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화 문 앞의 적
“지체할 이유가 없다.”
횡수하항(요코스카), 부중항(시즈오카), 치바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 2함대는 며칠 내로 대부분의 해안포와 방어시설을 무력화시키고 본격적인 도쿄 공략에 나섰다.
이곳은 요새화도 아직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대화는 인력조차도 그렇게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애초에 백제군과의 육상전투로 인해, 육전병력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2함대는 사전에 파악한 적 군시설에 맹폭을 가하고, 해병대사령부와 함께 상륙전을 준비했다.
이에 대화 수뇌부는 백척간두에 놓인 도쿄를 버리고 전교(마에바시)로 도주해 항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 대화국민은 마땅히 총옥쇄를 하겠다! 불굴의 의지를 보이자!
하지만 정작 고려 해병대가 새까맣게 타버린 도쿄의 핵심 군사시설을 점령해 나갈 때, 점령지에 있던 대화 사람들의 반응은 오히려 침략자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투였다.
“황상 폐하 만세!”
왜왕, 아니 강화왕이 폐하가 아닌 전하로 불리어 온 역사도 이제는 거의 오백 년이 넘었다. 그들이 지칭하는 폐하가 고려 황제라는 것은 자명했다. 절하는 방향도 애초에 제도 쪽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철저히 경계해. 너무 접근하게 하지 말고.”
대화 사람들이 엎드려 절을 하는 것을 바라본 해병대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일단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보고했다.
“왜들 이런가? 분위기만 봐선 당신네들도 중화 놈들마냥 악착같이 싸울 거 같았는데.”
붙잡힌 촌로가 넬슨 앞에서 하소연을 시작했다. 선생 노릇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고려어가 능숙하고 아는 것이 많았다.
“많은 대화인들은 싸우기 싫어합니다. 애초에 길거리에 칼을 차고 다니는 무리들이 현 왕을 유폐하고 정권을 잡았는데, 왜 이를 지지합니까? 그저 번뜩이는 칼날 밑에서 목을 숙였지요.”
몽골의 왜 원정 성공 이후, 열도의 사람들은 대륙에서 건너온 강자에게 비굴하게 복종하는 것이 전통과 미덕이 되었다.
게다가 애시당초 지금 대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도부를 싫어했다. 싫어하는 투를 보이면 길거리에서 왜도로 참살당할 것이 분명했으니 협조한 것이었다. 나라 자체가 깡패라는 민승주 2함대사령관의 말이 의외의 곳에서 증명된 셈이다.
이들은 왜 강화가 대화가 되었는지, 덕천씨 밑에서 잘 먹고 잘살았는데 왜 전쟁을 하게 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도 화족 중심의 사회였으니, 대화 귀족들의 행동을 범인들이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대화 국민들은 백제를 동경했다. 차라리 그들이 이곳을 지배하길 원하는 사람도 없진 않으리라.
그 와중 넬슨은 중요한 정보를 받았다.
“대화왕이 유폐되어 있다고?”
“아마 마에바시로 데려갔을 겁니다.”
“흐음….”
왕만 확보하거나 쇼군을 죽이면 끝난다.
여전히 대화의 전쟁은 마치 옛 봉건시대나 전국시대의 전투였다. 발전한 것이라곤 오로지 무기와 행정, 기술 체계 정도가 전부였던 것이다.
넬슨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자신의 의형제를 다시금 호출한 뒤, 다른 형제가 참전한 전장을 바라보았다.
세계대전의 진정한 전투는 그보다는 더 서쪽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 *
“대화는 나약한 놈들에 불과하다. 대중화공영권에 참가할 자격도 없다. 소비에트보다도 훨씬 더 나약하지. 잉글랜드였다면 더 오래 버텼을 것이다.”
대화가 단번에 무력화 당했다는 소식을 보고받은 습진균은 그렇게 대꾸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리라 말해줄 베네치아인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장군들, 제독들 앞에서 약한 척을 할 순 없었다.
“지금 우리가 한 것을 보라! 봉명관을 돌파하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는 요령 공세를 지속하며 조선의 심양부를 함락할 것이고, 옥저의 회령부와 조선의 신의주로 나아갈 길을 얻었다.”
작전명, 굴기(倔起)에 따라 봉명관을 단번에 깨트리고 나아간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었다. 처음 작전이 성공했다는 말을 들은 장군들은 스스로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크게 놀랐다.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 조선은 예상보다 훨씬 더 약한 것처럼 보였다.
한번 그렇게 공세에 성공하니, 자신감도 붙은 상태였다. 장군들 모두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낭 원수! 준비는 되었는가?”
“예!”
“그대가 책임지고 요령 공세를 성공으로 이끌라.”
“맡겨만 주십시오!”
‘이게 되나?’
약간 불안감을 느끼던 낭화신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로 성공하는 걸 두 눈으로 보고 나니, 스스로 최면을 거는 일은 쉬웠다. 부하들도 사기가 충천하니 인민의 파도를 휘몰아 진격한다면 요령을 손에 넣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중화제국, 만세! 대총통 만세!”
하지만 정작 그렇게 명령을 내린 습진균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덜덜 떨리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습진균은 당규삼을 호출했다. 그가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부르셨습니까!”
공사가 참으로 다망한 사람이지만, 마침 이번 지도부 회의에서 생화학 공격 교범을 수정하기 위해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여러 가지 독소 혼합을 통해 훨씬 더 정밀하게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습진균이 굳이 자세한 내역을 보고받을 필욘 없었다.
“약을 처방해 주시오.”
“예전에 이 의원이 처방한 약은 소용이 없었습니까?”
“소용이 없었으니까 당신을 불렀겠지.”
“혹시 예전 처방전을 봐도 됩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기록지에 남아 있을 것이오. 그놈은 이미 죽었고.”
습진균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당규삼은 그 말에 즉시 고개를 숙이며 다른 질문을 하진 않았다.
당규삼은 본래 의사가 아닌 화학자였지만, 이제는 그 경계도 희미했다.
그는 가타부타 뭘 따지지 않고 능숙하게 처방전을 써 내려갔다. 그러고는 지휘부 내에 있는 의료시설에 가 약을 직접 받아왔다. 주군의 증상이야 잘 알았다.
불안감, 우울감, 절망감, 무기력감.
병세는 탐라와 개성 공습이 성공으로 끝난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군.”
습진균은 투명한 알약, 빙독을 바라보다 두말하지 않고 그것을 꿀꺽 삼켰다.
즉시 전신에 활력이 샘솟았다.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머리는 사고가 가속되었다. 눈 앞에 펼쳐진 보고서들의 글씨가 비로소 머리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습진균의 목소리에는 비로소 활력이 생겼다.
“…명불허전이군.”
처형되어 나자빠진 이전의 늙은 주치의는 워낙 깐깐하여 총통의 건강을 아주 세심하게 관리했다.
덕분에 주치의의 치료법은 효과가 거의 없었다. 습진균은 참다못해 그와 언쟁을 벌였고, 주치의 또한 습진균에게 빙독의 악마적 실체를 고발했다. ‘용맹환’은 전혀 기적이 아니며, 총통의 뒤 없는 정책이 결국 모든 중화인들을 파멸로 이끌리라고 그렇게 고함치기도 했었다.
습진균은 옛 주치의의 불충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선봉대에게 끌려 나가 중화당에 대한 충성심 부재를 이유로 처형당했다.
당규삼 덕에 비로소 습진균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보기가 참담하여 미루어 놓았던 서류 더미를 마침내 펼쳤다.
서류 더미에는 파괴된 츠루기 공장에 대한 보고서가 있었다.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서 소요될 자원과 시간 등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복구해도 다시금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에 내륙으로 옮기자는 건의도 있었다.
또한 최근 대화의 상황에 대한 문건이 있었다.
그 옆에는 고려 해군의 전력 예상 수치에 대한 보고서도 있었다. 탐라 공습에도, 거의 금방 그 피해를 복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별첨된 문서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적힌 고려의 증가된 군비에 대한 정보―수치가 비현실적이었으니 아마 겁을 먹으라고 거짓으로 뿌린 역정보일 수도 있었다―도 껴 있었다.
‘할 수 있다. 중화는 해내고야 말 것이다.’
습진균은 그렇게 뇌까렸다. 그가 주장한 중화주의는 이미 종교화되어 있었다. 그 종교의 교주로서, 그는 신도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가 배교자들에게 칼날을 맞을 것이었다.
‘보라, 해냈지 않은가? 이 기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그리하여 솔빈과 개성, 한양을 육지에서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면, 희망은 여전히 있다.’
* * *
― 타타타타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적군은 미친 듯이 돌격해오고 있었다. 방독면을 쓴 조선군이 그 모습을 아연실색한 채로 바라보다, 이윽고 자신을 잡아끄는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
“전군 후퇴하라! 후퇴하라!”
중화의 공세는 마치 사람의 파도가 다가오듯 맹렬했다. 봉명관은 결사 항전했지만 큰 피해를 입고 무너지고 있었다.
독소 공격에 한차례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엔 적의 땅굴 기습에 치명타를 받았다. 악착같은 놈들은 전쟁이 일어나기 꽤 예전부터 몰래 요새선 지하를 통과하는 긴 길이의 땅굴을 파내었었다.
전투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전쟁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조선군은 무력하게 무너졌다.
― 아악!
병사를 잡아끌던 장교가 허벅지에 총탄을 맞았는지 비명을 질렀다. 그는 병사를 밀어내고는 급히 죽은 본부통신병의 커다란 무전기를 집어 들고 지금의 좌표를 말했다.
― 확실한가? 반복한다, 그 좌표가 확실한가? 아군 오폭의 가능성이 있는 위험사격이다.
“당장 쏘라고!”
무전을 받아든 조선 해군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후 입을 열었다.
― 무운을 빈다.
잠시 후, 조선 군함에서 발사된 포탄이 장교가 요청한 지역으로 날아왔다.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개떼처럼 몰려오는 중화군들이 피곤죽이 되었다.
진내사격을 요청한 장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즉사하지 않았다. 파편이 몸을 수없이 파고들어 과다출혈로 죽을 것이 분명했지만 당장의 의식은 있었다. 그는 흐릿해진 시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의 중화군은 싹 쓸려 있었다.
하지만, 연기가 가시자 다시금 제대로 된 전황이 눈에 들어왔다.
지평선을 가득 메운 중화군들이 다시금 요새선을 향해 돌격해왔다. 실로 사람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人海)였다. 게다가 빙독 과다복용으로 광기에 찬 그들은 전투 두려움이라는 것이 대체 무어냐는 듯 악귀처럼 싸우고 있었다.
‘사람이 어찌 저 악마의 군대에 대항할까….’
장교는 그 암담한 광경을 마지막으로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개전 후 3주.
대화 해군이 수장당하고 도쿄가 고려 해군의 수중에 떨어지는 순간에, 중화군은 봉명관 요새선을 돌파했다.
사실 요새선 공략도 공략이었지만, 승덕시를 비롯한 옛 몽골령을 우회하여 공격하는 작전계획도 전부 수립해 있었다. 산세가 험하고 길이 한정되어 있지만, 중화군 수뇌부는 요새선을 돌파하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쉬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봉명관이 허무하게 뚫리자, 중화는 빠르게 나아갈 원동력이 생겼다. 거추장스러운 조선 해군의 해안포격을 피하면서 중화는 열하를 장악해 나갔고, 마침내 조선의 요령 지역에 칼을 들이밀었다.
요령 지역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넓은 요동평야에서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조선과 옥저가 공세에 나섰다.
옥저도 곧바로 참전했다. 중화는 서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공세도 가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옥저가 당장 그곳을 신경 쓰긴 무리였다.
다행스럽게도 조선은 이 평야 지대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고려에서 구입한 5호전차, 스라소니는 인민의 파도엔 콧방귀도 뀌지 않으며 무참히 적을 학살했다.
조선 공군도 크게 활약했다. 제공권과 제해권은 줄곧 조선의 손에 있었다. 적의 대공포가 서둘러 배치된 이후에는 몸을 좀 사려가며 싸웠지만, 그럼에도 항공전에서는 중화의 전투기를 압살했다. 아니, 애초에 중화 전투기라는 것이 제대로 있었던가.
한 번 개성 공습을 당한 조선 공군은 더 이상 그 치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처절히 싸웠다. 적 대공포가 많다면 적 보급선에 폭격을 가하는 식으로 전략을 선회하며 지원하기도 했다. 중화는 잠시지간 인적 동력을 이용한 보급선을 써야 하는 지경까지 놓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단한 병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보급과 행정에서 이상이 있으면 그것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했다.
솔직한 말로 조선은 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개전 이후 지금까지 졸전만 하고 있는 셈이었다.
조선이 중화와 달리 전쟁 전 시점에 세계 제2 혹은 제3의 강대국이었던 것을 미루어보면 더더욱 그랬다. 국력과 군사력은 정비례했지만, 완전히 정합하진 않았다.
혼란한 정치도 정치이지만, 전시 준비나 마음가짐 등이 너무 부족했다. 자신의 군장에 들어있는 방독면도 믿지 못하는 조선군이 대체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며 싸울 것인가.
더군다나 부잣집, 유명인 자제들은 전부 다 후방에 있는데, 가난한 놈들만 전방에서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셈이 아니던가. 사기는 끝도 없이 추락했다.
그리고 동부전선에서 무적인 것처럼 보이는 스라소니와 전투기도 기름과 탄약이 필요했다. 그리고 산유국 조선에서 기름을 생산하고 정제하는 회사, 덕원화학과 조선 석유 등은 이번 비리 사건의 주체에 속했다.
기준치 이하의 적합도를 가진 연료와 기타 등등의 문제점으로 조선 기갑과 공군의 전투 지속력이 상당히 떨어지자, 전황은 급속도로 불리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중화 역시 이제는 대응할 방안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T―25. 소련이 설계한 자랑스러운 전차가 중화의 전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의미를 아는 자들에게는 기가 차고 코가 찰 것이지만, 적어도 이 쌍포신 다포탑 전차는 적의 전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단이었을 것이다.
분명 그래야 할 것이다.
중화 장교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스라소니들에게 터져나가는 T25들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 멘셰비키 새끼들이 병신 같은 전차 설계도를 보내준 거야?”
잠재적 적국에게 제대로 된 전차 설계도를 준다는, 엄청나게 위험천만한 결단을 한 소비에트가 들었으면 억울할 소리였다.
굳이 따지자면, 중화의 조악한 기술력으로 제대로 된 전차를 만들기엔 아직 경험이 모자랐을 터였다. 적의 포탄은 맞는 즉시 치명타고, 아군 포탄은 때리면 튕겨 나가니 제대로 된 싸움이 성립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고려가 흘려낸 다포탑―다주포 전차 설계도는 애시당초 처음부터 잘못된 설계도였다. 모든 것이 꼬이고 꼬였다. 제원상의 성능과 실제 성능 간의 괴리는 태평양만큼 넓었다.
소비에트 연방은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중화에게 이 자료를 전달했지만, 아주 악독한 행동이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인답게 또 속은 바뵈프는 졸전의 책임을 오로지 습진균에게 덮어씌우며 서둘러 자신들도 제대로 된 전차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어쨌든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할 중화는, 결국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자돌폭뢰(刺突爆雷).
여전히 인적 자원이 많은 중화가 쓸 법한 무기였다. 이 성형작약폭탄이 달린 창은 사용자가 전차에 달려가 그 앞대가리를 꽂아 넣으면 효험을 볼 수 있는 종류의 무기였다.
여전히 사용자의 안위는 담보할 수 없었지만, 제아무리 스라소니라도 이것에 당하면 몸 성치 못했다.
용감한 중화 사내가 죽음을 피할쏘냐.
조선이나 중화나 졸전인 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제아무리 졸전이라도 결국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자가 승리를 거두었다.
적어도 지금은 전쟁을 충분히 준비했었고, 빙독을 섭취한 중화군이 활약할 시간대였다.
심양은 함락당했다. 거대도시가 중화군에 떨어진 이상, 다른 도시들도 늦든 빠르든 모조리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이었다.
중화는 잔여 도시들을 정리하면서, 빠르게 주력을 신의주로 향했다. 전통적으로 한반도를 침략하는 침략군들은 한성을 노렸다. 중화도 그럴 만한 동기가 충분했다. 중화는 ‘그들’이 몰려오기 전에 조선 왕과 백성들을 인질로 잡아야 했다.
중화군의 눈앞에 마침내 신의주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