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652화 (652/653)

652화 (외전) 승천

에이다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에이다사의 경영도 완전히 손 놓기로 했다.

맨땅에서 직접 키운 회사였지만 곧 작별해야 할 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깝지 않다는 말은 거짓이겠으나, 훨씬 더 귀중한 선물을 받았으니 이제 미련은 딱히 없었다.

에이다는 최고 경영자엔 원래부터 유능하다 점찍은 안규민 부사장을 진급시켰고 최고 개발자에는 수석개발자 중 한 명이었던 안토니오 무치를 진급시켰다.

둘이라면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회사 일을 내려놓은 그녀는 대주주로서의 권한만 행사할 뿐, 상민처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순수한 개발자로서 새로운 과제에 골몰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당신 정말 저 없이 이렇게 가려고 했어요? 저 우주에서 우리 셋이 불편해서 어떻게 살려고?”

“…….”

에이다는 상민의 계획 구석구석에 눈치채지 못한 결함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혼자 여행을 떠난다면 어쩌면 상관없었을지도 모르는 계획이었을 테다.

하지만 부인 두 명과 아직 태어나지 못한 ‘여섯 알’들, 그리고 각종 자료를 바리바리 싸가지로 한 이상, 훨씬 더 많고 복잡하며 세심한 것들이 필요했다.

“우리의 임무는 결론적으로 인류의 영역을 확대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당신 혼자 덜렁 가면 된다는 식으로 만들면 안 되죠.”

“당신도 가잖아. 예진이도 가고.”

“나나 황후 전하나 가봤자 세 명이서 뭘 어떻게 하게요?”

“다른 이들도 있지.”

에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태껏 본 것이 있으니 남편의 능력을 불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조차 아예 맨땅에서 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문명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인공자궁 계획은 어떻게 됐어요?”

그건 할 말이 있었다.

“거진 다 완료됐다.”

상민이 담담히 말했다.

에이다는 과학계가 놀랄만한 기술들을 여전히 숨겨놓는 남편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기술선도국이 그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시대가 발전하며 필연적으로 민간 기업체들의 혁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 축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몇 가지 분야는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윤리적 쟁점이 결부된 문제들이 특히 그러했다.

기술선도국은 윤리적으로 불법적인 일들을 하진 않았다.

다만 논쟁거리인 것들은 연구하고 있었다.

전형적으로 목적이 수단을 긍정한다는 논리였다.

상민은 스스로의 신체를 실험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인류가 다른 행성에 정착할 때의 상황 또한 가정하고 있었다. 인공자궁 또한 그 기술들 중 하나였다. 필히 논쟁거리일 수밖에 없었지만, 우주적으로 볼 때 인류의 존속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연구해야만 하는 기술이었다.

에이다가 물었다.

“우리가 씨앗이 되기 위해선 유전적 다양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텐데요.”

상민도 알고 있었다.

노골적인 말이지만, 예진과 에이다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둘 모두 상민의 자식이다.

그들만이 새로운 땅의 유일한 사람이 된다면, 근친혼 문제가 대두될 수 있었다. 상민의 다른 인연들을 깨운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유전적 범위가 좁았다.

더 넓은 범위가 필요했다.

“지금쯤이면 그것도 8할 이상 확보했을 거야.”

사실 이 또한 준비되어 있었다.

상민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대한 규모의 계획을 실행했었다.

그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이만 명에 달하는 남녀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보관 중이었다. 새벽호는 그 생물학적 씨앗들을 가지고 떠날 예정이었다.

여담으로 그 목록의 이름은 ‘신별초’였다.

“당신이 직접 이름 붙이진 않았죠?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연구진들이 붙였어.”

아마 저 너머에서 다시 새롭게 문명을 개창하시라는 소망을 담아서 붙였을 것이다. 이전처럼.

상민 자신은 삼별초에 썩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고려인들에겐 자랑스러운 선조들이었다. 그들의 작명을 굳이 반대하진 않았다.

애초에 별초(別抄)라는 단어도 사실 ‘특별히 선정해 뽑았다’는 뜻이었으니 의미도 맞았다.

에이다는 상민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웃다가 화제를 돌렸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네요. 새벽호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해요. 임무들을 봐서라도.”

“감당할 수 있겠어?”

우주선을 건조하는 가격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승무원이 세 명인 사실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전부 다 감당하고 통제할 수는 없겠죠. 내가 실험하고 있던 인공지능이 있어요. 얘를 탑재하면 누군가 항상 조종이나 기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예요.”

이미 자율주행 차량도 거의 보편화가 되고 있었고, 인공지능의 시대도 밝아오고 있었다. 에이다 또한 진작부터 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특히 그녀는 광명회 회원일 때, 불순한 ‘안식의 옥좌’ 계획에 관여하고 있었다. 유사시 상민을 보좌할 인공지능의 개발에도 거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그 일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 것도 있다니, 웃기는 일이었다.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에이다는 그렇게 ‘태양 범선 계획’을 재조정했다.

범선은 세 명의 여행선이기도 했지만, 인류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주의 규모가 되어야 했다. 그러려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상민은 예진과 에이다를 데려감으로써 문리과적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외롭게 준비하지 않고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들이 있으니.

이후 두 여인은 코아케 우주기지에서 일 년 동안 우주비행사 훈련 과정도 수료했다.

상민이 직접 그들을 지도했다. 봐주는 건 전혀 없었다.

두 사람은 강도 높은 훈련임에도 끝까지 따라왔다. 모두 상민 덕에 육체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았다. 다만 그녀들은 감정과 육신을 통제하는 법, 문제를 빠르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법 등을 배웠다. 기나긴 여행 동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다시금 복습했다.

그렇게 모두 정신적으로도 준비되었다.

* * *

시간은 느리지만 꾸준히 흘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입장에선, 5년의 세월은 느리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화살처럼 빨랐다.

그리고 결국 개천 584년 7월 25일이 왔다.

새벽부터 코아케 우주기지는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세 차례의 신기전 발사가 있었다.

셋 모두 유인 우주신기전이었다.

대외적으론 총 열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동시에 하늘로 올라갈 것이었다.

정확히 101번째, 102번째, 103번째 발사였다.

그리고 이번 발사가 지금껏 해온 계획의 결말을 좌우할 것이었다.

이제 인류는 모두가 태양폭풍에 대해 알았다.

언제까지 비밀로 남겨둘 순 없었다.

대비를 해야 했다. 고려 우주국은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과학적 사실에 의거하여 미래의 예측을 합리적으로 풀어냈다.

위성으로 태양의 징후를 해석했다. 물론, 결론을 알아야 앞의 전조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언이 없었다면 알아차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지만.

때문에 이제는 비밀이랄 것도 없었다.

천문학자들은 다가올 태양 위협에 대해 공공연하게 토론했고, 기자들은 열심히 그들의 말을 적어 날랐다.

그중엔 사실도 있었지만 거짓도 있었다.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혼란을 틈타 지구에 종말에 가까운 재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도 생겨났고 그 지푸라기에 대고서라도 기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다만 이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제국은 그 자리에서 굳건히 상황을 준비했다. 정부와 기관들은 제 할 일을 했다.

인류가 항상 위기에 빠졌을 때 제국은 언제나 방패를 들어 그들을 수호했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긴 했지만, 이번의 태양방패 또한 그런 방패 중 하나에 불과했다.

고려는 항상 하던 대로 앞장서서 인류 문명을 수호할 것이었다.

세계 각국은 불안해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일단 소행성이 떨어지는 정도의 재앙은 아니었다. 그들이 해야 할 건 대부분 끝낸 상태였다. 나머지는 고려에 달렸다.

사실 소행성이 지구로 접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은 고려라면 무언가 지구를 구할 방도를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크게 걱정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고려는 이번 일조차 미리 예견하고 준비를 해왔으니까.

영화에서조차 제국이 인류를 대표했다. 이미 모든 인류는 제국이야말로 지구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준비를 해왔다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런 세계인들의 기대를 등에 업은 채로 여명항천사와 고려 항공우주국은 이번 계획의 끝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다.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우주 구조물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재료를 싣고 수차례 하늘로 쏘아 올려진 신기전들은 우주정거장에 교대로 근무하는 우주비행사들에 의해 분해되고, ‘태양방패’로 재조립되었다.

태양방패.

이 21만 톤의 거대한 자기편향기는 만드는 데에만 거의 사백억 제국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자기편향기를 끌고 갈 다른 우주선을 만드는 데 들어간 부수적 비용을 고려하면 그 금액은 훨씬 더 커졌다.

계획의 골자는 단순하고 명료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이 구조물을 라―1이라 불리는 라그랑주점(중력의 평형점)으로 보낼 것이다.

삽화1 [별도 첨부]

삼체문제의 특수해 중 하나인 라그랑주점은 여러 곳이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라1만이 유일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렇게 태양방패가 라1 지점에 도착한다면 이 우주 구조물은 영원토록 태양과 지구 사이에 고정된다.

물론 태양방패가 이 지점에 머물러 있다고 햇빛을 가리는 등 당장 대단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구조물은 인간의 기준에선 거대했지만 우주적 관점으로는 결단코 아니었다.

거대한 행성에게 항시적 영향을 끼치기엔 너무나 작은 것이다.

다만, 특별한 목적, 특수한 분야에서는 달랐다.

태양대폭풍이 불어온다면 그제서야 이 자기편향기가 활약할 것이었다. 태양풍의 전하입자들을 굴절시킬 것이고, 그리하여 인간 문명의 등불들을 지켜낼 테다.

삽화2 [별도 첨부]

그걸 가동시키는 것은 용감한 우주비행사들이었고.

오늘 올라갈 열두 명의 우주비행사, 그리고 이미 진작부터 우주정거장 미르―2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덟 명의 우주비행사까지 포함해 무려 스무 명의 대인원이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우주 작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코아케 곳곳에서 방송이 울려 퍼졌다.

사실 이미 모두가 정위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는 현장관제본부, 발사까지 세 시간 남았습니다.]

“이제 탑승하러 갑시다.”

열두 명의 우주비행사도 운영점검동에서 나왔다.

따뜻한 코아케의 전형적인 날씨였다.

그들은 승합차를 타고 거대한 유인신기전이 보이는 발사장으로 향했다.

저 멀리 철조망 건너편에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도 우주비행사들이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기자들이 망원수정체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것 같았다.

{인류의 구원자들!}

저 멀리 응원 문구를 담은 현수막들도 보였다. 우주비행사들은 사람들에게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무균실에서 준비된 장비와 의복을 착용한 임무대원들은 곧 최후 점검을 실시했다.

““이상 없음.””

“확인.”

“좋아요. 모두 위에서 만납시다.”

열두 명의 우주비행사는 다섯 다섯 둘로 쪼개져 세 신기전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인원 배치였다.

원래라면 넷 넷 넷으로 갔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아예 여섯 명씩 타고 나머지 하나를 발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무리 신기전이 재사용 가능해지면서 획기적으로 비용이 줄여졌더라도 2명만 달랑 타는 건 공간 낭비, 돈 낭비였다.

물론 속사정은 달랐다.

애초에 오늘 쏘아질 세 신기전 중 하나는 임무와는 영 상관없는 신기전이었다. 사실 쏘지 않아도 무방했다.

사실 이 신기전은 그저 명단에는 수록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여명항천사 소속 승객 세 명을 올려보내려는 도구에 불과했다. 세 명의 비밀 승객들이 가지고 가는 물건들도 이번 작전과는 어찌 영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우주국 사람들은 여명항천사의 독립적 행동을 존중했다.

여명항천사의 두 우주비행사는 애초에 관계자들이었기에 동승자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여기는 총괄본부, 발사 5분 전 확인 절차 돌입하겠습니다. 여명항천사 본부?]

[여명항천사, 모두 좋습니다.]

[관제본부?]

[관제, 상황 좋음.]

[발사장?]

[발사장, 좋음.]

[안전관리?]

[안전관리, 좋음.]

[임무?]

[임무, 좋음.]

[총괄본부에서 관제본부로 절차 승계. 계속 진행하세요.]

[여기는 관제, 세부 절차 확인하겠습니다. 연료?]

[연료, 좋음.]

[전기?]

[전기, 좋음.]

[전자?]

[전자, 좋음.]

“…….”

시간은 길고도 짧았다. 순식간에 우주비행사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임무단의 확인은 마지막 절차이자, 가장 중요한 절차였다.

상민은 능숙하게 기체를 점검했다.

어차피 발사과정은 모두 현장관제본부에서 원격으로 조종하겠지만, 행여 사고를 대비해 우주비행사들도 자체적인 조종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상민은 이미 오랜 기간 숙달된 우주비행사였다.

남극도, 북극도, 온갖 오지를 전부 앞장서서 정복한 자가 우주를 가보지 않았을 리가 있겠는가.

유인우주선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때쯤, 이미 상민도 몰래 우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여명항천사에 자체적으로 기술력이 축적된 뒤엔 자주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했다.

심지어 상민은 사고까지 겪은 적이 있었다.

우주비행은 굉장히 위험한 시도였으니 아무리 신경 써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허나 그런 비극적 사고가 일어난 와중에도 상민과 그의 동료(부하)들은 멀쩡하게 지표면으로 탈출했다.

사출된 탈출용 구명정이 산산조각 난 현장 속에서 하나도 다치지 않은 채로 근처의 바위 위에서 투덜거리고 있었을 뿐이다. 부하들의 신앙심 넘치는 얼굴은 덤이었고.

이번 발사는 상민에게 있어서 열일곱 번째 발사였고, 그렇기에 딱히 어려울 것도 없었다.

신기전 기술력 자체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다만 이번엔 여유 시간이 별로 없고, 또한 동승자도 있다 보니 훨씬 더 세심하게 준비했다.

원래 우주비행이라는 것이 단 하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엄격한 과정 속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지만 이번은 훨씬 더 엄격하게 상민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관리감독을 했었다.

“승천 하나, 좋음.”

모든 절차가 완료되었다.

떠날 일만 남았다.

상민은 자신의 양옆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손을 잡았다. 우주복을 통해 온기가 느껴질 리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따뜻했다.

[셋, 둘, 하나]

[발사.]

― 쿠우우웅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우주비행사들은 갑자기 몸이 뒤로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엄청난 수준의 중력이 느껴졌다.

예진은 순간적으로 옆자리에 있는 상민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었다.

에이다도 눈을 감고 가만히 중력을 참고 있었다.

[승천 하나 발사 확인.]

관제본부의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남들이 엄청난 중력 속에 짜부러지는 느낌을 받는 와중에도, 상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였다.

“코아케, 여기는 승천 하나, 비행각 조정 요청.”

[요청 확인.]

“추진기관 상태 양호, 최대 출력 요청.”

[최대 출력 승인.]

상민은 주저 없이 단추를 눌렀다.

훨씬 더 강력한 압박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는 관제탑과 교신하며 해야 할 일들을 계속해 나갔다.

고통은 영원하지 않았다. 우주비행도 그러했다. 모든 중력이 사라지고 갑자기 기적같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비로소 지구가 아닌 우주에 나왔다는 자각이 드는 감동적인 순간일 테다.

그렇게 신기전은 무사히 우주 공간에 도착했다.

저 멀리 우주정거장 미르―2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거대한 태양방패도 보였다. 그것을 견인할 견인우주선과 그 너머에 있는 태양범선, ‘새벽호’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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