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575화 (575/653)

575화 여파

개성 공습이 끝난 직후였다.

명백히도 구개성과 신개성의 피해 규모는 많은 차이가 났다.

의도적으로 한쪽에 더 많은 폭격이 가해진 것은 아니었다.

중화제국은 무차별하게 공격했지만 사전에 미리 민간이나 대피소, 관공서 등지에 방독면을 보급해 놓았던 구개성과는 달리, 신개성의 사람들은 엄청난 희생을 겪었다.

그 와중, 한 남자가 신개성 죽음의 거리를 거닐었다.

그의 걸음에 맞추어 마지막으로 땅에 남아있던 독소 기체가 하늘로 휘몰아쳤다.

그 때문인지 혹은 낮이 되면서 아침 안개가 거둬지며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사람의 숨을 질식시키거나 폐에 물이 차게 만드는 기체들은 얼추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도 저렇게 방독면 없이 걷는 행동은 몹시 위험한 경우였다. 하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거닐 뿐.

독소가 완전히 해소되자 드디어 고려의 군인들과 조선의 군인들, 의사들이 구호작전을 시작했다. 공격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유리창문 단속을 잘해서 피해를 덜 입은 부상자들이 있었다.

사방이 어수선한 이 분위기 속에서, 덩치 큰 남성은 한 건물의 계단 입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바로 옆에 원통하게 눈을 치켜뜬 소녀의 시신의 눈을 감겼다.

“괜찮으십니까?”

구조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다가와 물었다.

“난 괜찮소.”

사내는 손을 저었다. 군인들은 너무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 의아해하면서도 서둘러 근처의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던 소녀도 흰 천이 덮여 이송되었다. 사내는 그저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다.

갑자기 누군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그에게 다가왔다. 구조활동을 지휘하던 장교였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장교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장교는 계단에 앉아있던 사내에게 다가오더니, 툭 말을 던졌다.

“거기 당신, 따라오시오.”

억누른 분노가 여실히 느껴졌다. 사내는 순순히 일어섰다.

장교는 마치 밀치듯 사내의 등을 앞세우며 걸었다. 심문을 할 것이라면 저기, 군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사내를 외딴 골목으로 인도했다. 밀쳐지는 사내는 등 뒤에서 엄청난 힘을 느꼈다. 그리고 엄청난 분노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선 장교는 드디어 폭발했다. 그는 아버지의 어깨를 밀쳤다.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처럼 보였다.

“막으실 수 있으셨잖습니까!”

특수구조활동을 마치고 개성으로 귀환한 합상혁은 아버지를 처음 본 순간부터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저렇게 시신들 사이에서, 마치 슬픔을 주워 삼키듯 넋을 놓고 앉아있기만 하면 전부인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이 모든 것이 아빠 때문이야. 당신과 당신의 여의국. 막을 수 있었어. 이건 막을 수 있는 참사였어. 대체 왜!”

합상혁은 아버지에게 길러졌다. 그것도 여의국 본함 내에서 자랐다.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뭘 하는지도 알았다. 상혁이 구출한 대외국이나 보안국, 해군정보국으로선 비교할 수 없는 단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 그만은 알았다. 지금 이 상황이 뭘 의미하는지.

분명 미친놈들이 일으킨 참사였다. 아버지가 전능하다 하나, 이것까진 모르셨을 것이다. 상혁은 그러길 빌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계신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이걸 막지 않은 것이 정말로 아버지의 직무유기란 게 아니던가.

상혁의 말에 상민은 대꾸하지 않았다. 못 했다는 말이 옳았다.

“으아아아!”

상혁은 화가 나는 듯 주먹을 휘둘렀다. 이 와중에도 아버지에게 패륜을 저지를 순 없었는지, 혹은 아버지에겐 어떠한 피해도 입힐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그는 옆에 있는 벽돌 건물을 때렸다.

주먹에 피가 튀었지만, 벽돌 건물도 그의 주먹에 움푹움푹 깨져나갔다.

상민은 그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았다.

아들의 말이 옳았다. 비록 자신이 지금 이 사태를 완전히 보진 못했지만, 애초에 류용을 죽게 내버려 두고 습진균의 존재를 허락한 이후부터 이번 참사엔 그의 책임이 있었다.

계획은 한 걸음씩 가까워졌고, 마침내 바로 앞에 다가왔다.

그럼에도 그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여전히 한결같았다. 상민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역설적으로 아주 참혹한 지금 이곳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생각은 더더욱 견고해졌다.

자신이 본 미래의 모습이 옳았다는 것을.

훨씬 더 큰 재앙의 모습이.

“전… 아버지와 달라요.”

합상혁이 그렇게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자식은 마침내 그의 길을 정한 것처럼 보였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아버지의 방관에도 불구하고, 상혁은 마침내 길을 정했다.

힘이 있으면, 정의를 위해 그 힘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죄다, 상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어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들이 골목길을 나섰다. 상민은 천천히 사라져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 *

개천 530년 3월 25일은 누군가에겐 악몽의 날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축제의 날이었다.

아직 탐라항의 연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시간, 그들의 공습이 완벽히 성공했다는 것을 파악한 중화제국과 대화는 축배를 들었다.

고려의 함대에게 치명타를 입혔고, 백제의 해군은 더더욱 박살을 내 놓았으며, 개성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성공했다.

잠시지간은 바다에서의 근심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엄청난 전과로군, 대단하네!”

공습을 계획한 장군과 실행한 장군들은 진급했으며, 대총통으로부터 직접적인 축하와 포상을 받았다. 중화제국에서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었다.

“저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정말로 저들이 항복하겠습니까?”

낭화신이 질문했다. 그는 이번 작전에서 제외되어 지금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분명히 선봉대 중심으로 작전을 짰을 텐데, 자신이 선봉대장을 겸하고 있지 않던가.

비록 낭화신이 부패가 심해 사리사욕을 많이 챙겼더라도 일신의 능력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마저도 배제할 정도였다면, 대체 습진균이 이번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 얼마나 과민하게 반응했을까.

낭화신은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습 대총통이 옛 전우에게서 거리를 조금씩 벌리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낭화신은 원수 계급으로 중화제국군 내에서 가장 서열이 높았다. 그는 애써 불안을 다독였다.

“조선 수상은 겁쟁이다.”

습진균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최대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다. 그들의 작고 안락한 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말이지.”

그것이 소국이니까, 습진균이 덧붙였다.

“그렇다면 공세는 어찌합니까?”

“공세는 변함이 없다. 조선이 평화를 구걸하며 조약에 나오는 순간이 적기다. 낭 원수는 최고 지도부에서 공세를 명령하면 즉각적으로 이를 실행하라.”

“예, 총통. 알겠습니다.”

낭화신이 복명복창했다.

“조명전쟁은 잊어라. 중화제국은 그 나약한 지도부와는 달라. 모든 이들과 인민의 의지가 하나가 되었으니,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보라, 심지어 고려마저도 저렇게 무력하게 당하지 않았느냐!

습진균의 외침에 장군들이 부랴부랴 일어나 박수를 쳤다.

“아, 서기장에겐 연락했나?”

진효산이 얼른 대답했다. 고려의 미주에서 려―중 회담을 마치고 막 돌아온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지만, 이내 열성 중화당원인 만큼 빠르게 냉정을 찾았다.

‘우리 외교는 파탄이 났군. 이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연락했습니다.”

“뭐라고 하던가?”

“축전을 답으로 보냈습니다. 마침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

습진균은 진효산이 건넨 전문을 보고 콧방귀를 꼈다.

“흥, 간을 보려는 놈들도 이제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야. 멍청한 멘셰비키 놈들도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호응할 때를 알겠지.”

* * *

조선인들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무려 사천여 명이 고통 속에서 허무하게 죽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바로 옆 나라에 미치광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안 정상인은 싸움을 택할 수도, 혹은 그저 머리를 조아리고 그 미치광이가 자신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게끔 기분을 거스르지 않도록 처신할 수도 있었다.

김조순 수상은 후자였다.

습진균이 옳았다. 김조순은 나랏일에는 유능했지만(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럼에도 완벽한 겁쟁이였다.

잃어버릴 것이 많은 사람은 항상 그러했다.

적어도 그는 지금 그의 시대에서 완성되고 있는 안동 김가의 치세를 전쟁을 통해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군부와 정치권, 법조계와 언론계, 금융계 등엔 이미 그의 안동 김가와 덕원계열이라는 조선 제일의 기업체를 일궈낸 홍국영 회장의 풍산 홍씨 등과 같은 쟁쟁한 상류 가문들이 거대한 복합체적 성격을 띤 채로 연합하여 있었다.

국정회의보다는 이들 가문의 연회장에서 더욱 많은 것들이 오가곤 했다.

“…이… 이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냐…!”

“괜찮습니다. 평화의 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전임 수상이었던 김이중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김조순은 완전히 공포에 질린 아버지를 진정시켰다.

이제 머리가 굵어 집안일을 도와주는 김조순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김유근도 아버지를 거들었다. 김유근 또한 차기 조선의 수상이 될 것이 자명했다.

“당장 공격하지 않고 개성을 공격한 것만으로도, 저들은 제대로 된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개성은 고려령이기도 하고.”

“시… 신개성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었다… 조순아, 유근아! 어찌하느냐!”

김조순이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평화의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용감한 전쟁보다는 비겁한 평화가 나으니까요. 아버지는 아무 근심 없이 계십시오. 이번 기회에 본가에 좀 내려가 요양도 하시면서요.”

김조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근에게 눈짓을 했다. 장남은 빠르게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김조순은 최대한 빨리 언론사나 기타 여러 중요 요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충격에 빠진 국민들을 선동해야 하오. 우리가 조금 더 양보한다면, 이런 일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독소 폭탄이 한양, 평양, 청주, 나주에 떨어지길 원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시오!”

― …알겠습니다, 수상.

너무나 이상한 행보였다. 자국이 공격받았다는 것에, 정치인은 분노부터 내비쳐야 했다. 하지만 김조순은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청와대의 비서관들조차, 그러한 자신들의 수뇌를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왜 저러시는 것이지?

물론, 지금 김조순은 그럴 만한 아주 큰 이유가 있었다.

‘이런, 홍국영. 대체 뭘 얼마나 해 처먹은 거야?’

조선 내엔 방산기업이 몇 개나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덕원화학이 엄청난 위세를 자랑했다. 포를 중요시하는 조선에서 포탄과 총기, 전차를 비롯한 물건부터, 수통과 군장, 방독면까지 보급하는 거대한 군수산업체였다.

물론 이마저도 덕원 계열 내에서는 건설과 금융에 밀려 세 번째였지만, 그럼에도 무시무시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홍국영은 김조순의 사돈이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홍국영의 손녀가 김유근의 아내였다. 그 밖에도 가문 연합을 꾸리기 위한 정략결혼이 수없이 많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사돈이 저지른 이 덕원화학제 방독면 비리 사건은 밖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었다. 개성이 그렇다는 것은, 전방 군대의 물건도 마찬가지란 얘기였다. 중화가 독소공격을 하는 족족 조선은 무력하게 얻어맞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평화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김조순은 습진균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간절했다.

‘가서 빌 수도 있어. 머리를 조아리고 지금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이 사건에 대한 축소를 희망하고, 평화를 담보한다면 자신이나 사돈의 가문에 수습할 시간이 주어질 수 있으리라. 우리 시대의 평화, 김조순이 그 단어를 자꾸 뇌까렸다.

하지만, 그는 조선의 사람들을 같잖게 봐도 너무 같잖게 보았다.

평화와 화친을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뜬금없이 거대한 비극을 받은 조선인들은 격하게 분노했다.

고려인들보다 조선인들의 피해가 훨씬 더 컸으니, 개성 공습이라고 해도 당연히 자국 땅에 대한 공격이었다.

조선이 지금 김조순의 세상이라지만, 아직까지 살아있는 선배 정치인들―늙은이들―과 다른 쟁쟁한 정치인들도 있었다.

그들을 완벽히 제거할 순 없었다. 조선은 어디까지나 입헌군주국이기에 이왕가를 개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암살과 같은 후진적 정치모습을 보여준다면, 무시무시한 생각이지만 고려의 정보부가 직접 개입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들을 중심으로 곧바로 반발이 터져나왔다.

원로 정치인들과 그들을 아직 따르는 자들은 김조순이 정말로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중화제국 대총통과 평화 협상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격노하며 들고 일어났다.

전대 조선 수상 채제공과 그 경쟁자였던 심환지, 서명선 등의 거물급 정치인들은 개와 고양이 같았던 그들의 옛날 관계가 무색하게 단합해 김조순을 규탄했다.

김조순은 공적 무력을, 그리고 홍국영은 사적 무력을 동원해 이들과 이들의 지지자들을 탄압하면서 조선의 정국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 * *

소비에트는 대단히 갈등하고 있었다.

“기어코 성공시켰구만….”

바뵈프가 크레믈 밖의 모스크바 풍경을 바라보며 그렇게 뇌까렸다.

“어찌할까요?”

“…고려의 분노는 당장 중화제국을 향할 것이다. 우리가 이때를 허무하게 보낼 순 없지.”

아무리 고려제국이라 하더라도, 양면전선을 할 순 없다. 바뵈프는 그렇게 확신했다. 중화제국이 지금 미친 짓거리를 저지른 이상, 고려는 중화와 대화를 먼저 박살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었다.

그 전에, 소비에트 연방은 몇 가지를 성공시키길 원했다.

“리보니아(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를 손에 넣는다.”

그가 말한 발트 3국은 아주 나약했다. 돈도 없었고 국력도 형편없었다. 소비에트가 이곳을 점령하기란 어린아이 팔 비틀기와 같았다. 또한 타수의 구성원도 아니니만큼 다른 나라가 개입할 명분도 없었다. 그동안 이들이 타수에 가입할 수 없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결국 보답받았다.

게다가 이곳은 폴란드―루테니아 방어선이 이어지지 않은 구간이었다. 점령한다면 앞으로 붉은 군대가 서진하는 것에 장애물이 없었다.

바뵈프는 이미 많은 계획을 짜 놨었다. 언제 실행할 수 있느냐만 기다렸을 뿐.

“폴란드… 루테니아….”

둘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루테니아? 인민의 의지가 단결되었다고 하나, 결국은 작은 러시아에 불과했다.

폴란드? 옛 폴리투 시절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라다. 여전히 못살고 낙후되어 있었다. 소련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그들의 요새선이 단단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역사상 요새선을 믿고 방어에 성공한 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뵈프도 위대한 프랑스 출신으로서 확신했다. 공세가 최고의 방어라고.

바뵈프의 모국 프랑스는 잉글랜드, 그리고 이베리아 인민전선이 붙잡아 둘 수 있었다. 그에겐 다행스럽게도 이베리아는 기어코 적화되었다. 타수의 여러 원조가 인민전선에 대항하던 왕당파에게 갔지만, 부패한 왕당파들은 지원조차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인민전선에게 퍼다 준 꼴이 되었다. 지도자의 부패와 무능력함은 그렇게나 위험했다.

이베리아 인민전선이 뒤를 보고, 잉글랜드 인민 공화국이 그들의 장기인 잠수함을 통해 ‘무제한 잠수함작전’을 펼친다면 프랑스와 에이레, 네덜란드 등의 다른 타수 주요 국가들을 묶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뒤에 있는 두 나라였다.

불가리아와 도이치.

사실 불가리아―왈라키아는 역대 최고의 명군 자애왕 치세에서나 대단히 훌륭했지, 그 사후에는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진 않았다. 그쪽에만 가면 꼬라박는다는 러시아의 징크스는 러시아와는 완전 다른 국가인 소비에트 연방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도이치는….

바뵈프는 그들의 숙적을 노려보았다. 도이치, 도이치가 제일 문제였다. 그들이 얼마나 강할지 가늠하기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해야 했다.

전 세계의 적화, 그 최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성과를 거두어야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습진균이 말한 것 중 일부는 바뵈프도 격하게 공감했다. 시간이 지나면, 공산주의는 한낱 비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그러니 바뵈프는 크고 붉은 버튼을 눌렀다.

붉은 군대가 서로 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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