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632화 (632/653)

632화 (외전) 에이다

두 소녀는 미원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종단열차는 나누어 탈 수 있었다. 체계가 참 잘되어 있었다. 전부 다 전산화가 되어 전체 좌석 현황을 알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몰리는 시기(여름이나 겨울의 휴가철)는 한정된 침대칸 사정상 다음 열차의 침대칸을 예약하기가 불가능해 내리지 말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었다. 그녀들은 약간의 수수료를 내고 4일 뒤의 종단열차로 일정을 바꿀 수 있었다.

객원에 짐을 푼 두 소녀는 이윽고 미원 시가지로 나왔다.

숙소는 3성급이라 저렴한데 경치는 좋았다.

저 멀리 미원 특유의 마루지(랜드마크)인 금문대교가 보이는 좋은 곳이었다. 금문대교는 태평양과 요쿠츠만, 미워크만을 이어주는 해협에 지어진 초대형 현수교였다.

워낙 절경이라 그녀들도 나중에 저기서 사진을 하나 찍기로 결심했다.

숙소 남쪽으로 향하면 최첨단 내진, 제진설계가 도입된 고층 마천루들과 미원 시가지가 보였다. 촘촘하게 쭉 뻗은 도로와 다리에 수없이 오가는 자동차들도.

이런 광경들이 미원이 참 부유한 도시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려주었다.

미주는 제국 내에서 소비의 성지였다.

아무래도 강력한 기반과 인구, 여러 가지 자원을 가지고 있는 북려 동부주들이나 저 멀리 남려의 지방과 경쟁하기 위해 미주의 주지사들은 대체로 적은 수준의 지방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제혜택을 제공했다.

이는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었다. 돈 많은 부호들도,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이나 기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 되기도 했다. 효평의 영화거리만큼이나 미주의 영화산업도 만만치 않게 성장 중이었다.

특히 미주는 전자기기 및 반도체 사업으로도 유명했다. 살기 좋은 곳이라 그러했는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회사, 정보통신회사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값싸게 전자제품을 사려고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였다.

미원의 중심부, 백화점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거리 세 모서리에 백화점들이 모여 있다고 해서 백화점거리라는 명칭이 붙은 곳이었다. 나머지 한 모서리엔 미주의 옛 이름이 붙은 미워크 중앙광장이 있었다.

거리가 거리다 보니 옷맵시에 관심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주 특유의 따사로운 햇살 덕인지 흑경을 쓴 사람들도 있었다.

“저 광고판 좀 봐!”

백화점거리에는 수많은 광고판이 보였다. 사람들을 매혹시키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광고판, 연희백화점 옆을 완전히 덮는 큰 화면 속에는 중년이라곤 도무지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한 여인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에 무언가 올려놓는 영상이 틀어졌다.

[에이다, 새로운 시대]

“역시….”

지수가 입을 헤 벌리고 광고판을 바라봤다.

겨우 며칠 전에 제국으로 온 두 소녀도 그녀가 누군지 알았다.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에이다 김.

6세기 후반 인류 최고의 천재 중 하나이자 최고의 발명가로 뽑히는 ‘기술의 여왕’이다.

수많은 발명가들이 존재했던 고려에서도 한 손에 꼽힐 만큼 대단한 인물이며, 대전쟁이 끝나고 들어선 현대(용어가 재정립되었다)에선 단연코 혁신의 상징이라 평가받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특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에이다’를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일구어냈다. 그것도 이십 대 초반에.

그리고 그 에이다는 현시점, 무물과 온누리, 별구름 등 기라성 같은 회사들을 꺾고 세계 시가총액 1순위를 차지했다.

그 말인즉, 에이다 김은 세계 최고의 발명가, 개발자, 경영자였기도 하다는 소리였다.

모든 걸 가진 여자.

예진도 에이다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기내와 열차에서 본 이번 사해경제지의 표지 인물도 그녀였다. 아마 예전에도 몇 번 실렸을 것이다. 그만큼 세계적인 거물이었다.

공대녀인 지수는 더더욱 흠모할 수밖에 없을 터.

그녀들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손전화도 에이다 전화기였다. 불의의 사고로 액정이 깨져버린 지수가 새로 교체할 전화기 기종도 당연히 에이다였다.

지수는 진성 에이다 광신도였으니.

아닌 사람이 있을까?

물론 에이다조차도 반독점법 등의 견제로 세계독점엔 실패했고, 지금은 별구름이나 반도전자 같은 추격자들이 따라오고 있긴 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 새로운 기물을 창조해 낸 아름다운 선지자에 대한 신봉은 엄청났기에 그 위상은 지금도 공고했다.

두 소녀는 가까운 전화기 판매점으로 들어갔다.

원래 이런 번화가에선 물건이 비싸기 마련이지만, 전화기는 애초에 정가로 구입해야 했고, 조선과는 다르게 통신 요금제도 확실했기에 별 상관 없었다.

앞으로 긴 유학 생활을 해야 했기에, 그녀들은 아예 조선에 있던 약정들을 해지하고 고려통신과 새롭게 약정을 맺었다.

반쯤 황실기업인 이곳도 기업답지 않게 친소비자적 약관을 가지고 있었다.

여긴 역시 온갖 삿된 조건으로 소비자를 등쳐먹으려는 조선과는 좀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엔 왜 고려통신이 없나 몰라.”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아?”

“안 이상하게 만들면 되지.”

지수가 큭큭 웃었다. 누가 봐도 광화문 광장에서 걸핏하면 입주책동을 꾀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판매점에서 손전화를 변경하고 자료를 이전하고 기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던 도중, 지수가 갑자기 작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눈은 판매점 유리창에 붙어 있는 전단지에 가 있었다.

“헐, 미쳤다. 모레가 에이다 기술박람회였나 봐! 내가 어떻게 이걸 까먹을 수가 있었지? 마침 여기 미워크국제전시장에서 열린대!”

예진도 뒤늦게 손전화를 켜 뒤적거려보니, 박람회에서 이번 연도의 에이다―8 손전화가 발표되는 것 같았다.

박람회의 위세는 상상 초월이었다.

매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에이다사의 위세일 터. 허나 그뿐만은 아니었다.

그곳의 주인 에이다 바이런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자타공인 천재에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는 에이다는 발표의 여신이라 불릴 만큼 화려하고 간결한 언변을 자랑하는 천성 무대 체질을 가지고 있기까지 했다. 그러니 개발자와 관련자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상당한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을 터.

그 증거로 박람회는 매년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웬만한 유명 배우나 가수들은 감히 명함조차 내밀 수 없을 것이다.

예진이 친구의 눈치를 보다 말했다.

“가볼까?”

“그래도 돼?”

“난 좋아. 재미있을 거 같아. 신제품 발표도 한다며.”

친구의 승낙을 받은 지수는 신이 나는지 손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지수는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곧이어 엄청나게 안타까워했다.

“들어가는 건 이미 한참 늦었대.”

“그래?”

초청된 사람이 아닌 일반 개발자 및 참석자는 만여 명 정도가 올 수 있었다. 심지어 참가표도 꽤 비쌌다.

그럼에도 경쟁은 상상 초월이었다.

여신의 발표를 앞에서 직관할 수 있는 영광과 함께, 참석자들에게는 가장 먼저 최신기계를 예약해볼 권리도 생겼다. 앞선사용자들에게는 천금과 같은 기회였다.

참가표는 거의 대학교 수강 신청과 다름없는 속도로 팔려나갔으니 이번 연도 에이다 박람회는 무려 37초 만에 매진되었다 한다.

“안 되겠네….”

지수는 숫제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예진이 지수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냥 가셔도 될걸요?”

하지만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핸드폰 판매점 직원이 그렇게 운을 띄웠다.

“에이다사는 매년 박람회장 앞에서 여러 행사들을 했어요. 막 투사기 같은 걸로 내부 발표 상황도 보여주곤 하죠. 저도 예전에 가족 나들이를 가본 적이 있네요.”

“정말요?”

국제전시장 앞 공원에는 음식 점포도 있고 투사기도 있어서 간이 대형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박람회를 볼 수 있댔다.

에이다사가 하나의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문화적 흐름을 주도하는 배경엔 이런 배려도 있었다. 소위 말하는 에이다 추종자들은 이 공원에 모여 웃고 떠들며 그들의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할 것이었다.

“가끔 초청된 인원들이 빠진 이후엔 박람회장 입장의 기회도 준대요.”

“감사합니다!”

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녀들은 서둘러 향후 일정을 조정했다.

지수는 판매점에서 나와 거대광고판을 다시 바라보았다. 다시금 에이다 김의 얼굴이 보였다. 눈부시게 화려하고 찬란했다.

“저런 사람은 무슨 삶을 살까?”

그야말로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지수같이 평범한 소녀들은 그저 동경하여 바라볼 뿐이었다.

예진은 광고판을 바라보다 지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저 사람도 저 사람만의 고충이 있을 거야.”

* * *

예진의 말대로, 수많은 사람들의 동경과 관심을 받는 삶도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미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마천루,

그중 최고층에 들어선 여인은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겉옷을 집어 던지다시피 벗어놓고 안락의자에 뛰어들어 누웠다.

그리고는 뒤따라온 자신의 비서에게 물었다.

비서는 익숙하게 여성용 정장 두루마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노인네가 또 뭔 사고를 쳤다고?”

“회장님 부친께서는….”

보고를 듣던 에이다 바이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철없는 그녀의 아버지, 참 대단한 아버지가 또 일을 하나 저지른 모양이다. 이제는 수습하기도 버거웠다.

그녀의 아버지 조지 고든 바이런은, 상당히 유명한 아발론의 작가이자 시인이었다. 대단한 작품들을 많이 써냈었다. 그중 몇 가지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서정시였기도 했다.

하지만 인격적으론 결함이 좀 있었다. 물론 카사노바 같은 중범죄자는 아니었지만, 성적인 문란함은 그에 못지않았다.

어찌나 호색한인지 예순다섯이 된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여자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뭐 그러려니 하고 넘겼겠지만, 이번처럼 기혼녀와 명백한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다.

‘숟가락 들 힘은 없어도 그 짓 할 힘은 있나봐?’

아버지에 대한 정은 이미 진작 사라졌다. 그저 흐릿한 책임감만 남았을 뿐.

에이다가 애정결핍, 도박중독 심지어 색정증까지 앓았을 뻔했던 사고의 유전학적 기전은 아마 그녀의 부친에서 말미암았을 것이 분명했다.

망나니 아버지 덕분에 유년기 시절부터 에이다의 가정은 개박살이 나 있었던 상태였다.

에이다가 용케 이렇게 잘 성장한 것도 하늘이 도와주신 덕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분’의 보살핌 덕분이겠지만.

에이다는 반지를 매만졌다.

그분이 없었다면, 그녀는 도박중독에 비참한 삶을 살아갔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에이다는 그분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다. 인생의 목표 자체가 바뀐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결혼은 하지 않았건만 그분의 본성을 쓰는 것도 그 이유였다. 바이런이라는 성씨를 쓰기 싫었으니까.

“돈은 알레그라한테 줘. 노인네한테 주면 또 이상한 데 쓰니까.”

“알겠습니다.”

비서가 종종걸음으로 나갔다. 에이다는 비로소 편안하게 안락의자에 늘어지며 휴식을 취할 자세를 마쳤다.

에이다는 금세 아버지 조지 고든 바이런의 문제를 머리에서 치워버렸다. 쓸모없는 인간에 대해 토론하는 것보단, 하나뿐인 자식을 챙기는 것이 더 나았다.

그녀는 누운 채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착신음이 들리고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왜 엄마.

“우리 딸, 이번에 본다던 역사학 시험은 어떻게 봤을까?”

― 76점 맞았어.

“뭐야. 왜 그거밖에 안 돼. 유전자상으로는 그럴 리가 없는데.”

물론 방금의 말은 같이 살지도 않는 어머니로서 할 말은 아니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애 아빠와 그 음흉한 사도들에게 육아를 맡겨놓아야 했다고, 에이다가 잠시 자책했다.

― 웃기셔, 나 엄마 딸 맞는데?

“이번 주 주말에 집에 갈까?”

― 됐어. 오빠랑 놀 거야. 다음 주는 아빠한테 가기로 했어.

오빠? 아나는 자신의 유일한 자식이다. 그렇다는 말은 부계로 이어지는 이 막장 가정에서 해당자를 찾아야 했다.

“누구 말하는 거니? 황실?”

― 상혁이 오빠.

이복오빠를 들먹이는 딸의 말에 에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나야. 아버지는 뭐 하시니?”

― 아빠가 답해주지 말랬어. 끊어.

딸은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에이다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생각해보니 자신도 약간은 아버지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초거대기업을 이끄는 입장에서 희생해야 할 것은 몇 개가 있긴 했다. 딸 양육은 그 문제 중 하나였다.

‘다음 주에 코아케에 한번 가 봐야겠어.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도….’

에이다는 어느새 잠깐 잠들었던 것 같았다.

― 삐리리

하지만 그녀의 단잠은 곧 방해받았다. 요란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 김 회장. 납니다.

“아, 콤니노스 회장님.”

에이다는 졸린 눈꺼풀을 비비며 나른하게 대답했다.

모습이 실로 요염하고 색기가 넘쳤지만, 어차피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분에게는 보여주고 싶은데.

“무슨 일이시죠?”

콤니노스 회장은 아타나토스 계열의 회장이다. 저명하고 유서 깊은 기업의 회장이며 거물 중 거물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당연히 그러했지만, 에이다는 그의 이면 신분까지 알고 있었다.

‘광명회’의 관리인.

회주와 부회주 다음가는 직책인 의장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 이번에 실시한 부회주 선출 투표에서 김 회장이 선출되었어요. 축하합니다.

전대 부회주 정 회장의 별세 이후, 새로운 부회주로 그녀가 뽑힌 것이다. 투표는 비밀투표였으며, 저번에 처리되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다는 주먹을 꼭 쥐었다.

드디어, 드디어 그녀가 마침내 모든 것을 얻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세계 최고의 기업인이 된 에이다는, 그런 허울뿐인 감투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분의 곁에 서려면, 그보다 더 가까운 직책을 얻어야 했다. 광명회 부회주는 황실이나 사도들을 제외한다면 그와 가장 내밀하고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었다.

‘아직 포기한 건 아니야.’

에이다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 광명회의 정책들은 예정대로 추진하실 생각이십니까? 몇몇 회원들은 극단적 탄소중립정책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반발요? 누가?”

― …아시지 않습니까?

“나중에 구안 회의를 열겠지만 지금 확실히 말할게요.

기후 변화와 탄소중립은 그분의 확고한 관심사니 소소한 불평은 감히 내뱉지 말라고 전해줘요.

나보다 잘 그분의 복심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따로 직접 말을 해 보든지.”

콤니노스 의장은 새 부회주의 말에 약간 침묵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 김 회장도 아시지요? 우리 가문 시조의 일화를. 당신이 모를 리가 없다 생각합니다.

콘스탄티나 콤니니의 말일 테다.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걸어갔던 사람.

물론 에이다는 제2의 콘스탄티나가 되고 싶진 않았다.

가정사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지만. 최종적 운명은 아니었다.

“탄소중립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지금?”

― 아닙니다. 나와 아타나토스는 그 정책에 찬성하고 있으니까.

다만 그분을 사적으로 소유하려는 생각은 그만두세요. 지금은 그보단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할 땝니다.

“…….”

― 그럼 이만.

대답이 없자 전화가 끊겼다.

에이다는 콧방귀를 꼈다.

“누가 제일 노력하고 있는데….”

잠이 싹 달아난 에이다는 창가의 장막을 걷었다.

미원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에이다는 한참 동안 거실을 거닐다, 문득 책장에 다가가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용의 그림자]

에이다는 펼치지 않고 다시 그 책을 집어넣었다.

‘나한테 너무 과분한 짐을 준 거 아니에요, 언니?’

안토니아의 바람대로, 뜻을 같이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겼다. 다만, 그분께서도 나름대로 준비하는 게 계속 진전되는 모양이었다. 딸아이를 통해 정탐하려 했지만 실패하기도 했으니.

자신은 무리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맨땅에서 기업의 모든 것을 일구어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일은 자신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자신의 교육, 그리고 초기 지원은 그분이 직접 담당하셨다.

물적, 심적으로 그녀는 은총을 직접 받은 당사자였다. 그러니 항상 어떤 부분에서는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명에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었기도 했다. 다른 수많은 이들처럼.

‘안토니아, 당신도 그랬겠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렇다면 누가, 대체 누가 그분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가. 누가 그분과 나란히 서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격에 있단 말인가.

에이다는 하염없이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제국 모든 것의 정점에 올랐다 생각했지만, 정점의 위에 올라 보니 이제는 검게 물든 우주가 보였다.

자신도 이럴지언대 그분께선 자연히 우주를 바라보고 있을 터였고.

* * *

(첨부)

[개천 578년 기준 세계 50대 기업 시가총액 순위]

1. 에이다 – 손전화, 휴대연산기, 연산기, 정보통신기기, 인공지능

2.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종합검색기, 전자우편, 인공지능, 증강현실, 가상현실.

3. 온누리 – 운영체제, 연결망, 정보통신업

4. 고려석유 – 석유 및 자원

5. 일반전기회사(일전) ― 반도체, 종합가전(백색가전, 흑색가전, 갈색가전), 전자부품

6. 별구름 – 손전화, 전자, 반도체, 중앙처리장치, 그림처리장치

7. 고려아련 석유 – 석유 및 자원

8. 고려이라크 석유 – 석유 및 자원

9. 아타나토스 ― 물류, 객원, 운송, 기타 용역

10. 쌍룡&주항 – 내연자동차, 전기자동차

11. 메디치 은행 – 상업은행

12. 파라콜라 – 음료수, 식품

13. 고려통신 – 통신 및 전파사업, 연결망

14. 종합동력기계(종동) ― 자동차, 종합중장비, 정밀기기, 노광장비, 출력기관, 방위산업(전차),

15. 유안투자은행 – 금융업(투자은행)

16. 한유제약 – 의료, 의약, 진단, 인공장기

17. 라온 – 종합건강관리 제품, 의료 용역 회사.

18. 전려교육보험 ― 보험업

19. 드려찰(드레―려연―찰나) ― 맵시, 의류, 시계, 사치재

20. 양생당 – 제약, 건강용품

21. 늘벗보험 – 보험업

22. 부익 – 비행기 관련 제조업, 방위산업(전투기)

23. 누리은행 – 금융 및 상업은행업

24. 허먼―크리스티안슨 ― 자동차

25. 믿음신용 ― 신용패

26. 예광투자은행 – 금융, 투자은행업

27. 피어나다 – 화장품, 생활화학제품, 생활용품

28. 충천 – 비행기, 발사체 관련 제조업(탐사신기전), 방위산업(탄도신기전)

29. 연합통신 – 통신 및 전파사업, 연결망

30. 청연화학 – 의약, 화학, 화장품(수려), 생활용품

31. 홍강기공 – 중장비, 군용무기, 방위산업체

32. 두루신용 ― 신용패

33. 누리은행 ― 상업은행

34. 사해경제사 – 금융, 정보통신, 신용업

35. 반도전자 – 손전화 및 전자제품, 반도체 [조선]

36. 남서제약 ― 제약

37. 주식회사 청명 – 객원, 물류, 식품

38. 삼려통운 – 물류, 배송업

39. 태평양통신 – 통신 및 전파사업

40. 신려은행 ― 상업은행

41. 주식회사 연주(연희&주열) – 백화점, 장보기, 배송업

42. 로열더치셀 – 석유, 자원, 천연기체 [네덜란드]

43. 시대건설 – 건설, 토목공사

44. 류씨형제들 – 영화, 영상극, 대중매체

45. 초승달 – 의류, 운동용품

46. 아이소포스 문화예술 – 문화, 예술, 영화

47. 중산건설 – 건설, 토목공사

48. 아리따움 – 명품, 사치재

49. 도이체방크 – 은행업 [도이치]

50. 아이작식품― 식품

* 국가 소유 공기업, 비상장기업은 제외됨

ex)솔빈석유, 심요석유, 여명항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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