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600화 (600/653)

600화 적석 계획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아주 나이 지긋한 노인부터 젊고 유망한 장년까지.

연단에 서서 강의하는 것이 익숙하거나 혹은 연구실에 처박혀 칠판이나 종이를 바라보는 일이 잦은 교수들이 오랜만에 산 넘고 물 건너 건양 국립대학교 장운과학관 대강의실에 모였다.

그 인원수는 자그마치 스무 명이나 되었다.

이 넓은 제국에 퍼져 있는 각지의 대학에서 모인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오직 하나였다.

그들이 학계에서 알아주는 저명한 학자들이라는 것일 터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대다수는 특정한 학문의 대가였다.

그 특정한 학문은 일단 핵물리학이 제일 많았지만 입자물리학, 원자분자물리학, 물리화학도 뒤따랐다.

아예 다른 분야의 석학들도 존재했다.

“근데 왜 이번 계획이 적석 계획이라고 불립니까?”

누군가가 뜬금없이 그렇게 질문했다. 건양 근처에 오니 문득 그런 질문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적석은 건양 바로 북쪽에 있었다. 하지만 적석엔 딱히 이번 계획에 중요한 기관이나 연구소, 대학 등이 있지 않았다. 여기 건양대면 모를까.

“원래 중회소 광석 자체가 적석에서 처음 발견된 것 아닙니까? 정작 채산성은 없어서 다른 곳에서 채굴하고 있지만요.”

“북령광산이 아니었습니까?”

“사실 중회소 238 자체는 꽤 흔한 물질이라 이곳저곳에서 많이 발견될 수 있겠지요.”

“이 계획의 보안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아예 상관도 없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지명을 일부러 붙였을지도 모릅니다.”

교수들은 소소하게 사담을 나누고 있었다.

본래 순수학문 교수라 함은, 전부 다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내성적이었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사는 직업이었다.

대학에선 강의도 해야 한다지만, 강의조차 싫어하는 교수들이 많기도 했다.

그래도 동료 교수들과의 대화는 항상 재미가 있었다. 본래 자신들의 제자, 즉 대학원생은 대체로 말이 통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니 학계에서 같이 토론할 수 있을 수준의 사람들과의 대화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순간이란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담소를 방해하는 작자가 나타났다.

“모두 모이셨군요.”

흑립과 검은 두루마기, 흑경을 쓴 남자가 뒤에 위압적인 두 명의 요원들을 대동하고 강의실로 들어왔다.

두 명의 요원들은 흑경 남자를 뒤따라가지 않고, 곧바로 강의실의 앞문과 뒷문을 점검하더니 그곳에 뒷짐을 지고 섰다. 삽시간에 강의실이 위압감 넘치는 군사통제구역인 것처럼 느껴졌다.

허나 이곳에 있는 교수들은 뚱한 얼굴로 요원을 바라보기만 했다. 표정에 두려움이나 어색함은 딱히 없었다.

흑경 남자는 교수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흑경 남자가 이곳에 교수들을 하나로 모았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단일 계획으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하며 중요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으니까.

남자가 흑경을 벗어 보이곤 슬쩍 웃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이제 테우엘체 사막에 위치한 마지막 연구소로 가셔서 최종 단계를 점검하실 예정이십니다.”

권우일, 김 로버트, 남기태, 이성휘, 이민혜, 송민관, 윤재술, 정한득, 한승훈, 서 요안네스, 밴저민 톰슨 등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들의 길었던 연구가 마지막 장으로 향할 때가 된 것일 테다.

이미 지금 이 교수들이 모이기 전부터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방사선이 처음으로 발견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이었다. 남기태, 한승훈, 헨리 캐번디시 등에 의해 명석(라듐)의 방사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었다.

이후 방사선과 핵분열에 대한 정보와 자료들이 축적되었고, 물리학에는 몇 개의 학문이 새롭게 생겨나기까지 했다.

따라서 지금 이 ‘적석 계획’은 하나의 연구로 끝날 것이 아니었다.

핵물리학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굉장히 새로운 학문이었고, 그것을 무기화하는 이번 계획을 위해선 여러 가지 복합적 순수학문들을 모두 종합해야 했다.

특정한 분야를 연구하는 기술선도국조차도 선도국 내의 인재들로만 적석 계획을 연구할 순 없었다.

분출기관에 대한 연구도 실로 방대했기에 대학은 물론이고 군사기업 부익사, 충천사 등과 같이 협력했었으니.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적석 계획엔 비단 물리학뿐만 아니라 화학과 공학, 지질학 등의 여러 학문도 필요했다.

그냥 과학 그 자체가 전부 다 필요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떠한 하나의 학문이나 공학이 현저히 부족하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수준의 계획이었다.

후발주자들은 비교적 쉬울진 몰라도, 학문 하나를 재정립하는 선도자는 항상 그랬다. 압도적 기술 선도국가 고려는 항상 그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처지였다.

다행히 고려는 국내에 엄청난 천재들이 있었다. 세계에서 몰려드는 온갖 천재들도 수없이 많았다.

이들은 연서궁과 각지의 대학에 몸을 담았다.

이런 인재들을 품은 대학들은 수많은 학문을 서로 경쟁하듯 꽃피웠었다.

유럽과 예맥한계의 대학들이 아무리 따라잡으려고 해도, 이미 고려 내의 대학들은 아득히 먼 거리를 달려 나가고 있었다.

세계 대학 순위라는 것이 명확히 존재한다면, 아마 첫 번째 주자부터 열 번째 주자까지는 제국 내의 대학들만이 존재할 것이고, 그 뒤로도 서른 번째까지는 몇 개의 외국대학을 빼곤 대부분 고려 대륙 내에 있는 대학들이 우열을 겨루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수많은 저명한 대학의 연구소가 이번 계획에 참여했다.

미주와 진주부터 창양과 청해까지. 이공계열이 유명한 대학이라면 거진 다 참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렇게 광범위한 사람들이 참여한 것치고는 이번 계획은 굉장히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처음 정부와 군무부, 정보총국, 황립보안국 등 관련기관들은 현 황제가 아니라 고종 대제의 명을 받고 이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부서들 내에 다소 시큰둥한 분위기가 없었다곤 못 했을 것이다. 국제정세가 이상하게 돌아갔던 만큼 다른 중요한 일들이 널리고 널렸으니까.

무지막지한 인력과 예산, 심지어 도시 몇 개 수준의 막대한 전력이 요구되는 계획은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산만 본다면 전려국토개발국이 더 많은 예산을 썼지만 전 국토를 개발하는 계획은 눈으로 보이는 가시적 성과라도 컸지, 이것은 확신이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삽질과도 같았다. 특히나 이공계 쪽에 조예가 없다면 더더욱.

허나 해청에 뒤이어 제위에 오른 해안도 이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에게도 생소한 개념의 무기였지만 절대적인 확신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황제가 바뀌어도 계획이 계속 진행되고 마침내 뼈대와 골자를 갖추며 현실성을 가지게 되자 이제는 오히려 황립보안국과 정보총국 대내국이 만사를 제쳐두고 이 계획의 철두철미한 보안을 위해 헌신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무기화를 담당할 최중요 인사들이 모인 이 자리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사실 적석 계획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제국 내 과학자들의 숫자는 수백 명에 달했다.

박동광, 서창환, 백성웅, 소피 제르맹, 헨리 캐번디시, 샤를 드 쿨롱.

이런 사람들이 지금 이 대강당에 오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그들이 대단치 않거나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무기화라는 원래의 목적에 어울리지는 않았기에 그랬다. 지금 이 계획의 마지막 단계는 군사작전이라고 봐야 했으니까.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연구원들, 경비원들, 근로자들을 전부 따져보면 적석 계획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는 무려 156,000여 명에 달했다.

황립보안국은 이들 전부를 철저히 감시했다.

참여한 사람 본인들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지, 친구들도 감시했다. 계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사람일수록 그 감시는 아주 철저해졌다.

어떤 조그마한 불확실성도 용납하지 않았다.

심지어 연서궁에 올라가는 모든 학계의 논문들도 일시적으로 검열당하고 수정당했다.

비록 전시라 하나, 국민들의 권리, 학계의 자유로움을 제한하는 일임은 분명했다.

허나 황립보안국은 황제에게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선 무한한, 그야말로 절대적인 보안통제권을 받은 상태였다.

적석 계획은 제국만을 위한 것이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동맹국, 혈맹국들의 학자들조차 정보 공유를 받을 수 없었다.

예맥한과 도이치, 네덜란드, 에이레. 심지어 사실상 연방의 하나로 간주되는 루밀 키치파닐까지.

그곳에도 정보가 완벽히 차단되었다. 정보총국은 하늘눈 조약을 따라야 했지만, 이 계획의 등급은 하늘눈 조약보다도 위에 존재했다.

또 오로지 제국 내의 사람들 중에서도 신원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사람들만이 참가했다. 이곳에 참여한 사람들은 고려 국적에, 오로지 고려에 충성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민 세대의 구별은 없었지만, 소위 말하는 ‘사상적 조국’이나 ‘혈통적 조국’에 대한 것들도 고려했다.

소비에트의 음흉함과 중화의 사악함은 전쟁 전에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두 국가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대화의 영향력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고려 정보부는 청해대학 4인조 같은 국내 간첩들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고 오히려 역정보를 흘리고 있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조선과 에이레, 프랑스 같은 친려 국가에서 온 이민 과학자들도 연방제국에 대한 충성심 여부를 판단했다.

참가한 교수들도 자기의 일상을 잘 통제해야 했다. 그들은 평소같이 연구와 강의를 하면서도 정부의 특급 기밀에 참여했다. 접촉하는 모든 이들과 말조심을 해야 했고, 담당 보안국 요원과 계속 주기적으로 보안점검을 해야 했다.

큰 희생이었다.

몇몇은 가족과 소홀해졌다. 웃픈 일이지만 외도를 의심당하기도 했었다.

결국 그 문제에 대해선 보안국이 나서서 풀어주기까지 해야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세계는 전쟁에 직면해 있었다. 과학자들은 지성인들이었으니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적석 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들의 연구가 전쟁을 종결하고 세계 평화를 위한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 계획에 참여한 것이었다.

참여자들에겐 소소한 이득도 있었다.

고려 황실은 참가하는 과학자들에게 그만큼의 금전적 지원을 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들이 할 후속 연구에도 충분한 지원을 해 주겠다 했다.

과학자들에게 약점이 있다면 연구비가 가장 큰 약점일 터다. 그런 면에서 적석 계획의 존재가 선택한 자들을 뽑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를 받는 형식이었다면, 지원하는 이가 속출했을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정부와 황실은 지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 금액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였다. 과학자들 연구비 대 주는 것은 큰돈도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적석 계획의 완성을 위해선 입자 가속기가 절실히 필요했는데, 정부는 원래부터 몇 개 대학에 있던 원통형 입자가속기(사이클로트론)에 더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진보한 고리형 폐쇄순환 입자가속기(싱크로트론)를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이 입자가속기들은 적석 계획이 끝난 이후에도 인류의 문명 진보를 위해 거대한 공헌을 해낼 것이 분명했다.

입자가속기뿐만 아니라 중수 생산공장, 특정 광물들을 채굴하는 광산, 초기형 원자로 등에 그만큼이나 많은 자금이 들어가야 했다.

이걸 다 합친 예산은 동시대 전쟁 중인 일류 열강의 국방비를 초월할 정도였다.

“가시죠. 실험장으로 직행할 차가 대기 중입니다.”

교수들은 이미 가족들에게 이번 출장이 길어질 수 있겠다고 다 작별 인사를 한 상태였다. 그들은 물건들을 챙기고 대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교수들과 연구진, 요원들이 탄 몇 대의 큰 승합차들이 한참 동안 남쪽으로 내달렸다.

* * *

테우엘체 황무지.

황량한 남려의 이 황무지는 먼 옛날 이곳에 유랑하며 살던 장신족 원주민, 테우엘체족의 이름을 따 그렇게 붙여졌다.

물론 지금도 테우엘체족이 있긴 했다. 다만, 그들은 이제 황무지를 유랑하며 살아가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다.

사실 이젠 테우엘체라는 민족적 의식도 별로 없었다. 그냥 동네에 그런 역사가 있었지, 하는 수준의 남려인이 된 것이다.

이들도 급격한 도시화를 겪고 있었다. 땅이 척박하면 더더욱 그랬다. 황무지 남쪽의 남부 항로 부근엔 오히려 황무지보다 더 살기 좋은 동네가 있었고 테우엘체 출신들은 그곳 도시에 주로 살았다.

그렇게 황무지가 텅 비어버리자, 고려 군부가 이곳을 주목했다.

제도와 창강대평원에서 적당히 멀면서도, 석정해군기지등의 중요 시설과는 가까워 군 관계자가 오기 편했다.

특히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비밀실험을 하기도 좋았다.

황무지는 사막과 비슷해 생물학적으로도 그렇게 많은 생태계가 구축된 지역도 아니었다.

이렇게 황무지 북쪽 염평에 허종욱 공군기지가 들어섰다. 이 공군 시험장은 제국 첫 번째 공군 원수, 다르크 상현이 비행을 배운 곳이기도 했다.

허종욱 공군기지 설립 이후에는 이 황무지가 별달리 크게 바뀐 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새로운 시설들이 공군기지 남쪽에 만들어졌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인조 도시도 생겨났으며, 거대한 연구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주 인공적이며 부자연스러운 시설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지하에 깊게 땅굴을 파놓기도 했고, 방공호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무엇을 위한 시험장인지 만든 사람들도 잘 몰랐을 것이다.

중견국 수준의 나라 영토 크기의 황무지다. 듣기론 이 넓은 황무지 전체를 단단한 철책과 철조망으로 둘러쳤다 한다.

[군사비밀기지] [출입엄금]

그것도 모자라 딱딱하고 삼엄한 문구가 몇 걸음 걸을 때마다 보였다.

보안의 목적도 있지만, 괜히 이 철책을 넘어 진입했다가는 그 침입자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것과도 같았다.

이토록 외부인을 금기시하는 테우엘체 황무지 비밀 실험장에 오랜만에 대규모 인원들을 태운 승합차들이 도착했다.

멀미에 시달린 과학자들은 서둘러 방공호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그중 권우일, 이민혜 부부는 부부 과학자에 대한 배려로 가장 넓은 방을 배정받았다.

전주 국립대학 소속의 두 교수는 그들의 근무지보다 기후가 한참 추운 곳으로 와 적응이 필요했다.

하지만 기후 차를 고려해봐도 남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짐도 풀지 않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 마른세수를 하고 있었다. 차 타고 오느라 멀미를 겪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곳에 오니 마음의 고뇌가 생겨났을 터, 이민혜 교수는 남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교수들은 제각기 맡은 분야가 달랐다. 이민혜가 중수소 감속재에 대한 분야를 책임진다면 그녀의 남편 권우일은 밴저민 톰슨과 함께 특별하게 핵동력의 무기화 자체를 담당하고 있었다.

남편은 그야말로 이번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마지막 단추를 끼워야 하는 존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지금 저러고 있을 터였다.

권우일이 입을 열었다.

“세상 사람들이 여기서 나오는 결과물을 보면 뭐라고 할까? 우리를 저주하겠지?”

“…아니야. 아닐 거야.”

민혜가 남편 옆에 걸터앉았다.

“날카로운 칼을 만들었다고, 대장장이를 욕하는 사람이 있겠어? 그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는 오로지 그 무기를 쥔 사람에게 적용되는 문제일 거야.”

“여보, 이건… 이건 날붙이 따위가 아니야.”

아직 제대로 된 폭발물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권우일이 머릿속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하는 괴물이 그의 손에서 탄생할 예정이었다.

아내는 아직 몰랐다. 그 괴물의 실체와, 그 괴물을 탄생시킬 당사자의 고뇌를.

반면 민혜는 남편과 달리 확신이 있었다.

“우리가 이것을 먼저 가져야 해. 어떠한 나라보다도. 그렇기에 우리가 이 계획에 동참한 것이 아니겠어?”

그녀가 남편을 껴안고 달랬다.

“정우, 61 기계화사단에 자대배치 받았대. 우리도 뭔가 해야지.”

“……그래. 그래야지.”

“조금만 더 힘내보자.”

민혜는 자신의 손을 쓰다듬는 남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

테우엘체 황무지 : 파타고니아

명석 : 라듐

중회소 235 : 우라늄 235 – 우라늄의 0.72%에 불과하지만 핵연료로 쓰일 수 있는 원소

중회소 238 : 우라늄의 99% 이상을 차지하나, 스스로 핵분열이 불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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