내가 10만원이 아까워서 이러는 게 아니잖아. 사이다 하나에 그 가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팔고 있죠. 그리고 사이다가 맘에 안 드신다면 돼아지 바도 있으니 이걸로 드릴까요?”
“지금 물건이 맘에 안 든다는 게 아니라... 됐다. 그냥 돈이나 가지고 꺼져라.”
그가 5만 원짜리 두 장을 바닥으로 던지자 강신은 정색을 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어? 뭐야? 지금 돈 던졌다고 이러는 거야?”
강신은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그의 바로 앞까지 가더니 고개를 숙이며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여기 구입하신 사이다입니다.”
그가 얼떨결에 사이다를 받자 강신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돈을 줍고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자리에서 벗어난 강신은 전처럼 바다를 보며 해변 가를 걸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물에 빠진 사람을 또 발견했다.
“음. 저 사람은 안 되겠는데. 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전요원이 금방 올 태니 말이야. 그리고 저런 식으로 허우적거리는 사람은 구해줘도 화만내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확률이 83.12%야. 다른 손님이나 찾으러 가자.”
그동안 이 짓을 얼마나 했는지 강신은 이제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만 봐도 약속을 지킬지 안 지킬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휴가철 동안 열심히 물에 빠진 사람들의 등을 처먹던 강신은 휴가철이 거의 다 끝나 가는데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휴가철이 거의 다 끝났을 때가 성수기지. 이땐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물에 빠져도 눈에 잘 안 뛰니까. 바로 저 사람처럼. 무부. 무부.”
강신은 무부를 외치며 평소처럼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향해 헤엄쳐갔다.
그리곤 그 사람과 좀 떨어진 곳에서 평소처럼 물어보려고 했지만 물에 빠진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곤 멘트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건 완전 대박이잖아. 게임 개발자 중 한 사람을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멘트를 어떻게 하지? 아!’
“제가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어 주시면 지금 살려드릴게요.”
누군가 헤엄쳐 오는 것을 보고 이제 살았다고 생각한 게임 개발자 김선형은 강신의 물음에 순간 당황해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가면서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헉. 아무리 아이템을 만들어 주기 싫어도 생을 포기하다니. 강적인데. 좀 아깝긴 하지만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있을 순 없으니.”
강신이 아무리 목숨을 가지고 장사를 한다 해도 사람이 죽어가는 걸 그냥 지켜 볼 정도로 막장은 아니었고 일단 김선형을 살리기 위해 그를 잡고 물위로 올라와 모래사장 쪽으로 헤엄쳐갔다.
강신이 바로 물위로 올려준 덕분에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김선형은 아이스박스에 매달려가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얼마 후 모래사장에 도착하자 강신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내가 이 장사 17년 만에 목숨을 포기하는 사람은 처음보네. 저기요. 아이템 만들어 주는 게 그렇게 싫었어요? 목숨을 포기할 정도로?”
강신의 물음에 숨을 몰아쉬던 김선형은 지친 얼굴로 답했다.
“일단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 목숨을 포기한 게 아니라 그쪽이 한 말에 당황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아까 그 말이 무슨 뜻이죠?”
“물에 빠진 사람이 아니면 하기 민망한 말이니까 그냥 못들은 걸로 해 주세요. 그럼 전 이만 바빠서.”
“잠시 만요. 혹시 아까 살려주는 대가로 아이템을 만들어 달라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절 왜 구해주신 거죠?”
“제가 아무리 이 짓으로 돈을 벌고 있어도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있을 개의 자식만도 못한 놈은 아니거든요.”
“그렇군요. 그럼 제가 게임 개발자라는 건 어떻게 아시죠?”
“혹시 강신이라고 아세요?”
“설마 당신이 그 강화에 미쳤다는 강화의 신인가요?”
“아직 그렇게 불러 주는 사람도 있네요. 요즘엔 대부분 강화하는 병신이라고 하던데. 아무튼 전에 고강 아이템 때문에 게임사에 몇 번 간적 있는데 그때 지나가는 걸 살짝 본적 있거든요.”
“물에 빠진 절 그때 살짝 본 걸로 알아보신 거예요?”
“제가 게임에 관련된 건 웬만해선 잊지 않거든요. 아무튼 전 바빠서 이만 갑니다.”
“저. 아직 그때 아이디 계속 사용하고 계신가요?”
“예. 그 캐릭터가 강화 운이 좋은 것 같아서요. 그쪽 일행들 오니까 이제 말 좀 그만 걸어요.”
강신이 서둘러 그곳을 떠나고 얼마 후 김선형의 일행들이 도착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그러기에 제가 혼자 물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젠 음료수 사러 가신다고 해도 보내드리지 않을 겁니다.”
“최집사. 만약 누군가 내게 목숨을 구해줄 태니 원하는 것을 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대답을 못하고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어. 그런데도 그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면 난 그가 원하는 것을 해 줘야 할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혹시 아까 그가 살려줄 태니 뭔가 해달라고 한 겁니까? 이 자식을 그냥. 경호원. 지금 당.”
최집사라 불린 자가 경호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려 하자 김선형이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만 둬. 그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은인에게 실례를 범하는 건 경우가 아니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내가 물어본 거나 답해줘.”
“당연히 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그가 아무 대가없이 도련님을 구해 주었다면 사례금 같은 거로 약간에 보상을 해 주는 게 맞지만 뭔가를 원했다는 건 불순한 의도로 구해준 것이니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해 주어야지요. 한 1년 정도 못 움직이게 만들던가. 아님, 불구로 만들어서 말이죠.”
“쯧. 내가 물어볼 사람을 잘못 택했군. 이건 나 혼자 생각해 봐야겠다. 어쨌든 이제 바닷가엔 더 이상 있기 싫으니 집에 갈 준비나 해줘.”
게임 개발자이자 게임 회사가 속해있는 기업 회장의 손자인 김선형은 집사와 다른 고용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더 이상 바닷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자 강신은 작업을 멈추고 PC방으로 귀환했다.
“오셨네요. 돈은 많이 버셨어요?”
PC방에 들어서자마자 남제가 물어왔고 그에 강신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요즘엔 다들 수영을 배우고 오는지 작년보다 많이 줄었어. 계속 이런 식이면 한 2~3년 후에는 이 작업도 못할 것 같다. PC방은 어땠냐?”
“작년하고 똑같죠. 얼마 전까진 휴가기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얼마 전부턴 조금씩 늘고 있어요.”
“다행이네. 빨리 대출금을 갚아야 맘 편히 강화를 하는데.”
“저 그런데 사장님. 왜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강화를 하시는 거예요?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장가를 가던 가 노후를 대비하는 게 좋지 않아요?”
“너 같으면 이렇게 강화에 미친 남자에게 시집오겠냐? 그리고 한 번 사는 인생 나중에 노숙자가 되더라도 즐기다 가야지.”
“차라리 강화가 없는 게임을 하는 건 어떠세요. 그럼 지금처럼 돈을 왕창 쓰진 않을 텐데.”
“남제야. 난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강화를 즐기는 거야. 솔직히 난 게임 별로 안 좋아해. 만약 강화가 없었다면 난 PC방을 차리지도 않았을 걸. 나 이제 골드 사서 강화 할 거니까. 가서 일해.”
“또 강화예요? 정말 못 말리신다니까. 지금 현질 하실 거면 제 골 좀 사세요. 사장님이니까 시세보다 좀 싸게 드릴게요.”
현질은 현금으로 게임의 돈이나 아이템을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웃기지마. 저번에 네가 사기 쳐서 내가 얼마나 많이 손해 봤는데.”
“못 믿겠으면 현거래 사이트 가서 시세 보고 사시면 되잖아요.”
“네가 말 안 해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강신은 자주 거래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시세를 확인한 후 게임에 들어갔다.
며칠 후 강신은 강화로 PC방 까지 날려버리고 판타지 소설책이 가득한 월세 방과 컴퓨터 하나만 남게 되었다.
“아~. 그것만 성공 했어도 이렇게 까진 되지 않는 건데. 이제 남은 건 이 몸뚱이 하고 아이디뿐인가? 전에는 이럴 때 장기라도 팔았지만 이제 팔 장기가 없으니. 이제 진짜 게임을 접어야 하는 건가? 음~. 그래.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하고 접자.”
그렇게 말한 강신은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했다.
마지막으로 했던 강화를 하기위해 잡템부터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장비까지 모조리 팔아버려 이제 인벤토리엔 몇 백 골드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 캐릭만 가지고 어떻게 키우지? 이 게임은 장비 빨이 너무 쌔서 장비 없이 렙만 높은 캐릭으로는 저렙들이 노는 곳도 못 가는데. 어쩔 수 없이 보조 캐릭을 키워야 하나?”
그때 화면 한 쪽에 편지가 왔다는 알람이 반짝 거렸다.
“갑자기 웬 편지지? 남제가 보낸 건가?”
편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여 편지를 클릭하자 편지 내용과 아이템 하나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김선형입니다.
전에 강신님께서 물에 빠진 절 구해주셨지요.
그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낸 건 다름이 아니라 그때 구해주는 대신 아이템을 만들어 달라고 하신 것 때문입니다.
그때 아이템이라고만 하시고 어떤 옵션을 원하는지는 말씀을 안 해 주셔서 그냥 제가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강신님이 원하는 옵션이라 생각하고 만들긴 했는데 맘에 드실 진 모르겠네요.
아무튼 구해 주신 거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이 아이템은 약소하지만 그에 대한 감사에 표시입니다.
강화의 신
종류 : 목걸이
내구도 : ∞
방어력 : 0
*특수능력
강화의 신의 축복 : 10/10
*설명
아이템 강화 도중 강화가 실패 하려고 하면 강화의 신의 축복이 자동으로 발동해 강화실패를 막아준다. 강화의 신의 축복 횟수는 하루가 지나면 전부 채워진다.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한 강신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자! 난 이제 부자다!”
그때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치더니 강신이 사는 건물로 떨어졌다.
번개는 건물 옥상에 있는 피뢰침에 맞았는데 하필 피뢰침과 땅을 잇는 접지선 옆에 강신의 방으로 이어진 인터넷 케이블이 있었고 번개는 접지선에서 케이블로 넘어가 강신의 컴퓨터로 향했다.
강신의 컴퓨터로 흘러들어간 번개는 마우스 선을 타고 강신에게까지 흘러들어갔고 그렇게 강신은 생에 몇 번 없었던 행복한 순간에 생을 마감했다.
============================ 작품 후기 ============================
자꾸 따지시는 분들이 계셔서 적는 건데 6화 증폭편에 보면 강신을 죽인 번개가 일반적인 번개가 아니라고 나옵니다.
그러니 랜선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