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7화 원조
한 무리의 선박들이 고려령 아조르스 방면에서 에이레로 향했다.
식료품과 먹을 것을 가득 채운 수송선들이었다. 상선의 옆에선 고려의 3함대가 파괴함과 방호순양함을 동원해 행여 있을법한 적의 잠수함 공격을 막기 위해 호위를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에이레 선장이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잠수함에 걸려 죽을 위기에 봉착했던 그의 상선은 다행스럽게도 3함대 분함대의 도움에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옆에 나란히 펼쳐진 대잠 진형이 몹시 믿음직스러웠다.
잉글랜드의 무도한 행위는 처음엔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연합국 소속의 많은 상선이 잉글랜드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 희생당했다. 험한 대동양 바다에서 잠수함같이 탐지하기 어려운 병기가 어뢰를 쏘고 도망가면 솔직히 막을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연합국은 상선들을 알아서 살아남도록 최대한 산개시켜서 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3함대 분함대가 인솔하는 고려의 수송선들은 반대로 밀집했다. 어뢰파괴함과 대잠전력의 발달은 수송선의 생존을 크게 높였다.
이젠 개전한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초창기 잠수함 전력으로 에이레 해군에게 효과적인 타격을 가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던 잉글랜드 해군은 이제 고려 3함대 대동양함대에게 완전히 휘둘리기 시작했다.
3함대는 포츠머스와 리버풀, 맨체스터 등의 잉글랜드 군항을 맹폭했다. 포신이 마르고 닳도록 포탄을 쏘아대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 잉글랜드는 해안포와 해안요새 등의 방어시설을 견고하게 지어놓았기에 대화마냥 속수무책으로 뚫리지는 않았지만, 계속된 포격과 폭격에 손해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잠수함 함대도 이제는 기약 없이 대동양에서 떠돌아다니다 소 뒷걸음질로 얻어걸리길 바라야만 하는데, 고려는 숫제 이 넓은 바다에 다니는 모든 상선에 어뢰파괴함을 몇 척씩 배정할 기세였다.
그래도 잉글랜드는 잘 버텼다. 에이레해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에이레―잉글랜드 항공전은 서로 비등했다. 비행기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늘에서 터졌다.
개전 초부터 중화제국과의 전선에 우선순위를 놓고 있던 고려였지만 유럽도 마냥 버리진 않았다. 에이레에 대한 원조를 통해 그들이 본토를 사수할 수 있도록 꾀했다.
에이레는 증가한 인구 대비 식량 생산이 그렇게 훌륭하지 않았다. 농업이 없진 않았지만, 토양의 질이 썩 좋지 못하고 잉글랜드보다도 우중충한 날씨 탓에 수확량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감자의 비중이 밀보다 높았다. 누아에린이 에이레 본토의 인구, 경제를 뛰어넘은 지도 한참 된 상황이었다. 에이레는 주요 식량 수입국 중 하나였다.
게다가 에이레는 개전 이후 식량난을 겪었다. 공교롭게도 감자마름병이 개전 이후 퍼졌다. 감자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는 그들은 당분간 전쟁 전 보관해놓은 식량들을 아껴 먹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날 말이었다.
오늘 리머릭의 외항 이니스맥노튼에 수많은 수송선이 도착했다. 수송선의 숫자가 원체 많았고 한 척 한 척이 커서 여전히 정박하지 못한 배들도 많았다.
3차 지원이었다.
고려는 전쟁 이후 곧바로 병력을 투입하진 못했지만, 대신 전 세계에 보급을 시작하고 있었다. 조선과 옥저, 백제는 물론이고 프랑스, 도이치, 루테니아, 포르투갈 등지에 수송선을 보냈다.
에이레도 핵심 지역이었다.
려―에 우호의 상징인 이맥항에 협동일관용기에 담긴 물자들이 하역되었다. 기다리고 있던 에이레 병사들과 관료들이 서둘러 그것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물자를 빨리빨리 빼 줘야 다른 짐들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적의 항공 공습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도 있었고.
이맥항 다른 한쪽에는 민간인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마르병과 기근에도 불구하고 보관해놓은 식량들이 있었던 덕분에 아사자가 속출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개전 후 이백 일이 지났으니 사람들도 비축한 식량이 떨어져 갈 시기였다.
“와!”
식료품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에이레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차분히 줄을 서서 기다렸다. 고려군 보급병들은 에이레 관료들과 함께 보급된 식량을 민간인들에게 배급하기 시작했다.
수송선에는 가나다 세 종류의 식량이 전부 다 있었다.
가형 식량은 일반 식료품이었다. 꽁꽁 얼린 채소들, 고기들과 보관 처리된 곡물 등이 있었다. 양은 그렇게 많진 않았다.
혹시 수송선이 끊기거나 할 때를 대비한 나형 식량은 가장 많았다. 나형 식량은 깡통에 담긴 보존식을 말했다. 당연히 보존기간이 길어 방공호나 지하실 등지에 보관해놓고 까먹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다형 전투식량이라는 것들도 있었다. 전투가 임박했을 때 깡통따개로 씨름을 해야 하는 무겁고 큰 통조림보다도 더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형 전투식량은 주로 에이레 병사들에게 지급될 예정이었다.
어쨌든 일반사람들은 무거운 통조림을 가져가야 했다.
“뭐가 이렇게 많아요?”
노부모를 봉양하고 있다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많은 소녀가 낑낑대며 소고기와 참치 통조림을 자전거에 실었다.
“더 가져가야 해. 자 여기 야채도 먹으렴.”
고려 보급병이 그 모습을 기특하게 여겨 깻잎과 매실장아찌 통조림을 슬쩍 하나 더 올려주었다. 깻잎을 싫어하는지 소녀가 질색했지만, 아무리 어려도 받은 이상에야 거부하지는 못하고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는 건 알았는지 울상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왠지 전쟁 전보다 더 먹고 있는 것 같은데….”
에이레 사람들이 킥킥거렸다. 저 통조림의 가짓수는 백이십여 종에 달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나라가 아닐 수 없었다.
― 애애애앵
민간인 보급이 반쯤 진행된 순간, 요란하게 경보가 울렸다. 고려가 리머릭 항공 방위를 위해 세워놓은 전파탐지기에서 무언가 잡힌 모양이었다.
“잉글랜드 공습이다! 전투배치!”
“빨리빨리 숨으시오!”
사람들이 재빨리 방공호로 도망갔다. 민간인들도 이런 공격에 익숙해져 있었다. 병사들이 서둘러 대공포로 향했다.
잉글랜드 전투기, 스핏파이어가 보였다. 원래는 잉글랜드 왕국에서 야심 차게 개발하던 비행기였지만 왕정이 무너지고 공산화가 되면서 잉글랜드 인민공화국이 그 설계도를 이어받아 개발을 완료한 기종이었다.
객관적으로도 상당히 아름답고 날렵하고 성능이 좋은 전투기였다.
그 뒤엔 스핏파이어의 호위를 받는 쌍발 폭격기가 있었다.
수송선단에 대한 첩보를 얻은 모양이다. 하기사 원체 규모가 큰 수송선단이었으니 잠수함들이 본국에 보고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에이레 공군도 즉시 출격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의 전선은 그나마 상식적으로 싸움을 벌였다. 인간을 자폭비행기에 실어서 공격한다는 발상은 중화나 대화 같은 막장 국가들만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공중전이 많이 일어났다.
물론, 지금 전장에서 기사도를 찾을 순 없었다. 공격하는 입장이나 방어하는 입장이나 필사적이었다. 에이레 전투기 길반(Gealbhan)이 스핏파이어와 싸우는 와중, 폭격기가 점차 다가오기 시작했다.
예정된 죽음. 원래는 대공포로 항거하긴 힘들 터다. 지금까지의 대공포는 비행기를 잡기 너무 어려웠다.
특히나 2차대전이 일어난 뒤, 많은 나라들이 금속 단엽기를 어떻게든 개발하거나 기존의 전투기를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으니 더더욱.
“하지만 이건 다를 거다. 개자식들아!”
에이레 병사들이 아까 고려군에게 보급받은 대공포탄을 대공포에 장전했다. 이미 타수의 구성원들과 예맥한계 국가들은 무기의 규격에 완전한 호환성을 자랑했다.
대표적으로 범용 소총탄으로 쓰이는 육사오탄(6*45mm 소총탄), 대공용으로 쓰이는 80미리 포탄, 대인으로 쓰이는 100미리와 150미리 포탄 등이 꼽혔다.
이런 표준 규격화는 고려의 보급이 순도 높은 효율성을 발휘하도록 했다.
추축국들이 다른 진영은 물론이고 같은 진영들끼리도 규격이 호환되지 않아 골치가 아팠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 쾅 쾅 쾅
사방에서 대공포탄이 쏘아졌다.
포신에서 발사된 대구경 대공포 속에 들어있는 폭탄엔 일반적 지연신관이 들어있지 않았다. 대신 그 비싼 진공관이 한 부분을 차지했다.
장전수가 눈대중으로 한 땀 한 땀 신관을 조작해 전투기 근처에서 대충 터트리는 번거로운 작업 없이도 그저 쏘기만 하면 적당히 알아서 잘 터지는 근접신관이었다.
근접신관포탄은 포탄 주제에 비쌌다. 온갖 돈지랄을 하고 있는 고려를 빼곤 다른 나라들은 언감생심 생산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싼 물건은 비싼 값을 했다.
어차피 연산기용 반도체를 생산하며 남는 것이 진공관이었던 고려는 값비싼 포탄을 마구마구 찍어내 부대와 우방국에 뿌려대었고 잉글랜드 폭격기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정확한 대공포 사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많은 비행기들이 터지고 추락했다.
안 그래도 잉글랜드는 이번의 보급선단 공격을 위해 공군의 여력을 다 쥐어짜 출격시킨 것인데, 성과보다 손실이 훨씬 더 커지기 시작했다.
몇몇 폭격기들은 그 와중에 기어코 수송선을 공격해 협동일관용기가 우르르 바다에 빠졌지만, 인명피해는 별로 없었다.
통조림 한 무더기가 터진 까닭에 이맥항 앞바다에 진한 간장 국물이 떠오른 것 빼곤.
공습 이후 리머릭 방위사령관이 헐레벌떡 고려의 분함대를 이끌고 온 제독을 찾아와 안위를 물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또 보내면 되니까.”
고려군 제독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렇게 답했다.
수송선 몇 척이 날아갔다. 별문제가 있는가? 사람은 무사하니 다시 원조를 보내면 그만이다. 그 표정에 리머릭 방위사령관이 눈을 끔벅였다.
잉글랜드는 이 대규모 수송선단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대공 방비가 상당한 리머릭과 이맥항에 공습을 시도한다는 ‘큰 결단’을 내렸겠지만, 고려는 이런 규모의 수송선단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정기적으로 동맹국들에게 보낼 수 있었다.
* * *
그 와중, 몇 명의 잉글랜드 조종사들이 포로로 잡혀 들어왔다.
소비에트와 잉글랜드 인민공화국이 그나마 중화와 대화보다는 훨씬 더 나은 점이 있다면, 상식적인 전투를 치른다는 것일 테다.
독소 같은 공격도 없었고, 자살폭탄공격도 없었다. 인민의 목숨을 썩 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대의명분과 여론을 신경 쓰긴 했다.
조종사들에게 낙하산을 지급하다니, 그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고려는 붙잡은 포로들에게서 정보를 추출했다.
적들이 상식적으로 나오면, 아군의 대우도 달라졌다. 고려가 국제법을 수호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말단의 장교나 병사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전부 다 통제할 순 없는 법이었다.
피치 못할 포로 학대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잉글랜드의 포로들은 고분고분했다.
운 좋으면 잉글랜드를 폭격하다 격추된 에이레 조종사들과 포로교환 될 수도 있었으니 굳이 아득바득 상대방의 인내심과 자신의 운을 시험할 필요는 없었다.
그 와중 해군정보부 요원이 적 조종사들의 수장, 릭 샌더슨이라는 중령 계급의 조종사를 취조했다.
계급도, 나이도 있다 보니 대우는 정중했다.
“계급으로 보면 비행교관이실 분이 직접 나오시다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샌더슨 중령이 씁쓸하게 웃었다. 결명자차를 한 모금 마신 그가 이윽고 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차는 언제 마셔도 좋군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갑자기 요원이 불쑥 물었다.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우리가 최근 입수한 정보가 있습니다만… 혹시 네드 러드 위원장께서 비자발적으로 감금당하셨습니까?”
샌더슨 중령이 결명자차를 마시다 사레가 들렸는지 기침을 했다. 진정된 이후에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도 귀가 있으니 군중에서 도는 소문에 대해 모를 리가 있겠는가. 장교도 병사들도 다 이 소문을 알 것이다. 알면서도 쉬쉬할 터.
어느 순간부터 네드 러드는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최고 위원회는 건강상의 이유라 둘러댔는데, 요양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활동했던 분이었다. 네드 러드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노동자와 병사들을 직접 만나며 여러 가지 고충을 듣고 개선해 나가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때도 딱히 전조가 없었다.
다른 소문도 돌았다. 네드 러드가 쿠데타를 당했다는 말이었다. 그의 아내 샬럿 정치국장과 다른 사람들에 의해 사실상 정치구조에서 제거되고, 얼굴마담화되었다는 설이었다. 이런 정보들은 고위급 장교들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떠돌아다녔다.
릭 샌더슨은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 분노했다. 그도 공화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부 분란을 조장하는 불순한 무리들을 좋아할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것들에게 분노했다.
정말 이것들이 사실이라면? 안하무인의 다른 지도자들이 우리의 경애하는 위원장 동지를 내쫓고 권력을 탐하기 위해 자리에 올라섰다면? 샬럿 그 계집이 외간 남자와 놀아나느라 공화국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면?
그동안 샌더슨 중령은 침묵을 지켰다. 이런 건에 대해 대놓고 말한다면 그 최후는 정해져 있었다.
공산국가는 당 최고 간부의 허물을 들추는 것에 관대하지 못했다. 그것은 반동으로 낙인찍히기엔 최고의 행동이었을 테니.
하지만 지금 릭 샌더슨 중령은 한계까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특히 이렇게 자신과 조종사들을 사실상 죽으라 내보낸 시점에는 더더욱.
샌더슨은 이번 작전에 반대했다.
적 수도에 폭격하는 것은 최악의 행동이었다.
명색이 에이레 수도였다. 사실 누아에린의 마그멜이 이제 리머릭보다 더 커지고 있더라도 리머릭의 중요성은 여전했다.
이런 적국의 수도에 공세를 가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특히나 리머릭이 더블린과는 완전히 반대의 방향, 즉 대서양 쪽에 있으면 더더욱.
적진을 가로지른 뒤 적의 수도에 폭격하고 돌아온다. 말로만 들어도 끔찍할 정도의 난이도가 아닌가.
물론 그가 적의 대공포탄이 이렇게 정확하게 적중할 것이라고까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위험한 작전임은 변하지 않았다. 비행교관으로서 샌더슨은 조종사 한 명을 육성하기 위한 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폭용 일회용 조종사들을 양산해내는 중화가 아니었고, 하늘에서 제대로 싸우는 조종사들이 필요했다.
또한 도덕적 측면도 있었다.
적 도시에 이렇게 무차별하게 폭격하는 것은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수 있었다.
샌더슨이 생각하기에 공군의 전투는 하늘에서 명예롭게 싸워야 했다. 폭격을 한다 해도, 군사기지와 해군기지를 폭격하는 방법으로 해야 했다. 적 수도에 최대한의 민간인을 살상하기 위해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올바르지 못했다.
그는 심지어 잉글랜드 해군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렇게 적대국 선박이라 해서 가리지 않고 전부 다 공격한다면,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샌더슨의 생각엔 군인으로서 그런 일들은 해선 안 되었다. 옛 귀족공화국 베네치아도 아니고 그런 끔찍한 추태라니.
알비온 연합 시절, 잉글랜드와 에이레, 스코틀랜드는 굉장히 잘 지냈다. 샌더슨도 옛날에 리머릭에 가보았던 경험이 있었다. 콘초바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사 층 건물에서 홍합 요리를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난 에이레의 주방장도 자신이 잉글랜드 출신이라고 소개했었다. 그런 것치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요리를 잘하긴 했지만.
그렇게 서로 잘 어울렸던 나라의 수도를 무차별하게 폭격한다?
아무리 잉글랜드 군인들이 왕정을 무너뜨린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공화국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네드 러드 위원장께서 계속 계셨다면 이런 일들을 승인할 리가 있었겠는가.
샌더슨은 고려의 정보요원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들이 자신의 성격, 불만까지도 알고 있었겠는가?
그런 의문이 맴돌았지만 샌더슨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설마 중령급에 불과한 사람의 인적 사항까지 파악했을까.
그래서 지금 샌더슨이 이렇게 입을 열게 된 것은 순전히 자의에서 기원한 것일 테다.
“알고 있는 정보를 드릴 테니, 내 부하들을 온전히 집으로 돌려보내 주시오.”
“알겠습니다.”
얼마 뒤, 해군정보국은 곧바로 정보총국과 합동참모본부에 샌더슨 중령이 흘린 정보를 전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특전사령부에 이 지시를 전달했으며, 마침내 제3특수작전대대 제1직접타격분견대, 131부대가 임무를 하달받았다.
[작가의 말]
누아 에린의 수도 마그멜은 멜버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