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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홍제역 한 PC방에서 중학생 둘이 게임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야. 너 들었냐? 어제 ‘강신’이 전 서버에 두 개 밖에 없는 무기를 날려 버렸대.”
“뭐? 또? 전에는 서버에 10개도 안 되는 갑옷도 날려버리지 않았냐?”
“너도 그거 들었냐? 그때부터 ‘강신’이 강화의 신이 아니라 강화하는 병신으로 바뀌었잖아.”
“아~. 날릴 거면 차라리 나나 주지.”
“강신이 미쳤냐? 그걸 너 한테 주게. 그리고 더 황당한 게 있는데. 강신이 어제 날린 걸 복구하기 위해서 지금도 계속 장비를 강화하는 중이래.”
“진짜? 그렇게 날려먹고 또 강화라니. 진짜 미친놈 아니야? 아! 나도 어디서 들었는데 그 강신이 장기까지 팔아서 강화를 한다던데. 그게 진짤까?”
“겜을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건 분명 구라다. 만약 그게 진짜라면 강신은 진짜 병신에다 사이코야.”
“어? 야. 조용히 말해. 전에 누가 강신이 우리 동네 산다고 했단 말이야. 그것도 맨날 PC방에서 게임 한다던데. 지금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할 라고 그래?”
“그럼 돌아다니면서 강화하는 사람이 없나 찾아볼까? 있으면 당신이 강화하는 병신이냐고 물어보고. 크크크크. 아! 그러면 안 되겠다. 잘 못하면 +9 마우스로 맞을 수도 있으니까. 크크크크.”
“미친 놈. 아주 지랄을 해라.”
게임하는 친구들끼리 하는 평범한 게임소식을 전하는 대화였지만 멀리서 그 대화를 엿듣는 청년이 하나 있었다.
그 청년은 둘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마우스를 엄청난 속도로 클릭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모니터에 있는 캐릭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씹뻘. 어떤 새끼가 내 신상을 턴 거야? 잠깐. 내가 지금 강화하고 있다는 걸 아는 놈은 남제 새끼 밖에 없는데? 이 씹뻘 놈이 감히 사장의 신상을 털어?”
이 청년이 바로 어제 전 서버에 단 두 개밖에 없는 마신의 송곳니 파편이라는 마검을 날려버린 강신이었다.
자기 스스로도 자신을 강신이라 부르는 이 청년은 열심히 남제라는 PC방 알바생을 욕하면서 강화를 계속 했다.
그러다 더 이상 날려버릴 장비가 없자 손을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어떻게 단 한 개도 안 뜨냐고. 이건 전부 남제가 내 신상을 털어서 그래. 야! 남제. 빨랑 튀어와!”
카운터에서 열심히 게임 속 채팅으로 현재 강신의 상황을 중계하던 남제는 움찔 하며 말했다.
“아~. 또 전부 날렸나보네. 이번에도 내 탓이라고 하겠지? 이거 내가 알바를 딴 곳으로 옮기던가 해야지. 아니다. 사장이 있어도 게임 할 수 있는 PC방은 얼마 안 되니까. 예. 가요.”
남제가 바로 가까이 오자 강신은 도끼눈을 뜨고 물었다.
“너 지금 뭐 했어? 게임했지?”
사장의 물음에 남제는 당당하게 답했다.
“네.”
“그럼 게임 안에서 뭐했어?”
“사냥했지요. 오늘 저녁까지 렙업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거든요.”
“그래? 네 폭풍 타자 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던데. 넌 사냥을 채팅으로 하나보지?”
“아니, 그게 사냥을 하는데 자꾸 친구들이 귓말을 해서요.”
“그래서 그 귓말에다 내 신상을 털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뭐 하러 사장님의 신상을 털어요?”
“그래? 그럼 내가 네 채팅창 확인해 봐도 되겠네?”
“아니, 그건 프라이버시 침해잖아요.”
“그래? 전에도 내 신상을 털다가 몇 번 걸린 네가 그런 말을 해도 될까?”
“그때 걸린 이후론 안 해요.”
“음. 별로 설득력은 없지만 내 머리는 널 믿으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내 몸은 널 믿지 못하는 것 같다.”
강신이 그렇게 말 하면서 카운터로 걸어가자 남제가 말했다.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그게 기자단에서 강신의 현재 상황을 알려주면 천 만골을 준다고 해서...”
여기서 기자단은 게임 속에서 유명 유저의 정보를 취재하는 게임 기자단이고 골은 골드의 줄인 말로 현재 강신과 남제가 하는 게임의 화폐였다.
“천 만? 음. 날 천만에 팔았단 말이지. 이거 정보를 제공한 당사자로서 용서가 안 되겠는데.”
“정말 죄송해요. 제가 500만골 드릴 테니까 화 푸세요.”
“500만? 혹시 지금 내가 장비를 다 날렸다는 걸 알려주면 기자단에게 돈을 더 받을 수 있을까?”
빈털터리가 된 강신은 돈을 더 받기 위해 자신의 신상을 직접 팔려 하고 있었다.
“그걸 론 안 돼요. 서버 전체가 놀랄 만한 걸 다시 띄우지 않는 이상 백 만도 받기 어려워요.”
“이런 씹뻘. 그럼 일단 500만으로 강화나 더 해봐야겠다. 너 지금 어디야? 내가 바로 갈게.”
“500만을 지금 달라고요? 저 아직 천만 못 받았는데요?”
“어차피 천만은 받을 거잖아. 그러니까 가지고 있는 돈으로 줘. 500만은 있잖아.”
“아~. 이거 장비 살 돈인데. 시작 마을로 오세요.”
“좀만 기다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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