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549화 (549/653)

549화 위태로운 시대(2)

“국가 내란의 책임은 국민과, 국민을 선동한 언론에게도 있습니다.”

곤여일보 소속의 한 신문기자가 자성의 목소리를 내었다.

“호경당의 득세는 우리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대체 우리는 뭘 했지요? 그의 주장의 허무맹랑함과 비도덕성을 고발하는 대신, 그 주장을 과장하여 이곳저곳으로 퍼다 나르기 급급하지 않았습니까?”

언론의 자유는 양면적이다.

당연히 자유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얻을 것이 많았다. 자유로운 언론이 제공하는 여러 기능은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때로 과도한 자유는 방종이 되곤 했다.

언론이 자신의 본래 임무를 망각하고 완전히 상업적으로 돌변해 탁해지는 것을 황색언론이라 했다. 고려도 예외는 아니라 판매량에 혈안이 된 신문사들이 많았다.

이들은 이미 죽은 손원호 당수의 수많은 자극적인 말들을 과장과 함께 버무려 사회에 전달했었다. 몇몇 사람들은 속 시원해 보이는 그의 논리에 동조했다. 그 일이 정상적인 법치국가에서는 상식적으론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라 하더라도.

비상식적인 호경당의 인기는 이런 언론의 추태와도 직결되어 있었다.

사람을 올바른 말로 설득시키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사람을 과장과 거짓, 날조로 선동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쉬웠다.

이는 국민 의무교육이 세상에서 가장 잘되어 있는 고려조차도 그랬다.

어느 현자가 그리 말했듯, 무언가를 어중간하게 아는 사람들이 확실히 모르는 사람들보다 더 위험했다.

그런 고로, 분명 고려의 언론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었다.

근래 들어 이런 황색언론들의 추태는 훨씬 심각해지고 있었다.

주요 언론사들은 그나마 양호했지만, 소위 말하는 소형 판지 규격을 쓰는 언론사들은 사실관계에 상관없이 아예 소설을 써서 사건을 창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반 주요 신문사들은 중형, 혹은 대형 판지 규격을 썼다. 아침 밥상머리에서 신문을 펼쳐 들고 읽는 아버지의 손에 들린 종이의 규격이 보통 중대형 판지 규격이었다.

이들은 그래도 괜찮았다. 신문사의 이념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했지만 사회고발적 이야기나, 여러 가지 현 상황에 대한 문제점 등을 전달하는 신문 본연의 기능에는 나름대로 충실했다.

게다가 몇몇 신문사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워낙 길다 보니, 그 명성에 걸맞은 행동을 하려 노력했다.

그 역사가 이백 년, 삼백 년씩 되어 국사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의 유서 깊은 신문사들은 자신들이 찍어내는 종이에 실린 활자의 무게를 잘 알았다. 독자들도 이런 신뢰성을 믿어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 아들이 대대로 구독을 하며 집이나 사무실로 받아보게 되는 것이었다.

반면 근래 들어서 새로 생기는 소형 판지 규격, 줄여서 소판언론들은 정돈된 환경에서 진지하게 읽는 매체가 아니라, 지하철이나 이동하면서 짬짬이 읽는 신문들이었다.

이 신문들에는 유서 깊은 신문들의 무게감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자극적인 주제로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길 원했다.

범죄나 소문을 기삿거리로 삼아 시작한 소판언론, 황색언론들은 이제는 정치권 뒷소문 등의 촌평(가십)을 이어가다, 대놓고 정치권과 결탁해 헛소리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들에겐 신문에 실리는 사건의 진실은 상관없었다. 신문에 실림으로써 입는 사람들의 재산과 정신적 피해도 별 상관없었다. 그저 판매 부수만 증가한다면 모든 것이 허용되었다.

주류에 속한 곤여일보 기자가 이들을 비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옛날처럼 누가 누구와 흘레붙었다는 기사만 잔뜩 쓰면 차라리 나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사회에 명백한 악영향을 주며 선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대한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지요.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아닙니까? 황색언론들은 최악의 마귀를 탄생시킨 것도 모자라, 고려의 젊은 청년들이 선동당한 반란군들하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만들었습니다.

언론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붓이 칼보다 더 강하다면, 그만큼 더 큰 책임을 가져야 하는 게 자명합니다!”

* * *

“실로 옳은 말이다. 이 기자에게 상을 주고 싶을 정도구나.”

해안은 측근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시면 기사의 신뢰성이….”

“알아, 짐도 안다. 그래도… 하 참. 정말 황제라는 것도 못 해 먹겠다. 형님은 왜 이런 자리가 좋다고… 아휴, 아니야. 짐이 또 실언을 했다.”

해안도 이 상황을 벼르고 있었다.

저 기자들이 앞으로는 황실을 공경하는 척하더니, 황가를 둘러싼 비밀과 소문을 유포하는 짓거리를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해안은 아버지 해청이 언론에 관대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리고 형과 자신, 아버지와 황후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증폭되고 심화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황색언론을 비롯해 여러 언론들이 그 상황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느낌이 있었다.

그나마 황실은 사정이 나았다. 제국신문을 비롯한 여러 보수적 신문들은 대체로 황실에 우호적인 기사를 써 내려갔고, 다른 언론의 기자들도 창천궁 기자회견실에 들어갈 수 있는 신분증이 박탈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야 했다.

하지만 민간의 사람들은 그 보호조차 받지 못했다.

범죄자로 억울하게 지목당한 무고한 사람이 황색언론의 집중적인 신상 털기와 허위사실 유포로 자살 시도까지 한 일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이는 훗날 법원에서 결백이 밝혀져 누명을 벗었지만, 황색언론들은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주제를 돌렸다.

소위 말하는 인기인, 연예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신문에서 무전기, 사진을 거쳐 아주 최근에 나온 영화로 인해 고려의 대중매체가 급속도로 성장하자, 기존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인기를 누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물론 그전에도 유명한 축구나 정구 선수들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인기인들이 밤하늘의 별들처럼 많아졌고, 이전보다도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황색언론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대였다. 이들의 탐욕 앞에서,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는 빛을 바랬다.

이때부터였을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라는 합성어가 등장했던 것이다.

모든 부패한 것들이 그러하듯, 부패한 언론도 심판을 받아야 했다.

그들이 언론의 자유라는 기치를 내걸며 성역이라고 자청하기 위해선, 먼저 성역답게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그들은 매체의 발전에 탑승해 그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사방에 주먹을 휘두르는 깡패와 다름없었다.

해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언론의 자유는 소중하다. 하지만 신문사들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해. 그러기 위해선 자격이 있는 자들만이 기자를 할 수 있어야 하겠지.”

황제의 이 같은 말은 극우적 성향을 지닌 소판신문들뿐만 아니라, 엉뚱하게도 완전히 다른 쪽의 신문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었다.

* * *

[황제 국상 비용, 전례 없는 구백만 원? 경기 침체 속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가시는 길은 유난히 호화로워.]

매캐한 담배 연기 속, 수염이 헝클어질 정도로 잔뜩 자란 중년인 하나가 타자기를 연신 두드렸다.

마침내 기사를 쪄낸 그가 종을 울려 아랫것을 불렀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이거 이대로 이렇게 인쇄해. 토씨 하나 빼먹지 말고. 알았지?”

“저, 박 주필님.”

“왜.”

“그 국상 비용, 그거 헛소문입니다. 구십만 원이죠. 그리고 전액 황실 사재에서 지불하는 거라 국민의 세금이라는 말도 옳지 않….”

“뭐 어쩌라고. 사실이 밥 먹여주냐? 빨리 가서 써.”

꺼억, 주필이 트림을 했다.

배달시킨 식은 겹빵을 물어뜯다가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걸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야. 내 누누이 말하지만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다. 알아들었냐?”

옷을 입은 그가 부하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 황실 사재, 그거 사실 전부 국민들에게 착복해서 나온 돈 아니냐? 그들이 한 게 뭐 있다고. 그저 핏줄 하나만 믿은 거지. 다 노동자들 덕이지.”

꼬질꼬질한 음식물 양념이 묻은 손이 은근슬쩍 아랫것의 외투에 문질러졌다. 부하 직원은 입술을 깨물어 역겨움을 삼켰다.

“자, 나는 이제 중요한 손님과 만나야 해서 이만.”

부름차를 불러 앙주의 번화가로 나선 박 주필은 이윽고 고급 술집으로 들어갔다.

야시시한 옷을 입은 여인들 사이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젊고 잘생긴 남자가 웃음을 띠며 일어나 주필과 악수했다.

손에 묻은 기름때에 흠칫 인상을 구길 뻔했지만, 태연자약하게 가면을 유지한 젊은이는 일단 박 주필과 술 몇 잔을 하며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여자들을 물리며 그가 입을 열었다.

“아주 좋아요. 잘해 주고 있어요. 분명히 그분께선 흡족해하실 겁니다.”

박 주필이 허리를 숙이고 손을 비볐다.

“고맙습니다…… 약속은 잊지 않으셨겠지요?”

“물론입니다. 모든 것이 잘 진행되어 간다면, 우리는 귀하의 노력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박 주필이 흐흐 웃었다. 당내 최고 언론위원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닌 듯했다.

‘그러려면 일단 저 빌어먹을 황실부터 끌어내려야지.’

고려의 국가 내란은 상당한 기회였다.

황실이 상처받고, 국민들 사이에서 불화가 피어난 이때, 공산주의는 그토록 굳건하던 자본주의, 의회민주주의의 보루에 파고들 여지가 생길 것이었다.

그러려면 고려를 오백여 년이 넘게 지배해온 황가부터 끌어내려야 했다. 박 주필이 생각하기에 그들의 압제 아래에서는 진정한 번영은 없었다.

고려 황실은 너무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경제침체 속에서도 그 돈을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저런 나라 곳간의 돈을 포함해 모든 것은 노동자, 무산계급의 차지가 되어야 했다. 그렇다면 경제침체도, 모든 압제와 부조리도 없어질 것이다. 나라의 돈을 모두에게 준다면 모두가 부유해지는 꿈과 같은 사회가 도래할 것이었다. 박 주필이 원하는 것도 그런 이상향이었다.

물론 그는 나중에 조금 더 우수한 프롤레타리아가 될 예정이었지만, 그런 사소한 것은 자신의 공로에 대한 대가였다.

“당은 어떻게 돌아갑니까?”

고려 공산당은 비합법 단체였다. 호경당이 그나마 중서성에 올랐던 것과는 달리, 고려 공산당은 아예 그런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습진균과 송평융맹 등으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군국주의에 대한 개념은 개천 6세기 초엔 아직도 제대로 자리 잡히지 못했다.

내전 이후에야 이들에 대해 제대로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반면 공산주의는 무려 저 옛날, 토마스 뮌처와 톰마소 캄파넬라, 아드리안 양, 껑땅 등의 일화로 이미 광범위하게 그 위험성이 퍼진 상태였다. 고려 당국이 이 조직들을 합법화할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이런 단체를 막는다고 완전히 막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근로자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고, 초창기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진정한 ‘빨갱이 국가’로까지 찬양받았던 고려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률공정을 도입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자 대우를 했음에도 여전히 이상한 공장주들, 기업가들은 존재했고, 불만을 가진 노동자들이 있었다.

평시라면 합법적인 경로, 즉 노동부나 경찰을 통해서 법을 위반한 자본가들을 두들겨 팰 수단이 있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과격하고 원초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이들도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것들을 탐내는 이들도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외부의 지원이 있었다.

바뵈프 서기장의 치세가 열리자, 소비에트 연방은 국제혁명주의 노선을 천명하며 혁명 전파에 사활을 기울였다.

이들은 일단 네드 러드 위원장을 앞세워 잉글랜드를 공산화하는 것에 거의 성공했다. 그와 비슷하게 사카르트벨로, 카자흐스탄 등의 지역에도 혁명을 수출했다.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저 멀리 있는 아프리카의 나라와 동남아시아의 나라에서도 공산당이 활개 치고 있었다.

하지만 소비에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한 나라였다.

고려, 잠재적으로 최악의 적국이 될 상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고려의 개념은 바뀌었다. 만약 이곳에 크레믈이 혁명 전파에 성공한다면 최악의 적국은 최고의 친구로 돌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고려제국이 고려인민공화국으로 바뀌면, 그날로 세계혁명은 완수되는 것이다.

나머지 나라들은 고려의 총과 대포, 폭탄으로 불바다가 되기 싫다면 체제 전환에 동의해야 할 것이었고.

그런 고로, 크레믈은 심혈을 기울여 고려 공산당 조직에 지원했다. 간첩을 많이 심어보기도 했다.

소련의 바뵈프 서기장은 내무인민위원회(NKVD), 속칭 엔카베데를 설립하며 기존 경찰조직인 체카를 흡수 통합, 발전시키며 정보전력의 증강을 꾀했다.

물론 이름만 바꿔 단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정보력이 강해질 리는 없었다. 특히나 대외작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엔카베데 외국 특작요원의 대부분은 그 무시무시한 정보총국 대내국의 감시망에 걸려 유명을 달리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런 국내의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는’ 여론 조성은 정보총국으로서도 건드리기 힘든 분야였다.

자칫하면 국내 정세에 깊게 개입하는 셈이고, 헌법과 헌장을 위반하는 일이기도 했다. 정보총국은 그 크기가 무지막지했지만 여러 국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 국은 언제나 감찰국의 감사를 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비밀스러운 4국을 제외한다면.

그러니 여전히 이것도 손바닥 안의 일이었다.

* * *

예전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심 비스름한 것이 있었다.

상민도 그랬다.

정작 바다에 잘 가보지 않았던 주제에, 방구석에서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사진으로 본 것이 전부였지만.

그럼에도 푸른 바다의 심연은 어딘가 모르게 약간 공포스러웠다.

거대한 바다 문어 괴물이 나타날까 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백상아리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지만 ‘상식’을 아는 상민은 거대한 바다 괴물들이 이제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메갈로돈이나 모사사우루스 같은 것은 같은 것들은 옛 백악기 때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와서 그것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질지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니 그는 단지 그 스케일, 그 아득한 규모에 압도당했던 것이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낱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상민은 푸른 심연에 있었다. 지금은 이 광경이 익숙하고 도리어 편안했다. 복잡한 사회보다 언제나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해수가 더 나았다.

고백하자면 굳이 이 물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해양생물에 빙의해버린 것마냥 숨을 참으며, 그저 그렇게 표면에 비쳐 내려오는 빛줄기들을 바라보는 그는 떠오르지도 가라앉지도 않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잠수함처럼.

어쩌면 자신을 위한 잠수함을 하나 건조해야 하지 않을까. 이름은 노틸러스호로 말이야.

상민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머릿속의 상념들 사이로 흘려보냈다.

밑에서 소리가 들렸다. 물속에서 소리라는 것을 듣기는 사람의 신체 구조상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상민은 왜인지 모르나 가능했다.

밑을 바라보니 거대한 고래, 심청이가 밑에서 그를 들어 올리려고 끙끙대고 있었다.

워낙 덩치가 큰 고래라 움직임만으로 위협적이었지만, 상민은 이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

이 포유류는 인간이라는 포유류가 자신처럼 숨을 잘 참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그녀는 이종의 아버지가 물에 빠져 익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심청의 행동에 결국 상민은 생각을 멈추고 수면 위로 끌어 올려졌다.

돌이켜보면 모든 이들이 그랬다. 이제는 너마저도 그러는 거니? 심청아?

고래 등 위에서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상민이 이윽고 고래의 등을 토닥이자, 심청이는 쏜살같이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항공모함으로 접근했다.

“여기 있습니다.”

워낙 자주 보이는 광경인지, 요원들은 두말없이 수건을 건넸다. 상민은 대충 머리를 말리고는 종이쪽지 하나를 받았다.

“언론의 자유조차 없는 나라가, 역설적이게도 그 자유를 이용해 제국을 겁박하는구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통한 벌을 받아야지. 내전을 또 한 번 더 일으킬 이유는 없다. 교훈은 충분해. 정보총국이 나서기에는 모양새가 그러니 보안국에 연락하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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